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6
삼 주가 지났다.
사부님의 방에서 사형제들에게 당하던 순간의 꿈을, 지난 삼 주간 열댓 번은 꾼 것 같다. 그때마다 식은땀을 가득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두려움에서 분노로, 분노에서 슬픔으로 이어지는 꿈이다.
원래 그날 나와 사부님은 둘 다 죽었지만, 나는 이렇듯 이상한 현상을 겪으며 살아 있다.
결국 남은 건 나뿐이니, 그 꿈에서 깨어나면 사부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훔치게 된다.
적어도 나한테만큼은 자상한 아버지 같은 존재였기에.
진심으로 슬퍼해줄 사람이 나 말고는 거의 없을 것이기에.
서무욱으로서의 내가 감당하고 있는 무거운 감정들과는 별개로, 송유겸으로서의 나는 점점 잠룡관에서의 삶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는 게 괜한 말은 아닌 것 같다. 고작 이십여 일이 지난 것뿐인데도 천마신교의 서무욱으로 살았던 때가, 현실로서는 제법 멀게 느껴지곤 하니까.
삼 주 동안 치료를 핑계로 모든 시간을 거처에서만 보냈다.
교관들이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계반 소속이라 편리한 면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길초량과 송유하가 나를 많이 신경 써줬다.
길초량은 종종 음식을 챙겨다 주고 치료에 필요한 물품과 약도 타다줬다.
그는 삼 주간 내 주된 대화 상대이기도 했다. 그에게서 동부지맹 잠룡관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들을 수 있었다.
길초량에게도 고마운 마음이지만, 더 고마웠던 건 송유하였다.
대부분의 끼니를 챙겼을 뿐만 아니라, 치료도 도맡고, 초반에는 청소와 빨래도 도맡았다.
특히 집안일은 내가 극구 사양했음에도 본인이 하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누굴 닮았는지 이상한 부분에서 고집이 상당했다.
닷새 째 되던 날, 내가 미리 청소와 빨래를 해놓은 후에야 그녀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집을 꺾었다.
알고 보니 원래의 송유겸은 송유하를 ‘누이’라는 호칭으로 부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막내’ 또는 ‘너’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조는 훨씬 더 무뚝뚝했고.
한데 나는 누이라는 호칭을 쓴데다가 어조마저 다정하게 느껴져서 처음에 놀랐던 거였다고 한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계속 누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송유하를 통해서도 송가장에 대한 정보와 가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지난 삼 주간, 혼자 있는 시간에는 거의 회회심공을 운기하며 지냈다.
일단은 체내의 탁기를 빼내는 게 우선이라, 운기를 꾸준히 취하는 와중에도 식단 조절을 병행해야 했다. 그래서 벽곡단 위주의 식사로 바꾼지 오래다.
덕분에 요즘은 개선된 몸 상태를 어느 정도 체감하는 중이다.
처음에 이 몸의 상태를 점검했을 당시에는 몸뚱이가 축축 늘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요새는 그래도 생기를 느낀다.
이전에 비하면 눈도 훨씬 맑아졌고 피부도 좋아진 느낌이며 정신도 또렷해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무공을 배우는 몸 치고는 탁기가 많이 남아 있다.
특히 그놈의 주독이 문제다. 때문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허기진 생활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
* * *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정해진 시간 동안 회회심공을 운기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집 정리를 한다.
이게 새벽부터 아침까지의 내 일과다.
마당에 빨래를 널어놓고 나서 처마 아래의 의자에 앉아 잠시 쉬기 시작하면, 보통 일각(15분) 안에 길초량이 찾아온다.
참고로 길초량도 계반.
즉 그 또한 동부지맹 잠룡관의 한량이자, 자유로운 영혼이다.
나처럼.
길초량이 마당으로 들어서며 인사를 건넸다.
“송 형, 나 왔소.”
“어서 오시오.”
곧 길초량이 내 옆에 앉자 그에게 말했다.
“상처도 거의 나았으니 이제 슬슬 거처를 벗어나볼까 하오. 이곳 잠룡관의 지리조차 기억이 나지 않으니 길 형에게 안내를 부탁하고 싶은데.”
“오! 드디어!”
길초량이 반색하며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내가 안내해드려야지요!”
“고맙소.”
“일단 잠룡관의 곳곳을 쭉 한 번 돌아다녀 보시겠소?”
“굳이 그렇게까지 할 건 없고, 전체적으로 잠룡관이 내려다보이는 장소에 가서 이곳저곳 설명만 해주시오. 아직은 여러 사람들과 마주치는 게 좀 꺼려져서 말이오.”
“아하. 뭐, 그럽시다.”
“그 전에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있소. 서고書庫요.”
내 말에 길초량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 서고라니. 송 형이 서고에 가려 한다니. 허!”
얘가 지금 나 놀리는 거, 맞지?
내가 눈매를 좁혀 보이자 길초량이 말했다.
“아니, 그게······, 송 형은 입관한 후로 단 한 번도 서고 같은 곳에는 간 적이 없었소.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래서.”
아이고, 우리의 대단한 송유겸에 대해 오늘도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일단 갑시다.”
길초량을 따라 마당을 벗어났다.
양 다리의 균형이 매우 잘 잡혀 있고, 보폭도 일정하며, 하체의 중심 이동도 안정적이다. 호흡과 기도 또한 더없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걸음을 옮기는 길초량의 모습이 그랬다.
나는 지난 삼 주간 길초량을 볼 때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눈에 담았었다. 앉거나 일어서는 중에 신체의 무게중심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도.
그 모든 동작들이 항상 자연스럽고 일정하며 안정적이었다. 지금의 걷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무리 봐도 고수.’
흑풍대원이었던 시절 나는 일류고수였다. 흑풍대 자체가 일류고수 이상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하루 종일 일류고수들과 뒤엉켜 살았다.
사부님의 제자가 되고 나서는 주변에 보이는 이들 대부분이 천마신교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었다. 일류고수 중에서도 최상위 실력자들, 절정고수들, 나아가 최절정 고수들까지.
나 또한 사부님의 제자가 된 후로 오 년차에는 절정고수의 경지에 올랐다.
그뿐인가. 나를 가르쳐준 분은 천하제일인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고수들의 느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몸뚱이가 담고 있는 공력이 워낙 하찮아서 정확도는 약간 떨어질 테지만, 고수를 느끼는 감각만큼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이다.
안력이 아닌 안목 또한 여전히 서무욱 시절의 안목이고.
‘일류고수 중에서도 최소한 중간 이상.’
이게 바로 길초량이 걷는 모습까지 제대로 확인한 내 결론이다. 이전부터 감각적으로 그가 일류고수 이상일 것이라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계속되는 걸음걸이까지 확인해보니 범위를 좀 더 좁힐 수 있었다.
길초량의 나이는 스물한 살.
저 나이에 최소한 일류의 중간 수준이니, 그야말로 대단한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저런 뛰어난 후기지수가 계반에나 머물고 있으니, 천마신교에도 그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의문이다.
저 실력이면 최고반인 갑반甲班도 거뜬할 텐데, 왜 꼴찌반인 계반에서 한량 놀이나 하고 있는 걸까. 무슨 사정이 있기에.
하여튼 백도 놈들 중에도 희한한 놈들이 많단 말이야. 저런 자들 때문에 천마신교가 백도의 드러난 전력만 보고 쉽사리 쳐들어오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품고 있는 의문들에 대해 길초량에게 모르는 척, 에둘러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중요한 건 내가 그의 경지를 알고 있다는 점이지, 그의 속사정이 아니니까.
그의 속사정에 대해서는 좀 더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진 후,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물어봐도 될 테니까.
“아, 참! 송 형, 그런데 무슨 책을 보고 싶어서 서고에 가려는 것이오?”
“일단은 무슨 책들이 있나 둘러보고 싶소. 그래도 이곳 잠룡관이 백도의 후기지수들을 교육시키는 기관인데, 서책도 다양하게 소장되어 있을 것 아니오.”
“그렇기는 한데······.”
“왜, 뭐 문제라도 있소?”
“이게, 다른 지맹의 잠룡관들도 마찬가지지만 이곳에도 서고가 총 세 곳 있소. 각각 제일서고, 제이서고, 제삼서고요. 한데 서고마다 반별로 출입제한이 있소. 서적 공개 등급이라고도 할 수 있소. 제일서고는 ‘갑을병정’ 반에 속한 관도들까지만 입장이 가능하고, 제이서고는 ‘무기경신임’ 반에 속한 관도들까지 입장이 가능하오. 전 관도가 제한 없이 입장 가능한 곳은 제삼서고 뿐이오.”
그 말을 들은 나는 눈매를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길 형의 말인즉, 우리 같은 계반 관도들이 입장할 수 있는 곳은 제삼서고 뿐이라는 뜻이구려. 제이서고라도 이용하려면 최소한 계반은 벗어나야 한다?”
“······그렇소.”
이건 천마신교의 정보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
“하면 서고마다 어떤 차별이 있소?”
“일단 시설 수준이 다르고 공개되는 서책의 가짓수도 다르오. 사실 우리도 계반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무공만 갖춘 채 일정 수준의 출신내력 심사만 통과해도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바로 계반이잖소. 그렇다 보니 계반의 관도들에게는 어느 정도 제약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 같소.”
어느 정도의 신분만 보장되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계반이니, 그게 악용되지 않게끔 제한을 뒀다는 뜻이었다.
길초량의 말대로라면 제대로 된 서고는 제일서고 정도라고 봐야 한다. 갑을병정 반에 속할 정도면 웬만큼 알만한 신분의 관도들일 테니까.
백도인의 입장에서, 또 잠룡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이해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길초량이 내게 물었다.
“주로 보시려는 게 무공서적들이오?”
“그렇소.”
“그나마 다행이구려. 우리가 가려는 제삼서고에는 다른 분야의 서책들은 없소. 무공서적들과, 무공 공부 및 수련에 관련된 서적들밖에 없소. 관련 서적은 이를테면 기초의술 서적 같은 것들 말이오. 제삼서고의 무공서적들은 무림맹에 속한 수많은 세력들이 완전공개를 허용한 것들뿐이니 큰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을 거요.”
무공서적을 연구하러 가는 게 아니니 기대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다만 그 앞의 말이 거슬렸다.
무공서적들과 그에 관련된 서적들만 있다고?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
계반 따위의 무공 수준에서는 일반교양이나 지식 등은 사치라는 거야?
제삼서고의 입구로 들어섰다.
사서인지 관리자인지 모를 삼십대 중후반의 사내가 의자에 몸을 파묻고 양발을 책상 위에 올린 채로 우리를 맞았다.
피곤함에 찌든 하품을 하면서.
“어우, 죽겄다. 어제 너무 달렸어. 으으으.”
사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놈에게서 진한 주향이 풀풀 난다.
이 몸이 여전히 남아 있는 주독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탓에, 지금은 술 냄새만 맡아도 징글징글하다.
사내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보았다.
술도 많이 마셨을 뿐만 아니라 잠도 별로 못 잤는지 눈알의 흰자가 시뻘겋다.
전체적으로는 놈의 주변에 한심한 공기가 가득한 느낌이다.
“한 명은 그나마도 낯이 익은데 한 명은 처음 보는 것 같군.”
“저는 일 년 전쯤에 왔던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도 두어 번 뵈었고요.”
“그래. 그러니 그나마 낯이 익은 거겠지.”
길초량과 짧은 대화를 나눈 사내가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서류철을 펼쳤다. 표지에 출입대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반, 연차, 이름.”
나를 보며 말하기에 먼저 대꾸했다.
“계반. 이 년차. 송유겸입니다.”
그러자 사내가 다른 두꺼운 책자를 펼쳐 뭔가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내가 말한 내용을 출입대장에 적었다. 아마도 두꺼운 책자는 관도들의 명부인 듯했다.
사내가 고개를 들어 길초량을 바라보자 길초량이 말했다.
“계반. 사 년차. 길초량입니다.”
그 말이 끝난 순간 나는 눈을 크게 뜨며 길초량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 년차아?”
길초량도 이삼 년차쯤 되겠거니 여겼었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고 본인이 얘기하지도 않기에 그런 줄 알았다.
잠룡관의 정상 이수 과정은 사 년.
한데 관도 본인의 선택에 따라 육 년을 채울 때까지는 더 머무를 수도 있다. 반대로 개인 사정상 사 년보다 더 빠르게 출관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지금이 가을이니 이(二)학기다. 겨울이 되면 이번 연차가 끝난다. 즉, 길초량의 정상 이수 과정도 끝나는 것이다.
길초량에게 물었다.
“이번에 졸업하오?”
“아니오. 나가도 딱히 할 것도 없고, 잠룡관에 있으면 그래도 밥은 주잖소. 인생에 공짜 밥 얻어먹고 사는 기회가 흔치 않단 말이오. 그래서 최대한 이곳에 머물 생각이오.”
어떻게든 육 년차까지 잠룡관에 빌붙겠다는 의미였다.
야, 이 자식아, 그걸 말이라고 해?
그 무공 실력이면 어딜 가든 공짜 밥은 당연하고 돈도 제법 손에 쥘 텐데?
뭐하는 놈이냐? 넌 대체.
“단순히 궁금해서 묻는 건데, 길 형 혹시 개방 출신이시오?”
길초량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꾸했다.
“지, 지금 내가 거지냐는 말이오? 무, 물론 개방도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방금 말씀하시는 투를 보니 근성이 딱 그 근성 같았소. 그래서 물어본 거요. 아니면 말고.”
감히 이 몸에게 무공 경지를 속이고 있는 점에 대한 소심한 분풀이쯤 되겠다.
내가 그 말을 남기고 먼저 서고의 입구로 들어서자 길초량이 뒤따라오며 중얼거렸다.
“머리 다치고 나서 성격이 안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
“거, 다 들립니다.”
길초량이 서고를 쭉 돌며 구조를 설명해줬다.
한 바퀴 돌고 난 후에 길초량에게 말했다.
“고생하셨소, 길 형. 아까 말한 잠룡관 구경은 저녁때쯤, 해떨어지기 전에 갑시다.”
“알겠소.”
“그 전까지 나는 이곳에 머물며 서책들이나 뒤적거릴 생각이오. 길 형은 어쩌실 거요?”
“예전에 와서 쓱 훑어봤는데, 딱히 관심이 가는 책은 없었소.”
그렇겠지. 그 무공 수준에 굳이 이 거지같은 제삼서고에서 무공 서적이나 들춰보고 있을 필요가 없지.
“하면 길 형은 알아서 개인 시간 보내시오. 이따 해떨어지기 전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면 될 것 같은데.”
“알겠소. 그럽시다.”
곧 길초량이 서고를 벗어났고, 나는 서고를 돌아다니며 책 몇 권을 골랐다.
제삼서고는 건물의 외관도 별로지만 실내 모습도 별로였다.
쭉 늘어선 서가들만 있고, 그 외에는 탁자 같은 것도 없다. 심지어는 조잡한 의자 같은 것도 없다.
즉, 이곳에서 책을 읽고 싶으면 서서 읽거나, 바닥에 주저앉아서 서가에 기대어 읽던가 해야 한다. 그나마 반반한 석조 바닥이라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수준이다.
길초량이 말했던 다른 서고들과의 시설 차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다.
더러우면 승반해서 제이서고에라도 가라고 종용하는 느낌도 있다.
대여는 개인 최대 두 권까지며, 권당 대여 기간은 삼박사일이다. 같은 걸 또 대여하고 싶으면 빌려간 서책을 일단 가져와서 기록을 한 후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계반 관도들을 온전히 믿지 못한다는 느낌을 팍팍 주는, 빡빡한 관리 방침이라고 할까.
예닐곱 권의 책을 뽑아 온 후 서가에 기대어 바닥에 앉았다.
그 후에는 뽑아 온 책들을 대충 펼쳐서 모두 바닥에 늘어놓았다. 그 중 한 권은 대충 펼쳐서 내 다리 위에 올려두었다.
나는 그 무공서적과 무공관련 서적들을 연구할 마음은커녕, 읽어볼 마음조차 전혀 없다. 그렇기에 이건 단지 구실로 삼기 위해 보여주려는 행위에 불과하다.
내가 익히려는 무공은 당연하게도 사부님한테서 배운 무공들이다.
사부님 본인이 마기를 벗어나는 경지에 접어들어, 마공의 한계를 넘기 위해 창안한 무공들이라서 무속성이다. 그걸 내게 가르쳐주셨던 거고.
한데 기억을 잃었다는 놈이 아무런 과정도 없이 그런 무공들을 익혔다고 하면, 그건 누가 봐도 이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때문에 뭐라도 대충이나마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이러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했다는 구실 같은 것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태로 멍하니 있을 생각은 아니고, 운기조식이나 취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어차피 이 몸이 보유한 공력이 워낙 하찮다 보니, 운기를 취한다 해도 남들에게는 모기만한 기운 밖에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귀엽거나 가소롭게 느껴지는 수준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