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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겜친들이 귀환자인데 집착함 (177)화 (177/249)

Chapter 177 - 177화 첫술잔

그토록 행복한 얼굴은 처음이라 나는 손을 들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뭔가 이 순간 그녀를 안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품 안에 안긴 시호가 내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었다.

 

두근두근-

 

시호의 심장 소리가 내 몸을 타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문제는 그 소리가 내 쪽에서도 똑같이 나오고 있었다.

 

내 품에 안긴 시호를 보니 그녀와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 만났던 날 퉁명스러웠던 그때부터 어머니를 돌려보내고, 어른이 되었던 모습까지.

어떻게 보면 처음 만난 그 날까지 나는 시호를 좋아하고 있었다.

 

시호에게서 부드러운 향기가 느껴졌다.

나는 이 순간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건 시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우리는 얼마 동안 그러고 있다 겨우 서로에게서 천천히 떨어졌다.

 

“갈까요?”

“그래.”

 

나는 시호와 함께 그렇게 손잡은 채 이동했다.

날도 추운 만큼 언제까지고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텔이라.

이런 곳에 둘이서 오는 건 처음이라서일까.

 

나는 무심코 헛기침이 흘러나왔다.

천만다행히 방은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앞에 오려던 사람이 방을 취소했던 탓이었다.

 

“신분증 검사 좀 하겠습니다.”

 

그러는 순간 모텔 주인이 시호 쪽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의심을 잔뜩 담은 그 눈초리를 보고, 시호는 지갑에서 냉큼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모텔 주인은 신분증을 확인하다 곧 시계를 힐끗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나를 참 기인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잘도 저런 애를 꾀었다는 그 눈빛이 자꾸만 내 가슴안을 쿡쿡 찔러왔다.

 

“여기, 카드키요.”

 

그 뒤 나 대신 신난 시호가 카드키를 받음과 함께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올라왔다.

그 순간에도 어쩐지 말을 내뱉기가 뭐해 침묵하고 있자 시호와 나는 405호에 들어왔다.

 

“와.”

 

그러자 시호가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대로 모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신기한 듯 모텔 방을 이리저리 보곤 나에게 해맑게 웃어 보였다.

 

“담당자님, 저 모텔 방 처음이에요.”

 

나도 딱히 자주 와본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잠깐 옆집이 공사를 한다고 너무 시끄러워 모텔방에 잠시 지내봤던 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 사이 시호는 넓은 침대 위에 살포시 앉아 있었다.

시호의 무게가 워낙 가벼워서일까, 이불이 조금 눌릴 뿐 침대는 눌리지도 않았다.

 

모텔 방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다소곳하게 앉은 시호가 나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그것도 오늘 막 성인이 된 시호가 말이다.

 

단둘이 된 적은 무인도 때에도 분명 있었지만,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 들었다.

 

“담당자님.”

 

시호가 나를 부르자 무심코 내가 움찔거렸다.

마치, 지금 시호를 보면 죄를 짓는 느낌이 든 탓이었다.

 

“저 술 먹고 싶어요.”

 

그러다가 나는 시호에게 오늘 술을 가르치기로 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서둘러 고개를 털어 그런 생각을 지워낸 나는 탁자 하나를 가져와 그 위에 술을 내려 두었다.

 

일단 안주로 과자나 먹거리를 몇 개 사오긴했지만 나는 배달앱으로 치킨도 시켜 놓았다.

 

“뭐부터 먹어 보면 좋을까요?”

 

시호가 흥미롭게 술을 보고 있자 나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그려졌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시호에게 있어 이것저것 모든 게 궁금할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선 먼저 어른이 된 처지에서 제대로 알려 주는 게 맞겠지.

 

“술은 단 걸 먹으면 쓴맛이 강해져. 그러니까 소주부터 마셔 봐.”

 

나는 그렇게 말하고 소주를 가볍게 돌린 뒤 뚜껑을 깠다.

소주는 내 애증의 술이었다.

무려 이것 때문에 비트코인에 알바비 전부를 박아 넣은 적 있으니 말이다.

 

나는 미리 챙겨 놓은 종이컵에 소주 한 잔을 따르곤 시호에게 건네주었다.

물론 나도 똑같이 따르자 시호는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종이컵을 들어 올렸다.

 

소주를 바라보는 시호의 눈이 반짝거렸다.

미성년자 때 흥미 위주로 한 번쯤 맛볼 법도 한데 시호는 그런 걸 전혀 안 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오려 했다.

 

“자, 짠.”

“짠.”

 

내가 건배하자 시호가 나를 따라 서둘러 짠을 하였다.

그럼과 함께 내가 가볍게 한잔을 마시자 시호도 나를 따라 한잔을 쭉 들이켰다.

 

그러는 순간 시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켈룩, 켁.”

 

곧이어 기침 소리와 함께 시호가 입을 가린 채 눈을 살짝 찡그렸다.

그래, 처음은 다 저런 반응이지.

 

“써요. 소주가 이렇게 써요?”

“무슨 맛을 생각했는데?”

“좀 더 달 거라고 생각했어요. 막 어른들이 맨날 소주가 달다거나 하니까. 으우으.”

“원래 그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에 단맛이 느껴지는 날이 오거든.”

“이게 어떻게 달아져요?”

 

시호는 맛을 도저히 적응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나는 그녀의 입에 감자칩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시호는 입을 벌려 내가 건네준 감자칩을 받아먹곤 우물거린 채 한숨을 쉬었다.

 

“시호는 술이랑 안 맞나봐요.”

“고작 소주 마셔 봐놓고?”

 

시호의 반응이 웃겨 한참 웃은 나는 이번에는 맥주를 따라 주었다.

조금 전에 술이랑 안 맞는다고 한 시호였지만 맥주라 하니 또 관심이 가는 듯 시호는 내게 받은 맥주잔을 감쌌다.

 

“한 번 마셔봐. 소주 보다는 좀 더 가벼울 거야.”

“알았어요.”

 

시호는 내 말을 듣고는 맥주잔을 들이켜 보았다.

한차례 목을 울리며 맥주를 삼킨 시호는 곧 천천히 입에서 잔을 떼었다.

 

그러곤 곧 고개를 기울였다.

 

“이게 무슨 맛이에요?”

 

맛없나 보군.

 

“그야 맥주 맛이지. 어때? 소주보다는 나아?”

“덜 쓰긴 한데. 이것도 써요오.”

 

시호는 맥주도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채 내려 두었다.

술이 영 기대에 못 미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야 이번에는 맛있는 걸 마셔 봐도 되겠지.

나는 칵테일 위주로 나오는 술을 한 잔 따라 주었다.

 

“그럼 이걸로 먹어봐.”

 

내가 그리 말하고 잔을 주자 시호는 분홍빛으로 빛나는 술을 바라보았다.

 

“색이 예뻐요.”

“그건 달콤하니까. 먹을 만할 거야.”

 

시호는 앞에서 소주와 맥주 때문에 잠시 꺼리는 듯했지만, 곧 술잔을 꼴깍 넘겼다.

그러다가 곧 두 눈을 크게 뜨더니 잔을 그대로 한잔 다 비웠다.

 

입가에 묻은 물기마저 혀로 슥 닦아낸 시호는 감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담당자님, 달아요!”

“그렇지?”

“술은 맛있는 거네요.”

 

마음에 들어 하니 다행이다.

나는 그 뒤로도 시호에게 여러 술을 마셔 보게 해주었다.

 

막걸리나 과일주부터 위스키나 보드카까지.

여러 술을 마셔 본 시호는 그때마다 찡그리기도 하고, 또 맛있어하기도 했다.

 

그렇게 점차 여러 술을 맛본 결과 나도 살짝 취기가 돌기 시작했다.

꽤 말술인 나인데 시호를 가르치는 겸 신나서 마시다 보니 취한 모양이었다.

 

그러는 순간 내가 고개를 들자 어느샌가 내 옆에 의자를 당겨온 시호가 내 팔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술을 마셔서인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는 시호는 가냘프게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담, 당자님.”

 

끊기듯 부른 목소리와 함께 시호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예쁘장한 시호의 얼굴은 취기가 감돌아 약간 어설픈 웃음이 그려져 있었다.

 

“시호, 취했어?”

“시호 하나도 안 취했어요.”

 

의외로 발음은 정확하게 하는군.

이래 보여도 시호도 헌터다.

취기 정도야 이겨 내려면 얼마든지 이겨 낼 수 있을 테지만 술은 처음이라 아직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담당자님, 시호 좋아해요?”

 

그러자 시호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내게 물어왔다.

그 물음에 미소 지은 나는 시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대답했다.

 

“응, 좋아해.”

 

이미 한번 말해준 말이다.

두 번이 어려울까 싶어 말해주자 시호는 눈을 땡그랗게 뜨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대뜸 내 무릎 위에 시호가 올라탔다.

 

깜짝 놀란 내가 시호를 보자 시호는 내 위에 올라탄 자세 그대로 내 볼을 양손으로 감쌌다.

 

“시호도 좋아해요. 담당자님 좋아요. 좋아해요.”

 

시호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입에 그대로 쪽하니 입맞춤하고 떨어졌다.

그 모습을 내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보자 시호가 취한 듯 미소 지었다.

 

“아까는 담당자님이 먼저 해줬으니까 이번에는 시호가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시호가 귀엽게 웃자 나는 어딘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아까부터 술을 마실 때마다 내게 애교 부린 듯한 시호를 보고, 나도 쭉 참아왔다.

 

그러나 이번 걸로 이성이 끊기는 듯한 느낌을 받은 나는 그대로 시호를 끌어안아 턱을 당겼다.

그럼과 함께 시호의 입술과 내 입술이 또 한 번 포개어졌다.

 

순간 놀란 시호였지만 그녀는 곧 눈을 스르륵 감으며 나와 입맞춤했다.

술을 마셔서인지 아까 전보다도 더 뜨거운 숨이 시호의 입에서 내 입으로 전해졌다.

 

그럼과 함께 그 숨 사이로 시호의 혀와 내 혀가 뒤섞여 나겠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키스였지만 나는 천천히 시호의 허리를 감싸 안고 뒷머리를 감쌌다.

 

그러자 시호는 내 목에 팔을 두름과 함께 나와 혀를 썩어 나가기 시작했다.

타액과 타액이 뒤섞이며 방안에는 우리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한참을 그렇게 혀를 뒤섞어 나가자 숨이 먼저 찬 시호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길게 이어진 실선과 함께 시호는 풀린 눈으로 나를 보고는 작게 웃었다.

 

“담당자님 취했어요?”

 

누가 할 말인 건지.

나는 시호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워낙 작고 가벼운 시호여서일까, 나는 시호를 품에 안은 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모습은 꼭 영화에서 자주 보던 공주님 안기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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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

 

시호는 완전히 풀린 눈으로 나를 그렇게 불렀다.

늘 동화 속 왕자님을 기대하던 시호였다.

 

내가 그녀에게 어울릴 왕자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순간 하나는 확실했다.

나는 시호를 좋아하고, 시호는 나를 좋아한다.

 

그것만으로 우리에게는 충분한 일이었다.

나는 시호를 침대에 살포시 내려 두었다.

 

그러자 침대에 앉은 시호가 내 볼을 감싸더니 쪽하고 입맞춤했다.

 

“시호, 벗겨 줄, 래요?”

 

그러곤 시호가 조심스레 속삭이자 나는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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