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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41화 (41/416)

내 안에 마교있다 41

그때쯤 밖에서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내 거처의 방문이 벌컥 열렸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송유하였다.

어지간해서는 저렇듯 호들갑을 떠는 일이 없는 아이다.

그럼에도 저런다는 건 내가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은 탓이겠지.

벌컥 문을 연 송유하가 선객이 있는 걸 알고 잠시 주춤하더니 곧바로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다치셨다면서요! 어떻게 된 거예요? 괜찮으신 거예요?”

“아, 일이 좀 있었어. 좀 다치긴 했는데 괜찮아.”

“괜찮을 리 없잖아요! 복부를 찔렸다면서요!”

차분한 아이가 이렇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인다는 건, 그만큼 놀랐고 그만큼 걱정한다는 뜻이다.

“의원께서도 다녀가셨어. 괜찮을 거래.”

“아아, 정말······! 아아······!”

송유하는 그제야 그나마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송유하가 들어선 후부터 줄곧 경계심 깃든 표정을 짓던 선우린이 말했다.

“되, 되게 친한 사이신가 보다······.”

“역시나 송 오라버니가 얼굴값을 하신다는 거지.”

남궁설도 특유의 반응을 보탰다.

“푸하하하하!”

저 반응을 보니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껏 송유하와 저 두 소녀가 마주친 적은 없었다.

서로를 모르니 저런 오해를 하는 거다.

가뜩이나 송유하는 미모까지 빼어나니 더욱 경계하는 거고.

두 소녀는 내가 왜 웃음을 터트렸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잘 좀 봐봐. 우리, 안 닮았어?”

그 말에 두 소녀가 나와 송유하를 빠르게 번갈아 바라보았다.

선우린과 남궁설의 눈동자가 점점 커져갔다.

“그, 그럼 이 분 소저가······.”

“그래. 내 친누이라고.”

“헉!”

두 소녀가 거의 동시에 헛바람 들이키는 소리를 내더니 곧바로 송유하에게 말했다.

“죄, 죄송해요. 저희가 몰라보고······.”

“송 오라버니에게 장난을 좀 치려던 것뿐인데······.”

약간 당황한 듯했던 송유하가 이내 평소의 어조로 대꾸했다.

“그다지 두 분께서 제게 사과하실 일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는데, 누구냐는 표정이었다.

“전에 내가 얘기했던 우리 조의 계반 조원들이야. 이번에 합숙 훈련을 같이 했어. 신입 관도들이고, 이쪽이 유은무 소저, 저쪽이 장우혜 소저.”

“아, 그 유 소저하고 장 소저시구나. 반가워요.”

“저희들이야말로 반가워요. 송유하 소저가 송 오라버니의 누이시라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처음이라 몰라 뵀어요.”

선우린이 그렇게 대꾸하자 남궁설도 고개를 끄덕였다.

송유하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향해 말했다.

“송 오라버니······?”

“아, 이번 합숙 때 같이 고생하다보니 친해졌거든. 그래서 나도 유 매, 장 매로 부르고 있고.”

“아하.”

그러자 선우린과 남궁설이 차례로 말했다.

“앞으로도 종종 뵙게 될 것 같은데 잘 부탁드려요.”

“저도요.”

“아, 저야말로요.”

송유하가 대꾸하자 선우린이 뭔가를 떠올렸다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저희가 송 오라버니와 매우 친해지기도 했고, 그래서 송 소저와도 계속 뵙게 될 것 같은데, 앞으로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네에에?”

너무 갑작스러웠는지 송유하가 놀란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송 오라버니의 동생이시니 우리가 언니라고 불러도 이상할 건 없잖아요. 저희 둘은 친구이긴 한데, 잠룡관에서는 아직까지 딱히 친한 여관도도 없고 해서요. 송 소저가 선배시기도 하고.”

남궁설의 말에 송유하가 대꾸했다.

“하, 하지만 제가 별로 언니다운 사람도 아니라서······.”

거기까지야, 송유하. 더는 거절하지 마.

얘들 말인데, 보이는 모습과 달리 어마어마한 아이들이야.

얘들과의 친분관계를 네 아버지가 알면, 즉시 발가벗고 춤이라도 출 정도라고.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얘들의 정체도 드러날 거거든.

선우린이 말했다.

“너무 갑작스러우신가 보다.”

“네에. 좀······.”

“우리가 송 오라버니랑 친해져서 그래요. 그러니 앞으로 송 언니라고 부를게요.”

선우린이 그렇게 말하자 남궁설도 한 마디 보탰다.

“저희들, 그렇게 이상한 애들 아니에요.”

“이, 이상하다뇨.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어쨌거나 그게 편하시면 그리 하세요. 제가 부족한 면이 많지만 잘 부탁해요.”

선우린이 미소 띤 채로 말했다.

“저희들이야말로요.”

남궁설도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송유하가 간호하러 온 것을 알고 두 소녀는 내 거처를 벗어났다. 이렇게 되었으니 제갈수광에게 병문안을 갔다가 각자의 거처로 돌아가서 쉬겠다는 모양이다.

걔들도 오늘 하루 큰일을 겪었으니 제대로 쉬긴 쉬어야 한다.

“밝고 명랑한 소저들이네요.”

“응. 지내면서 보니까 좋은 애들이더라고. 잘 지내봐.”

“네. 그런데 다친 데는 정말 괜찮으신 거죠?”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알잖아? 나 튼튼한 거. 밤새서 간호할 정도도 아니야. 그러니 늦지 않게 돌아가.”

“그래도······.”

“가뜩이나 요새 수련 열심히 하느라 힘들잖아. 쉴 때 제대로 쉬어주지 않으면 성취도 더뎌지는 법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라버니가 아프신데, 제 몸 좀 힘들고 제 성취 좀 느려지는 게 뭐가 중요해요.”

“으이그.”

이 예쁘고 기특한 것 같으니.

송유하에게 말했다.

“누이가 밤새 간호해야 할 상황이면 내가 먼저 매달리며 부탁했을 거야.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서 이러는 거야.”

“정 그러시다면······, 알겠어요.”

송유하가 말했다.

“참! 저희 조도 갑을병정 관도들을 제외한 다른 조원들은 다 모였었어요. 며칠간 정해진 시간에 모여서 훈련도 함께 했어요.”

얘가 표정은 별로 없으나, 말하는 모양새를 보니 어딘지 모르게 신난 느낌이다. 오래 봐왔기에 안다.

“오, 그랬어? 혹시 같은 조에 아는 사람은 있었어?”

“네. 길초량 공자님이요.”

그 말에 나는 속으로 놀라는 동시에 쾌재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겪은 일 때문에 나는 현 강호의 여러 위험 가능성들에 대한 추측을 이어가는 중이다.

잠룡관의 뒷산이나 다름없는 삼청산에서조차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또 다른 위험이 언제 어디에서 고개를 내밀지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송유하와 길초량이 같은 조인 것이다. 매우 안심이 될 수밖에 없다.

빼어난 무공을 지닌 길초량은 무림맹의 중요 조직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룡대일 가능성마저 있다.

정보수집, 위기대처, 상황수습 등 모든 면에서 일반 관도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인 것이다.

“잘됐네. 외롭지도 않을 거고.”

“네. 저와 길초량 공자님도 그곳에서 서로를 보고는 신기해했어요. 같은 조로 만나니 더 반갑더라구요.”

“길 형이 아무리 계반이라도 식견이 높고 임기응변도 좋은 사람이야. 조 활동 하면서 뭔가 이상하거나 의문스럽다 싶으면 무조건 길 형 말 들어.”

“네. 그럴게요.”

* * *

송유하를 보낸 후, 누운 채로 아까 있었던 전투에 대해 복기했다.

실전을 치른 후 복기하는 일은 흑풍대 시절부터의 버릇이다.

결과가 좋았다 해도 각 상황마다의 내 판단이나 대처가 과연 최선이었는지에 대해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는 더 나은 전투를 치를 수 있다.

이후에는 아까의 상황을 다시금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육남춘은 우리에게 열심히 사과했지만, 사실 아까의 일은 그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잠룡관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이 아니니까.

책임이 있다면 동부지맹 측에 있다.

한데, 호송 경위에 대해 잘 모르긴 하나, 동부지맹의 입장에서도 다소 억울한 면은 있을 것이다.

동부지맹도 해적 퇴치 때문에 주 전력들이 자리를 많이 비운 상태다. 만약 평소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해적이 출몰한 게 동부지맹 잘못은 아니지 않나.

그곳에 전력을 다수 지원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그렇고.

그 생각을 하며, 아까 우리가 상대했던 사파 놈들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갈 때쯤이었다.

“송 형! 송 형!”

다급함이 깃든 길초량의 목소리였다.

내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저리 달려온 거겠지.

이윽고 길초량이 문을 벌컥 열더니 내 존재를 확인하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여어! 계반의 적폐이신 우리 길 형, 어서 오시오!”

“아닛! 적폐라닛! 너무 심한 말씀이잖소! 기억 잃고 난 후에 다 좋아졌는데, 아무리 봐도 성격 하나만큼은 안 좋아지신 것 같단 말이지.”

말만 보면 책망하는 말이지만, 표정은 농담조다.

누워있었던지라 몸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며 대꾸했다.

“끄응. 하핫. 말이 심했다면 미안하오. 내가 좀 많이 다쳐서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그런가 보오.”

“아, 일어나지 마시오. 안 그래도 송 형이 크게 다쳤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달려온 길이오. 그 상태로 뭘 몸을 일으키려 하시오. 우리 사이에.”

길초량이 내 등을 손바닥으로 받쳐서 도로 눕혔다.

“몸은 괜찮으신 거요?”

“의원이 괜찮다고 하시니 괜찮은 거겠지요?”

“아니 그렇게 다쳤으면서 왜 입원하지 않으시는 거요? 예전에도 그러더니 하여간 입원이라면 질색을 하시는구려.”

그의 말에 미소만 지어 보였다.

길초량에게 말했다.

“누이와 같은 조가 되셨다고 들었소.”

“아. 그렇더구려. 거기서 송 소저를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우리 누이, 잘 좀 부탁드리겠소.”

“부탁은 무슨. 기반인 송 소저에게 계반인 내가 잘 부탁할 일이지요.”

“그래도 여러모로 길 형이 선배시고 식견도 높잖소. 조 활동 할 때 잘 좀 보살펴 주시오.”

“내가 도울 수 있는 주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만약에 그럴만한 일이 생기면 당연히 도와야지요. 다른 분도 아니고 송 소저신데.”

나는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길초량이 내게 재빨리 물었다.

“한데 어떻게 된 일이오? 귀령사객이 호송 도중에 탈주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정도는 대강 들었소. 들어보니 귀령사객에게 조력자들도 있었고 그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 같던데······.”

“나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던지라 정확히 뭐가 어찌되었는지는 잘 모르오. 그때 나는 귀령사객의 소검에 복부를 찔리며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는데, 그 순간에 갑자기 누군가가 내 옆에 나타난 느낌까지만 받았소. 나중에 보니 관주님이셨소. 그 다음은 관주님과 교관님이 알아서 하신 것이오.”

제갈수광이 짜낸 이야기다.

처음에 내 거처에 도착하여 잠시 우리 다섯 명만 있을 때 제갈수광이 그 내용을 얘기해줬었다.

“우리 교관님이 자세히 아실 테니, 더 궁금한 게 있거든 그분에게 가서 물어보시오.”

“아, 알겠소. 한데, 귀령사객 말고 다른 조력자들은 어떤 자들이었소? 몇 명이었소?”

“내가 알기로는 귀령사객 외에는 네 명이었소.”

“아, 조력자는 네 명······. 하면, 대강이나마 그 조력자들의 무공 경지는 어느 수준으로 보였소?”

아하, 이 자식이 지금 내게서 정보를 얻으려는 거구나.

산장에서의 일은 동부지맹과 잠룡관에서 조사에 착수했을 것이다. 조사 결과가 제대로 나오려면 시일이 좀 걸리겠지.

길초량은 무림맹의 중요 조직에 속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정보를 알아내려는 목적일 것이다. 현장에 있었던 나로부터, 더 생생한 정보를.

하면, 내 입장에서는 밝혀도 상관없는 대답들만 해야 한다.

“내가 그런 걸 판별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나, 나중에 교관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나는 거기까지만 말하다가 일부러 멈췄다.

길초량의 얼굴에 궁금함이 더해지는 걸 보며 그에게 말했다.

“아까 우리 교관님과 관주님에게서 들어보니, 귀령사객은 동부지맹으로 호송되던 중에 탈주했다고 하더구려? 탈주를 도운 외부 조력자들이 있었다고 하셨고, 호송하던 무사들이 궤멸됐다고도 하셨소. 동부지맹 측에서 저녁때부터 그 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던데, 그것에 대해 아는 바 있으시오?”

“예? 내가 그걸 어찌 알겠소.”

“숨은 정보통이라고 하셨잖소. 동부지맹 쪽에 지인들이 몇 분 계시다고. 섣달그믐날의 술자리에서 길 형 본인의 입으로 그러셨잖소.”

이 자식아, 정보를 얻어갈 거면 네가 알던 정보도 좀 털어 놔야지? 어딜 일방적으로 꿀꺽하려고 그래?

“하, 하지만 그건 조사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이쯤이면 초동 조사 결과정도는 나왔을 게 아니오?”

그러자 길초량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한데 송 형, 그런 것에도 관심이 있으셨소?”

“원래는 관심 없었소. 한데 그 일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된 거잖소. 어차피 조 활동으로 동부지맹의 일을 하게 될 테니, 나 또한 이런저런 정보들을 어느 정도는 알아 둬야 때때로 참고할 수 있겠구나 싶은 것이오. 배때기에 칼까지 맞고 나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이다.”

“그, 그거야 그러실 만은 한데······.”

수긍을 하는 와중에도 길초량의 얼굴에는 모종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뭔가 아는 게 있으니 저런 고민도 하는 거다.

“왜 그리 자신이 없어 보이시오? 숨은 정보통이라는 말도 그저 호언장담에 불과했던 거요? 내가 억울해서 그러오. 그 일로 죽을 뻔했으니 그 전의 경위를 알고 싶은 거요.”

“으음······.”

이에 나는 누운 상태에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며 말했다.

“에잇. 아파 죽겠어서 잠이나 자야겠소. 가서 그나마 나보다 멀쩡한 우리 교관님에게나 여쭤보시오.”

가서 어디 한 번 물어 봐라.

그 제갈수광이 대꾸해줄 것 같으냐?

“아니면 합숙을 함께 했던 우리 조원들에게 물어보시든가.”

두 소녀 또한 만만치 않을 게다.

하나는 무림맹 집법당주의 맏손녀고, 하나는 남궁세가의 늦둥이 딸내미거든. 걔들이 네 질문에 꼬박꼬박 다 대꾸해줄 정도로 허술할 것 같아?

“아니, 실은 나도 들은 정보가 약간 있긴 한데, 송 형에게 알려주기 싫은 게 아니오. 아무래도 당분간은 비밀유지가 필요한 것들이라서······. 아시잖소. 꾸준히 정보를 받으려면 서로 지킬 건 지켜줘야 한다는 거.”

“이해하오. 그러니 가보시오. 쉬고 싶소.”

내 가차 없는 말에 길초량이 서둘러 대꾸했다.

“알겠소, 알겠소. 뭐, 송 형은 그 일로 인한 피해 당사자기도 하니까······. 하지만 송 형, 절대로 외부 발설은 말아 주시오.”

“뭐, 혈서라도 써드려?”

“아니, 나도 송 형이 그런 거 발설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소. 그냥 신신당부 차원이오.”

이후에 길초량이 본인이 알고 있던 정보들에 대해 얘기했다.

길초량 또한 발설해도 될 것들과 아닌 것들을 구분하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조직의 특성을 알고 있으니 그 정도는 이해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길초량의 정보를 최대한 빼낸 후에야 입을 열었다.

“교관님이 말씀하시길, 우리와 마주쳤을 당시의 귀령사객은 절정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하셨소. 조력자들은 네 명 중 한 명이 절정고수였고, 나머지 세 명은 일류고수들 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수준들이라고 하셨소.”

“아하. 그랬구려. 하면 흉수들은 모두 그곳에서 죽었소?”

“아니오. 절정고수 한 명은 도주했소.”

“혹여 조력자들이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소?”

“아니었소.”

“하면 용모들은 기억나시오? 전투 중에 보셨든 나중에 시체로 보셨든.”

“보았소.”

“기억나는 특징 같은 거라도 있소? 아무래도 절정고수 쪽의 특징이 좀 더 궁금하긴 한데.”

“특징이라······.”

나는 거기까지 대꾸한 후, 잠시 눈을 감았다.

사실, 귀령사객의 조력자들 네 명의 용모를 모두 알게 되었을 때 나는 크게 놀랐었다.

잠시 후에 눈을 뜨고는 길초량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일단 절정이든 일류든, 조력자들 네 명 모두에게 일관된 특징이 하나 있소.”

내 심각한 표정을 확인한 길초량이 급격한 기대감을 보이며 물었다.

“일관된 특징? 무엇이오?”

“넷 다 사내들이오.”

“그, 그게 뭐가 특징이오! 웬만하면 그럴 텐데!”

기대했던 게 억울하다는 듯, 길초량이 표정을 구기며 그렇게 대꾸했다.

그를 향해 미소를 보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넷 다 십대였소.”

길초량의 눈이 급격하게 커져갔다.

그렇지? 너도 이상하지? 나도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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