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7화 (7/416)

내 안에 마교있다 7

「내가 마기를 벗는 경지에 진입하고 나서 돌아보니, 본교의 모두가 너나할 것 없이 다들 마공에만 지나치게 연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더구나.

그중 가장 강력한 게 천마의 무학인지라 제자들도 다른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것만을 익히려 한다. 이러니 모두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늘 똑같은 것만 답습하게 되는 게지. 그 모습들이 안타까웠다.

해서, 그간 연구했던 수많은 무학들 중에 몇 가지를 조합하고 치밀하게 보완하여 새로운 무공들을 완성시켰다. 지금의 경지에 접어들어 마공의 틀에 연연하지 않고 만들었기에 마기도 없다. 즉 무속성이라 할 수 있지.

이 무공은 천마의 무공이 아니라 나 혁련총 개인의 무공이니, 오직 네게만 전할 것이다. 네 입장에서는 일견 실험 대상이 된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앞서 말했듯 나는 이 무공이 천마의 무공을 능히 뛰어넘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느니라.」

자신이 창안한 무공에 대해 소개하기 직전에 사부님이 하셨던 말씀이었다.

사부님이 창안한 무공은 총 세 가지였는데, 그 중 두 개가 심법이고 하나는 무공이다.

어차피 심법을 둘 다 배울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하나의 심법만 배웠고, 그것과 함께 무공을 배웠다.

천섬무天閃武.

무공명에서도 알 수 있듯 주된 묘리는 ‘섬’에 있다. 즉, 기본적으로 속도의 흐름을 우선시하는 무공이다.

무기에 구애받지 않으며, 심지어는 보법과 신법도 저 무공의 묘리 안에 다 있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 무공을 발현하든, 이름은 필요에 따라 대충 ‘천섬’만 붙이면 된다.

가령 검이면 천섬검법, 권이면 천섬권법, 보법이면 천섬보, 신법이면 천섬비 같은 식이다.

세세한 이름 같은 건 딱히 상관없고, 창안자인 사부님조차도 중요시하지 않으셨다. 당시에 친히 예까지 들어주셨다. 신법 같은 경우 ‘천섬비’가 아니라 ‘천섬신법’이 되든 ‘천섬풍’이 되든 그게 뭐가 중요하냐면서. 이름으로 구분만 되면 된다면서.

가르치는 인물이 천마가 아니었으면 삼류 무공 판매 사기꾼 정도로 오해받을만한 발언이긴 했다.

천섬무의 초반 성취는 쾌의 묘리가 중점이고, 중반 성취는 강유상겸(강함과 부드러움이 자유롭게 변환됨)의 묘리가 중점이며, 후반 성취는 섬의 묘리가 중점이다.

한데 이 천섬무는 묘리를 터득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게 유일한 단점이다. 수련 초반에 사부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절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워서, 천마신교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 성취는 초중반에 머물러 있었다.

회회심공回回心功.

이 개 같은 심법이 바로, 사부님이 창안한 두 개의 심법 중에서 내가 배운 심법이다.

역시나 이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며 대충 붙인 명칭이라고 하셨다. 그냥 회회심법이든, 회회기공이든, 회회심결이든 나 편한 대로 부르라면서.

처음 제자가 되었던 그 날, 사부님이 심심할 때마다 익혀두라고 했던 바로 그 심법이기도 하다.

회회심공은 일단 운기조식으로 모이는 공력의 양, 즉 축기蓄氣의 양이 다른 심법들에 비해 평균 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회심공에는 세 가지의 장점이 있다.

첫째, 회회심공은 내공의 경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천마신교에서 지낼 당시에 사형제들이 내 경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이었다. 검마, 비마 장로의 경우에는 천마신교 최고의 고수들이니 그나마 내 경지를 알아봤던 것이고.

둘째, 회회심공은 운기조식으로 인한 자가 치유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덕분에 머리의 상처도 금세 회복됐었다. 치료를 도맡았던 송유하가 놀랄 정도로.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굳이 이 심법을 익힐 필요가 없다.

내공 경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도 좋고, 자가 치유 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도 좋지만, 심법은 무엇보다도 축기 능력 자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회회심공은 운기에 의한 축기 능력이 평균 이하니까.

한데 그 부분은 개 같은 세 번째 장점으로 인해 보완된다. 보완 되는 수준이 아니라, 축기 능력이 대폭 상승한다.

회회심공은 통각痛覺을 체내의 잠력으로 바꿔준다.

그 후에 운기를 취하여 체내에 쌓여 있던 잠력을 공력으로 변환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내가 회회심공을 개 같은 심법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그 부분에 있다.

사부님은 이 회회심공 수련을 핑계로 항상 나를 복날 개 패듯 두드려 패셨다.

내가 볼 땐 분명 즐기셨다.

실제로 그 후에 사부님은 정신적 고뇌를 싹 날려버린 듯, 항상 후련한 표정이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부님이 회회심공을 급조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항상 품었었다. 흑풍대원 중에 서무욱이라는 놈의 맷집이 좋다는 소문을 미리 접한 후에 말이다.

참고로 아픔을 느낀다고 해서, 그게 그냥 체내의 잠력으로 쌓이지는 않는다.

아플 때 속으로 구결을 읊어야 한다.

그럴 때만 고통이 잠력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때문에 지독한 고통을 느끼는 와중에도 입 밖으로 욕을 내뱉기는커녕, 속으로도 욕을 못한다.

빌어먹을 놈의 구결을 외워야 하기 때문이다.

수련 초반, 사부님은 구타를 시작하기 전에 내 맥을 확인하고, 구타가 끝난 후에 다시 맥을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었다.

실제로 고통스러워서 구결은 읊지 않고 속으로 사부님과 회회심공을 욕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에 운기를 취해보니 쌓여있는 잠력이 없었다.

「읊으라는 구결은 안 읊고 속으로 욕했지, 이놈아? 고얀 놈 같으니.」

그래서 이후부터는 욕조차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구결을 읊었다. 맞아서 아프기만 하고 말짱 헛일로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수련 당시, 회회심공이 가진 탁월한 치유 능력으로 인해 타박상은 금세 회복이 되었고, 그러면 나는 또다시 사부님한테 구타를 당했다.

이 개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삶이었지만, 효과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천마신교 시절에 내가 사형제들의 경지를 금세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회회심공 덕분이었으니까.

미래에 나는 꼭 제자를 들여 이 회회심공을 전수해줄 생각이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즐겁고 후련하며, 배우는 입장에서는 공력이 빠르게 쌓이니, 이 얼마나 훌륭한 심법인가.

반드시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 보고야 말 것이다.

본디 새로운 무공을 배울 때는 해당 무공에 적응하는 일이 어렵다.

무공의 이치, 발현 방식, 운용 방식 등을 파악해야 성취의 효율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난해한 무공일수록 적응 단계에서의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린다.

천섬무와 회회심공 모두 난해한 무공에 속하지만, 내 경우에는 한 번 가본 길이다.

초반에 적응기를 가질 필요가 없으니 과거에 비하면 성취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쉬운 건 시작 단계에서의 공력이 너무 적다는 정도.

결국 초반에는 천섬무보다는 회회심공 위주로 익혀야 하고, 회회심공의 그 개 같은 장점도 확실하게 이용해야 한다.

한데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혼자서 자해의 방식을 써가며 회회심공의 개 같은 장점을 살리고 싶지는 않다.

천마신교에 있을 당시에도 해봤는데, 정신 건강에 매우 좋지 않았다. 하루하루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느낌이었다. 주화입마가 걱정될 정도로.

그래서 이 부분은 다른 대책을 궁리 중이다.

어쨌거나 나는 한동안 얼마 안 되는 공력으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이곳이 잠룡관이긴 하나, 무인인 이상 항시 위기 상황을 각오하며 살아야 한다.

때문에 지금의 미미한 공력으로나마 어떻게든 천섬무를 운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내는 일 또한 현재의 내 과제라 하겠다.

* * *

길초량과 함께 적당한 봉우리에 올라 잠룡관을 살폈고, 대강의 위치를 기억한 후 내려왔다.

봉우리에 오르내리면서도 길초량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는데, 그는 역시 내가 예상하는 경지의 고수인 게 확실해 보였다.

비탈을 내려와 길초량과 함께 거처를 향해 길을 걷는데, 저 앞쪽에서 마주 걸어오는 몇 사람이 보였다.

“송 형, 그간 송 소저 외에 가문의 다른 형제들은 거처에 찾아온 적이 없었다고 했지요?”

“그렇소.”

“당연히 그 형제들에 대한 기억도 없으실 테고.”

“그렇소.”

“하면 이게 기억을 잃은 송 형의 입장에서는 다른 형제와의 첫 대면이 되겠구려.”

“예······?”

되묻는 와중에도 나는 전방에서 다가오는 이들을 주시했다. 길초량의 말인즉 저 중에 내 형제가 있다는 뜻이니까.

다가오는 이들은 네 명의 청년.

길초량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중에 송 형의 아우인 송유상 공자가 있소. 누군지 알 것 같소?”

송유겸과 많이 닮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닮은 느낌을 주는 청년이 있기는 했다.

“맨 오른쪽이오?”

“오호! 사실 송 형과 송유상 공자는 닮은 느낌이 많지 않아서 못 맞출 수도 있겠다 싶었소. 한데 맞추는 걸 보면 역시나 혈통간의 이끌림이라는 게 있나 보오.”

“혈통 간의 이끌림은 무슨. 저 중에서 가장 닮지 않은 사람부터 소거법으로 골라낸 것뿐이오. 세 명만 골라내면 되니 금방 끝난 거고.”

잠시 후, 우리는 그들과 마주쳤다.

대여섯 걸음을 사이에 두었을 때쯤 송유상이 발걸음을 멈추며 나를 향해 말했다. 경멸감이 담긴 미소를 지은 채였다.

“어이쿠, 이런 영광이! 우리 가문의 보배인 작은 형과 이렇듯 마주치게 되다니!”

지난 삼 주간 송유하와 길초량을 통해, 평소 다른 형제들이 송유겸을 어떻게 대했는지 충분히 들은 터였다.

송유겸은 잠룡관에서 송유백이나 송유상과 마주치면 대충 인사만 건넨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고 했다. 저런 식의 비아냥거림을 대충 참아가며.

그래서 멀리에서 형제들이 보인다 싶으면, 아예 미리부터 피하기 일쑤였다고도 들었다.

이렇듯 송유상과 처음으로 대면해보니 그 이유를 단번에 알 것 같았다.

송유상의 옆에 있는 청년이 길초량에게 말했다.

“계반의 전설이신 길 공자도 오랜만이오.”

십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길초량을 향한 그의 표정과 어조에도 조롱이 담겨 있었다.

“하하. 오랜만이오, 왕 공자. 구 공자와 양 공자도.”

송유상의 옆에 있는 자가 왕가인 듯했고, 그 왼쪽이 구가, 맨 왼쪽이 양가인 모양이었다.

“두 분은 언제 봐도 항상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여서 참 좋소.”

“잠룡관에서 가장 속편한 분들이시지.”

각각 구가 놈과 양가 놈의 말이었다.

비아냥거리는 꼴이 영 거슬린다.

어쨌거나 저쪽의 동행들도 셋 다 송유상 내지는 나와 비슷한 연령으로 보였다.

송유상을 포함한 네 놈 모두, 내가 판단하기에는 이류 수준이다. 굳이 그 이류 안에서도 수준을 나누자면 놈들 모두 중간의 살짝 아래 정도로 보였다. 더 아래인 놈도 있고.

송유상이 경반이라고 들었는데 일행들도 엇비슷한 수준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놈들아, 적어도 길 형한테는 적당히 까불어.

지금 니들은 호랑이 앞에서 으스대는 토끼 네 마리나 다름없다고.

“하하. 자고로 몸 건강하고 정신 건강한 게 최고라오.”

관대한 호랑이가 여유롭게 대꾸했다.

토끼 네 마리의 표정에 비웃음이 가득하다.

그걸 보고도 관대한 호랑이는 속 좋은 미소나 짓고 있다.

뜻하지 않게 백도의 삶을 살다 보니 이런 경험들을 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마신교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저 이류 찌끄레기들은 지금쯤 ‘일류고수님’에게 신나게 얻어터지고 있을 것이다.

고수를 못 알아보고 까불다가 당하면 주변의 동정도 못 얻는다. 얻어 터져도 싸다는 분위기라고 할까.

그런 일이 벌어진 적도 없고 체계상 그런 일이 벌어질 일도 없지만, 설령 구대가문의 후예가 당했다고 해도 예외는 없다.

그 일로 구대가문의 후예가 해코지를 하려 한다는 증좌만 확보돼도, 조사를 거쳐 천마령에 의한 엄벌에 처해지니까.

‘한데 백도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구나.’

각각의 가문이나 사문과, 그 사이의 알력 관계와 배분 따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이겠지.

송유상이 내게 말했다.

“아, 참! 이것부터 물어야지! 막내한테서 듣자하니 머리를 크게 다쳐서 기억을 잃었다던데, 내가 누군지 기억은 나시오?”

“안 나오. 다만 귀하가 내 아우라는 건 방금 길 형한테서 들었소. 누이를 통해 내 가족 관계에 대해서도 들었고.”

“허어! 귀하라니.”

송유상이 그런 반응을 보이자, 그의 옆에 있던 왕가라는 놈이 내게 물었다.

“둘째 송 공자, 그럼 우리도 기억이 안 나시오?”

“안 나오.”

내가 대꾸하자 왕가 놈과 구가 놈과 양가 놈이 차례로 놀란 반응을 보였다.

“허!”

“이런 일이 진짜로 벌어지기도 하는구려.”

“진짜 기억을 잃은 거요? 장난치는 게 아니고?”

그러자 송유상이 그들을 향해 대꾸했다.

“장난일 리 없잖소. 작은 형이 내 앞에서 멀뚱멀뚱 이러고 있는 것만 봐도. 예전 같았으면 대충 인사를 주고받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이미 주춤주춤 멀어지고 있었을 것 아니오.”

“하긴, 그건 그렇지.”

왕가 놈의 대꾸였다. 다른 놈들도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게다가 말투나 표정이나 눈빛도 확연히 다르고.”

송유상이 덧붙이자 놈들이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내게로 고개를 돌린 송유상이 눈매를 잔뜩 찌푸린 채로 입을 열었다.

“막내한테서 대강의 자초지종은 들었소. 실족하여 소옥지에 거꾸로 빠져 그렇게 됐다던데? 또 그놈의 술을 처자시고서 그렇게 됐다던데?”

소옥지는 내가 빠졌다는 연못의 이름이다.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기억이 안 나지만, 과정은 귀하가 말한 대로였다고 듣긴 했소.”

“아니, 그게 무슨 추태며 이게 무슨 꼴이오? 아 쫌! 작작 좀 하고 다니란 말이오! 작은 형 때문에 세상 쪽팔려서 살겠소? 아, 그리고 그놈의 말투 좀. 내가 아우라는 걸 들었다면서 무슨 놈의 귀하고, 무슨 놈의 높임말이냔 말이오!”

형제 중 한 명이 그런 꼴로 떨어져서 기억까지 잃었다면, 그래서 동네방네 그 소문이 퍼졌다면, 내가 형제라도 쪽팔릴 것 같긴 하다. 그건 이해한다.

근데 이놈 말하는 싸가지 좀 보게?

흐흐. 귀여운 놈 같으니.

“아우라는 걸 알게 되긴 했지만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초면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말투가······. 하하.”

“보는 나는 답답해 죽겠는데 속도 없이 웃기는? 아유, 진짜. 징글징글하다, 진짜. 화상도 저런 화상······. 어휴우우.”

“그런데 마침 말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차피 내가 기억을 잃은 마당이기도 하니, 앞으로도 귀하를 대하는 내 말투는 이쪽이 더 나을 것 같소.”

“아니, 그건 또 뭔 놈의 흰소리요?”

“귀하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지켜보니 아우라기보다는 윗사람 같고, 나아가 가족이라기보다는 타인 같아서 말이오. 실제로도 그렇잖소? 천리 길도 아니고, 소식을 들었음에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거잖소. 그런 관계를 딱히 가족관계라고 볼 수는 없지 않소? 내가 아무리 한심하게 다쳤기로서니 말이오.”

눈이 커지기 시작한 송유상 놈을 향해 바로 다시 말했다.

“뭐, 바빠서 못 와봤다고 칩시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우연히 마주쳤으면, 몸은 잘 추슬렀냐며 안부를 먼저 묻는 게 정상이잖소. 한데 귀하는 내게 다짜고짜 면박만 주고 있구려. 가뜩이나 남들도 있는 자리인데.”

옅은 미소를 유지한 채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이 또한 정상적인 가족관계라고 보긴 힘들지 않소? 원래 그런 가족이면 그건 콩가루 집안이라는 뜻이니, 그 또한 정상적인 가족이 아니라는 거고.”

유상아아, 이놈아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으니, 이제 그만 연을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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