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27 - 227화 망했네
원래는 자신들의 편이었어야 할 신종혁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얼터즈에서 탈퇴하려 했고, 린이천은 그가 들었을 계획이 바깥에 나간다면 안되는 생각에 그를 죽였다.
그러곤 빠르게 그의 시체를 이송시켰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과정에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번 일은 어차피 헌터들의 일인 만큼 귀환자와 헌터 사이에는 불문율 적으로 각자의 일에 끼어들면 안된다는 규칙이 있다.
그런 만큼 한국의 헌터를 건드렸다고 해서 한국 헌터 관리국이 나서지 귀환자가 나설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국 관리국이 이쪽에 이의제기하도록 하고, 보상을 요구했을 때 차라리 역으로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이 이번 개혁에 개입할 수 없도록 차라리 다른 사건으로 시간을 버는 것이다.
한국 관리국이 이번 사건에 묶이는 동안 자신은 개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그 힘으로 한국을 찍어 눌러 집어삼켜 버리는 것이다.
한국에는 그 유명한 SS급 헌터가 있기는 하지만 이쪽은 아시아는 물론 얼터즈 전체를 먹는다면 그라 한들 별수 없다.
아무리 그가 대단하다 한들 다수를 이길 수는 없는 법.
거기다 한국은 이제 막 성장세를 탄 만큼 섣부른 전쟁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들 쪽 헌터가 소모되는 만큼 한국의 헌터 시장의 성장세가 더 빨리 꺼져 버릴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확실히 상기시키면 SS급 헌터도 한국 사정으로 묶어 버릴 수 있어.’
거기까지 머리가 도달한 린이천은 얼마 후 신종혁과 SS급 헌터가 직접 만났다는 소식까지 전해 들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린이천은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즉시 바로 준비를 마치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미국의 헌터 회사 스타 브릿지.
캡틴 스타를 제거하기 위해 그동안 모아온 정보들을 이미 수두룩하다.
그의 목을 숙청한 다음 이번 정보를 푼다면 개혁파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줌과 함께 서구권까지도 장악이 가능할 것이다.
두 사람의 위에는 제로니와 만바가 있긴 했지만 두 사람이 이번 일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기에 린이천은 서슴없이 스타 브릿지로 공격을 가세했다.
“헌터로 보이는 이들은 전부 죽여도 상관없다.”
캡틴 스타만 죽일 수 있다면 헌터 중에서 감히 자신을 적대할 수 있는 이는 없다.
이번에 스타 브릿지를 직접 습격한 것도 그런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자신을 적대하는 이는 어디에 있다고 하더라도 안전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헌터의 전쟁은 국가 간에 전쟁.
신계 쪽 차원종으로 이미 곤욕을 치른 미국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얼터즈를 캡틴 스타가 죽은 것 하나로 적대하기에는 그들의 사정이 여의찮을 것이다.
린이천의 명령이 내려진 순간 스타 브릿지의 1층 홀 바닥이 박살 나며 린이천의 부하들이 치솟아 올랐다.
“꺄아아악!”
“다, 당신들 뭔가요! 당, 당장 위에!”
일반 직원들이 갑자기 바닥을 뚫고 나타난 그들을 보고, 경악하듯 외쳤지만, 그들은 마취되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기절했다.
돌입을 위해 철저히 준비한 만큼 헌터들을 제각기 능력을 딱 맞춰 사용했다.
“너희는 계단을 맡아라. 입구는 계획대로 죄다 봉쇄해.”
제일 선두에선 린이천은 그런 명령과 함께 건물의 내부 구조를 기억하며 엘리베이터 문을 강제로 뜯었다.
이 엘리베이터는 최상층까지 바로 이어진 엘리베이터였다.
그리고 그러한 최상층에는 캡틴 스타가 있다.
그 사실을 알고 린이천은 도약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통로 벽들을 밟고 엄청난 속도로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 사이 저편에서 전투가 일어난 것을 증명하듯 소란이 들려왔다.
스타 브릿지 소속 헌터들과 부하들이 맞붙고 있는 소리였다.
시선은 저쪽에 확실히 끌렸다.
그것을 확신한 린이천은 중간에 길을 막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부숴버릴 작정으로 허리춤에서 붉은 봉을 꺼내는 순간이었다.
투둑!
무언가 끊겨 나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린이천이 뒤늦게 고개를 든 순간 로프가 끊어진 엘리베이터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허?”
뜬금없이 끊어져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보고, 린이천은 눈살을 찌푸림과 함께 그 즉시 봉을 빙글 돌렸다.
고작해야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정도로 S급 헌터인 그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차원종 소재로 된 그의 여의봉이 그 순간 급격하게 부풀어 오름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향해 치솟았다.
콰앙!
그리고 엘리베이터와 부딪친 순간 엘리베이터의 바닥은 물론 천장까지 통째로 박살 내며 뚫어 버렸다.
그 광경을 본 린이천이 엘리베이터 바닥과 천장을 그대로 지나치려는 순간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쪽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붉은색 번개를 몸에 두르고 그런 번개로 이루어진 검을 한 자루 쥔 남성은 린이천과 눈 마주치자마자 미소 지었다.
“반가워.”
그리고 붉은색 섬광이 번쩍였다.
콰아아아아아앙!
날아든 섬광이 그쳤을 때 린이천은 엘리베이터 아래쪽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한 순간 흐려진 시야를 재빨리 되돌리며 그는 이를 아득 깨문 채 벽면을 사이에 여의봉을 세움과 함께 멈춰 섰다.
“……붉은 번개.”
린이천은 방금 본 붉은 번개를 되새김과 함께 한 사람을 떠올렸다.
“붉은 기린.”
한국 출신 SS급 헌터 강하찬.
뚫린 엘리베이터의 바닥 사이로 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자 린이천은 숨을 가볍게 삼켰다.
이미 소문으로 충분히 들은 바는 있었지만, 그의 주위에서 흐르는 기운은 비정상적이었다.
‘무슨 출력이.’
대체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오래도록 헌터 생활을 해왔던 린이천이 보기에도 강하찬의 출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그러는 사이 바깥의 소란이 더 커졌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캡틴 스타를 단시간에 처리 해야 했다.
이렇게 발이 묶여 버릴 수는 없었다.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딱 나타난 거지.’
어디서부터 계획이 엉켜버린 걸까.
그는 만바에게로 향하던 게 아니었나?
한국 헌터 관리국에 사람을 심어 놨었던 린이천의 두 눈이 흔들렸다.
귀환자가 도운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일에 귀환자가 개입된다면 얼마나 골치 아픈지는 귀환자 협회가 제일 잘 알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헌터가 그를 도왔다는 소리인데.
‘헌터라면 설마 하시호?’
그가 공간 이동으로 만바에게 이동했다는 거야 그의 주위에 있는 S급 헌터 하시호의 존재가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만한 거리다.
당연히 가는 데만 해도 상당히 많은 힘을 소비해야 할 테고, 돌아오는데도 똑같이 힘을 소비해야 한다.
린이천도 수많은 공간계 헌터 쪽과 합을 맞춘 적이 있다.
공간계 헌터 중 탑티어인 헌터라도 한국에서 아프리카까지 장거리 공간 이동하려면 중간중간 끊어서 가야 한다.
당연히 그만한 거리를 이동한 만큼 힘을 회복 해야 하고, 좌표도 다시금 확인해야 하니 시간이 배는 더 걸렸다.
‘그런데 만바까지 가놓고서 돌아온 건 물론 미국까지 다시 공간 이동했다고?’
터무니없는 것도 정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규격 외의 능력이지 않은가.
‘공간계 S급 헌터인 거야 알고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강하찬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능력이라면 마음먹는 순간 세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딴생각할 시간 있는 모양이네.”
그러는 순간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샌가 그의 손에 쥐어진 새하얀 총 한 자루를 본 순간 린이천이 오싹한 기운을 느꼈다.
그 순간 린이천의 몸이 갈라짐과 함께 그가 수십 명이 되었다.
순식간에 엘리베이터 통로 안을 꽉 채운 그들을 보고, 강하찬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거칠게 울린 총소리와 함께 붉은색 번개가 통로를 가득 메웠다.
붉은 번개를 향해 린이천의 분신체들이 바로 도약했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콰가가가가가강!
붉은 번개에 휘말린 린이천의 분신체들이 전부 날아가 버리는 찰나 린이천의 본체가 아슬하게 통로를 빠져나왔다.
분신체들은 자신과 동일한 힘과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번개 한 방에 죄다 날아가 버리다니.
저 꼴만 보아도 자신은 그의 상대가 조금도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썅, SS급 헌터?”
린이천은 욕설을 내뱉음과 함께 얼굴을 와락 구겼다.
이건 헌터의 랭크에 갖출 수준이 아니지 않은가.
“으아악!”
그러는 순간 계단 쪽에서 다른 비명이 들려왔다.
거기에는 얼음에 얼어붙은 이가 나뒹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나뒹굴어진 이는 순식간에 공간 이동으로 어딘가 사라져 버렸다.
콰앙!
“으랴!”
그와 동시에 벽 한쪽이 허물어지며 흰수염 고래 수인이 불쑥 튀어나왔다.
개혁파 헌터 한 명의 머리를 손으로 집어 챈 채 등장한 그녀는 린이천을 보더니 자기 옆 머리카락을 사락 넘겼다.
“제천대성, 꼴이 말이 아니네. 우리 하찬 씨가 좀 대단하긴 하지?”
“유우정, 네년!”
“이제 누구를 적으로 돌렸는지 좀 알겠어?”
유우정이 비웃음 섞인 목소리를 내자 린이천이 바닥을 쿠웅 찍었다.
그 순간 그의 분신체가 쏟아져 나오며 바로 유우정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머나.”
하지만 유우정에게 달려들기 직전 그녀의 몸 주위에서 강풍이 불었다.
갑작스럽게 불어온 강풍을 따라 중국식으로 묶은 린이천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동시에 그 강풍의 주인이 누군지 알았던 린이천이 눈을 부릅떴다.
왜냐하면 지금 바람은 바람의 정령이 일으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증거로 유우정의 옆에는 반투명한 모습의 기다란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바람의 정령 실레스틴이 있었다.
“제로니!”
설마하니 제로니까지 강하찬에게 붙었을 줄은 몰랐던 린이천의 눈이 부릅떠졌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건지 강하찬의 주위에 강자란 강자는 죄다 붙어먹었다.
마치, 세상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탁-
그러는 순간 린이천의 등 뒤에서 누가 착지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린이천이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린 순간 거기에는 바즈라를 쥐고 있는 강하찬이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통로를 타고 그가 내려온 것이었다.
“이제 포기하지, 그래?”
유우정의 말을 듣고 린이천이 입술을 달싹였다.
“하, 하하하.”
그러다 곧 그는 천천히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웃음소리를 듣고, 강하찬이 눈살을 찌푸렸다.
“뭐가 그리 재밌다고 웃지?”
“그럼 웃기지 않겠나. 여기에 대체 S급 헌터, 그중에서도 상위인 헌터가 몇 명이나 모였는데.”
“그게 뭐가 어때서?”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거 아니냐는 듯이 묻자 린이천의 손에는 어느샌가 여의봉이 사라진 빈손을 들었다.
“여기 있는 녀석들이 다 죽는다면 내 의견은 확실해지겠군.”
그 말을 들은 순간 강하찬의 눈이 뒤늦게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설마, 너.”
“이제 알았나.”
린이천이 그를 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내 본체가 미쳤다고 여기에 오겠나.”
그 말을 한순간이었다.
건물 전체가 뒤흔들림과 함께 천장 쪽에서 붉은색의 거대한 기둥들이 빌딩 전체를 박살 내며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