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58
“사십사 조가 태화지부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서는 나도 소식 들었소. 송 형은 이번에도 상당한 부상을 당하셨다던데······.”
“보시다시피 다 나았소.”
“거, 다치지 좀 마시오오. 뭐,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송 형 다쳤다는 얘길 들으면 내가 너무 염려가 되어서 그러오.”
진심어린 걱정임을 느낄 수 있다.
“염려 끼쳐서 미안하오. 내가 여러 모로 아직 어설퍼서 계속 다치나 보오.”
“그간 암기술 쪽을 연마하셨던 거요?”
당연히 저 정도는 알고 있구나.
“원거리에서 싸우면 더 안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택했던 거요. 그간 우리 교관님이 많이 도와주셨소. 암기술 익히다 보니 안법 수련도 필수였고, 그 외에 신법이나 기본 검술도 워낙 잘 가르쳐 주셨소.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는 실력도 쑥쑥 늘더구려.”
제갈수광이 내게 해준 말이 있으니 일단 제갈수광 핑계를 댔다.
어차피 길초량이 일정 이상은 알고 있다면 그 수준에 맞춰서 밝힐 만큼은 밝혀줘야 한다.
길초량과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신뢰의 영역이 매우 중요하다.
그가 알만큼 아는 상태인데도 내가 너무 감추는 모습을 보이면, 길초량한테서 나오는 정보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서, 이후부터는 굳이 나와 이런 이야기를 나눌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다. 그러면 나만 손해다.
“뭐, 송 형이 그간 얼마나 열심히 무공들을 연구하고 수련했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소.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근래의 송 형이야말로 잠룡관에서 가장 열심히 노력한 관도였소. 그렇게까지 열심히 한데다가 좋은 교관님까지 만나셨으니, 뭐.”
길초량은 그 이상 꼬치꼬치 묻지 않았다.
어차피 본인도 무공을 숨기고 있는 마당이니, 굳이 깊게 파고들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나중에 본인이 변명해야 할 상황을 위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너 이 자식도 나중에 그 무공 실력, 언제 한 번 걸리기만 걸려 봐. 대놓고 캐묻진 않겠지만, 아주 그냥 여러 방향에서 자근자근 압박해줄 테니까.
길초량이 말했다.
“이번의 사파 고수들도 십대들이 많았다고 하더구려.”
“길 형도 아시다시피 나는 이번에도 피해자요. 그 일에 관해 지인 분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 좀 대강 전해주시오.”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이다.
십대들은 산장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이쯤이면 이제 그 사안만 따로 떼어놓고 볼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을 볼 문제다.
때문에 나 또한 무림맹 측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 어떤 대응을 해나갈 계획인지가 궁금하던 차였다.
남궁찬이나 제갈수광에게도 넌지시 물어봤지만 그들은 아직 잘 모른다는 대답뿐이었으니까.
“당시에 송 형도 느끼셨겠지만 놈들의 목적은 태화지부를 파괴하는 일이었던 것 같소. 그러는 김에 그곳에 있는 인원들을 모두 죽여서 한동안 태화지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들고자 했던 모양이오. 큰 그림에서는 무림맹에 대한 도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 같소.”
“도발?”
“그런 식이면 무림맹 측의 처절한 보복이 이어지리라는 걸 그들이라고 해서 모를 리 없소. 그런데도 감행한 것이오. 마치 보복하고 싶으면 제대로 된 토벌 전력을 꾸려서 들어와 보라는 느낌으로. 그러니 무림맹 측에서도 신중하게 대처하자는 분위기인 것 같소.”
현명한 판단이며 당연한 판단이기도 하다.
이전에 관군과 연합하여 산채들만을 토벌하는 일로도 희생이 많았다. 한데 산채가 사파와 연관이 되었다면 더더욱 토벌이 쉽지 않다.
가뜩이나 산채들과 연계된 그 십대들의 무공 수위를 확인까지 했으니까.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서 물었다.
“실종된 요원들을 찾는 일은 어찌되는 것이오? 무림맹 입장에서는 산채 쪽의 도발에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과는 별개로, 실종자들을 찾는 일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하잖소? 한데 내가 알기로는 그 후에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모양새라서 말이오.”
길초량의 기색을 살피며 그렇게 말하다가, 나는 눈매를 빠르게 좁히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상되는 게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 이미 비밀리에 회수 작전이 실행되고 있는 것이오?”
놈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변했다.
“아하. 비밀 구출 작전이 실행되고 있구려?”
“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이건 오로지 송 형이 혼자 추측한 것이오. 아시겠소?”
“알겠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 조금만 더 얘기해 주시오.”
“그, 그 부분은 발설하기가 매우 민감한 문제인데······.”
이에 나는 곧바로 한 손으로는 서탁 위에 있는 종이를 끌어당기고 다른 한 손으로는 새끼손가락을 깨물 기세를 보였다.
의미를 모를 리 없는 길초량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아닛! 진짯! 이제는 아주, 뭔 말만 나오면 혈서 쓸 기세시네.”
“전에 길 형이 알려준 정보들도 내 입에서 발설됐다는 정황, 조금이라도 포착한 적 있으시오?”
“그런 뜻이 아니잖소. 송 형 입이 무겁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소. 전에도 말했지만 그 정도로 기밀 사안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오.”
나는 진지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송 형의 말마따나 태화지부 외각의 요원들을 찾기 위해, 본맹의 최정예 특수 작전조가 이미 투입된 상태요. 아시다시피 성과를 보여야만 의미가 있는 일이라, 일단은 모두에게 기밀로 하고 있는 모양이오.”
천마신교에서 기밀 임무를 수도 없이 수행해봤던 만큼, 저 입장은 당연히 이해가 된다.
“본맹의 최정예 특수 작전조에 기밀 임무이니······, 혹시 그 유명한 신룡대요?”
따로 짐작되는 바가 있기에 한 번 떠본 건데, 길초량의 눈빛이 깊어졌다.
길초량이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잠깐의 침묵이 매우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길초량이 당부하듯 말했다.
“이 모든 건 송 형이 혼자 추측한 것이오. 나는 아무 말도 안 한 것이오. 아시겠소?”
길초량을 향해 한 차례 진지하게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나를 못 믿느냐는 식으로 반응하면 오히려 역효과다.
태화지부에 머물 당시, 나는 본맹에서 온 지원 전력들을 티 나지 않게 유심히 살폈었다.
주 전력이 아닌 수송대 전력 중에 열 개 남짓의 범상치 않은 기운들이 섞여 있었다.
천마신교의 흑풍대와 비견되는 자들이었다. 당연히 신룡대 또는 그에 준하는 최정예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다들 평범하게 행동하고 있었으나, 내 눈에는 따로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
역시 그들이 신룡대였던 거다.
물론 나는 그자들의 생김새 외에도 여러 특징들을 눈에 담아 뒀다. 얼굴 외의 신체적 특징, 병장기의 특징, 행동의 특징 등이었다.
길초량에게 물었다.
“사파의 그 십대들 말이오.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는 것이오? 뭔가 조사된 건 없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곧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오. 그러니 말씀드리는 건데, 그들은 어려서부터 억압적인 환경에서 속성 무공을 쉬지 않고 익혀온 것 같다고 하더구려. 그래서인지 신체에 부담이 매우 많이 누적된 상태라는 모양이오.”
길초량이 말을 이었다.
“감식 결과를 들었는데, 그들은 전투 전에 모종의 약물 따위를 복용하는 것 같소. 몇 시진 동안 공력을 더 활성화시키는 종류의 약물인 모양이오. 폭발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이삼 할 정도는 충분히 증폭되는 수준인 모양이오.”
즉, 우리가 겪은 그 십대들의 무위는 원래 무위에서 이삼 할 가량 잠시 늘어난 무위라는 뜻이다.
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있지만 일단은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을 물었다.
“이번에 그런 십대가 사십 명에 가까웠다고 들었소. 하면 그들 외에도 더 많은 십대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 또한 충분히 할 수 있지 않겠소?”
추측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에 그렇게 물은 것이다.
“이미 수백 명 정도는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대책을 세우는 모양이오. 설마 그럴까 싶기야 하지만, 천 단위가 훌쩍 넘어갈 수 있다는 가정까지도 하는 모양이오.”
무림맹 측에서 저 정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니, 일단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나 무림맹은 무림맹인 것이다.
이후부터는 내 차례였다.
길초량이 당시의 전투 상황에 대해 세세하게 이것저것 물었고, 나는 웬만하면 상세하게 답해줬다.
길초량도 이미 아는 게 적지 않은 입장이니, 내가 어설프게 답해주면 실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대는 상황에 따라 눈치껏 맞춰줘야 한다.
한참 동안 수많은 질문들을 해댄 길초량이 이윽고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당까지 길초량을 배웅해준 후 방으로 돌아와서 잠시 몸을 눕혔다.
그 십대들 생각이 난다.
길초량의 말을 듣고 나니, 이제야 그 십대들이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강함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된다.
속성 무공만을 골라 속성으로 익혔다고 했다.
몸 상태를 돌보지 않은 채 억압된 환경에서 강제로 익혀야 했다면, 웬만한 재능들도 일류의 중후반에 이를 수는 있다.
단, 그 경우에는 한창 때의 젊음이 지나가고 신진대사량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할수록, 빠르게 신체도 약해져간다.
어쨌거나 단시간동안 공력을 증폭시키는 뭔가를 복용하기까지 한다면, 일류의 후반도 충분히 절정의 무위를 보일 수 있다.
다만 그런 종류의 약물이면 후유증도 적잖이 남는다.
한 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후유증은 신체에 계속 남을 것이고, 재차 사용할 때부터는 후유증의 정도도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다. 진원진기에 타격이 갈 수도 있다.
속성 무공을 속성으로 익힌 것만으로도 신체에 부담이 클 텐데, 공력을 증폭시키는 약물까지 쓰면 더 빠르게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사파의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십대들을 완전한 소모품으로 키워낸 것이다.
아까 길초량에게 물어보니 무림맹 측에서도 아직 사파의 배후까지는 특정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조사 중이라고 한다.
나만의 억측대로, 과거에 실종되었던 그때의 아이들이 사파에서 그런 식으로 자라난 거라면, 이건 너무나도 가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파의 배후를 처치하여 근원을 잘라내지 않는 한, 그 십대들이 그전에 해방될 일도 없다. 현 시점에서 배후를 밝혀내어 처치하기까지는 매우 요원한 일이다.
때문에 가엽다 해도 그 십대들을 적으로 상대하는 내 칼끝이 흔들릴 일은 없다.
그 가여움을 생각하여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주는 일 정도가, 이후에도 내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일 테니까.
이후에도 그 십대들과 산채와 해적들에 대해 큰 그림에서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보니 사파와 천마신교와 무림맹 간의 현 정세에 대한 생각에까지 이어졌다.
관련된 수많은 생각들을 떠올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 * *
새벽구보를 하면서 오랜만에 단목세가의 사촌남매와도 재회했다. 단목강에게서 들은 게 있는 모양인지, 나를 보는 시선에 이전보다 더한 호감이 담겨 있었다.
「오라버니를 여러 모로 도와주셨다고 들었지만, 그건 송 공자님과 오라버니 간의 채무관계일 뿐이에요. 저와 송 공자님의 채무 관계는 별개라는 걸 잊지 마세요.」
헤어질 때 단목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 집요한 빚 이야기는 핑계일 뿐이다.
이후에도 본인과의 관계는 좀 더 각별하게 여겨달라는 일종의 부탁인 거다. 그래서 종종 내게 상기시키는 거고.
귀엽긴.
구보를 마치고 나서 호흡을 고르며 천천히 걷는데, 옆에서 송유하가 말했다.
“오라버니, 저 이번 승반 심사는 안 치를까 해요.”
“으응? 왜에?”
자신이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그럴 리는 없다. 심사 같은 건 평소 실력으로 치른다는 게 얘의 지론이니까.
“너무 당연히 승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오라버니 덕분에 공력이 상승되고 나서 수련하다 보니, 저 스스로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게 체감될 정도예요.”
그건 나도 느꼈기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그럼 그냥 가볍게 통과해주면 되는 거 아냐?”
“무반으로 승반하면 큰 오라버니와 마주칠 수밖에 없어요. 큰 오라버니는 우리 집안의 장남인데, 여식이자 막내인 제가 같은 반이 되면 여러 모로 불편한 게 많을 것 같아요. 큰 오라버니가 저를 더 싫어하게 될 것 같기도 하구······.”
“누이가 말하는 모양새가 왠지, 이번에 형이 정반으로 승반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는 것 같네?”
물론 나도 송유백이 승반을 못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얘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얼마 전에 조별 임무 끝나고 와서 큰 오라버니와 마주친 적이 있었어요. 이전까지는 큰 오라버니가 강하게만 느껴졌는데, 이번에 보니 거의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사실 내가 보기에도 송유하가 송유백의 경지를 거의 따라잡은 느낌이긴 하다. 벌써 이런 상황인데, 머지않아 송유하가 아예 앞질러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웃음이 나왔다.
장남인 송유백의 처지를 생각하니 그렇다.
“어차피 무반이든 기반이든 같은 중위반이라 교육 환경면에서 여러 모로 큰 차이는 없어요. 그래서 그냥 기반에서 더 꾸준히 수련한 후에, 올해 말에 정반으로 곧바로 승반하고 싶어요.”
만약 올해 말에 두 사람이 같이 정반으로 승반한다면, 설령 반이 같아도 큰 탈은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송유백 또한 상징성이 있는 갑을병정 반에 들어가는 성과를 낸 거니까. 송가장의 입장에서도 겹경사일 테고.
혹여 송유하만 정반으로 승반하는 경우에는 통쾌한 일이 될 것이다.
그 경우, 송유하에 대한 송유백과 송유상의 시기가 커지긴 하겠으나, 함부로 대할 수는 없게 된다.
두 형제는 반의 등급에서 밀리는 입장인데다가, 그때쯤이면 송천광이 송유하를 더욱 애지중지하게 될 테니까.
“내가 보기에도 나쁘지 않은 생각 같네. 누이 뜻대로 해.”
“그래서 이렇듯 잠룡관에서 오라버니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에는 더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배우려구요. 그러니 제가 너무 귀찮게 군다 싶으면 말씀해 주세요.”
저런 각오라면 오히려 잘 됐다.
산장에서의 일과 태화지부에서의 일을 겪은 후, 그렇지 않아도 송유하를 실전 쪽으로 좀 더 단련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우리조의 부조장인 묘옥련은 정반인데도 실전에 특화된 움직임으로 전투 시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었다.
송유하가 그에 준하는 수준만 되어도 위기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대처는 가능할 것이다.
“절대 귀찮아 할 일 없어. 걱정 마.”
내 대꾸에 송유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저거, 매우 기뻐하고 있는 거다.
* * *
아침 이른 시간부터 계반의 실내 수련장에서 송유하와 함께 수련을 시작했다.
일단 내 회회심공 수련부터 했다.
내 회회심공의 경지도 상승하여 쌓이는 잠력의 한계치 또한 늘어난 상태였다.
송유하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을지 기대하며 시작했는데, 직접 맞아보니 한 대 한 대가 이전보다 훨씬 아팠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체내에 잠력도 빠르게 최대치에 닿았다.
더 놀라운 건 송유하가 공력을 다 소진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세상에······!
얘가 성취가 크게 상승했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오호? 누이, 제법인데?”
속으로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주고 싶었지만, 얘가 들뜰까봐 칭찬의 수위도 조절했다.
이후에는 한동안 계속해서 운기조식을 취하여 잠력을 공력으로 전환시켰다. 이후에도 계속 운기를 취했다. 타박상으로 인한 통증을 최대한 완화시키기 위해서였다.
그 시간동안 송유하도 고천비룡결을 운기했다.
우리 두 사람은 장장 두 시진 반(5시간) 가까이 말없이 운기만 취했다.
적당히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통증이 가라앉은 후, 송유하가 챙겨온 도시락으로 적당히 끼니를 챙겼다.
그쯤 되니 송유하의 공력도 충분히 회복된 상태라, 이후부터는 풍우비룡무를 전수했다.
이전에 가르쳤던 신법을 점검한 후 검법 지도로 이어갔다.
조별 임무를 떠나기 전에 검법의 기본 동작들을 가르쳐줬었는데, 그 수련을 매우 열심히 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이후의 과정으로 나아가기도 매우 편했다.
가르치는 맛이 난다고 할까.
사부님도 내게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싶다.
우리는 오후 늦은 시간까지 수련을 이어가다가 실내 연무장을 벗어났다.
잠시 쉬었다가 저녁 구보를 갈 생각으로 거처의 마당에 들어섰는데, 처마 아래의 의자에 제갈수광이 앉아 있었다.
“어? 교관님. 안녕하십니까.”
“수련하고 오는 길인가?”
“예. 한데 이곳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네게 부탁할 게 좀 있어서.”
부탁?
방학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서의 부탁이라면 설마?
“송구하오나 서고의 임시 관리자 역할이라면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일 아니다. 제자라는 놈이 선생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넘겨짚기는.”
“하오시면 어떤 부탁이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