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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겜친들이 귀환자인데 집착함 (21)화 (21/249)

Chapter 21 - 21화 하시호 실종?

혹시 시호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하려고 연락 한 건가.

 

“여보세요?”

[ 강하찬 씨, 맞죠. ]

 

내가 전화를 받자 하서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맞습니다. 저기 무슨 일로…….”

[ 시호, 거기 없죠. ]

“예? 한참 전에 갔었는데요?”

 

뜬금없이 시호를 찾는 그의 목소리의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시호가 아직도 집에 안 들어갔단 말인가.

고개를 돌리니 시간은 벌써 10시가 넘어 있었다.

 

집에 돌아온 뒤 내가 꽤 한참 컴퓨터로 자료를 찾아보고 있었던 만큼 꽤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그녀를 보낸 지 적어도 3시간은 더 흘렀다는 소리였다.

 

‘어디 놀러 간 건가?’

 

또래보다 작을 뿐이지 그녀의 나이는 19살이다.

10시쯤이면 평범한 고등학생 기준으로 놀고 집에 돌아갈 만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호의 성격을 생각하면 나는 도저히 그런 쪽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는 사회성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런 만큼 그렇게 밤늦게 놀만 한 친구가 썩 많을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본인이 안 놀 거 같아.’

 

선입견이긴 하지만 내가 본 그녀는 그런 느낌이었다.

 

“시호 양과 연락이 안 되나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하서호가 굳이 나한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시호가 집에 없다면 그녀에게 전화해 보면 될 텐데 나한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은 그녀와 연락이 안 된다는 뜻이었으니까.

 

나는 반사적으로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시호가 A급 공간계 능력자라곤 하나 무슨 문제가 생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마 이동 좌표를 잘못 찍었다던가.’

 

그 생각이 들자 안 좋은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공간계 능력자 중 가장 큰 사고가 건물 외벽에 몸이 끼여 절단되는 사고였기 때문이다.

 

혹시 그녀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런 사고를 겪었고, 출혈로 인해 쇼크가 와 기절했다면 지금쯤 응급 상황일 수도 있었다.

 

[ 아, 미안해요. 무슨 생각 하는지 아는데 아마 그건 아닐 거예요. ]

 

그러는 순간 하서호 쪽에서 내 움직임을 눈치챘는지 말을 해왔다.

 

[ 그 녀석 처음 가보는 곳도 안전한 좌표를 찍을 만큼 실력이 좋아서요. ]

“그럼 더 문제인 상황 아닙니까?”

 

그 정도 능력이 되는 시호가 연락도 두절이고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당연히 더 상황이 안 좋다는 소리였다.

 

[ 짐작 가는 게 있어서요. 하아, 혹시나 해서 그 쪽에게 연락 돌려 본 겁니다.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찾아볼 테니까. ]

 

그리 말한 하서호는 전화를 끊었다.

옷을 이미 다 갈아입은 나는 눈을 깜빡이다가 곧 머리를 긁적였다.

 

S급 헌터인 하서호가 직접 찾아보겠다고 했다.

일반인인 내가 찾는 것보다 훨씬 낫겠지.

그러나 괜히 드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맡은 헌터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곤란한 것이다.

 

나는 서호에게 나도 찾아보겠다고 문자를 넣어 놓은 뒤 밖으로 나왔다.

 

시호는 공간계 능력자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녀가 어디까지 이동했을지 일반인 시점으로 찾는 건 사실상 무리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나는 이런 쪽 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받아 보기로 했다.

 

뚜르르르르-

 

얼마간 신호음이 갔을까, 잠시 후 덜컥하고 전화가 받아졌다.

 

“도미 오빠, 미안, 지금 좀 급해서. 있다가 연락할게. 사랑해.”

 

그런 순간 그 말만 남기고 전화가 뚝 끊겼다.

전화를 건 상대는 다름 아닌 아유였다.

 

“사랑해는 왜 덧붙이는 거냐.”

 

뭔가 상황이 급해 보이는 와중에도 저런 말을 내뱉는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지만 나는 고민에 빠졌다.

제일 가까운 아유에게 조언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누가 있더라.

휴대전화 목록을 드르륵 내리던 나는 몇 가지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아유 다음으로 보인 건 꽃비였다.

그러나 최근 나에게 그녀가 블랙스타 유아라는 것을 드러낸 이후 그녀는 종종 내게 스케줄을 말해주곤 했다.

대화 도중 우연히 나오는 것들이긴 하나 나는 들은 걸 잊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오늘 분명 방송 촬영이 있다고 했었지.’

 

최근에 나온 신곡을 홍보할 겸 8시부터 12시까지 촬영에 들어간다며 그녀는 말했다.

방송인들의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이런 일이 촬영은 늦게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것이다.

 

“이쪽도 패스인가.”

 

하는 수 없이 나는 전화 목록을 더 내렸다.

순간 세계 귀환자 협회 소속인 백설향 씨가 떠올랐지만 내게는 그녀의 번호가 없었다.

자주 마주치긴 했지만, 그녀와 번호를 교환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게 당연한 거였다.

꽃비나 아유가 게임으로 이루어진 관계라는 특이한 케이스여서이지 백설향 씨와 내가 뭐 하러 번호를 교환한단 말인가.

그것도 우리 회사 회장님인데.

 

그러다가 나는 한 명 더 내가 연락해 볼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렸다.

 

그래, 이 사람이 있었지.

 

뚜르르-

 

얼마 동안 신호음이 갔다.

 

딸칵.

 

그리고 이윽고 반대편에서 다행히 전화를 받는소리가 울려 퍼졌다.

 

 

 

4

 

어둑한 밤의 거리.

네온사인들이 빛나는 도심 속에서 나는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가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밤이 되어도 더위가 남아 있음을 느끼며 상의를 펄럭이고 있었을까.

나는 밤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이 어딘가로 몰려 있음을 깨달았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여름밤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녀복 차림의 여성이 걸어오고 있음이 보였다.

 

“수녀다.”

“코스프레 같은 건가?”

“이 밤중에?”

 

수군거리는 사람들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살짝 지끈거리는 이마를 잡았다.

그녀는 왜 저 모습으로 온 걸까.

 

귀환자 오르지아.

 

내가 지금 상황에 유일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던 지인이었다.

여전히 문양이 그려진 안대를 쓰고 있던 그녀는 내 쪽을 보더니 양손을 모아 보였다.

 

“안녕하세요. 하찬씨.”

“덥지는 않으신가요?”

“아울랩스님의 가호를 받으려면 이 모습이 가장 좋습니다.”

 

덥지 않다는 말은 안 하는군.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몰려든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그녀와 조금 이동하기로 했다.

 

“분명 실종자 수색이었죠.”

“네, 여기 사진도 있습니다.”

 

오기 전에 미리 하시호 서류에 있던 증명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어왔다.

그렇기에 내가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주자 그녀는 안대 너머에서 사진을 바라보다 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의외로 저한테 도움을 청하셨어요. 천마 씨라던가, 백설향 협회장님이라던가 도움 청하실 분이 있으셨을 텐데.”

“아, 그게 아유는 무슨 일이 있다고 하고 백설향 씨는 번호가 없어서…….”

 

그리 말하던 나는 갑자기 말문이 턱 하니 막혔다.

잠깐만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협회장님이요?”

“네, 협회장님.”

 

백설향 씨, 세계 귀환자 협회장님이셨어?

 

나는 머리가 띵함을 느꼈다.

귀환자 협회에서 그녀가 꽤 높은 위치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협회장이라는 위치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건 거물도 보통 거물이 아니잖아.

 

세계 귀환자 협회는 일반인에게는 사실상 비밀에 감춰져 있다.

나 같이 귀환자에 관심 많은 이들도 공개된 정보를 제외한다면 아무것도 알 수 없을 만큼 정보가 은폐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귀환자 협회장 쪽은 유달리 숨겨져 있는 정보가 많았다.

늘 협회장 대리 역을 맡는 귀환자 한 명이 협회 쪽 이야기를 대신 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몰라도 백설향 씨는 줄곧 귀환자 협회장이라는 위치를 숨겨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세계 귀환자 협회장이 한국인이라는 소문으로는 듣기는 했는데.’

 

백설향 씨였을 줄은 조금도 몰랐던 나는 당혹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내가 알아도 괜찮은 건가?

 아니, 그 전에 나 말실수 한 거 없던가?

그것보다 아유 그 미친년은 협회장 상대로 그렇게 구는 거야?

 

‘썩을, 이건 나중에 생각하고.’

 

나는 고개를 저어 우선 이 생각을 털어 내었다.

지금은 이것보다 실종된 시호를 찾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것보다 어떻습니까? 공간계 능력자인데 찾으실 수 있겠습니까?”

 

내가 질문을 던지자 오르지아는 휴대폰을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곤 어딘가에 시선을 두더니 내게 말했다.

 

“조금 높은 곳으로 이동하죠.”

“이동을 한다는 게.”

 

오르지아는 10층 건물의 옥상을 가리켰다.

건물 옥상은 종종 잠겨 있는 경우가 있는지라 쉽게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러자 오르지아는 내 의문을 해결해주듯 양손을 내밀었다.

 

“안기세요.”

“…….”

 

이게 맞나?

그 순간 수녀복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위풍당당함을 증명하고 있는 그녀의 가슴이 보였다.

 

“부끄러우신가요. 나이로만 따지면 하찬씨와 저는 한 세기 차이가 나는데.”

 

그녀는 조선 시대 사람이니 그게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만.

아무리 나이를 언급 해봤자 외형이라는 게 있다.

 

오르지아는 나를 물끄러미 보다 이내 팔을 내리곤 몸을 돌렸다.

그러곤 내게 등을 보인 채로 무릎을 접으며 앉았다.

 

“그럼 업혀주세요.”

 

아니, 그것도 좀.

그러는 순간 나는 문뜩 생각이 떠올랐다.

 

“그냥 혼자 다녀오셔도 되는 거 아닙니까?”

 

애초에 나는 시호를 찾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그녀를 따라 건물 옥상으로 갈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나를 데려가는 것보다 오르지아 혼자서 다녀오는 게 더 낫지.

 

오르지아 또한 그 생각에 도달 했던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러네요.”

 

아무래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잠시 망각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무안한 듯 잠시동안 머리카락을 꼬더니 이내 몸을 돌렸다.

 

“다녀올게요.”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한 후 오르지아는 가벼운 도약만으로 10층 건물 옥상으로 훌쩍 뛰어 가버렸다.

정말 다시 봐도 귀환자의 육체 능력은 엄청났다.

 

건물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그녀가 내려오길 기다렸을까.

잠시 후 살짝의 흙먼지와 함께 오르지아가 내 앞에 내려왔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의 지나가던 사람들이 흠칫 놀라긴 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그녀에게 물었다.

 

“어떤가요. 찾으셨나요.”

“네,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위치는요?”

 

그녀는 내게 지도를 켜달라 부탁했다.

그러고는 지도를 이리저리 보더니 곧 한 지점을 가리켰다.

 

“여기네요.”

 

그리고 그 위치는 다름 아닌 북한산이었다.

야밤에 산행하게 생겼다.

 

 

 

 

 

 

6

 

북한산 중간 지점.

사람이 다니지 않는 숲길에 한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옆 머리카락 끝을 살짝 손으로 꼬다가 한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어느 숲속의 풍경이었다.

 

“시작됐네.”

 

툭 하니 나무에서 내려온 그녀는 저벅저벅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공간의 일그러짐.

그건 다름 아닌 차원문 초기 현상이었다.

 

이대로 한 시간 이상 둔다면 그대로 차원문이 열리며 차원종들이 쏟아져 나올 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는 인상을 살짝 일그러트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증오심이 일어나는 차원문은 그녀에게 가장 끔찍한 기억을 안겨준 것이었다.

 

“없어져.”

 

소녀가 뻗어낸 손이 허공을 부여잡았다.

그 순간 공간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뒤틀림과 함께 퍼걱 소리를 내었다.

 

덕분에 공간에 일부의 일렁거림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손을 털어 내며 그것을 지워버렸다.

 

“후으으.”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함께 그녀는 이맛가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손으로 훔쳤다.

그러곤 어딘가 고통스러운 듯 가슴팍을 잠시 꾹 누르곤 숨을 고르게 쉬는 연습을 하였다.

또다시 주룩 코피가 흘러나온 탓에 그녀는 팔로 슥슥 닦았다.

 

"이까짓 거."

 

이 정도면 문제없다.

조금 피로해진 탓에 감기려는 눈을 애써 참으며 그녀는 나무에 몸을 기대었다.

 

바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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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 그녀의 귓가에 수풀이 밟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짐승인가 싶어 그녀가 고개를 옮긴 순간 거기에는 한 남성이 서 있었다.

 

새까맣고 동그란 안경을 끼고 있는 그는 지팡이로 땅을 짚고 있었는데 맹인인 듯하였다.

 

“아, 찾았슴다.”

 

그리고 그가 히죽 웃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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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앞에 벼락이 내려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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