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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겜친들이 귀환자인데 집착함 (211)화 (211/249)

Chapter 211 - 211화 해결사가 왔어!

그러다 이내 천천히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저는 신종혁입니다만.”

“영계와 관련된 인물이라는 것은 사전에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령주인 에바 누나가 직접 그를 영계 쪽 인물임을 확신해 주었다.

그를 보자마자 에바 누나의 반응이 바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 말을 듣고 신종혁은 잠시동안 침묵했다.

그러다가 이내 천천히 팔짱을 끼더니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야 그다지 숨길 건 없겠군요. 예, 맞습니다. 저는 영계 출신 귀환자입니다.”

 

지구가 너무 익숙하다는 듯이 움직이는 행동, 말투 등등.

나는 그가 아무리 빙의했다고 하더라도 너무 지구에 익숙하게 보였다.

 

특히 한국 쪽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를 귀환자라 의심했다.

 

“어째선가 한 번도 열리지 않던 영계 쪽 차원문이 지구에 대뜸 열렸더군요. 저는 그 길을 통해서 넘어왔습니다.”

 

귀환자의 귀환 방법은 귀환자의 수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그는 지구에 차원문이 열려 어쩌다 다시 운 좋게 돌아온 케이스였다.

 

“그렇다면 죽음의 신을 원하는 건 차원 이동에 휘말려 사라진 당신의 육체 부활을 원하는 겁니까?”

 

영계 쪽 출신 귀환자라는 것은 곧 영체만이 남은 상태라는 것이다.

아유가 무림 쪽 차원 이동에 휘말리던 당시 육체가 전부 소멸하고, 영혼만 빙의 된 것처럼.

 

그 또한 같은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그가 원하는 것은 자기 육체를 부활시키는 게 아닐까.

 

하지만 나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죽심은 영체로 자기 몸을 유지 시키던 에바 누나의 육체 조각이라도 있지 않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신종혁은 한차례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고작해야 목숨 정도 부지하자고 죽음의 신을 찾느냐는 모습이었다.

 

“내가 아닙니다.”

“당신이 아니라고요?”

“말을 잘못했군요. 정확히는 나만이 아닐 거라는 겁니다.”

 

신종혁은 썩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움직인 일은 아주 작은 빙하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제가 죽음의 신을 찾았던 것처럼 지금 영계에서 넘어온 수많은 녀석이 나와 똑같이 죽음의 신을 찾고 있습니다.”

 

대체 죽심에게 무엇이 있길래 신종혁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죽음의 신을 찾는단 말인가.

 

“이 정도 떡밥을 깔았으면 슬슬 알려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더 이상 말 돌리는 건 이쯤 하라고 내가 그를 쏘아보자 신종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답은 간단합니다. 영체들은 지금 전부 죽음의 신의 힘을 원하고 있습니다.”

 

죽심의 힘은 누군가를 살리는 힘이다.

그것을 영체들이 원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 답은 신종혁이 나에게 내놓았다.

 

“제가 지구로 돌아오자마자 느꼈습니다. 예전 죽은 영체들 다수가 전부 부활한 적이 이 세계에 존재한다고 말입니다.”

 

아무래도 대규모 급속 차원문 당시 사고에 휘말린 이들을 죽심이 부활시켰던 것을 언급하는 것 같았다.

그 흔적이 영체들에는 고스란히 보인다는 건가.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죽심을 떠올렸다.

죽심은 에레보스와도 맞붙을 수 있는 강자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은 모르는 만큼 그녀 또한 위험할 수도 있었다.

변수라는 건 어디에서 불쑥 튀어나와 사람의 목을 옥죌지 모르니 말이다.

 

“영체들은 그 힘을 누구보다 잘 다룰 자신이 있습니다. 제가 향락 씨의 영혼에 최면을 걸어 놨듯이 그들은 죽은 이의 영혼 자체에 깊숙이 최면을 걸고, 그자를 부활시켜 마음대로 할 수 있겠죠. 영체에게는 시간의 개념 따위 없습니다. 사람의 수명은 기껏해야 100년. 딱, 100년만 투자하면 이 세상은 그 영체의 손에 넘어갈 겁니다.”

 

신종혁은 확신 섞인 어조로 그리 말하였다.

100년짜리 계획은 터무니없는 것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죽심의 힘만 있다면 그것이 절대로 불가능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었다.

 

“애초에 간단한 일이죠. 이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들만 끌어들여도 세력 구성 따위 쉬운 일이잖습니까? 자기 마음대로 다루는 수족들이 불사의 군대가 되는 겁니다.”

“피를 볼 작정이라면 100년도 걸리지 않을 거라 이 말입니까.”

“피를 봐도 상관없죠. 죽은 이들은 또다시 죽음의 신의 힘을 쥔 자의 편이 될 뿐입니다. 승리의 결과는 이르든 늦든 결국 정해진 셈이죠.”

“그 힘을 쥐는 순간 세계는 끝이라 이 소리군요.”

“그런 셈이죠.”

 

정답이라는 표정으로 신종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그 끄덕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종혁 씨도 죽음의 신을 찾고 있다고 했죠. 그렇다면 당신도 같은 목적입니까?”

“저 말입니까?”

 

신종혁은 내 이야기를 듣고서는 한차례 웃음소리를 흘렸다.

 

“굳이요? 뭐 하러 그런 짓을 한답니까. 일단은 저도 고향인 지구인데 말입니다.”

“당신은 죽음의 신을 찾지 않았습니까.”

“제가 하려는 건 경고입니다. 정확히는 죽음의 신에게도 알려주는 말이죠. 영체들이 당신을 찾고 있다. 숨던가. 아니면 최소한 대비를 해라. 이런 느낌으로요. 죽음의 신의 힘이 영체에게 넘어가는 순간 돌이킬 수 없을 테니까요.”

“정말로 그거밖에 없습니까?”

 

나는 그의 의중을 확실히 알 필요가 있었다.

그는 지구 출신이다.

그러나 그러기 이전에 귀환자다.

 

기라성과 같이 귀환자 중에는 지구를 팔아서라도 득을 취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런 만큼 나는 그가 그런 부류의 사람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그의 말이 거짓이라면 지금 당장 에바 누나와 함께 전투를 치르게 될 테니 말이다.

그는 나를 한참을 바라보다 이내 천천히 그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더 있긴 했습니다.”

“말씀하시죠.”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이내 답을 주었다.

 

“딸이 한 명 있습니다.”

 

딸이라는 말을 듣고, 우리가 그를 돌아보자 그는 우리 시선을 받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확히는 제 딸은 아닙니다. 친구 녀석 딸내미인데. 친구 녀석이 사고로 죽고 난 뒤 제가 거의 돌봐준 딸애입니다. 그런데 돌아오고 나니 왜인지 S급 헌터의 능력으로 수소문해도 찾을 수도 없더군요. 딸애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이상할 정도로 말소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턱을 쓸어내렸다.

S급 헌터의 능력으로도 정보를 찾을 수 없다라.

 

그 보다 상위의 정보 말소로 떠오르는 건 귀환자 협회밖에 없었다.

 

“그 아이 혹시.”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막연하게 귀환자 협회와 관련 있지 않을까 했을 뿐이죠.”

“꽃비에게 접근했던 이유는 그것도 있었군요.”

 

그와 동시에 왜 우리 쪽과 선뜻 접촉했는지도 잘 알겠다.

귀환자 협회가 만약 정보를 말소한 거라면 귀환자 협회 쪽과 접촉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 거겠지.

 

적어도 딸이 차원 이동에 휘말렸는지 안 휘말렸는지 정도는 확실하게 확인 가능하니 말이다.

 

“제가 할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습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이유가 설명됐을까요.”

“네, 귀환자 협회 쪽에는 딸의 성함을 말씀해 주시면 제가 수소문해 보겠습니다.”

“그거 고마운 이야기군요.”

“그럼 다음 문제를 이야기해 보죠.”

 

일이 일어나는 과정과 그의 목표는 알았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몇 가지 문제점이 더 있었다.

 

“신종혁의 몸과 조이 씨와의 관계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는 신종혁의 몸을 자기 멋대로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영체들이 죽심을 노려 괜히 세계가 엉망이 돼 자기 딸이 살아가기 힘들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곤 해도, 신종혁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그를 향해 물음을 던지자 신종혁은 천천히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좀 말하기 뭐한 상황이긴 합니다만. 사실 저라고 아무 육체나 막 빙의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눈을 깜빡였다.

 

“혹시 신종혁이 빙의를 허락한 겁니까?”

 

신종혁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그런 그의 얼굴에도 살짝 난처한 기색이 더해져 있었다.

 

“빙의를 허락한 게 아닙니다. 비어 있었다는 말이 맞겠죠.”

“그건.”

“신종혁은 제가 빙의 당시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을 때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신종혁은 우리나라에서 자랑하는 S급 헌터 중 한 명이다.

 

그의 육체는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르다.

웬만한 병은 걸리지도 않으며 살인이라면 신종혁 쪽이 했으면 했지, 살해당할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죽어 있었다?

당연하지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잠깐만요. 죽어 있던 당시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 순간 에바 누나가 나 대신 불쑥 튀어나왔다.

한국에서 헌터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그녀다.

 

당연히 신종혁에 관해서는 나보다 훨씬 많이 꿰뚫고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헌터 세계 쪽도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중국 쪽으로 가는 배에 실려 있었습니다. 불법 어선이었죠.”

“중국이라고요?”

 

에바 누나는 눈살을 팍 찌푸렸다.

내가 그녀에게 아는 게 있냐는 듯 보자 에바 누나는 달갑지 않은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중국 쪽 헌터 린이천이라는 자가 있어요. 얼터즈 내에서 4위에 위치하는 그가 최근 얼터즈 내부 소속 헌터들을 차례로 힘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죠.”

“에바 누나, 신종혁도 얼터즈 소속이었지.”

“네, 얼터즈 소속이에요. 린이천이 짜고 있는 계획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걸 어떻게 해보려 한 걸지도 몰라요. 저희야 얼터즈끼리 내부 분쟁이라 손 놓고 있었지만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국내에, 그것도 얼마 없는 S급 헌터를 죽였다.

최근 여러 일들로 인해 이제야 막 헌터 시장이 성장 궤도에 올랐던 한국이다.

그런 한국의 소중한 S급 헌터 한 명이 죽었으니 한국이 절대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한국 헌터 관리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요. 자국의 S급 헌터가 살해당한 만큼 대가를 치르게 하거나 혹은 받아내려고 하겠죠.”

“얼터즈의 내부 전쟁에 한국이 휘말릴 수도 있다는 소리네요.”

“그 말대로예요. 자칫하다간 국가 단위 전쟁이 될 수도 있어요.”

 

헌터는 나라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이다.

당연히 그 자원을 건드리는데 나라가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비록 신선이 일으킨 베이징 사건으로 인해 중국의 헌터 시장이 한풀 꺾였던 적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도 최근에 와서는 거의 다 회복했다.

인구와 땅덩어리라는 폭발적인 자원으로 기어코 헌터의 인원을 복구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베이징 사건 때 살아남은 린이천도 한몫했다.

앞에서 말했듯 헌터 랭킹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는 그는 중국 헌터 시장을 끌어 올린 일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와 한국 관리국이 전면전을 벌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기껏해야 보상금을 좀 받아내고 끝나는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뭐든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법이다.

 

‘최근 헌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만큼 한국에서도 이번 일을 허투루 넘어갈 수 없어.’

 

자국의 헌터가 살해당했는데 그걸 대응도 못 하고, 보상금만 받아낸다면 한국 관리국의 명예가 바닥까지 떨어진다.

당연히 한국 헌터들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관리국을 무시하고, 끝내는 국내 이탈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게 분명했다.

 

한국 헌터 관리국 입장에서도 이번 일은 그냥 손 놓고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생각보다 상황이 더 골치 아파졌어.’

 

세계가 한국을 쉽사리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귀환자 협회의 존재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한국 헌터 관리국이 이번 일에 관해 귀환자 협회에다가 도움을 청한다면 그 또한 헌터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전전긍긍하던 내 어깨 위에 에바 누나가 손을 올렸다.

 

“……도미, 이번 건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눈을 깜빡였다.

해결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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