108화. 트스대 -이벤트 매치(2)
“라이플 님! 이번 경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가 유리할 거 같나요!”
“개인적으로 키포인트는 미다스 될 거 같네요.”
“아, 역시 미다스인가요!”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분들이 미다스를 견제하실 거라 생각하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되냐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정해질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김두기가 힘차게 대답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콜로세움은 팀이 없는 게임.
눈에 보이는 모두가 적이다.
그렇다면 누가 최우선적으로 표적이 되겠는가?
내버려 두면 가장 위험한 사람.
즉, 괴물 같은 피지컬의 소유자인 미다스다.
-나였어도 미다스 먼저 조졌다.
-ㅇㅈ ㅋㅋㅋ 딱 한 번만 죽이면 되니까 ㅋㅋㅋㅋㅋ
-그게 현명하긴 해….
-미다스 1번 탈락 장담한다.
쿵!
[게임을 찾았습니다.]
그 사이.
8명의 스트리머들이 게임에 들어왔고, 스크린에 그들의 픽 화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다른 의견이 나온 건 그때다.
-하지만? 가속검이 나온다면??
-미다스 가속검이면 진짜 모르긴 할 듯 ㅋㅋㅋㅋㅋㅋ
-이게 맞다 ㅇㅇ
콜로세움의 영웅 선택은 일반적인 모드와 다르다.
애초에 랭크 게임용이 아닌, 즐기기 위한 모드인 바.
금지 영웅을 선택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
“원하는 영웅을 뭐든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죠.”
“맞아요! 밴도 없고! 다른 사람과 겹칠 수도 있어요!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영웅으로 진검 승부를 펼친다! 이게 콜로세움의 모토거든요!”
각 참가자들은 영웅 선택을 빠르게 끝마쳤다.
사실 오래 걸릴 이유도 없다.
어지간하면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주력 영웅을 골랐을 터.
그건 미다스도 마찬가지였다.
“미다스는 역시 가속검이에요!”
-이건 가속검 해야지 ㅋㅋㅋㅋ
-감 다 살
-우.숭.확.정
-개솔 ㅋㅋ 가속검은 맞아도 안 죽냐???
-솔직히 저건 살아남길 바라는 게 도둑놈임 ㅋㅋㅋ
-22222 무조건 9:1 박고 시작하는 건데 ㅋㅋㅋㅋ
이로써 준비 과정은 끝.
그 와중에 다시 채팅창의 분위기가 살벌해졌기에.
김두기는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자! 이제 게임 시작됩니다!”
[콜로세움에 소환됩니다!]
동시에, 스크린이 밝아졌고.
다음으로 8명의 플레이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각 플레이어들의 앞에는 중앙의 투기장으로 향하는 길이 있었고.
뒤쪽으로는 중립 몬스터들이 젠되는 숲이 둥그렇게 투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였다.
“이게 콜로세움 맵이군요!”
“네, 보통 바로 투기장으로 가서 치열하게 싸우거나, 중립 몬스터를 잡으며 후반을 도모하거나 하죠.”
라이플은 간략하게 콜로세움 모드에 대해 설명했고.
김두기는 거기에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벤트 매치죠! 후반이 어디 있습니까! 시작부터 피 터지게 싸워야죠!”
-ㅇㅈ ㅋㅋㅋㅋㅋㅋ
-싸우는 거 보러 왔는데 정글 돌고 있으면 팍 식긴 할 듯;;;;
-설마 그런 놈이 있겠어 ㅋㅋ
트스대의 이벤트 매치인 콜로세움.
의도는 분명하다.
괜히 각 팀의 피지컬들을 모아놨겠는가?
시원시원하게 싸우는 거겠지.
당연히 시청자들도 그걸 원했다.
“자! 로딩도 끝났으니 이제 싸워야죠! 누가 먼저 시작하나요!”
때마침 완전히 시작된 게임!
그 말을 신호로 모두가 스크린을 바라보았고.
이내 하나둘씩 물음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
-쟤네 왜 안 움직임 ㅋㅋㅋ
-튕겼나???
-그건 아닌 듯한데…….
미다스를 제외한 7명의 스트리머들.
그들이 경계하는 눈초리로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움직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는.
가속검을 픽한 미다스가 있었다.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스 견제 지리네;;;
-딱 봐도 7:1 하겠는데???
-이게 왕관의 무게지 ㅇㅇㅇ
자연스레 지호 방송의 채팅창은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새삼 감개무량했기 때문.
트스대가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가 이런 시선을 받는 일은 없었다.
분명 피지컬로 계속 성과를 냄에도.
뉴비를 어디다 들이대냐.
그래 봐야 마스터 따리다.
물거품이다, 곧 꺼질 거다.
등등.
어떻게든 그를 비난하는 반응이 돌아왔으니까.
한데, 지금은 다르다.
각 팀에서 피지컬이 가장 뛰어난 이들만 모았는데도 지호의 눈치를 보고 있지 않던가.
심지어 같이 덤비기라도 할 기세다.
‘재밌네.’
지호의 눈에 7명의 스트리머들이 보인다.
그들은 모두 챌린저다.
즉, 다들 뛰어난 실력자라는 뜻.
그런 이들이 지호 하나만을 경계하고 있다니!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하하.
이 모든 상황이 마냥 즐거웠기에.
지호는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7명의 적들이 그를 바라본다?
그 말인즉, 지호의 움직임을 기다린다는 소리다.
‘일단 내가 목표일 테니까.’
여기서 지호가 할 일은 하나였다.
정면으로 맞서는 것.
지호는 중앙의 투기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저벅, 저벅.
천천히 걸어가는 미다스가 보인다.
보통 콜로세움에서 초반에 중앙의 투기장을 향해 가면 표적이 되기 딱 좋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 주인공이 미다스였으니까.
“미다스, 투기장으로 가고 있어요! 올 테면 와보라 이건가요!”
“어차피 본인이 표적이니까 정면 돌파하겠다. 이 생각인 거 같습니다.”
“캬! 대놓고 가는데 아무도 안 덤벼요! 미다스가 저 공간을 지배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립 미쳤나 ㅋㅋㅋㅋㅋㅋ
-근데 개멋있긴 하네;;;;
-ㄹㅇ 무슨 초식동물 사이에 던져둔 호랑이 같누….
-챌린저가 초식동물 ㅁㅊ ㅋㅋ
시청자들은 김두기의 멘트에 웃음을 터뜨렸으나.
반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실제로 7명의 스트리머들이 천천히 걸어가는 미다스의 눈치를 보고 있지 않던가.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확실히 목숨이 한 번이라 조심스러운 느낌이네요.”
“맞아요! 거기다가 미다스거든요! 다 같이 미다스를 잡아봐야 본인이 죽으면 의미가 없어요!”
두 중계진의 말 대로였다.
‘아, 왜 아무도 안 달려가냐.’
‘싸우고 있으면 날먹 하려고 했는데 다들 안 가네…….’
‘잘못 덤비다간 내가 죽을 텐데.’
‘니가 좀 가라!’
미다스를 제외한 7명의 스트리머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고갯짓을 하고 있었다.
본 대회든, 친선 경기든.
그들은 모두 미다스를 상대해본 경험이 있다.
상대가 괴물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모두의 경계 어린 시선 속에 지호가 중앙의 투기장에 도착했다.
“후….”
지호는 차분하게 심호흡하며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먼저 보이는 것은 7명의 적들.
그들은 지호를 중심으로 천천히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이걸 뭐라 해야 하나….’
지호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뭐랄까.
마치 거친 야생동물을 포획하려는 현장 같았기 때문이다.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
-저러다가 마취총 쏘겠네 ㅋㅋ
-미다스 무슨 짐승이여?
-개웃기네 ㅋㅋㅋㅋㅋ
비슷한 생각인지.
채팅창은 웃음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이다.
지호는 가속검의 주무기인 칼을 들었다.
스릉-!
그리고 시선을 피하는 스트리머들 중 한 명, 절치를 가리켰다.
“나? 왜?!”
-ㅋㅋㅋㅋㅋㅋㅋㅋ
-기겁하네 ㅋㅋㅋㅋㅋㅋ
-그러게 평소에 잘했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예상했던 반응이다.
지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쫄?”
-여기서 쫄이 나오네 ㅋㅋㅋ
-이걸 되돌려 준다고???
-속 좁아….
-미친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절치는 얼굴이 붉어졌다.
저건 그냥 대놓고 도발이다.
심지어 2차전에서 만났을 때 그가 미다스에게 했던 도발을 그대로 되돌려 받았다.
아무리 미다스라 해도.
이건 참으면 두고두고 망신이겠지.
게다가 다른 스트리머들의 시선도 그에게 꽂혀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뭐라 해야 하나….
‘뭐해? 안 가고?’
딱 이런 표정이었다.
“이익! 간다! 가!”
절치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른 스트리머들과 시선을 주고받은 뒤.
타앗!
타이밍을 맞춰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어서, 다른 스트리머들도 땅을 박찼다.
목표는 당연히 미다스다.
‘7:1이네.’
그에 맞서.
지호는 제자리에서 차분히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튀는 게 낫지 않음???
-ㅇㅇ 차라리 돌면서 싸우지
-그래봐야 답 없음 ㅋㅋㅋ
-글킨 해;; 한두 명이어야지.
시청자들은 연신 기다리지 말고 차라리 도망치자는 채팅들을 보내왔으나.
지호는 생각이 달랐다.
“도망쳐봐야 7명 상대로는 힘들어요. 차라리 지금처럼 확 트인 장소에서 싸우는 게 낫지.”
도망?
애초에 생각도 안 했다.
그럴 거였으면 중앙으로 오지도 않았겠지.
게다가 질 생각도 없었다.
지호는 이내 말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가속검이라 괜찮아요. 원래 가속검을 다대일 상황에서 진면모를 발휘하거든요.”
-엥???
-가속검이???
-처음 들어보는 소린데 ㅋㅋㅋ
가속검이 다대일에 강하다고?
이해할 수 없는 발언에 채팅창에 갈고리가 올라오던 찰나.
후웅!
쐐애애액!
때마침 도착한 이들이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앞뒤좌우.
말 그대로 사방에서 스킬들이 날아오고 있음에도.
“후….”
지호의 표정은 태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눈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정면에서 매섭게 짓쳐들어오는 고대창병의 창. 머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암흑과학자의 스킬. 다리를 향해 뿌려지는 서리검의 냉기까지.
전부, 보였다.
그리고 보인다는 건 막을 수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였다.
‘대응을 두르고.’
지호는 한 바퀴 돌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목표는.
그에게 날아드는 스킬들의 궤적.
사악!
역시나 그의 검과 부딪친 스킬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대응이 정확하게 발동되었다는 소리다.
-뭐임????
-???
-와 ㅋㅋ 진짜 미친 건가 ㅋㅋㅋㅋ
-이러니까 괴물 소리가 나오지;
순식간에 벌어진 믿을 수 없는 광경.
채팅창이 불타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지간한 지호의 행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던 고인 시청자들도 당황했고.
“아니!”
“이, 이게 무슨 일인가요!”
마찬가지로 중계진도 경악했다.
한 번의 대응으로 몇 개의 스킬을 막아내다니!
“라이플니임! 어떻게 된 건가요! 버근가요! 우연인가요!!!”
“이론상으로는 간단합니다. 스킬의 타이밍을 전부 다 읽고, 정확한 순간에 대응으로 싹 그어버린 거죠.”
라이플의 해설은 간단했으나.
좀처럼 납득하기 힘들었다.
-듣기만 해도 미친 짓이네;;;
-심지어 상대는 챌린저들이잖아
-맞네 ㅋㅋㅋ 난 저거 브론즈들 상대로도 못 하겠는데 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
제3자 입장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이 이 정도인데, 직접 겪고 있는 당사자들은 어떻겠는가.
“?”
그들은 전부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저… 진짜 뭐하는…….’
지금 콜로세움에 있는 이들은 미다스를 제외하면 전부 챌린저다.
당연히 미다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바로 알아챘다.
문제는.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좀처럼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플레이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후웅!
다들 경악하고 있던 찰나.
틈새를 노리고 미다스에게 닿을 뻔한 검이 있었으니까.
챙!
지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검을 들고 간신히 막아내긴 했으나 매서운 일격이었다.
자칫 방심했다면 당했을지도.
‘역시 쉽진 않네.’
지호는 검이 날아든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는 지호와 같은 영웅, 가속검을 선택한 스트리머 절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