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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겜친들이 귀환자인데 집착함 (206)화 (206/249)

Chapter 206 - 206화 꽃비와 흑산이

“너가 그 꽃비냐?”

 

거기에 더해 한술 더 떠 백산이 녀석이 살짝 찌푸린 눈동자로 그녀에게 물었다.

자신의 언니와 사귀는 남자가 또 다른 외간 여자를 만나는 꼴을 목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꽃비의 눈에 비춘 흑산이는 영락없이 새로운 여자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두 사람은 미국에서 함께 싸우긴 했었지만, 딱히 대화한 적이 없었다.

돌아갈 때도 시호를 통해서 빠르게 돌아갔었으니 말이다.

 

흑산이 같은 경우에는 아예 꽃비를 기억조차도 안하고 있는 모양이고 말이다.

 

“꽃비야.”

 

나는 굳은 채 움직일 줄 모르는 꽃비를 보고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꽃비가 흠칫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당황한 표정으로 캐리어를 쥐지 않은 다른 손을 흔들었다.

 

“하, 하찬 오빠, 괘, 괜찮아요! 저도 하찬 오빠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는걸요. 애초에 알면서도 저도 그렇게 되고 싶었던 거니까 전혀 신경 안 써요!”

“얘, 뭐라는 거야?”

 

흑산이가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자 나는 한차례 머리를 긁적였다.

 

“너가 설향이 같이 내 여자친구라 착각 중인 거겠지.”

 

내가 흑산이에게 그리 말하자 그녀는 가만히 있다가 이내 서서히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내, 내가 왜 이딴 녀석이랑!”

 

흑산이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가 이내 자기 옷차림과 상황을 인식한 듯 서서히 두 눈을 커다랗게 뜨기 시작했다.

 

“아니야!”

 

그러곤 꽃비를 향해 홱 하니 고개를 돌리곤 소리를 질렀다.

 

“어, 네, 네에.”

“아니야! 아니라고! 이딴 옷 당장!”

 

흑산이가 내 옷을 그대로 뜯어 버리려 하길래 나는 서둘러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네 옷 아직 빨래 중이잖아.”

“으, 그윽!”

 

이를 잘근잘근 깨물던 흑산이는 이내 자기 손을 내려두곤 꽃비를 노려보았다.

 

“그딴 오해하지 마. 절대로 아니니까.”

 

흑산이의 말을 듣고, 꽃비는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나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 나도 따라 어깨를 으쓱이자 꽃비는 살짝 얼빠진 웃음을 흘렸다.

 

“일단 둘 다 들어와.”

 

현관 앞에서 소란스럽게 굴면 옆집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흑산이면 몰라도 꽃비를 보면 십중팔구 소란이 일어날 것이기에 나는 꽃비를 안으로 들였다.

 

그러자 캐리어를 들고 온 꽃비는 내 방을 신기한 듯 이리저리 보았다.

아유 때도 그렇지만 내 방은 볼 게 없는데 뭐가 그리 신기한지 모르겠다.

 

“……하찬 오빠 냄새가 나요.”

“어, 미안, 환기할게.”

 

홀아비 냄새 나는 건 아니겠지.

잘 씻고 다니긴 하지만 나라도 그건 걱정된다.

 

“아, 아뇨! 그, 싫은 거나 그런 게 아니라.”

 

꽃비는 내 말을 듣고 당황한 듯 양손을 젓다가 이내 고개를 천천히 떨구었다.

 

“조, 좋아서요.”

 

좋은 게 뭐가 있는 거지.

 

“하찬 오빠 품에 있는 거 같고, 막, 그래요.”

 

꽃비는 부끄러워 죽을 거 같아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어쩐지 나도 따라 부끄러워지는 찰나 흑산이 녀석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보고 있는 게 보였다.

 

“내 밥은.”

 

아까 배고픈 걸 부끄러워 하던 녀석은 사라졌던 모양이었다.

 

“금방 줄게. 꽃비, 너는?”

“아, 전 괜찮아요. 간단하게 먹고 왔어요.”

 

그렇다면야.

나도 아침은 아직이었던 만큼 그릇 두 개를 준비해 탁자에 올려 두었다.

 

그러곤 볶음밥을 담아두자 흑산이가 앞 의자에 앉았다.

그러는 사이 꽃비는 내 침대 쪽에 앉아 있었다.

 

내 침대는 사실 우리 집 오는 사람들의 지정석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빠른 속도로 볶음밥을 비우고 있는 흑산이가 보였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이 녀석 참 잘 먹는다.

 

그런 내 시선을 느낀 건지 흑산이는 밥을 삼키곤 숟가락으로 밥을 펀 채 말했다.

 

“걱정하지 마. 금방 나가줄 거니까.”

 

자기도 눈치 있다는 양 말하는 흑산이를 보고 나는 쓰게 웃었다.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띠리리링~

 

흑산이가 그리 말한 순간 세탁기 쪽에서 때마침 다 된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건조기 남았는데?”

 

내 말을 듣고 녀석은 눈동자를 빙글 굴리더니 이내 다시 밥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대답하기를 포기했군.

 

그래도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보기는 좋았다.

 

“어차피 나도 에바 누나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으니까 데려다줄게.”

“맘대로 하던가.”

 

그녀의 퉁명스러운 대답을 들으며 나는 꽃비 쪽을 보았다.

 

“꽃비, 넌 어떻게 할래?”

“아, 저도 같이 갈게요. 밖에 나갈 때 준비 해온 게 있거든요.”

 

꽃비가 뭔가 자랑스럽게 말해왔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말한 나도 볶음밥을 마저 먹기로 했다.

 

 

 

4

 

그 뒤 나는 꽃비와 흑산이를 태우고 차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차는 설향이 준 차였다.

 

원룸 방에 살면서 이런 차를 타고 있으니 요즘 들어 내가 카푸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집을 옮겨야 할까.’

 

최근 들어 종종 집에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서 그런가.

나는 우리 집이 좁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이야 회사 일로도 충분하고, 어떻게 해보면 투룸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주위 사람들이랑 이야기해 볼까.’

 

이사하기 전에 괜찮은 곳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괜찮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문뜩 내 주위 사람들이 어떤지 망각했다.

 

‘이사에 관해 말하면.’

 

십중팔구 내 상상 이상의 집을 가져올 것 같았다.

 

‘……조용히 혼자 묻어두자.’

 

차만 해도 내 죄책감이 아슬아슬한 수준이니 말이다.

그런 나는 고개를 돌려 옆을 힐끗 보았다.

 

지금 내 옆자리에는 블랙스타 유아인 꽃비가 타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평소와 다르게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고, 눌러쓴 빵모자 아래 겉으로 얼굴형도 이전과는 달랐다.

 

꽃비가 순둥순둥하게 생겼다면 이쪽은 날카롭게 생긴 느낌이랄까.

 

그건 바로 꽃비가 챙겨온 모습을 바꿔주는 물품이었다.

어떤 차원종의 부속품 중 하나인데 일반인이 보기에는 감쪽같이 변할 수 있는 물건이라 꽃비가 웃돈을 주고 구매했다던 모양이었다.

 

“원래 연예인 중에는 이걸 쓰는 사람들이 꽤 되거든요.”

“하긴, 얼굴이 팔리면 돌아다니기 힘드니까.”

“네, 저야 원래 밖에 다니는 일이 헌터 일 아니었으면 없었으니까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구매했어요.”

 

그렇게 말한 꽃비는 입을 가린 채 살짝 부끄러운 듯 웃었다.

 

“하찬 오빠랑 밖에 같이 다니고 싶어서요.”

 

그 웃음을 보고, 나는 어째선가 헛기침이 나왔다.

꽃비의 공세가 가면 갈수록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순진하게 부끄러워하기는 하지만 한 번씩 불쑥불쑥 들어오는 그 모습이 나를 당혹스럽게 하였다.

꽃비는 내 주변에 있는 타입과는 명백히 달랐다.

 

특히 동갑내기인 아유가 장난 많고, 건방진 친구 느낌이라 그런지.

꽃비와 대화할 때는 나는 유달리 유해져 버린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불쑥불쑥 들어오는 순진한 돌직구에 당하는 것 같았다.

 

“꼴값 떠네.”

 

그러자 뒷자리에서 흑산이가 한심한 듯 나를 쏘아보았다.

흑산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언니와 연애하는 내가 어떤 식으로든 안 좋게 보일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흑산이에게 평생 미워 보일 운명인가.

씁쓸하구만.

 

“언제 도착하냐.”

 

그러자 흑산이가 우리 대화하는 걸 더 듣기 짜증 난다는 듯 물었다.

 

“다 왔어.”

 

바로 집으로 돌아가거나 귀환자 협회로 갈 줄 알았더니 흑산이는 구태여 우리를 따라오기로 했다.

아무래도 영계 쪽 차원문은 그녀 또한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점점 백산이 같아지네.’

 

조금씩 세계를 지키고 싶어 하는 흑산이를 보며 나는 말없이 웃었다.

 

“내 얼굴 보고 왜 웃는 거냐?”

 

본인은 짜증만 부리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주차하고, 나는 꽃비와 흑산이와 함께 범의 건물에 들어섰다.

범의 재력을 알려주듯 상당한 크기인 건물에 들어서자 그 안에는 안내 데스크가 보였다.

 

그런데 그 안내 데스크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상당한 덩치의 어깨 형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잘못 들어온 게 아닐까 싶어 바로 돌아설 듯한 광경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니 어깨 형님들의 눈이 갑자기 이쪽으로 향해왔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백산이가 슬슬 거슬린다며 눈살을 찌푸릴 때쯤.

대뜸 그들이 우리 앞으로 모여들었다.

 

“강하찬 형님, 인사 올립니다!”

 

그 순간 내 앞에 그들이 한 대 모인 그들이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흠칫한 내가 두 걸음 물러서자 그들은 내가 말을 해줄 때까지 고개를 숙인 채 허리를 펴지 않았다.

 

무섭다.

다른 의미로 무섭다.

 

중간중간 손님으로 온 듯한 사람들도 좀 있는 것 같았는데.

그들은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다, 다들 허리 좀 펴주실래요?”

 

내가 말하자마자 그들은 즉각적으로 허리를 폈다.

나와 마주한 그들의 눈동자는 여러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주된 감정은 다름 아닌 고마움과 존경심이었다.

 

“큰형님과 큰 누님을 구해주신 일, 전부 들었습니다! 저희가 극진히 모시겠습니다!”

 

목소리부터 어떻게 줄여줬으면 좋겠다만.

 

“이것들이 입구에서 뭐 해!”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에 내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덩치들 사이에 한 사람이 난입했다.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고, 짧은 머리를 뒤로 올려 고무줄로 묶어 놓은 그녀는 덩치들을 발로 차며 밀어내었다.

 

“손님들한테 실례잖아.”

“작은 누님, 강하찬 형님께서 오셔서 말입니다.”

“나도 눈 있거든.”

 

그녀는 덩치들을 못 살겠다는 눈으로 쏘아보곤 나를 돌아보았다.

상당히 표독스러운 눈매가 잠시 나에게 향했지만, 그녀는 곧 싱글생글 웃음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세희 언니 비서로 일하고 있는 임주디라고 해요.”

“아, 반갑습니다. 강하찬입니다.”

“넵, 히히, 세희 언니께 온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바로 안내해드릴게요. 자, 다 비켜.”

 

그녀는 나에게 해맑은 미소를 짓고는 돌아서서 덩치들의 등을 손으로 내려쳐 길을 열게 하였다.

그녀의 손은 상당히 매서운지 덩치 큰 남성들이 맥도 못 추스르고, 전부 길을 터줬다.

 

덕분에 나는 더 이상 시선의 끌리는 일 없이 빠져나갈 수 있었다.

임주디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타자 나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차원종 사이에 있었다면 모를까.

덩치들 사이에 있는 건 심적으로 꽤나 힘들었다.

 

“우리 애들 좀 그렇죠? 다 조폭 같고 말이에요.”

“……아뇨. 다들 듬직하시던걸요.”

“괜찮아요. 그래도 이것도 많이 나아진 거긴 해요. 예전에는 진짜로 심했거든요. 어우.”

“주디 씨는 꽤 오랫동안 범에서 일하셨나 보네요.”

“네, 거의 초창기 때부터 있긴 했거든요.”

 

임주디는 그것이 꽤나 자랑스러운 듯 당찬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보니 에바 누나와 혁서 형이 아랫사람들한테 잘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같은 회사인가.’

 

본인한테 말하면 가족은 무슨이라며 난리 칠 것 같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비출 수밖에 없는 회사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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