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37화 (37/416)

내 안에 마교있다 37

그 중 두 개의 기운은 상당히 컸다.

잠깐의 탐색이라 정확하게 추측하기는 어려우나, 그 두 개의 기운은 절정 즈음이다. 최소한이 그렇다.

사파의 저런 놈들이 왜 이곳 삼청산에 있는 건지는 중요치 않다.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다시금 눈을 떴다.

캉! 캉! 카가강! 펑! 퍼엉!

밖에서 강력한 기운들이 수도 없이 격돌하고 있다.

내 옆에 선 두 소녀의 몸이 떨리고 있다.

얘들도 실력자들이라 상대가 강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것이다.

게다가 실전 경험도 없을 터.

실력의 고하를 떠나,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이 상황이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다.

상황이 급박하다고 두 소녀를 답답하게 여겨봐야 도움 되는 건 하나도 없다.

실전 경험이 없는 이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니까.

문 앞이 소란스럽다.

아마도 제갈수광은 이곳의 문 앞을 지키며 싸우는 중인 모양이다.

밖의 움직임들에 주의를 기울인 채, 나는 두 소녀의 사이에서 그녀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 후 양팔로 두 소녀의 목을 내 쪽으로 끌어 당겼다.

두 소녀가 놀라며 흠칫한다.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두 소녀에게 속삭였다.

워낙 우리의 머리가 서로 가까워서, 이 거리면 굳이 전음으로 말할 필요가 없다.

“여러 명과 싸우는 것 같은데 저대로라면 우리 교관님, 죽겠지? 웬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강하니까.”

두 소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러면 우리의 미래도 없겠지. 교관님 없이 우리만으로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니까. 어차피 저놈들이 나 정도는 가차 없이 죽일 텐데, 누이들은 살려둘 수도 있어. 이 상황에서 여자들을 살려둔다면 이유는 뭐······, 빤한 거지.”

두 소녀가 몸서리치듯 떨었다.

내 말뜻을 모를 리 없다.

“교관님이 멀쩡할 때 이런 식으로 떨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내 얘기가 현실이 될 거야. 누이들은 그 뛰어난 실력을 갖고도, 아무것도 못해보고 모든 게 끝나는 거지.”

두 소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누이들의 실력을 내가 어떻게 알았나, 언제부터 알았나 하는 것들은 이 시점에서 조금도 중요치 않아. 지금은 오직 살아남는 게 중요하고, 우리가 살려면 저놈들을 처치해야 한다는 사실만 중요하지. 안 그래?”

두 소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다시피 실력 감추고 무공 연원 감춰가면서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어도 될까 말까한 상황이지. 그러니 누이들, 살아남고 싶다면 내 말 잘 들어.”

두 소녀가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는 그녀들에게 몇 가지를 빠르게 얘기해줬다.

곧 두 소녀가 내공을 쓰지 않은 채 은밀하게 창문을 통해 밖으로 벗어났다. 내가 제갈수광에게 쌍검을 던져줬던 그 창문이었다.

줄곧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있었기에 아는데, 나중에는 두 소녀의 떨림도 거의 잦아든 모습이었다.

* * *

검집을 내려놓은 후, 허리춤의 은룡삭을 풀어서 빠르게 왼손에 둘둘 감아쥐었다. 언제든 쓸 수 있도록.

이후에 회회심공을 운용하여 인근의 기운들을 다시 한 번 신속하게 확인했다.

역시나 내 확인 범위 안에서는 제갈수광과 싸우고 있는 인원들이 다였다.

유등을 끈 후, 최대한 기척을 지웠다.

은밀함을 유지하며 반대편 창문으로 벗어났다.

소녀들이 벗어난 창문 쪽은 덜 위험하지만, 내가 벗어난 창문 쪽은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 가깝다.

조금만 방심해도 들킬 염려가 크다.

조심해야 한다.

의복이 금세 비에 젖어갔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포복 자세로 몸을 움직여 전장 근처로 서서히 다가갔다.

서무욱 시절의 실전 경험이 없었다면 결코 이렇듯 따로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상황에서 뭐가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쉽게 당하지 않을 자신도 있다.

은밀하게 전장을 살폈다.

오대 일의 대결이니만큼 제갈수광은 고전하는 중이었다.

의복의 군데군데가 갈라져 있고 상처들도 몇 군데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중상을 입은 게 아니라서, 여전히 쌍검을 맹렬히 휘두르며 대응하고 있었다. 쌍검술의 경지가 딱 보기에도 예사 수준이 아니다.

저 모습을 보니 당장에라도 뛰쳐나가서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두 소녀에게 지시한 게 있으니, 그녀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 *

유은무와 장우혜는 서로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천천히 숫자를 세는 중이었다.

‘삼십오, 삼십육, 삼십칠······.’

송유겸의 지시대로였다.

「도검에 좀 찔리고 베인다고 사람이 죽는 게 아니야. 급소만 피하면 돼. 인지한 순간에 포기하지 말고 급격하게 몸만 비틀어도, 누이들 수준이라면 급소는 피할 수 있어. 그러니 칼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 놔. 그 두려움이 남아 있으면 절대 못 싸워. 어차피 교관님은 의술도 잘 하잖아. 다쳐도 교관님이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믿어야 해.」

무슨 말인지는 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두려움이 완전히 가시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각오를 다지는 데에는 도움이 되고 있다.

‘사십칠, 사십팔, 사십구, 오십.’

마음속으로 오십을 센 유은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장우혜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한 차례 조용히 심호흡을 했다.

「오십을 센 후, 심호흡을 하며 내 지시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 그 후에 움직이는 거야. 일러준 대로 하고 나면 그 다음은 교관님과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이후에는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되, 적들의 공격을 피해야 할 상황이면 무조건 교관님 쪽으로 피해. 그쪽으로 피하다가 설령 몸이 좀 다쳐도 괜찮아. 최종적인 안전지대는 무조건 교관님 쪽이라는 걸 명심해.」

합숙 훈련 때 수도 없이 겪어봐서 잘 안다.

송유겸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믿음이 가게 만드는 사람이다.

스스로 판단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어떻게든 그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 * *

곧, 유은무가 구석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오십을 센 후에 유 매는 고개를 살짝 내밀어서 적들에게 모습을 들켜야 해. 유 매의 존재를 확인하면 적들 중 누군가는 그쪽으로 움직일 거야. 바로 안 움직여도 분명히 언젠가는 움직인다고. 그러니 유 매는 최선을 다해서 방어 준비만 해. 짧은 순간만이라도 최대한 완벽하게 방어한다는 생각으로 절대 내공 아끼지 마.」

그게 송유겸의 지시였다.

아니나 다를까, 적들이 이쪽을 의식했다.

의도적으로 들킨 건데도 심장이 쿵쿵쿵 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은무는 검병(검의 손잡이)을 꽉 움켜쥐었다.

이윽고 교관 제갈수광과 싸우던 인원 중에 한 사람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내공 아끼지 말고, 최대한의 방어식.’

곧 상대방이 모퉁이에 다다랐을 때쯤, 유은무가 준비했던 검초를 쏟아냈다.

선화분영.

일견 차분하고 느린 모양새이나, 실상은 무수한 검의 기운이 일대를 수놓아 거의 검막에 가까운 효과를 낸다.

그게 바로 유은무가 쏟아낼 수 있는 방어식의 최절예였다.

적이 장력을 펼쳐냈다.

유은무는 피하지 않은 채, 장력이 쏟아져 오는 방향을 향해 더욱 두터운 방어막을 펼쳤다.

내공을 아끼지 않았다.

짧은 순간만이라도 최대한 완벽한 방어막을 펼치는 게 자신의 임무니까.

펑! 퍼버벙!

거대한 장력과 조밀하게 수놓인 검의 기운이 부딪치며 그런 소리들이 났다.

* * *

「장 매는 가장 빠른 공격을 준비해. 강맹하게 펼치지 않아도 돼. 무조건 빨라야 해. 유 매를 믿고 오로지 공격만 생각해. 그 한 수에 모든 걸 쏟아낸다는 마음으로 절대 내공 아끼지 마. 기본적으로 저들이 우리보다 머릿수도 많고 전체적인 실력도 높아. 장기전으로 가면 어차피 답이 없어. 내공 아껴봐야 소용없다고.」

그게 송유겸의 지시였다.

처마 위에서 보니 유은무는 예상보다 훨씬 대단한 방어식을 구사하며 적의 강력한 공격을 막아내는 중이었다.

유은무의 방어가 저 정도로 단단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는지, 적도 더더욱 빠르고 강맹한 장법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순간, 장우혜가 딛고 있던 모서리를 박찼다.

장우혜의 신형이 상체부터 사선으로 하강하며, 그녀의 검에 기운이 맺혔다.

섬뢰일검.

지금 장우혜가 펼쳐낼 수 있는 가장 빠른 검초였다.

검경을 쏘아내기 직전에 검에 맺힌 기운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느껴졌다.

‘내공 아끼지 말고, 가장 빠르게.’

쑤욱-

검에 맺혔던 기운이 빠져나가는데, 평소와는 왠지 다른 느낌이다.

평소에는 검에 맺힌 기운이 깔끔하게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뭔가 진득한 게 불쑥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속으로 살짝 놀랐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이 한 수에 담아내야 할 때.

워낙 빨랐던 탓인지, 유은무를 향해 장력을 발출하던 적이 이제야 고개를 들어 자신 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 순간 장우혜는 보았다.

자신의 검에서 빠져나간 기운이, 평소와는 달리 둥글고 작은 환의 형태가 되어 있음을.

그 환이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쏘아져 나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껏 살면서 자신이 펼쳐왔던 모든 섬뢰일검 중에서, 지금 펼쳐진 섬뢰일검이야말로 최고의 한 수임을.

* * *

인간 이하다.

나는 열여섯 살의 이팔청춘 소녀들을 미끼 역할로 썼다.

이건 누가 봐도 인간 이하다.

사실, 미끼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었으면 기꺼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미끼 역할을 한다 해도 두 소녀에게는 마무리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

그러나 내게는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소수와 소수의 싸움.

사대 오의 이 싸움에서 중요한 건, 상대의 머릿수를 하나라도 빨리 줄이는 일이다. 가뜩이나 우리가 사(四)의 입장이다.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에 확실하게 마무리하지 못하면 이 싸움은 장기전으로 간다. 장기전으로 가면 무조건 우리 쪽이 불리해진다.

이렇게까지 비가 쏟아지는 마당이니 남들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다.

즉, 이 상황에서는 두 소녀를 미끼로 쓰는 게 최선이었다.

곧, 제갈수광과 싸우던 한 놈이 반대편 모퉁이 쪽으로 빠졌다.

두 소녀가 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계속 지켜봤기에 안다.

방금 빠진 놈은 두 놈의 절정고수들 중 한 놈이다. 절정고수가 움직인 것조차 내 예상대로다.

유은무에게는 공격을 도외시한 방어만 시켰고, 장우혜에게는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만 시켰다.

두 소녀의 수준에서 절정고수를 상대하며 각자 어설프게 공수를 겸해봐야 씨알도 안 먹힌다. 괜히 절정고수겠는가.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각자가 한 가지씩의 역할만을 확실하게 수행하게 한 것이다.

그러면 통할 수 있다.

아무리 절정고수라도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흑풍대 시절에 나는 일류였고, 그 당시에도 많은 절정고수들을 상대해봤기에 알고 있다.

숨어 있는 내 쪽으로 등을 보이고 있는 놈은 일류다.

몇 걸음이면 닿을 거리인데, 마침 좀 더 가까워졌다.

가뜩이나 놈은 반대편 모퉁이 쪽에 잠시 시선을 뺏겼다.

움직일 때다.

곧바로 천섬무를 일으켜 천섬보를 펼쳤다.

놈이 뭔가를 느끼고 고개를 뒤로 돌린 순간에는 이미, 비룡검이 놈의 등 뒤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푸욱-

좋은 느낌이다.

비룡검이 놈의 심장을 확실하게 꿰뚫은 것이다.

아아아아······!

이 얼마 만에 느끼는 살인의 감각이냐.

어쨌든 한 놈, 잘 가고.

이후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제갈수광을 도와서 이곳에서 싸우는 일이 아니다.

두 소녀를 도와야 한다.

두 소녀가 저 절정고수를 상대하는 데에는 당연히 유효 시간이 있다. 실전경험이 없으니 그 유효 시간은 매우 짧다.

그녀들에게도 말했지만, 지금은 나 또한 실력을 숨기고자시고 할 때가 아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최선을 다해서 해내야 할 때다.

즉, 제갈수광의 반응 따위도 살필 계제가 아니다.

바로 움직여야 한다.

슈슈슉-

나를 향해 검기들이 날아오고 있다.

미안하지만 교관님, 잠시 방패막이 좀 되어 주쇼.

서둘러 제갈수광의 뒤쪽으로 피했다.

채쟁! 챙챙챙!

제갈수광이 알아서 여러 방위를 점하며 나를 보호하는 게 느껴진다.

말을 주고받은 게 아닌데도, 눈빛 교환조차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척척 맞는 이 느낌.

등 뒤로 짜릿함이 전해진다.

최고의 동료들 사이에서만 오가는 쾌감이다.

흑풍대 시절 전장을 누비며 싸우던 나는 이 느낌을 참 좋아했다.

이번에야말로 천섬보를 극한으로 펼쳐야 한다.

현재의 성취로 내가 생각하는 극한의 속도를 내면 공력은 쭉쭉 떨어질 것이다.

방금 전에 일류고수 놈을 죽이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공력의 이 할을 썼다.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에 근접했었기에, 고작 다섯 걸음이었는데도 그 정도였다. 확실히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이곳에서 소녀들 쪽의 절정고수와는 일곱 걸음 내외.

하지만 나는 열 걸음을 갈 것이다.

열 걸음에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일 테니 공력도 더 쭉쭉 날아갈 것이다.

상대는 느리게 하고 나는 빠르게 하는 게 내가 현재까지 터득한 천섬무의 묘리다.

여기서 상대를 느리게 한다는 건 실제로 상대를 그렇게 만든다는 게 아니다. 그렇게 만들 수도 없다.

상대의 동작에 따른 모든 시간을 잘게 쪼갠다는 의미다.

그 잘게 쪼개진 시간 속에 내 쾌가 더 많이 깃들게 해야 한다.

사사삿-

초반 세 걸음에 제갈수광의 주위를 빙글 돌며 일류고수 한 놈의 옆구리를 베었다.

스윽- 촤악!

느낌이 손아귀에 전해진다. 깊다.

내가 떠나도 제갈수광은 삼대 일의 싸움을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서였다.

“큭!”

놈의 신음을 뒤로하며 나는 보법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사사삭-

거리가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와중에, 소녀들 쪽에 있는 절정고수 놈의 옆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소녀들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이 부릅떠지고 있다.

방심했다가 놀랐을 때 짓는, 그런 종류의 표정이다.

한데 내가 매우 잘 아는 얼굴이라 놀랐다.

아까는 숨어 있느라 안법을 쓰지 않았다. 안법을 쓰려면 공력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력으로 안력을 돋운 상태라서 어둠속에서도 제대로 확인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 직후, 내 눈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놈이 발출한 장세掌勢를 뚫고, 하나의 구슬 모양으로 집약된 강력한 기운이, 놈의 가슴께로 파고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놈이 놀라서 쌍장을 교차하며 가슴께를 막아갔다.

콰아아앙!

천둥 치는 소리가 나며 놈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내심 여러모로 놀란 상태였지만 나는 즉시 이를 악물었다.

천재일우의 기회.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내가 놈을 좀 알기 때문이다.

휘청거리고 있는 놈을 낮게 스쳐가며 비룡검으로 놈의 왼쪽 다리를 그었다. 최대한의 속도였다.

순간적으로 내공마저 가득 담았다.

내공을 아낄 상대가 아니다.

스읏-

서걱-

다리 전체를 뼈까지 제대로 벴다.

손아귀의 감각이 말하고 있다.

“크악!”

놈의 비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속도를 유지하며 놈의 후방으로 이동했다.

딱 내가 원하는 위치에 도달한 후, 속도를 살려 반 바퀴 회전을 시작함과 동시에 왼손을 털었다.

왼손에 쥐고 있던 은룡삭이 풀려났다.

속도와 회전력을 그대로 담아, 놈을 향해 은룡삭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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