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68화 (68/416)

내 안에 마교있다 68

어느새 유월 하순에 접어들었다.

철심 흥신소에서의 일이 있은 후로 일주일이 흘렀다.

우리 일행이 정가장에 온 후부터 따지면 이 주 가까이 지난 셈이다.

정우립과의 계약을 마무리한 후부터는 다시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낮 시간은 송유하와의 수련이다.

원래 알아서 열심히 수련하는 아이가 요새는 더 필사적으로 임하는 느낌이다.

심법인 고천비룡결 성취도 꾸준히 상승하는 중인데, 풍우비룡무의 검법 성취는 눈에 띨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과 시간이 지나도 본인이 만족할 정도가 아니면 저녁 식사 후에도 나가서 또 수련한다.

애가 성취가 늘면서 무공 욕심도 더 강해졌다.

저녁에는 정우립과 함께 정가장의 가전 창술인 ‘청풍창뢰식’의 보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문의 재정난이 해소된 이후, 정우립은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수정 작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낮에 더 많은 동작들을 시도해 본 후, 저녁에 그것들을 내게 선보이곤 했다.

아무래도 무공만을 고민할 시간이 더 많아진 탓이다.

나는 그의 여러 시도들을 지켜보고 가장 나아 보이는 방식을 골라 창로가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게끔 보완해줬다.

덕분에 청풍창뢰식에 대한 보완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

가문의 재정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정우립과 정세립 또한 낮 시간에는 연무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모양이었다.

밤에는 정가장의 가전 심법인 청파심공 수정 작업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무학 지식과 무학 이론을 동원하여 차분하게 정리해갔다.

하도 많이 재독해서 그런지, 어느 시점부터는 알아서 통째로 외워졌다. 그 후부터는 밤 시간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꾸준히 내용을 상기하며 수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청풍창뢰식과 청파심공을 수정 보완하는 작업은 정가장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하는 일이기는 하나, 실상은 그 과정에서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무학 지식과 무학 이론들을 꾸준히 떠올리며 활용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 과정에서 내 안에서 새롭게 정리되는 부분들도 제법 많다.

* * *

정가장 생활이 시작된 후로 이 주 반가량 지났을 때쯤, 나와 정우립은 청풍창뢰식의 수정 보완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거의 완성을 해놓고도 계속해서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보완 작업을 했었는데, 끝내놓고 보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정우립이 감격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다 뿌듯했다.

정가장 생활이 시작된 후로 삼 주가량 지났을 때쯤, 나는 심법인 청파심공의 수정 또한 완료할 수 있었다. 유월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다음 날 새벽에 곧바로 정우립과 정세건에게 수정된 심법을 공개했다.

이후에는 실제로 두 사람에게 내가 변형한 방식대로 혈도를 따르며 운기조식을 취하게 했다.

수정을 가한 것이지 완전히 바뀐 게 아니기에, 두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변화된 방식대로 첫 운기를 마쳤다.

“운기조식 한 번 해보고 모든 걸 파악할 수는 없겠으나, 기운이 순환하는 느낌이 이전보다 편안한 느낌이오. 순환하는 양 자체는 이전과 비슷한 듯한데, 왠지 꿈틀거리는 힘이 더 많이 잠재되어 있는 느낌도 들었소.”

정우립이 평가를 마치자 정세건도 한 마디 보탰다.

“이전보다 운기조식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 것 같고, 운기를 취한 후의 활력도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두 사람 모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조손의 평가를 듣고 나니 나 또한 매우 만족스러웠다.

내가 염두에 두고 수정한 부분들을 두 사람도 느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결코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거라며 몇 번이고 내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후부터는 송유하의 수련에 더욱 박차를 기했다.

송유하의 수련은 얼마 전부터 실전 형식으로 바꾼 상태였는데, 정가장의 가전 무예 수정을 끝낸 시점부터는 더 엄격하게 실전 형태를 유지했다. 시일이 지날수록 엄격함의 강도도 더 높여갔다.

송유하도 충분히 독한 자세로 임해주었다.

내 뜻을 모를 리가 없기에, 힘겨워하는 기색은 보여도 불평을 표하는 법은 없었다.

* * *

칠월의 나흘째에 우리 일행은 정가장과 작별했다.

송유하의 삼십 조가 이차 지원을 나가는 날은 칠월 초열흘날이며, 우리 사십사 조는 칠월 보름날이다. 때문에 송유하의 복귀 일정에 맞춰서 다 같이 복귀하기로 한 것이다.

일행들이 먼저 배에 오른 후, 정우립과 정세건은 내게 따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송 공자께서 다음에 오시는 날을 기다리고 있겠소.”

“유겸이 형, 다음에는 더 발전된 모습 보여드릴게요!”

정세건과도 더 친해지다 보니 어느새 편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정우립은 혹여 중간에 내게 알려야 할 일이 있으면 정가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통해 서신을 보내주기로 했다.

정가장을 떠나 연주상단의 남창지점에서 일박이일동안 호화로운 대접을 받으며 편하게 쉬었다.

이튿날 소형 유람선을 타고 잠룡관으로 향했다.

나루터에서 내려서 잠룡관까지는 신법을 펼쳐서 이동했다.

청여홍의 신법 경지가 상당히 늘어 있어서 놀랐다.

속도도 더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신법을 펼치는 모습 자체가 이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니 진기의 운용 또한 매우 자연스러워서, 저 정도면 공력 소모도 많이 줄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장우혜, 유은무, 단목강 등이 제대로 가르친 모양이었다.

세 사람 모두 그냥 일류고수들이 아니다.

명문세가의 직계인 일류고수들이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배운 애들이기에 본인들이 배웠던 과정을 토대로 청여홍을 가르쳤을 것이다.

수련 또한 정가장에서 다른 방해를 받지 않은 채 집중적으로 이뤄진 데다가, 청여홍은 성격상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라도 더 열심히 배우며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 면들을 생각해보면 청여홍의 신법 경지가 저렇게까지 발전한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 * *

잠룡관에 도착한 날 오후 늦은 시각, 송유하가 내 방에 찾아왔다.

내일이 바로 송유하의 삼십 조가 이차 지원 임무에 파견되는 날이다.

우리는 어제부터 오늘 잠룡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신법을 펼쳤었다. 그렇기에 휴식 차원에서 오늘은 푹 쉬어 두라고 말해뒀었다. 그런데도 찾아온 것이다.

“푹 쉬어두라니까, 왜? 휴식도 중요한 거라니까.”

“아, 아까 제갈 교관님이 잠깐 찾아오셔서 이 시간쯤에 오라버니 방으로 오라고 하셨거든요.”

“교관님이?”

“예. 함께 좀 보자고 하셔서.”

제갈수광이 무슨 일로 우리 남매를 함께 보자고 한 건지 궁금하다.

제갈수광을 기다리며 잠시 있는데 송유하가 말했다.

“큰 오라버니와 셋째 오라버니는 나란히 승반에 실패한 모양이에요.”

“푸흐흐.”

그럴 것 같더라니.

경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송유하의 경우에는 강해지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며, 그 과정 자체를 더 중시한다.

조금씩이나마 실력이 늘고 있는 상황 자체에서 보람을 찾고 그걸 즐긴다. 승반은 실력이 상승한 데 따른 부수적인 결과물 정도로 여긴다.

한데 송유백과 송유상은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하기도 하고, 기질 자체가 진취적이지도 않다.

매사에 힘들면 가문에 기대면 된다는 생각부터 앞서니 치열할 필요도 그다지 없다.

게다가 그 두 사람은 승반 자체가 목적이다.

승반하고 싶은 이유도 애초에 인맥 형성에 있다.

그렇듯 송유하와 그 두 사람은 정신 자세에서부터 큰 차이가 존재하며, 그 근본적인 차이가 양쪽의 발전 속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제갈수광이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교관님.”

“안녕하세요, 교관님.”

우리가 인사를 건네자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송유겸은 오랜만이군. 송유하는 아까 봤고.”

제갈수광은 길쭉한 나무 상자 두 개를 들고 왔다.

하나는 딱 검을 넣을 만한 크기의 나무 상자였는데, 나머지 하나는 그것보다 더 넓적하고 길었다.

“잠깐 서탁 좀 옆으로 밀어 봐.”

내가 서탁을 옆으로 밀자 제갈수광이 그 자리에 두 개의 나무 상자를 내려놓았다.

제갈수광이 두 개의 상자를 차례로 열었다.

더 넓적하고 큰 상자에 들어 있는 건 활이었고, 홀쭉한 상자에 들어 있는 건 검과 검집이었다.

“어? 이건······!”

“그래, 송유겸 네가 태화지부에서 출발하기 전에 제출했던 전리품 분배 희망 일 순위와 이 순위 물품이지.”

그때 제갈수광과 함께 가서 여러 전리품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희망 순위를 적어서 제출했었다. 정밀 감식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서 눈으로만 자세히 확인하고는 순번을 적어 넣을 수밖에 없었다.

일 순위가 저 활이었고 이 순위가 저 검이었다.

한데 활의 경우에는 활대의 색이 그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당시에는 홍갈색이었는데 지금은 묵색이다. 도료를 다시 칠한 모양이었다.

검의 경우에는 검병(검의 손잡이)과 호수(손을 보호하기 위해 손잡이 위쪽에 돌출되어 있는 부위)가 이전에 봤던 것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검집도 새것이었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네가 포양호에 가있는 사이 동부지맹에서 갖다 줬다. 전리품을 원래 상태 그대로 쓰는 건 자칫 위험할 수 있기에 겉모습을 어느 정도 변형시킨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궁 부당주가 신경을 좀 써 준 모양이더군.”

남궁찬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제갈수광에게 곧바로 물었다.

“한데 전리품은 원래 하나씩 아닙니까? 왜 두 개를 여기까지 들고 오셨습니까?”

“당시의 전공서열은 일 위가 나, 이 위가 남궁 부당주, 삼 위가 너로 매겨졌다. 활의 경우에는 네가 원한다는 걸 알고 나와 남궁 부당주가 양보했지. 이 검은 당시에 네가 희망 이 순위에 적어 넣는 걸 보고 내가 전리품으로 택한 것이다.”

내게 주려고 일부러 골랐다는 뜻이다.

아니 교관님, 이러면 내가 감동하게 되잖소.

“받은 후에 직접 살펴보니 철의 재질도 좋고 무게중심도 잘 잡혀 있더군. 상품까지는 아니어도 중상품은 충분히 된다. 남궁 부당주가 말하길 당시에 전리품으로 들어 온 검들 중에서는 가장 나은 검이라고도 하더군. 송유겸이가 이런 쪽의 눈썰미도 제법일 줄은 몰랐어.”

당연히 눈썰미가 좋을 수밖에 없지요. 천마신교 시절에 좋은 검들을 얼마나 많이 봐 왔는데.

“아하하. 그냥 느낌이 좀 오는 것들 몇 개 중에서 대충 고른 겁니다.”

제갈수광이 피식 웃는다.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투의 웃음이다.

“어쨌거나 그 검은 내가 개인적으로 네게 주는 보상이다. 나도 여러모로 네 덕을 많이 봤으니까.”

“헤헤. 감사히 받겠습니다요.”

제갈수광이 송유하에게 말했다.

“송유겸이 누이에게 주고 싶다며 이 활을 갖고 싶어 하더군.”

송유하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빙그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수광이 또다시 송유하에게 말했다.

“네가 궁술에 제법 소질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실제로 궁술 교관에게도 확인해봤다. 수업 초창기부터, 소질이 뛰어난 수준을 넘어서 매우 빼어난 수준이었다고 하더군. 다른 관도들이 시샘할까봐 칭찬을 최대한 아껴야 할 정도로.”

그 말에는 내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말인 즉, 내가 송유하한테서 직접 들은 것보다 그녀의 소질이 훨씬 더 뛰어나다는 뜻이 아닌가.

저런 소질이 있는 상태에서 고천비룡결과 풍우비룡무의 성취까지 더해지면 궁술이 더 크게 발전할 것이다. 참고로 송유하의 고천비룡결 성취는 삼성을 넘어섰으나 풍우비룡무의 성취가 아직까지는 삼성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요새는 다들 궁술에 관심이 없어서 제대로 된 궁수를 육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뛰어난 궁수 한 명이 전황을 매우 유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송유겸은 이전에 겪어 봐서 더 잘 알겠지.”

“네, 알죠. 그 궁수 때문에 정말······.”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다시 송유하에게 말했다.

“내가 원래 궁술 담당 교관이기도 하다. 네가 원한다면 잠룡관에서 시간이 맞을 때 특별 교습을 해주겠다.”

이에 나는 곧바로 송유하에게 말했다.

“누이, 나도 들어서 알게 된 건데, 우리 교관님이 호북제일의 명궁수시래.”

송유하의 눈동자가 또다시 커졌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무공을 익히는 와중에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틈틈이, 꾸준히 쏴 온 결과다. 집중력 향상에도 좋아서 무공을 익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너도 이미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송유하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대꾸했다.

“감사합니다, 교관님.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이후에 송유하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오라버니에게도 감사드려요. 딱 봐도 좋은 활 같은데 이런 걸 제게······.”

“아, 활뿐만 아니라 이 검도 누이 거야.”

내 말에 송유하는 또다시 눈을 부릅떴다. 제갈수광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 오라버니, 아무리 그래도 제가 이 검까지 받을 수는······.”

“내가 갖고 있는 검도 충분히 쓸 만해서 나는 이 검이 필요가 없어.”

“그래도······.”

얘가 받기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말은 저렇게 해도 검을 보는 눈동자에 욕망이 담겨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인에게 수족과 같은 무기가 아닌가. 지금 쓰는 것보다 더 좋은 검을 갖고 싶은 욕망은 당연한 거다.

활도 받은 상태에서 검까지 받게 되니 염치 문제로 잠깐 사양하는 척하는 것뿐이다.

이에 나는 놀릴 목적으로 검이 들어 있는 상자를 내 앞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하며 말했다.

“뭐 누이가 그렇게까지 갖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이참에 우리 집 장남한테 갖다 바치며 아부나 좀 할까 싶네. 이왕이면 잘 보여 놔서 나쁠 건 없지 않겠어?”

탁.

송유하가 내 쪽으로 끌려오던 상자를 잡았다.

“감사히 쓸게요, 오라버니.”

“푸흐흐!”

“하하핫!”

나와 제갈수광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송유하도 민망하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송유하. 저 활, 시위 한 번 당겨보겠나? 공력 쓰지 말고 당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예······.”

이윽고 송유하가 활을 집어 들더니 앉은 채로 활 쏘는 자세를 취하며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찌이이익-

활대가 부러질 듯 굽어진 상태에서 제갈수광이 말했다.

“그 상태를 유지하며 잠시 대기.”

송유하가 시위를 잔뜩 당긴 채로 가만히 있는데, 옆에서 보니 자세가 딱 나오는 모습이었다. 너무도 멋졌다.

내가 그림 솜씨가 없는 게 한이다. 능력만 있었다면 저 모습도 화폭에 담아뒀을 텐데.

활대를 쥔 팔과 시위를 당긴 팔이 점점 더 크게 떨리기 시작하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그만.”

제갈수광의 말이 끝나자 송유하가 시위를 잡은 채로 천천히 원위치 시키며 활대를 쥔 팔을 내렸다.

송유하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직접 당겨보니 좋은 활이라는 사실이 더 확실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후······!”

제갈수광의 반응이었다. 약간 어이없어 하는 투다.

“네가 공력을 안 쓰고도 그걸 끝까지 당길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평소에 근력 단련도 열심히 한 모양이군. 하긴 뭐, 송유겸이 수련시켰다면 그런 부분을 소홀히 할 리도 없었겠지만.”

“예, 아무래도 오라버니가 체력 단련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신체 단련도 중요시해서······.”

“기본적인 팔과 어깨의 근력까지 받쳐주니 가르치는 게 어렵지도 않겠어. 자세 또한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었다.”

“감사합니다, 교관님.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잠시 더 대화를 나누다가 내 거처를 떠났다.

다음날 송유하의 삼십 조가 이차 지원 임무에 투입되었고, 오일 후에는 우리 조도 투입되었다.

* * *

일차 파견 때는 반절 가량의 조들이 태화지부에 방문했었지만, 이차 파견 때부터는 태화지부 방문이 아예 없어졌다.

우리 조가 겪었던 일 때문에, 안전을 위해 그런 방침이 정해진 것이다.

대신 이차 파견부터는 방식이 약간 바뀌어, 다수의 조는 동부지맹에서만 임무를 수행하고, 소수의 조는 아예 남창지부에서만 임무를 수행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남창지부 파견은 조별로 돌아가며 이뤄진다고 한다.

마침 우리 조가 이번에 남창지부로 파견되게 되어, 정가장에서 합숙했던 우리 조의 다섯 명은 또다시 남창으로 가게 되었다.

이후에 우리 조는 남창지부의 막사에서 머물며 지원 임무를 수행했다.

남창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혔고, 이후에는 포양호변 전체를 돌며 그쪽의 지리도 익혔다.

정가장 근처도 지나쳤는데, 그쪽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했다. 집 근처라는 감정이 들어서였다.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신법을 펼쳐야 했기에 다들 힘겨워했다.

그러나 나는 남창지부의 담당 무인들에게 인근의 정보들을 물어보며 나름 알찬 시간을 보냈다.

내가 남창지부의 담당무인들에게 물어본 건 주로 남창과 포양호 인근에서 활동하는 흑도 세력에 대한 정보였다.

제갈수광의 말마따나 그 흑도 세력들이 포양호 인근의 이권에 많이 개입해 있는 모양이었다.

나중에라도 그들이 성가시게 굴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정보를 수집해 놓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우리 조의 이차 지원 임무는 일차 때와는 달리 무사히 막을 내렸다.

팔월 보름 경의 일이었다.

* * *

원래대로라면 극후반 순번인 우리 조가 복귀할 때쯤 극초반 순번의 조들이 투입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차 파견이 종료된 후에는 극초반 순번의 조들이 투입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학기말의 승반 심사 일정 때문이었다.

지금은 학기 중임에도 아직 극초반 순번의 조들의 투입되지 않은 상태다. 들어보니 그들의 삼차 파견은 열흘 후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이유는 동부지맹 잠룡대전 때문이다.

매해 가을, 호북 무창에 있는 무림맹 본맹에서 백도 후기지수들의 비무대회가 열린다. 동서남북 각 지맹의 잠룡관에서 선발된 관도들이 모여서 실력을 겨룬다.

바로 통합 잠룡대전이다.

각 지맹들과 잠룡관들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동부지맹 잠룡대전은 통합 잠룡대전에 출전할 여덟 명의 관도들을 선발하는 지역 예선이자 축제다.

그 여덟 명에 선발되어 본선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관도 개인과 그가 속한 세력에게는 대단한 경사다.

사실, 선발되는 관도들은 웬만하면 갑반이다. 아주 가끔 대진 운이 좋은 을반의 관도가 한 명씩 끼는 정도다.

그러면 결국 실력 있는 관도들에게만 즐거운 일이 되니 전체 축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

잠룡대전 기간 동안 동부지맹에 속한 수많은 무림세력들이 소규모의 여러 비무대회들을 개최하기 때문이다.

전장, 상단, 표국 등의 세력들이 소규모 비무대회 개최에 가장 적극적이다. 그들은 쓸 만한 무기들이나 제법 가치가 나가는 보물들 또는 상당량의 상금 등을 보상으로 내건다.

그런 식으로 홍보 효과도 누리고, 본인들이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동부지맹과 무림맹 측에 더욱 각인시키는 것이다.

꼭 전장, 상단, 표국 등이 아니라도 적정 규모 이상의 문파나 세가 또는 그 외의 세력들에서도 돌아가며 소규모 비무대회를 개최 한다.

그들은 각자의 특색 있는 보상을 내건다.

일례로 몇 년 전에 남궁세가에서는 세가에 일정 기간 머물 수 있는 방문권을 걸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소규모 비무대회 중에서 참가 열기가 가장 뜨거웠다고 한다.

소규모 비무대회들이 아무리 많이 개최되어도 각 관도들은 단 하나의 비무대회에만 참가할 수 있다.

심지어는 통합 잠룡대전을 위한 예선을 치르는 관도들조차 다른 소규모 비무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한다. 물론 보상과 특전 쪽은 여러모로 통합 잠룡대전의 예선이 가장 크다.

게다가 여러 비무대회들 중, 보상이 다소 약한 대회 같은 경우에는 운이 좋으면 중위반이나 하위반 관도들도 입상권에 들거나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다.

각 관도당 하나의 비무대회에만 참가해야 하기에, 보상에 따라 눈치 싸움을 하다 보면 그런 일도 종종 벌어지는 모양이다.

이렇듯 더 많은 관도들이 비무대회를 즐길 수 있기에 각 지맹의 잠룡대전들이 축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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