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67화 (67/416)

내 안에 마교있다 67

문밖에 앉아 있는 두 놈을 향해 다가갔다.

놈들이 나를 보고 일어서더니 한 명이 껄렁거리며 물었다.

“어찌 오셨소?”

이에 나는 빙그레 웃어준 후 빠르게 손을 놀렸다.

퍽! 투둑! 툭!

한 놈은 충격을 줘서 기절시켰고, 나머지 한 놈 쪽은 빠르게 아혈과 마혈을 짚었다.

목소리도 낼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놈을 문 옆에 눕히다시피 기대어 놓은 후, 그 장딴지를 기절한 놈이 베게끔 눕혀 놓았다.

이후에 살며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정우립이 보였고, 건달로 보이는 놈들도 보였다.

건달들은 일곱 명이었다.

약속대로 정우립은 내게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건달 하나가 내게 물었다.

“어서 오십쇼! 뭘 도와드릴깝쇼?”

이에 나는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어 서류를 확인하는 척하며 물었다.

“아, 말씀 좀 묻겠소. 여기 소장이 막새봉이라는 분이시오?”

물론 공력을 이용해 목소리는 변조한 채였다.

“그렇기는 한데······.”

“혹시 계시오? 지금 좀 봬야할 것 같은데.”

“귀하는 누군데 그러시오?”

정체를 묻는다고 곧바로 드러낼 필요는 없다.

“아니, 계시오, 안 계시오?”

일부러 짜증내며 다그치듯 물었다.

그러면서 놈들의 기색을 살폈다.

푸흐흐. 있구나?

“나도 부탁을 받고 왔소. 직접 보고 급하게 전해줘야 할 것이 있소. 다급한 일인데다가 나 또한 시간이 없소. 바로 좀 만나야겠소.”

그 말을 끝내자마자 건달 놈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무소의 안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내가 향한 방향은 구석의 문 쪽이었다.

“이보쇼! 그렇게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오!”

“뭘 전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형님께는 우리가 전해드리겠소!”

두 놈이 다급하게 나를 붙들려고 했으나, 나는 자연스럽게 신형을 빼어 놈들의 손길을 피했다.

놈들의 손이 허공을 허우적거리는 순간 걷는 속도를 더욱 높이며 말했다.

“아잇! 나도 무조건 직접 전해주라는 명을 받고 온 거요. 내게도 시간은 금이니 빨리 전해주고 가야 하오.”

“뭐야! 빨리 저 자를 막아!”

“이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잖아!”

건달 놈들이 다급해졌다.

놈들 여럿이 나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기에, 나도 더 빨리 안쪽의 문으로 다가가서 그 문을 열어젖혔다.

문을 열자 짧은 통로가 나타났고, 통로의 끝에 또 하나의 문이 있었다.

딱 봐도 튼튼해 보이는 문이었다.

안쪽으로 청력을 집중했다.

들려온 건 사내놈의 시시덕거리는 소리와 여인의 교성 비슷한 소리였다.

다가가서 그 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려는데,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안에서 곧바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 새끼들아! 없다고 하라고 했잖아!”

그 소리가 들린 순간, 나는 내공을 담아 문을 발바닥으로 강하게 박찼다.

콰곽! 쿵!

“뭐, 뭐야!”

“꺅!”

곧바로 진입해서 내부를 확인했다.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사무 공간의 푹신한 의자에 살짝 엉킨 사내 하나와 여인 하나가 보였다.

사내놈은 삼십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한쪽 볼에 칼자국이 나있는 텁석부리 장한이었다.

인상도 더럽고 눈빛과 기도 또한 밖에 있는 놈들과는 다르다.

딱 봐도 사내가 막새봉이라는 놈임을 알 것 같다.

여인은 이십대 중반쯤으로 보였는데, 일단 상의는 입지 않은 상태에서 옷가지를 집어 겨우 가슴 쪽만 가린 상태다. 원래 상의는 벗은 모습이었는데, 내가 들어서던 순간 황급하게 옷가지를 들어서 가슴 부분을 가린 것이다.

하의도 얇은 속치마 정도만 남아 있었다.

여인은 놀라고 잔뜩 겁먹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며 사내의 뒤쪽으로 몸을 숨기는 중이었다.

이것들이 대낮부터 아주 그냥.

“당신이 막새봉이라는 사람이오?”

“너 뭐야, 이 새끼야!”

놈이 잔뜩 경계하는 표정으로 내게 외쳤다.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 그런지, 일어서며 싸울 자세를 잡고 있었다. 참고로 놈 또한 상의는 이미 탈의한 상태다. 연놈들의 차림을 보니 방사를 치르기 직전이었던 모양새다.

“아이고, 대낮부터 재미 좀 보려던 참에 내가 방해를 했네?”

내가 피식 웃으며 말할 때쯤, 밖에 있던 건달 놈들이 통로 쪽을 통해 빠르게 달려왔다.

“형님!”

“이 새끼들아! 뭐한 거야!”

“아니, 저자가 그냥 다짜고짜······!”

그때쯤 선두에서 다가오던 건달이 내 지척까지 온 상태라, 나는 놈의 복부를 발바닥으로 강하게 밀어 찼다.

퍼억!

“컥!”

털썩! 털썩!

앞서서 달려오던 건달은 덩치가 좀 있었다.

내가 강하게 찼기에, 뒤에 오던 놈들도 영향을 받아 포개어지며 쓰러졌다.

나는 덩치 놈을 차낸 반탄력을 이용하여 이미 막새봉 놈에게 다가선 상태였다. 굳이 천섬무가 필요한 정도도 아니라서, 아주 미세하게만 공력을 운용했다.

여인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중인데, 대충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고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이쪽 바닥의 생리를 잘 아는 느낌이라고 할까.

막새봉 놈은 어느새 비수를 뽑아든 상태였다.

“너, 너 이 새끼, 뭐야!”

“나도 당신과 동종업자요. 안휘 쪽에서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소. 당신에게 뭔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왔을 뿐이오.”

“뭐, 뭔데?”

놈을 향해 씩 웃으며 대꾸해줬다.

“매, 이 새끼야, 매.”

퍽! 퍼억! 퍼버벅! 퍼버버버버버버벅!

놈이 손에 쥐고 있던 비수는 애초에 멀리 날아간 상태다.

나는 놈을 일방적으로, 개 패듯 팼다.

짧게 끊어 치며 아플만한 곳만 골라서 때렸다.

놈은 내게 반응조차 못하는 채로 당하고 있다.

반응을 할 수 있을 리가 있나.

중간에 들어와서 내게 달려든 놈들은 한 차례씩 강한 타격을 줘서 날려버렸다.

그 외에는 꾸준히 막새봉 놈을 팼다.

일방적으로 패는 와중에도 자괴감이 몰려온다.

쯧, 이딴 것들 상대로 이게 뭐하는 짓이냐.

짜증만 난다.

막새봉 놈이 엎어져 쓰러진 채로 끙끙거리고 있다.

입에서는 이미 한 차례 피를 토해낸 상태고, 쌍코피는 여전히 흐르는 중이다.

부하 놈들도 몇 놈은 쓰러져 있고, 나머지 두 놈은 감히 내게 다가오지 못한 채 통로 쪽에 서있다.

여인은 사무용 탁자의 뒤편에서 덜덜 떨며 이쪽을 바라보는 중이다. 그 와중에도 주섬주섬 옷은 대강 챙겨 입은 모습이었다.

곧 통로 쪽에 서있는 두 건달 놈의 뒤쪽에서 정우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게 무슨······.”

잠시 후에 정우립이 외쳤다.

“어? 막 소장 아냐? 안에 있었어? 비켜 봐, 이놈들아!”

정우립이 통로에 있는 건달 놈들을 지나치며 소장 사무실 쪽으로 서둘러 다가왔다.

사무실 안쪽을 빠르게 살핀 정우립이 말했다.

“아아니, 이게 무슨······. 귀, 귀, 귀하는 누구시오?”

정우립이 창을 방어적으로 쥐며 잔뜩 경계하는 느낌을 담아서 내게 물었다.

애초의 계획대로 잘 처신해주고 있다.

“뭐야, 노인장도 이놈들 패거리신가?”

내가 위협적으로 묻자 정우립이 대꾸했다.

“아, 아니, 나는 패거리 같은 건 아니오. 그냥 막 소장에게 빌렸던 돈 돌려주러 잠시 온 거요. 밖에서 없다고 들었는데 이 사람이 여기 있을 줄은······.”

“아, 그렇소? 오해해서 미안하오. 내가 사실 이상한 사람은 아니오. 나도 안휘 쪽의 흥신소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여기 막새봉이라는 자를 직접 손 봐달라는 부탁을 좀 받아서······.”

“아, 아니, 아무리 그런 부탁을 받으셨어도 그렇지, 사람을 이렇게 반 죽을 정도로······.”

“아니, 아직 안 끝났소.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나 다름없소.”

다시 주먹을 쥐며 팰 준비를 하자 정우립이 눈을 부릅뜨며 대응했다.

“아니, 여기서 더한다니! 이제 그만 하시오! 이러다 사람 죽겠소오!”

나를 향해 부탁하듯 말한 정우립이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대며 막새봉을 살폈다.

“이보게, 막 소장. 괜찮은가? 응? 괜찮아?”

“끄으으응······.”

“이를 어째. 아니, 나는 원금 돌려주러 왔다가 자네가 없다기에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이게 다 무슨 일인가아.”

염려가 가득 담긴 표정과 어조였다.

“잠시만 좀 참게나. 아이고.”

정우립이 엎어져 있는 막새봉의 몸을 바로 눕히더니 품속에서 천을 꺼냈다. 그러더니 막새봉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

계속 안쓰럽다는 듯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내면서다.

저 모습 또한 원래 계획한대로다.

나는 누워있는 막새봉의 앞으로 다가가서 선 채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면서 그의 한쪽 무릎에 내 한쪽 발바닥을 올려 지그시 밟았다.

놈이 발을 빼지 못할 정도의 강도로.

“끄으으윽······!”

“이, 이보쇼! 지, 지금 뭐하시려는 거요!”

정우립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렇게 외쳤다.

“이 놈이 다시는 두 발로 걸어 다니지 못하게 해달라는 게 내가 받은 의뢰였소.”

“아니, 그래도 이보쇼! 사람을 그 꼴로 만들면······!”

“의뢰 실패하면 내가 돈 물어줘야 하는데? 왜, 노인장이 대신 물어주시게? 그럴 거 아니면 방해 마시오.”

내가 짜증을 가득 담아서 그렇게 말하자, 누워 있던 막새봉이 빠르게 입을 열었다.

“끄윽, 도도도돈, 드릴 테니, 제발······.”

막새봉이 누운 채로 부하 놈 하나를 향해 눈을 부라리자, 그 부하 놈이 빠르게 사무 탁자로 다가가더니 맨 아래서랍을 열어 뭔가를 한 움큼 쥐어들었다.

놈이 손바닥을 펴서 보여주는데, 은자들이었다.

“뭐야? 한 스무 냥 되냐? 야 이 씨발 새끼들아, 나도 목숨 걸고 이런 의뢰 수행하는 건데 겨우 그 돈 받고 일하겠냐?”

원래 욕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나, 지금의 나는 흥신소에서 험한 일, 궂은일하며 사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적당히 욕설을 섞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역할이 역할이다 보니 상소리가 나올 거라는 사실도 미리 정우립에게 알려줬었다.

“게다가 이대로 돌아가면 의뢰 제대로 완수 안했다고 소장님한테 온갖 혼꾸녕은 다 날 텐데, 겨우 그걸로 되겠냐고 이 멍청한 새끼들아.”

말을 마치는 와중에도 밟고 있던 막새봉 놈의 무릎을 지그시 더 눌러줬다.

“끄아아아아악! 더더더더더, 줘······!”

그러자 이번에는 부하 놈이 다른 뭔가를 한 움큼 집어서 내게 보였다. 이번에는 은자가 아니라 은원보였다.

내가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부하 놈이 얼른 그걸 들고 왔다.

그걸 받아들며 막새봉에게 말했다.

“이 개새끼 돈 많네? 하여튼 흥신소도 이 새끼들처럼 구린 방식으로 하는 놈들이 돈은 더 벌어! 우리처럼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사람들은 개고생하며 버는데. 에이, 씨이발, 그냥 확.”

“끄아아아악······!”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우리 업계에 대한 인식이 이따위인 거야, 새꺄! 어디 멀쩡한 흥신소들 쪽팔려서 살겠냐?”

막새봉을 향해 곧바로 입을 열었다.

“내가 충고하나 한다. 나도 너 같은 건달 놈들이 하는 흥신소들을 수도 없이 봐서 아는데, 뭐든 적당히 해, 이 새끼야. 한 맺히게까지 하면 결국 이런 꼴 당하는 거야. 오죽하면 의뢰인이 안휘까지 도망 와서 이런 부탁을 하겠냐.”

한숨을 쉬어 보인 후, 놈의 무릎을 밟은 발에 한 차례 더 힘을 줬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에이씨! 훼방꾼 때문에이씨.”

그 말을 남긴 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통로 쪽으로 향했다.

통로에 있던 두 놈이 주춤주춤 물러선다.

“비켜 이 새끼들아, 짜증나게이씨!”

비키고 있는데도 짜증을 가득 담아서 그렇게 말해준 후, 두 놈의 복부에 각각 주먹을 한 대씩 꽂아줬다.

퍽! 퍽!

“커헉!”

“끅······!”

문밖으로 나와 보니 두 놈이 내가 들어가기 전의 상태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어차피 이 정도는 정우립이 알아서 할 테니, 나는 휘적휘적 걸음을 옮겼다.

안휘 쪽의 방향을 향해서였다.

인파들 사이로 들어선 후 적당히 걷다가, 인적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천섬비를 펼쳐 일대를 벗어났다.

놈들 쪽의 혹시 모를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서였다.

순간적으로 완전히 그쪽에서 벗어난 후, 적당한 곳에서 주머니에 넣어뒀던 보자기를 꺼냈다.

빠르게 변장을 풀고 송유겸의 모습으로 돌아온 후, 나머지 도구들을 모두 보자기 안에 담았다.

흑풍대 시절에 수도 없이 했던 일이라 어려울 것도 없다.

이후에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철심 흥신소는 포양호 동부에서 활동하는 가장 큰 흑도 세력의 여러 사업장들 중 하나다. 아까 정우립한테서 들은 내용이다.

즉, 그곳을 건드리면 그 흑도방이 보복을 위해 당연히 움직이게 된다.

아무리 정우립이라 해도 그들에게 밉보이면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우립과 짜고 아까와 같은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다.

목적은 원금을 상환한 정우립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채로 그 증서를 확실하게 받아오는 일이었다.

정우립이 놈들을 적당히 도와주는 모양새를 취했으니 증서를 받아오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놈들도 정우립의 무공 경지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테니까.

어차피 아까의 나는 없는 사람이기에 그들이 복수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 안휘 무림이 강하기에 그쪽 출신이라는 식으로 말했던 것이기도 하다.

정우립은 그 흑도 세력에 속한 똘마니들을 다 합하면 족히 삼백 명 이상은 될 거라고 했다.

흑도방 따위의 삼백 명이 두려운 건 아니나, 정리를 하려면 확실하게 정보를 조사한 후 일거에 정리해야 한다.

제대로 정리하려면 죽이기도 많이 죽여야 할 것이다.

그들이 내게 당장 위해를 가하고 있다면 처절한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그들이 나로 하여금 죽여야 할 이유를 제공해 준다면,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처절한 공포 속에서 죽어가게 할 것이다.

* * *

고기를 가득 사서 정가장으로 복귀했다.

질 좋은 고기들이다.

인적이 드문 쪽의 담장을 넘어 복귀한 후, 본채부터 들렀다.

정우립은 이미 돌아와 있었다. 내가 일부러 멀리 돌아서 천천히 온 탓이기도 했다.

“증서는 받아 오셨습니까?”

내 말에 정우립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허허, 아까 송 공자를 보니 그런 일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아 보이시던데······.”

“하하. 간혹 혼내줘야 할 사람들이 있으면 적당한 선에서만 혼내줄 뿐입니다.”

이후에 나는 품속에서 은원보들을 꺼내어 정우립의 앞에 놓았다. 정우립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아까 그들한테서 받은 겁니다. 그 중 하나는 제가 챙겨서 고기 사는데 썼습니다. 나머지는 장주님 쓰십시오.”

“아니오, 아니오! 내가 뭘 했다고. 송 공자가 다 하셨지! 나, 이런 돈은 못 받소.”

“그간 과도한 이자를 부담하셨던 데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십시오. 제 형편 넉넉한 건 이미 아시잖습니까.”

“아니, 그래도······.”

“그냥 받으십시오. 이거 갖고 오랜만에 가장으로서 생색도 좀 내시고.”

“하아, 나 이것 참······.”

정우립을 향해 웃어 보인 후 뒤쪽에 놓았던 고기 한 덩이를 내밀며 말했다.

“이건 별채 쪽의 손님들이 줬다고 하고, 며느님과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 드시라고 하십시오.

“아니 뭘 이렇게까지······.”

“장주님과 정 공자는 별채 쪽으로 가셔서 제 일행들과 함께 함께 드시지요. 지금의 일행 중에도 앞으로 이곳에 들를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이 기회에 소개시켜드리고 싶습니다. 다들 좋은 사람들입니다.”

“우, 우리가 방해되는 건 아닌지······.”

“방해라니요. 미리 얼굴을 알아두셔야 앞으로도 편할 것 아닙니까. 게다가 오늘은 우리가 좋은 계약을 한 날이기도 하니, 기념 삼아 술도 한 잔 곁들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 오늘은 내게 집이 생긴 날이다.

그것도 내가 주인인 집이다.

적당한 장소를 골라 사적으로 이용할 건물들만 올리면, 머지않아 나는 마음 편한 보금자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설계도도 내가 직접 짤 계획이며, 기관을 이용한 공간도 마련해 둘 생각이다.

이후에 우리는 별채 쪽으로 이동하여 충분히 먹고 마셨다.

두루두루 친분을 나누는 가운데 즐거운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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