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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69화 (69/416)

내 안에 마교있다 69

내일부터 동부지맹의 잠룡대전이 시작된다.

덕분에 온 잠룡관이 들떠있는 상태다.

이 와중에도 송유하는 제갈수광에게 궁술 수업을 받으러 갔다. 제갈수광이 오후에 시간을 내어 송유하를 부른 것이다.

나는 오후 시간에 방 안에서 혼자 운기조식을 취하다가 한 번씩 이런저런 설계도들을 그려보는 중이다.

정가장에서 내가 사용할 건물의 설계도다.

남창지부에 파견을 갔을 때도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서 머릿속으로 설계도를 구상하곤 했었다.

한동안 그러고 있던 중 유은무가 장우혜가 찾아왔다.

서탁의 맞은편에 앉은 두 소녀에게 물었다.

“누이들은 비무대회 참가 계획 같은 건 있어?”

얘들만의 특수한 사정이 있으니 참여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장우혜가 대꾸했다.

“비무대회에 참가하면 아무래도 무공 연원이 드러날 가능성도 많아지잖아요. 출신을 감추고 계반으로 들어온 게 아까워서라도 이번에는 그냥 구경이나 하며 즐기려고 해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적어도 초년차 때까지는 최대한 평범하게 잠룡관 생활을 즐겨야죠.”

유은무도 말을 보탰다.

딱히 보상 따위가 아쉽지 않은, 금수저들만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두 소녀에게 물었다.

“그럼 이 년차가 되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긴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어요. 앞으로의 상황을 보고 맞춰가려구요. 제 무공도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계반에서는 수업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한 수련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장우혜의 대꾸에 유은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침 우리 교관님이 계반 담당이시라 교관실도 가깝잖아요. 수련 중에 궁금한 게 있으면 따로 여쭤보러 가기에도 편하더라구요.”

지금의 환경도 수련하기에는 별 불편함이 없는 모양이니, 가전 무공의 수준이 높은 두 소녀의 입장에서 승반이 급할 리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최상위반으로 승반할 실력이 되니까.

유은무가 말했다.

“사실 계반에 있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송 오라버니 때문이에요. 여기에선 송 오라버니와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잖아요.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송 오라버니랑 지내다 보니 잠룡관 생활도 훨씬 재밌어요.”

장우혜가 눈동자를 빛내며 말을 보탰다.

“응.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 잠룡관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 송 오라버니인 건 맞아.”

장우혜 쟤는 요새 나를 연구대상 대하듯 한다.

잠시 후에 유은무가 말했다.

“송 오라버니는 실력 드러내는 걸 꺼려하시니 아무래도 통합 잠룡대전 예선은 참가하지 않으시겠죠?”

“응.”

내가 곧바로 대꾸하자 장우혜가 말했다.

“가만 보면 송 오라버니도 성격 참 특이해요.”

저게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송 오라버니가 단목 조장님보다 더 강하다는 거, 우리는 알고 있잖아요. 그런 실력이면 무조건 이쪽 예선 팔강 안에 들 테니 본선인 통합 잠룡대전에도 나갈 수 있잖아요. 송 오라버니라면 거기에서도 분명히 좋은 성적을 거둘 거고요.”

유은무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얘들은 산장 사건부터 태화지부 사건까지 겪으며 내 활약을 봤던 애들이다. 반박할 말이 없다.

장우혜가 말을 이었다.

“물론 실력 감추고 조용히 지낼수록 위험해질 일도 적어지는 게 사실이긴 하죠. 그래도 가만 보면 송 오라버니의 경우에는 너무 과하다는 느낌도 좀 있어요.”

“아하하, 그런가?”

내가 대꾸하자 이번에는 유은무가 말했다.

“맞아, 맞아. 오히려 실력이 밝혀지고 명성을 얻게 되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도 있잖아요. 송 오라버니 정도의 실력이면 손익 계산 따져도 유명해지는 쪽이 더 이득일 것 같은데.”

얘들 입장에서는 저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기도 하다.

사람이 공명심이라는 게 있게 마련이기에, 나 또한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아마도 두 소녀의 말처럼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미래에 천마신교를 상대해야 한다. 천마신교의 정보 수집력을 알기에 최대한 조심하려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실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덜 알려지게 하고 싶을 뿐이다.

“하핫. 나는 항상 조용히,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을 뿐이야.”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야! 비꼬지 말라고!

장우혜가 곧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뭐······, 송 오라버니가 살아가는 방식인 거니까, 그런 의사도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뭐라고 할까, 근래 큰 오라버니한테서 들은 게 좀 있어서 말해본 거예요. 듣자하니 동부지맹 잠룡관이 다른 지맹의 잠룡관들한테 은근히 무시당하는 모양이라.”

장우혜가 말을 이었다.

“제 작은 오라버니마저 졸업하신 후부터는 동부지맹 잠룡관이 통합 잠룡대전에서 결승은커녕 사강에도 거의 못 들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지맹들에서 농담식의 말들을 건네나 봐요. 우리 쪽은 이번에도 본선에 참가하는 일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요. 농담인 척 은근히 무시하는 거죠.”

그러자 유은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할아버지한테 들어서 알아요. 우리 육 관주님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것 때문에 정신적으로 압박감을 상당히 느끼시는 모양이라고······. 통합 잠룡대전이 각 지맹과 잠룡관의 자존심 대결 식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장우혜가 그 말을 받아서 입을 열었다.

“송 오라버니의 대단한 실전 실력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려본 거예요. 그런 실력이라면 충분히 최상위에서도 통할 것 같은 느낌이라.”

유은무도 동의한다는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것들이 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게 탈이다.

“누이들의 심정도 이해는 해.”

둘 다 가족 중에 무림맹의 고위 관계자가 있다 보니 듣는 것도 많아서 더 저러는 거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내 실력을 드러냈을 뿐, 남들에게 보이려는 용도로 실력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즉, 내가 강해지려는 이유도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고 나아가서는 내 주변을 지키려는 목적일 뿐이야.”

두 소녀를 향해 바로 말을 이었다.

“물론 나중에 내가 어떤 입장에 처할지는 나도 몰라. 상황에 따라 내가 원치 않아도 내 실력이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될 수도 있겠지. 그것까지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거고.”

“뭐,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건 당연히 송 오라버니의 뜻을 존중할 뿐이에요.”

장우혜의 대꾸에 유은무도 고개를 끄덕였다.

장우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한 가지 부탁쯤은 들어주셔야겠어요.”

“부탁?”

“내일부터 열릴 잠룡대전에 우리와 함께 다녀주셔야겠어요. 선배로서 신입생들이 잠룡대전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다, 당연한 거냐?

장우혜가 바로 말을 이었다.

“비무대회 관전하다가 궁금한 거 있으면 옆에서 해설해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면으로는 송 오라버니만한 사람이 없잖아요?”

그런 용도냐!

이번에는 유은무가 말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우리에겐 첫 잠룡대전이니, 이왕이면 송 오라버니와 함께 다니며 추억을 쌓고 싶다는 뜻이에요.”

하긴 송유겸의 몸으로 깨어난 내 입장에서도 잠룡대전은 처음이다.

얘들이랑 다니면 딱히 불편한 것도 없으니 나도 결국 수락해 줬다.

* * *

다음 날에는 새벽 구보를 더 이른 시간에 시작했다. 송유하에게도 미리 말해뒀기에 그녀도 함께였다.

이후에는 곧바로 벽곡단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송유하와 함께 실내 연무장에서 수련을 했다.

아무리 잠룡대전 기간이라도 최소한의 수련은 해야 한다.

사시 초(오전 9시)가 되기 전에 적당히 씻고 송유하와 함께 계반 거주 구역의 중앙으로 갔다.

잠룡대전 기간 중에는 항상 청색의 깃발이 걸린다.

매일 공지를 확인하라는 뜻인데, 공지에는 당일에 열릴 비무대회들에 대한 정보가 올라온다.

가보니 유은무와 장우혜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소규모 비무대회는 보통 하루에 두세 개씩 열린다고 한다.

어디에서 주최하는 비무대회인지, 보상은 무엇인지도 당일 아침에 공개된다.

그렇기에 눈치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관도당 하나의 비무대회에만 참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 날인 오늘은 개막 선포식 등이 있기에 소규모 비무대회는 두 개가 열리는 모양이다.

장우혜가 말했다.

“첫날부터 세네요. 천하전장이라니.”

두 개 중에 하나의 비무대회가 천하전장 주최였다. 이 몸이 특급 고객인 바로 그곳이다. 오후 대회다.

유은무가 말했다.

“우와! 보상 봐! 역시 대륙 제일 전장답네요. 다들 비무대회 참가권, 오늘 많이들 쓰겠어요.”

소규모 비무대회의 보상은 보통 우승 한 명, 준우승 한 명, 삼위 두 명으로 책정된다.

한데 천하전장 주최의 비무대회는 보상이 팔강 안에 드는 관도들까지로 되어 있었다. 팔강 안에만 들어도 장려상이다.

전장인만큼 보상은 상금이었는데, 장려상만 되어도 적지 않은 액수였다. 그래서 유은무가 저런 말을 한 것이다.

오전에는 절강 제일표국이라 불리는 동려표국 주최의 비무대회가 열렸다.

개막 대회인데다가 보상이 충분히 쓸 만한 무기들이어서, 상위 반에서도 제법 많은 관도들이 참가했다. 사람들의 관심도 많이 쏠렸다.

을반 관도가 우승, 병반 관도가 준우승, 정반 관도 두 명이 삼 위였다.

오후의 천하전장 주최 비무대회에는 예상대로 많은 관도들이 참가했다.

우승, 준우승 상금의 액수가 제법 크고, 팔강 안에만 들어도 상금이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대륙 제일 전장인 천하전장과 거래를 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참여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갑반 관도가 우승, 을반 관도가 준우승이었고, 그 외에 삼 위부터 팔강 안에 든 관도들까지 모두가 상위반이었다.

그러는 동안 통합 잠룡대전을 위한 초반 예선도 진행되었다.

우리는 대진표들을 꼼꼼히 확인한 후 이곳저곳으로 빠르게 옮겨 다니며 중요한 비무들을 관전했다.

그 와중에도 송유하를 꼭 챙겨서 다녔다. 그녀의 경지에서는 수련도 중요하지만 비무를 관전하는 것도 성취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은무와 장우혜의 경우에는 경지가 높은 만큼, 특별한 게 아니면 관전 중에 내게 질문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송유하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무를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질문하라고 했다.

실제로 관전 중에 그녀의 이런저런 질문에 대해 틈틈이 해설을 해줬다.

장우혜와 유은무 또한 송유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정보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이틀째부터는 소규모 비무대회가 세 개씩 치러졌다.

대회별로 시간대가 겹치는 경우도 많아서 우리는 더 꼼꼼히 여러 대진표들을 확인하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유은무와 장우혜가 즐거워하고, 송유하에게도 도움이 되며, 나 또한 나름 재미가 있었다.

어차피 일 년에 한 번 있는 큰 행사인 만큼, 이런 시기 정도는 즐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며칠간 보니 내가 아는 사람들이 우승이나 준우승을 차지하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정반인 황성락과 묘옥련, 병반인 진운령은 각각 다른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을반인 단목홍신과 우문직은 또 다른 대회들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 * *

어느덧 잠룡대전 칠 일차가 되었다.

동부지맹의 잠룡대전은 총 아흐레간 진행된다.

평년에는 열흘 남짓 진행되는 모양인데, 이번에는 여러 사정들이 있으니 약간 단축된 것이다.

대신 관도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소규모 비무대회의 개최 횟수 자체는 평년과 비슷하게 유지한다는 모양이다.

“네에? 송 오라버니가 비무대회에 참가한다고요?”

“그렇지, 은무야? 우리가 지금 뭘 잘못들은 게 아니지?”

두 소녀가 호들갑을 떨고 있고, 송유하 또한 놀란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여태 비무대회에 결코 참여하지 않을 것처럼 굴었으니, 애들이 저런 반응을 보일 만도 하다.

실제로도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오늘 개최되는 비무대회와 그 보상을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그 중 하나가 내 관심을 확 끌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도 이번 잠룡대전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비무대회일 거라고 얘기되고 있는 대회잖아요. 이왕 참가하실 거면 더 큰 대회에 참가하시지 굳이 왜······.”

유은무의 말이었다.

이 실력을 갖고 왜 굳이 그런 보잘것없는 대회에 참가하느냐는 뜻이다.

“하여튼 성격 특이하셔.”

장우혜가 그렇게 말하더니 곧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대회는 청선곡에서 개최하는 거고 보상은 청심단이잖아요. 청심단은 저도 기회가 있어서 복용해 본 적이 있어요. 그냥 기운 보강해주는 약이던데. 음······, 송 오라버니 혹시 정력 쓸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

야잇! 그럴 리가 있겠냐!

유은무가 볼이 벌게진 채로 말했다.

“저저, 정력을 쓴다니······. 소, 송 오라버니가 그렇게 쉬운 남자이실 리는······.”

“뭐 어때? 송 오라버니, 성인이잖아.”

아니, 너희들이 지금 하고 있는 대화는 전제부터 잘못돼 있거든?

옆에서 송유하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중이다.

이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세 소녀를 향해 말했다.

“에휴, 아니야, 그런 거. 그냥 내 체질에는 상당히 도움 될 만한 약일 것 같아서, 한 번 복용해 보고 싶어서 그래.”

과거에 사부님을 통해 청심단이라는 약에 대해서 들은 게 있었다. 그래서 직접 복용하여 그때의 말씀을 확인해보고 싶은 것뿐이다.

만약 그때 사부님이 하셨던 말씀대로라면, 내게는 뜻밖의 횡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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