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7 - 127화 헌터 관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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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헌터 관리국.
한국의 모든 헌터들은 관리국에 소속이 되어 있으며 국가 재난 발생 시 소집 발령을 내리거나 혹은 헌터 범죄 행위를 처벌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헌터란 일반인과 궤를 달리하는 만큼 일반 경찰로는 상대할 수 없었고.
그러한 이유 탓에 헌터 관리국에 소속된 헌터 관리 요원들이 헌터들을 제압하거나 상대하고 있었다.
‘분명 헌터 관리 요원들은 대우를 최고로 해주고 있다고 했었지.’
그러지 않으면 굳이 공무원 할 거 없이 회사에 가버릴 테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진소엽 또한 그런 소속 요원이었다.
그는 설탕 없는 믹스 커피를 페트병에 지금 다섯 개째 꽂고 있었다.
저걸 어떻게 마시는 거지.
“저희 쪽에서 연락도 없이 이렇게 뒤를 쫓듯 방문하게 된 점 죄송합니다.”
“아뇨. 관리국 사정도 이해는 하고 있어서요. 많이 바쁘시죠?”
내가 조심스레 묻자 그는 커피를 탄 페트병을 쥔 채 몸을 떨었다.
“맞습니다. 저희가 조금 많이 바쁩니다. 아니, 조금이 아닙니다. 진짜로 너무 바쁩니다.”
피로에 쩔은 공무원의 얼굴이 여실히 느껴졌다.
“사실 제가 불평, 불만할 처지는 아니란 거 압니다. 일개 공무원이니까요.”
그는 무척이나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제가 집에 못 간 지 한달 정도 됐습니다. 딸 아이 얼굴도 영상 통화로만 보고 있고요.”
“아…….”
나는 침묵했다.
‘헌터 관리국이 바쁜 이유는 전부 나도 포함되어 있을 거니까.’
사실 최근 벌어진 일들은 관리국으로서 그야말로 날벼락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기라성이 대규모 급속 차원문을 열어 버리지를 않나.
얼터즈가 갑자기 한국에서 등을 돌릴 낌새를 보이지를 않나.
얼터즈 쪽 변혁파 S급 헌터가 한국 상륙하며 소란을 일으키지를 않나.
귀환자 협회 쪽에서 나를 SS급 헌터로 만들어달라 하지를 않나.
그들로서는 정말로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겠지.
“……조금만 일이 줄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사고 좀 덜 쳐달라는 말에 나는 씁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 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당장 얼터즈 일도 해결된 게 아니었으니까.
“하여튼 공무원들 개소리는. 너 없었으면 저 녀석은 한 달이 아니라 앞으로 평생 집 못 갔다. 기껏 지들이 해결 못하는 일 해결 해줬더니 저러는 꼴이란. 쯧쯧.”
그러자 백산은 그를 보며 오히려 불만스럽게 말했다.
확실히 백산의 세계에서는 헌터 관리국이 더 열심히 갈려 나가고 있을 것 같긴 했다.
저쪽 세계의 진소엽 씨는 더 이상 딸아이 얼굴을 기억 못하지 않았을까.
“죄송합니다. 푸념을 해버려서. 최근 피로가 너무 쌓인 모양입니다.”
“괜찮습니다.”
내가 비록 회사 일은 비교적 편하게 하고 있다만.
퇴근을 못하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잘 알 수 있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와서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강하찬 씨를 SS급 헌터로 하는 건은 저희 쪽에서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게 정말로 진행될 줄이야.
졸지에 SS급 헌터가 되어 가는 내 모습에 헛웃음을 흘리던 나는 궁금한 점을 물었다.
“이번 일로 한국 헌터 시장은 완전히 얼터즈와 돌아서는 건가요?”
그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사실 원래도 한국 헌터 시장은 얼터즈와 그리 썩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지는 않았습니다. 헌터 쪽에 비공식 순위가 있으신 건 아십니까?”
“네, 비공식이라 해놓긴 하지만 유명하잖아요.”
헌터 사이트를 조금만 서치 해봐도 나오는 헌터 순위.
그것은 세간에 있는 헌터들의 순위를 비공식적으로 매겨 놓은 것이다.
그들의 전적 혹은 지닌 능력 등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를 통합해 만든 순위는 생각보다 꽤 정확하다.
거기다 매일 같이 갱신되는 중이기에 많은 이가 거기에 주목하고 있었다.
“예, 사실 헌터라는 직업이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는 전적이 꽤 있어 말 그대로 비공식이긴 하나 그러한 순위는 일반 시민들에게 넓게 퍼져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까지 헌터의 속사정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런 순위에 한국 헌터는 10위 권 안에 단 한 명도 들지 못했습니다. 그마저도 18위에 계신 관리국장님 한 분을 제외하면 전부 20위 밖이죠.”
그는 아쉬운 듯 한숨 소리를 내었다.
한국 헌터 시장은 과거 귀환자 때와 같이 헌터를 국가에 묶어 두려는 뻘짓거리를 하다 인재가 대거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 한국 헌터 시장은 여전히 휘청거리고 있었고, 덕분에 한국 시장은 늘 인재 부족이었다.
“물론 설산이리 하서호 씨와 같이 최근 득세를 보이며 20위 진입이 코앞인 분들이 있긴 합니다만.”
“전적이 포함된 비공식 순위가 그렇게 쉽게 뒤집히지는 않는 법이죠.”
다른 순위권 헌터들도 놀고만 있지는 않으니까.
“예, 그리하여 한국 헌터 시장은 솔직히 얼터즈 눈밖에 나 있었습니다. 애초에 땅이 작으니 차원문 수도 적어 작은 시장 취급이었죠.”
“자원 조달이 힘든 땅이긴 하니까요.”
석유 때부터 시작해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여러모로 자원이 많이 없는 나라였다.
“그래서 우리 한국 헌터 분들이 세계 시장에서 이리저리 많이 치였습니다. 하서호 씨도 얼터즈의 패악질에 질려 나오신 거기도 했고요.”
한국 헌터 시장이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란 거야 알고 있긴 했다만.
이렇게 들으니 꽤나 이래저래 문제가 더 많았던 모양이었다.
“우습게도 그런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게 귀환자였습니다. 저는 만나 본 적이 없지만, 관리국장님께서는 귀환자 협회장님과 만나 뵈신 적이 있으시니까요. 귀환자 협회장께서 한국 분이라는 건 위쪽에서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죠.”
설향이는 일부러 대타를 세울 뿐 공식 선상에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저번에 한 번 물어보니 지구에서 겉모습이 젊은 여성인 점은 귀찮은 상황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라 하였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그런 걸로 꼬투리 잡는 꼰대 같은 인물들이 남아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에 인물들에게까지 모습을 숨기고 있으면 일 처리가 귀찮아지니 주요 인물 정도는 얼굴을 틀어 놓았다고 한다.
“그러니 얼터즈 쪽과 척지는 대신 귀환자 협회와 손잡은 건 저희 쪽에서는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랬던 거군요.”
“예, 게다가 앞에서 말했듯이 저희 헌터 분들이 노력하고 있긴 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대놓고 내세울 헌터가 없는지라. 강하찬 씨를 SS급 헌터로 해두는 건 저희 쪽에서도 괜찮은 이야기라는 거죠.”
내 존재의 증명은 이미 충분히 되어 있으니 말이다.
“아, 다왔군요.”
그러는 순간 때마침 차가 도착했다.
그는 먼저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내게 편히 내리시라는 양 문을 잡고 기다려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의 조금 난처함을 느끼면서도 차에서 내리자 나는 지하 주차장임을 깨달았다.
아마 관리국 지하 주차장일 듯 싶었다.
“이번 관리국에 방문하신 것도 얼터즈 쪽에 보여주기식이긴 합니다.”
“역시 얼터즈도 주시하고 있군요?”
“예, 그들도 이게 보여주기라는 게 알긴 하겠지만 적어도 강하찬 씨가 저희와 무관계하지 않다는 것을 알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물론 이번 일 이후 내가 전면에 나서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할 겁니다 라고 덧붙여 주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설향이가 어지간히 주의시켰는 모양이다.
“그럼 관리국장님이 기다리시니 대화는 여기까지 하고, 조금 빠르게 이동하도록 하시죠.”
진소엽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 나는 얼마 안 가 관리국장실에 도착하였다.
똑똑-
“관리국장님, 강하찬 씨 데려왔습니다.”
“들어오도록 하세요.”
안에서 들려온 대답과 함께 진소엽은 문을 열어 준 뒤 나에게 들어가면 된다는 듯 물러섰다.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한 나는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섰다.
관리국장실은 어느 회사 사장실을 떠올리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조금 전에 설향이 일하던 곳을 보고 와서 그런가.
별 감흥을 못 느끼던 내 앞에 나이가 있어 보이는 노인이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한국 헌터 관리국장
비공식 헌터 순위 18위
백두호 도철수
한국 귀환자에 금강호가 있다면 한국 헌터에는 백두호가 있다.
이 두 사람이 바로 한국의 두 맹수라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갈색의 생활 한복을 입고 있는 그는 나를 보곤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반갑습니다. 도철수라고 합니다.”
“아, 강하찬입니다.”
한국 헌터 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그에게 내가 마주 인사하자 그는 나에게 앉을 것을 권유했다.
“단 거 좋아하세요?”
“예,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행이군요. 이거라도 좀 드셔 보세요.”
나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실 텐데도 존댓말을 하는 그는 나에게 과자를 권유했다.
수제 과자인 듯 꽤 비싸 보였지만 권유 받은 만큼 하나 집어 입에 물자 달콤한 맛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오셨으니 이제 팔씨름을 한번 해보죠.”
“켁, 예, 예?”
그리고 나는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입에 먹던 과자를 억지로 삼킨 채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는 과자를 권유했을 때와 같은 표정으로 인자하게 웃고 있었다.
“팔씨름 한 번 하자고 했어요.”
……이 할아버지 정상이 아닌가?
뜬금없는 팔씨름 이야기에 내가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으려니 그는 옷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깡마른 노인의 팔은 내가 잡기만 해도 부러질 것만 같았다.
그런 팔에는 쪼그라든 호랑이 문신이 있었는데 그의 팔만큼이나 힘이 없어 보였다.
도철수는 헌터 일을 은퇴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은퇴 이후 헌터 관리국장 자리를 쭉 지키고 있는 그이기에 전성기 때보다 힘이 많이 빠진 것이다.
‘아직 현역인 금강호 계두식 님이 이상한 거지.’
귀환자는 인외 영역인지라 말할 것도 없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한국 헌터 관리국장인데 SS급 헌터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면 되겠어요?”
“저기, 관리국장님, 저는 그냥 이미지만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늙어서 이미지라는 걸 잘 몰라요. 젊은 사람들끼리 추진한다길래 허락해 줬지.”
끌끌 거리면서도 웃는 그였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무려 헌터 관리국장만 삼십 년을 해오신 분이다.
내 인생 보다도 더 긴 시간을 헌터 관리국장으로 살아오신 분이 모를 리가 있나.
이건 분명 대놓고 떠보기였다.
‘확인하고 싶은 건가.’
최근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녀석이 과연 그 문제를 감당할 수준인지 아닌지 말이다.
“……예, 뭐, 좋습니다.”
어쩌다 헌터 관리국장이랑 팔씨름하는 상황까지 왔는지는 몰라도 굳이 못 어울릴 건 없었다.
그게 팔씨름이라 좀 뜬금없긴 하지만 말이다.
“단판 승으로 하겠어요.”
내가 그의 손을 맞잡자 관리국장님은 그리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 준비했는지 그가 탁자를 두드리자 탁자 한 면에 숫자가 나왔다.
‘……이거 설마 나 말고도 해온 건가.’
탁자에 보이는 미세하게 파인 자국들.
이 할아버지 매번 자신을 찾아오는 손님들 상대로 다 이 짓거리를 하는 거 같았다.
도철수가 괴짜라는 소문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내가 경악한 순간.
[ START! ]
탁자의 카운트 다운이 끝나며 스타트 알림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그의 팔에서 쪼그라들었던 백두산 호랑이 문신이 진정한 모습으로 거듭나는 순간을.
백두호 도철수.
그가 어째서 백두산 호랑이라고 불렸는가.
그건 다름 아닌 과거 그의 덩치가 한국에서 가장 높은 땅 백두산을 떠올리게 한다고 하여 붙은 이명이었다.
그리고 나는 백두산 호랑이의 재림을 지금 눈앞에 보고 있었다.
조금 전 깡마른 팔은 마치 분장이었다는 양 터무니 없이 부풀어 올라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 내었다.
저 팔로 주먹을 휘두르면 강철판도 뚫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팔근육 사이로 나를 노려보는 백두산 호랑이 문신은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맞잡은 내 팔에서 오는 강렬한 힘은 지금껏 내가 겪어본 힘 중 가장 강하게 느껴졌다.
‘미친.’
올해로 89살인 인간이 이런 힘을 낼 수 있는 건가.
일전에 만났던 S급 헌터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나는 입술을 까득 깨물었다.
내 팔이 순식간에 꺾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증명하라 한 만큼 나는 이 자리에서 져서는 안 되었다.
한국 관리국장인 그다.
헌터 중에서 발언권이 가장 센 그가 이번 일을 반대해 버리면 설향이를 볼 낯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혁서 형 때 써먹은 것처럼 오러의 끈을 당기듯 잡았다.
이전보다 당기는 방법이 늘어난 덕분에 절반 정도의 오러만이 내 팔에 온전히 전달 되었다.
파직!
튀어 오른 붉은색 스파크가 팔 주위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나는 샘솟는 힘과 함께 내 손등이 탁자에 닿기 직전 팔을 다시 튕겨 올렸다.
덕분에 한순간에 도철수 쪽이 손등이 오히려 탁자에 닿을 판이 되었다.
도철수의 눈동자에 놀람이 스쳤다.
설마 그 상황에서 한 번에 뒤집을 거라고는 예상 못한 표정이었다.
내 오러는 전투에 이골난 귀환자들도 반응이 늦을 만큼 고출력이다.
그렇기에 순간이지만 내 육체 능력은 헌터의 평균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린 도철수의 힘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
이대로 넘어 가줄 속셈이 없다는 듯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이전보다 배는 늘어나자 나는 당황했다.
이 사람 아직도 현역 수준인 거 아니야?
하지만 그 때문에 도철수의 손등이 탁자에 닿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멈췄다.
조금만 더 넘기면 되는데 그 조금이 생각 이상으로 쉽지 않았다.
만약 내가 오러 운용이 더 능숙했다면 방금 한 방으로 끝났을 테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괜한 오기가 샘솟았다.
남자란 괜히 팔씨름에 모든 걸 거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면!’
오러를 또 쓰는 수밖에 없다.
내가 그리 결심한 순간이었다.
쩌저저적!
갑자기 아래쪽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나와 도철수의 눈이 탁자로 향했을 때 탁자가 내 손끝이 살짝 닿은 부분으로 시작해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
내가 짧게 소리를 낸 순간 콰직하고 탁자가 그대로 갈라졌다.
어쩌다 보니 도철수와 팔씨름 자세로 손을 맞잡은 채 가만히 있던 나는 탁자를 보며 조용히 물었다.
“저기, 그, 이 탁자 차원종으로 만들어졌습니까?”
“예전 은퇴 전에 가장 고생하며 사냥했던 S급 차원종의 소재로 만든 탁자죠.”
나는 조용히 그의 손을 놓았다.
왜냐하면 내 무분별한 차원종 파괴 능력이 그의 탁자를 부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변상하겠습니다.”
“아뇨. 제 쪽에서 부탁한 걸요. 괜찮아요. 그것보다.”
그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기 턱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물건이시군요. 살면서 저와 팔씨름으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는 거의 본 적 없는데 말이죠.”
무려 회귀자인 백산이 만들어준 내 몸이니 나와 같은 이들이 더 있는 게 이상한 일일 테지만.
그걸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내가 멋쩍어하고 있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어디선가 사진 한 장을 가져오더니 나에게 그걸 건네주었다.
거기에는 예쁘게 생긴 여성 한 명이 있었다.
내가 그걸 의아하게 보고 있자 그는 인자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내 딸이에요. 한 번 소개해주고 싶은데 어때요?”
……역시 이 할아버지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