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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겜친들이 귀환자인데 집착함 (184)화 (184/249)

Chapter 184 - 184화 상성차

나는 순간 뭐라 해야 할지 몰라 은나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 내 시선을 어떤 식으로 해석한 건지는 몰라도 그녀는 미련이 남는 표정으로 나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다른 것도 알았다.

 

‘내가 전여친이라는 말을 한 것 때문에.’

 

은나무는 내가 자신과 같은 세계선의 기억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터무니없는 오해가 뒤섞였음을 뒤늦게 깨달은 내가 서둘러 정정하고자 한순간 내 등 뒤에서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전남친요?”

 

그와 동시에 시호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흠칫한 내가 돌아봤을 때.

 

콰앙! 콰앙, 쿠구구구궁!

 

건물 저편에서 쏟아지듯 몰려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놀란 우리가 급히 그쪽을 바라보자 거기에는 건물들을 무너트리며 바다가 몰려오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사고가 정지했다.

왜냐하면 지금 내 눈에 비친 것은 거대한 해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심해의 군주.”

 

그리고 은나무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보니 저 해일이 은나무를 쫓던 신격의 존재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나는 은나무와 해일을 번갈아 보다 이내 말했다.

 

“은나무,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줘.”

 

은나무에게 뭔가 여러 가지가 깊이 관계된 것은 확실히 알겠다.

내 진심을 느낀 것인지 은나무는 나를 바라보다 이내 손을 돌려 내 손을 잡았다.

 

“정말로 날 도와줄 거야?”

 

그건 이미 정해져 있는 대답이었다.

 

“그래, 너한테 빚진 것도 하나 못 갚은걸.”

 

이대로 은나무가 잘못되면 나는 평생을 후회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어찌 되었든 나는 은나무 또한 내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 덕분에 혁서 형의 일을 해결하고, 에바 누나를 살렸으며 시호도 기라성에 납치되지 않을 수 있었다.

내 소중한 사람을 그토록 지켜준 그녀인데 내가 어떻게 그녀를 그냥 두겠는가.

 

내 말을 듣고, 은나무는 한 번 더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내 손을 꽈악 잡아 왔다.

 

“알았어.”

 

그러는 순간 은나무의 등 뒤에 낫이 빙글 돌아갔다.

 

“일단 빠져나가자.”

 

그런 거라면 누구보다 제격인 사람이 있다.

내가 시호를 돌아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임과 함께 그 즉시 우리 네 사람을 데리고 공간 이동시켰다.

 

순식간에 상공으로 올려진 우리는 몰아친 해일이 건물 외벽 사이사이로 들어와 신계 차원종들을 휩쓸고 가는 게 보였다.

미국 서부의 항구도시인 샌프란시스코다 보니 바다가 가까워 해일도 도심 깊숙이까지 몰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시호가 눈치 빠르게 해일에 휩쓸려 가는 이들을 공간 이동으로 휙휙 날려 보냈다.

아직 한참 여유 있어 보이는 시호의 모습에 확실히 그녀의 성장도가 엿보였다.

 

“어이.”

 

그런 순간 흑산이 찌푸린 눈살과 함께 바다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바다의 수평선 끝자락 거기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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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는 촉수 같은 것을 잔뜩 달고, 머리 옆 날개를 달고 있는 그것은 기이하기 그지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나쁜 미지의 감정이 솟구쳐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저놈이 은나무가 언급한 심해의 군주인가 하는 녀석임을 눈치챘다.

 

“……나는 외계·1번 귀환자야.”

 

심해의 군주를 보고, 은나무가 침음성과 함께 그리 이야기했다.

 

외계·1번.

분명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차원의 분류였다.

 

“그리고 지금 에레보스가 열어 놓은 신계의 차원문 중 내가 왔던 외계와 하나 이어진 곳이 있어. 저 괴물은 그곳에서 온 외신이야.”

 

적어도 저 심해의 군주 녀석이 은나무에게 이롭지는 않다는 걸 잘 알았다.

 

“하지만 심해의 군주는 미끼야.”

 

은나무는 그렇게 말하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해일이라는 천재지변을 일으킬 수 있는 괴물보다도 그녀는 그보다 위를 보고 있었다.

 

그러는 순간 은나무의 시선이 닿았던 하늘이 살짝 일그러트려졌다.

 

“경계에 잠복한 자.”

 

은나무는 불투명하게 빛나는 눈동자로 그리 말했다.

 

“나는 그 외신을 불러들여 죽여야만 해.”

 

은나무의 몸 주위에서 새까만 오라가 한차례 메아리쳤다가 사라졌다.

은나무는 그 사실이 끔찍한 듯 치를 떨었다.

 

“그걸 위해 에레보스가 신계의 차원문을 열 때까지 기다렸어.”

 

그녀는 오늘날을 오래도록 소망했다는 듯 쥐고 있던 낫을 꽈악 쥐었다.

그러자 한차례 낫 위에 눈들이 생겨났다가 우수수 사라졌다.

 

“그걸 위해서 심해의 군주를 잡을 거야.”

 

그 순간 은나무의 오른쪽 눈에서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려진 마법진은 서서히 형태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나는 그것을 지켜보다 손가락을 가볍게 두둑 풀었다.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은나무가 뒤늦게 나를 돌아보았다.

내 표정을 보고, 그녀는 순간적으로 늦게 반응했다.

 

“어, 응. 그렇지?”

 

외신인지 신계의 차원종인지 잘 모르겠다만.

나는 스산한 웃음을 지었다.

 

“조금만 기다려.”

 

차원종에게 있어 최악의 상성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려줄 테니까.

 

 

 

5

 

외계 행성의 심해의 군주.

은나무에 의하면 놈은 보는 것만으로도 의식을 날려 버릴 정도의 정신적 공격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정신적 충격은 미안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다지 의미 없었다.

정신 공격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몸에 두른 오러를 뚫을 수 있을 때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공간 감각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다 보니 시호의 경우 이런 정신적 공격에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자칫했다간 공간 감각이 흐트러져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은이를 이쪽으로 데려올걸 그랬나.’

 

그녀의 능력이라면 정신적 보호가 되니 말이다.

하지만 아쉬운 소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파직!

 

내 몸에서 튀어 오른 스파크와 함께 나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럼 가자.”

“뭘 뻗대듯이 말하는 거야.”

 

내가 그리 말하자 나는 아래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헛기침을 내뱉었다.

왜냐하면 지금 내 밑에 흑산이 나를 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한심한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녀의 눈을 피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나는 물 위는 못 달린다고.”

 

나는 내 육체와 오러의 숙련도를 올리는 데에만 집중해 왔다.

그런 만큼 아유나 다른 이들처럼 허공을 밟고 달리거나 하는 것은 전혀 할 줄 몰랐다.

 

도약이라면야 엄청난 거리를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그게 바다를 건너뛸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온 결과가 바로 흑산이가 나를 들고 뛰는 것이었다.

시호가 직접 움직이지 못하는 만큼 물 위를 달릴 줄 아는 흑산이에게 업히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업고 싶은데.”

 

그러는 사이 어째서인가 은나무가 무척이나 부러운 눈으로 우리를 보았다.

하지만 은나무는 심해의 군주 곁으로 가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자가용도 아니고.”

 

흑산이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기에 나는 미안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 나도 업어줄까.”

“헛소리 마.”

 

투덜거리긴 해도 결국 업어주는 걸 보니 고맙긴 했다.

 

“잘 부탁할게.”

 

그리 말한 흑산은 한차례 숨을 내쉬곤 자세를 잡았다.

 

“한 번에 간다.”

“응.”

 

그러곤 내 대답을 들은 즉시 흑산은 전신에 흐른 붉은 스파크와 함께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 순간 시야가 순식간에 뒤바뀌기 시작했다.

 

나도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오러를 두르고 있었음에도 터져 나오는 충격은 한순간 아찔한 기분을 들게 했다.

 

‘더 강해졌어.’

 

백산의 훈련이 있었던 덕분일까.

나는 흑산이 이전보다도 더 강해졌음을 느끼며 몸을 낮춰 흑산이에게 기댔다.

 

왜냐하면 내가 그대로 날아가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히윽!?”

 

그 순간 갑자기 흑산이가 소리를 내질렀다.

 

“뭐야, 뭐 당했어?”

 

놀란 내가 흑산이를 보면서 외치자 그녀는 어깨를 움찔거리더니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거든?”

 

다친 건 아닌 모양이다.

왜 화를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흑산이는 어느샌가 바다까지 도달해 있었다.

 

첨벙!

 

그녀의 발이 바다에 닿은 순간 순식간에 바다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오러를 발에 얇게 깔아 달리는 오러 운용 방식은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심해의 군주도 우리가 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쿠구구구궁!

 

또 한 번 파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몰려오는 파도를 보고, 나는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내 손 쪽에 케라페가 만들어졌다.

 

“뚫을게.”

 

내가 그리 말한 순간 나는 뇌뢰의 탄환을 장전시켰다.

그럼과 함께 내가 파도를 향해 총구를 겨눈 순간 흑산이 바다 위를 박찼다.

 

첨벙!

 

뛰어오른 흑산과 함께 내 총구가 그 즉시 스파크를 뿜었다.

붉은색 스파크가 날아들며 그 즉시 파도가 꿰뚫렸다.

 

부서진 파도 사이로 흑산이는 나를 업은 채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사이에도 연이어 파도가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바로 다음 뇌뢰를 장전하며 또 한 번 파도에 겨누었다.

 

“계속 간다.”

“알아.”

 

흑산은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그리 대답하며 우리는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시작된 호흡과 함께 우리는 파도를 뚫고 그대로 지나갔다.

 

우리와 심해의 군주 위치는 점점 더 좁혀지기 시작했고, 그 사실을 알아서인지 심해의 군주도 서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놈의 손에 바다에 박혀 닳은 창을 한 자루 쥐고 있었다.

그 창을 쥔 놈은 턱 아래 촉수를 떨며 그 즉시 우리를 향해 창을 내려쳤다.

 

거대한 따개비가 붙은 창을 휘두르는 놈을 보고, 나는 다시금 케라페를 장전시켰다.

왜냐하면 저건 차원에서 가져온 무기가 아니라 바닷속에서 꺼낸 창이었기 때문이었다.

 

“저건 내가 부술 테니까. 던진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자세를 바꿨다.

그러자 흑산이는 그 즉시 내 다리를 감싼 채 던질 자세를 잡았다.

 

휘익!

 

그 순간 던져진 내 몸이 순식간에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엄청난 속도감과 함께 나는 케라페를 지움과 함께 전신에 오러를 둘렀다.

심해의 군주는 나를 향해 빌딩 하나는 될법한 창을 내려쳤고, 나는 그걸 보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파직, 콰가가가가가가각!

 

그 순간 내 아래쪽에서 붉은색 번개가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치솟은 번개가 창을 꿰뚫음과 함께 박살을 내놓았고, 박살 난 창의 일부가 그대로 바다에 떨어졌다.

 

나는 부서진 창을 스파크와 함께 지나치며 어느샌가 심해의 군주 팔 앞까지 도달했다.

놈의 팔에 턱하니 착지하자마자 미끈한 촉감이 밑창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한차례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보아하니 정신 쪽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오러를 머리 쪽에도 감싸듯 둘러.”

 

백산의 조언을 따라 머리 쪽에 오러를 감싸자 확실히 머리에 오던 통증이 사라졌다.

그것을 깨달은 즉시 나는 그대로 팔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심해의 군주는 그 터무니없는 크기 탓에 아무리 달려도 팔이 끝이 없었다.

그러나 그 크기만큼 영향을 받는지 움직임 자체가 굼뜨기 그지없었다.

 

나를 잡고자 팔을 들어 올려 내려침에도 불구하고, 못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턱 아래에 달린 촉수들이 장식이 아니었다는 양 그대로 나를 덮쳐 오기 시작했다.

 

몰려들어 오는 촉수를 보며 나는 스산하게 웃었다.

 

“그거 실수야.”

 

나는 그리 말함과 함께 그 즉시 촉수 하나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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