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82화 (82/416)

내 안에 마교있다 82

남궁세가, 제갈세가, 사천당가.

이 세 곳은 천하 오대세가에 항상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세가들이다.

그 다음으로 인정받는 세가들은 네 곳이다.

황보세가, 하북팽가, 모용세가, 진주언가.

천하의 세가 서열이 시기에 따라 변하기는 하나, 대부분은 이 네 곳 중에서 두 곳 정도가 돌아가며 오대세가의 나머지 두 자리를 채운다.

근래의 서열로는 황보세가와 모용세가가 오대세가에 꼽히고, 하북팽가와 진주언가가 그 뒤를 잇는 형세다.

즉, 황보세가는 오대세가다.

백도제일인 급의 최고 고수를 배출한 적은 거의 없으나, 최상위에 속하는 고수는 꾸준히 배출하는 가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대단한 명문세가라 하겠다.

눈앞의 황보충은 그런 세가의 소가주인 것이다.

모른 척 황보충에게 말했다.

“아, 공자께서 그 유명한 황보세가의 소가주셨구려. 반갑소. 나는 동부지맹 잠룡관의 송유겸이라 하오. 출신은 내세울만한 정도가 아니라서, 말씀드려도 모를 것이오.”

“안 그래도 내가 공자에 대해 궁금해서 악미조 소저에게 물어봤었소. 악 소저에게도 출신이 보잘것없다고 소개했던 모양인데, 그 말을 듣고 놀랐소. 지난밤에 내가 봤던 공자의 움직임도 그렇고, 나를 도왔던 비도술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제대로 배운 느낌이었는데······.”

그런데도 내 출신이 대단치 않다고 하니 그게 의아한 모양이었다. 당시에 악미조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었다.

황보충이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송 공자의 출신에 대해 정확히 말씀해 주실 수 있겠소? 아, 내가 출신 같은 것에 연연하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오. 그래도 내가 송 공자한테서 은혜를 입은 몸이니 어디 출신인지 정도는 제대로 알고 싶기도 하고, 그 외의 궁금함도 좀 있고 해서······.”

직접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눠보니 천마신교에서 접했던 황보충에 관한 정보가 다시금 떠오른다.

황보충은 성격이 쾌활하여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고, 성품도 정대하여 주변에 친한 사람들도 많다고 되어 있었다.

실제로 보니 딱 그런 인상이다.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는 호한의 느낌이라고 할까.

“강서의 동부지맹 근처에 광풍현이라는 작은 고을이 있습니다. 그쪽에 송가장이라는 장원이 있는데, 그곳 출신입니다.”

잠시 뭔가를 깊이 고민하는 듯하던 황보충이 말했다.

“하하! 미안하오, 송 공자. 역시 처음 들어보는구려. 그러나 앞으로는 꼭 기억하겠소. 강서의 광풍현의 송가장.”

솔직하면서도 쾌활한 저 모습이 나름 마음에 든다.

황보충이 비밀 얘기라도 하듯 조용히 말했다.

“출신은 좀 약해도 은거 고수에게서 무공을 전수받는 경우도 드물게는 있고, 그게 아니라도 모종의 인연으로 유명한 분들한테서 비밀리에 무공을 전수받는 경우도 있잖소. 비밀을 캐묻자는 건 아니고, 송 공자께서도 대충 그런 경우이신 거요?”

“하하. 아니오. 그냥 잠룡관에서 열심히 배우다 보니 운 좋게 실력이 쑥쑥 는 것뿐이오.”

황보충의 표정에 놀람이 가득하다.

“그런 건 대단한 천재가 아니고서는······.”

“하하. 나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소. 그냥 어찌어찌 여러 도움들을 받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된 것이라······.”

“내가 아는 천재들도 대부분 그런 식으로 말하더구려.”

황보충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기에, 나는 민망함 가득한 미소만 지어 주었다.

그래. 그냥 천재라고 믿어라.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차라리 그 편이 대응하기 편하겠다.

황보충과 더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현재 육 년차고, 나이는 스물한 살이라고 한다.

어제의 전투는 북부지맹 사람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알아서 통행세를 내고 지나쳐가겠거니 했는데, 수적들 쪽에서 갑자기 공격을 시작하여 일이 그렇게 되었단다.

“사실, 동부지맹 쪽이 사파인들의 공격을 받고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다는 소문은 우리도 접했었소. 송구한 말씀이긴 한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우리 쪽에서는 동부지맹이 허술해서 그런 상황에 처했던 거라고 여겼었소. 우리 쪽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보니 속 편하게 그런 식으로 생각했던 거요.”

이해는 한다.

남이 겪은 어려움은 보통 저런 식으로 쉽게 인식되곤 하는 법이니까.

“한데 직접 겪어보니 그 사파인들이 얼마나 무서운 자들인지 확실히 알겠더구려. 하지만 그걸 깨달았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었소. 모두가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을 것이오. 나 또한 동부지맹 쪽의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에 대한 대가를 이렇듯 죽음으로 치르는구나 싶었으니까.”

황보충이 말을 이었다.

“그렇듯 절망에 빠져 있던 순간에 동부지맹 분들이 나타났던 것이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지난밤에 우리는 거의 살아남지 못했을 거요.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온 몸이 떨려올 정도요. 그래서 우리가 동부지맹 분들에게 고마워하고 있는 것이고.”

“어찌되었든 다행이오.”

황보충이 말했다.

“새벽에 수적들이 정리되고 나서 배를 타고 이곳까지 오는 시간에, 우리 북부지맹 사람들끼리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소. 동부지맹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세 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소. 그 제갈 교관님과, 그 뒤를 따라다니며 함께 싸우던 두 명의 관도 얘기였소. 두 명의 관도란 알다시피 송 공자와, 또 한 분······.”

“아, 단목강 공자 말씀이구려.”

내 말에 황보충의 눈동자가 커졌다.

“단목강이라는 이름이라면 설마······!”

“예. 단목세가의 소가주시오.”

“아하! 그랬구려! 그분이 단목 공자셨구려!”

내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여주자 황보충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들 입을 모아 제갈 교관님과 송 공자와 단목 공자를 칭찬했소. 이곳저곳에서 각각 싸우던 중에도 다들 세 분의 활약을 목격했던 거요. 세 분은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서로의 호흡 또한 기가 막히게 척척 맞는 모습이었다고······.”

황보충이 바로 말을 이었다.

“송 공자와 단목 공자 때문에 우리 쪽 여관도들은 더 난리가 났소. 위기에서 구해 준 셈이니 가만히 있어도 멋져 보일 텐데, 가뜩이나 두 분은 빼어난 미남이기까지 하잖소.”

“아하하. 민망하구려.”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 황보충이 눈동자를 빛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정작 우리가 더 놀란 게 뭔지 아시오? 그렇게 뛰어난 송 공자와 단목 공자에 대해,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소.”

“예······?”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황보충이 말했다.

“우리 중에 두 분 공자를 알아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건, 두 분 모두 통합 잠룡대전에는 첫 출전이라는 얘기잖소. 첫 출전인 경쟁자들의 실력이 그렇게나 뛰어난데 우리는 두 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거요. 그러니 안 놀랄 수가 있겠소?”

“아니, 내 경우에는 경쟁자라기보다는······.”

내가 그렇게 대꾸할 때쯤, 또 다른 누군가가 객잔의 후원 쪽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발견한 황보충이 곧바로 한 손을 흔들었다.

이번에도 남자 관도였는데, 우리를 발견한 그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 청년 또한 어제 전투 중에 나랑 엮였던 관도였다.

절정고수한테 등을 찔리려던 걸 내가 막아줬던, 바로 그 관도다.

그 청년 또한 천마신교의 정보를 통해 봤던 얼굴이다. 한데 정확한 정보가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어서 오시오, 남 공자.”

“황보 공자께서 제 은인과 함께 계셨구려.”

황보충에게 그렇게 대꾸한 청년이 곧바로 내게 정중하게 포권하며 말했다.

“지난밤에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공자는 제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십니다.”

“아, 함께 싸우다 보면 그런 일은 왕왕 발생하는 법이잖소. 그렇게까지 생각하실 필요는 없소.”

그러자 청년이 포권을 풀며 말했다.

“그 또한 맞는 말씀이긴 하나, 제 경우는 좀 다르잖습니까. 결정적인 그 순간에 공자가 그 공격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게다가 그때 저를 공격했던 자는 실력이 매우 뛰어난 자였잖습니까.”

다들 무공 경지가 뛰어나다보니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지를 못하겠다.

“저는 태산파의 남군호라 합니다.”

출신과 이름까지 들은 후에야 청년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산동의 태산은 중원의 오악 중 동악으로 통하는데, 그곳에 유명한 문파가 하나 있다. 태산파다.

태산파는 강호의 십대 문파 즈음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문파다. 흔히 오악검파라 불리는 문파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남군호는 태산파 장문인의 적전제자들 중 셋째로 알고 있다.

서열은 셋째이나 무공 경지는 장문제자 다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군호와도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예로부터 산동에서는 호한이 많이 난다더니, 남군호 또한 성격이 쾌활한 편이었다.

황보충이 옆에서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주기까지 해서, 나 또한 편한 마음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다만 내용 자체는 두 사람이 나를 추켜세우는 분위기라, 나는 계속 민망해하는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에는 단목강까지 합류했기에, 우리는 아예 객잔 일 층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하며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식사 후에 넷이 함께 산책이나 할 겸 인근을 걷는데, 옆 객잔 앞의 공터에 세 명의 관도들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 객잔에는 교관들과 여관도들이 투숙 중인데, 세 명 모두 북부지맹의 여관도들이었다.

악미조와 모용리가 보였고, 그 옆에는 어제 전투 중에 나와 얽혔던 여관도가 있었다.

내가 남군호를 구할 당시, 남군호의 옆에서 함께 싸우고 있던 여관도였다. 도법을 펼치던 그 여관도다.

우리를 발견한 악미조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 왔다.

“어머? 동부지맹과 북부지맹의 네 분이 함께 산책하시는 거예요?”

다시 봐도 악미조는 참 예쁘다.

밝은 데서 보니 더 예쁘다.

저 정도 미모면 잠룡삼화 급이니, 북부지맹 잠룡관에서도 손꼽히는 미녀일 것이다.

참고로 악미조의 산동악가 또한 매우 유명한 세가이며, 현재의 천하 세가 서열로는 단목세가와 엇비슷하다.

황보충이 대꾸했다.

“하하,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맞아서 함께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게 되었구려. 소저들은 휴식 중이셨소?”

“네. 모용 소저가 객실 안에만 있으니 답답하다고 해서.”

악미조가 대꾸하자마자 황보충이 모용리에게 물었다.

“모용 소저, 상처는 괜찮은 거요?”

“네. 다행히 상처가 많이 깊은 건 아니라고 해요.”

지난밤에 봤을 때도 미소녀라는 느낌이었지만, 모용리 또한 잠룡삼화 급의 미녀다. 그녀 또한 밝은 데서 봐서 그런지 더 예쁜 느낌이다.

“정말 다행이오.”

황보충이 그렇게 대꾸한 후, 세 명의 여관도들에게 나와 단목강을 소개했다. 그 후에는 우리에게 여인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이분은 산동악가의 악미조 소저, 이분은 요녕 모용세가의 모용리 소저, 이분은 하북팽가의 팽난영 소저시오.”

어제 도법을 펼치는 모습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기에, 나는 팽난영의 정체 또한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다.

“어제 저와 남 공자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구해주셨던 두 분이시군요. 은혜를 입었습니다.”

팽난영이 나와 단목강을 향해 공손히 포권했고, 단목강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예를 풀게 했다.

잠룡삼화 급의 미모는 아니나, 팽난영 또한 충분한 미인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광주진가의 진운령 정도의 수준이라고 하겠다.

이렇듯 북부지맹에서 선발된 관도들의 면면을 여럿 보고 나니, 역시 북부지맹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황보세가, 모용세가, 하북팽가, 산동악가 만으로도 대단한데, 지난밤에 얼핏 보기로 빼어난 권법을 구사하는 청년도 있었고, 빼어난 도법을 구사하는 청년도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과 무공 연원을 통해 추측하자면, 그들은 각각 진주언가와 상관세가의 후손들일 터였다.

참고로 진주언가는 하북에 있고 상관세가는 하남에 있다. 둘 다 북부지맹 소속이다.

황보세가, 모용세가, 하북팽가, 진주언가는 오대세가 급의 세가들이며, 산동악가와 진주언가는 십대세가 근처의 세가들이다.

즉, 북부지맹에는 천하에서 내로라하는 세가들이 여섯 곳이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세상에나.

거기에 추소륵은 백도를 대표하는 소림 출신이며, 남군호는 대문파인 태산파 출신이다.

동부지맹에 소속된 세력들의 면면과 비교하자면 북부지맹에 소속된 세력들의 면면은 미친 수준이다.

이러니 동부지맹 사람들이 남궁세가의 존재를 더욱 소중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거다.

그나마도 천하제일세가가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과 든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니까.

* * *

북부지맹의 여관도들에게 들어보니, 제갈수광은 늦게야 일어나서 방금 전에 점심 식사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제갈수광은 지난밤에 체내의 모든 힘을 쥐어짜냈다. 그렇기에 이렇게 늦게 일어난 것도 이해는 된다.

단목강과 나는 북부지맹의 관도들과 헤어져서 그쪽 객잔으로 들어갔다.

점심을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제갈수광이 혼자서 심심하게 식사를 하고 있을 것 같아서였다.

문안 인사를 겸해서다.

창가 쪽의 넓은 식탁에 앉아 있는 제갈수광이 보였다.

한데 혼자가 아니었다.

강하령과 사옥연이 그 앞에 앉아 있었다.

식탁에는 술병이 있었고, 마침 사옥연이 제갈수광의 잔을 채워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아하니 식사를 하는 건 제갈수광뿐이었다.

우리를 발견한 제갈수광이 물었다.

“무슨 일이지?”

그에게 대꾸했다.

“교관님께서 홀로 처량하게 식사하고 계실 것 같아서 와봤는데, 다행히 혼자 드시는 건 아니었군요.”

“저 자식은 같은 말을 해도······. 으휴, 저 웬수.”

제갈수광이 그렇게 말하더니 턱짓으로 우리를 불렀다.

단목강과 함께 식탁에 가서 앉은 후에 말했다.

“대낮부터 또 웬 술이십니까.”

“하여간 이 자식은 앉자마자 또 잔소리.”

“인솔 책임 교관이시잖습니까.”

“어차피 무림맹 본맹에서 이쪽으로 이미 정예 전력을 파견했다. 육로로 부지런히 달려오고 있으니 저녁때면 도착할 거야. 우리는 그들과 함께 내일 아침에나 출발할 거고.”

그러니 오늘은 실컷 술이나 마시겠다는 거다.

지난밤에 힘들었으니 제갈수광으로서도 술 생각이 간절하긴 했을 것이다.

잠시 지난밤의 제갈수광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저도 한 잔 주십시오.”

제갈수광이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웬일이냐? 송유겸 네가 먼저 술을 달라니?”

“그냥 뭐, 어찌어찌 무사히 끝나기는 했지만 지난밤의 전투가 실상 쉬운 전투는 아니었잖습니까.”

내가 그렇게 대꾸하자 단목강도 곧바로 말했다.

“하면 저도 한 잔 주십시오.”

단목강에 이어 강하령과 사옥연도 가세하니, 결국 제갈수광의 식사 자리는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졌다.

“두 분이 교관님과 함께 다니며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잘 알고 있어요.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강하령이 우리의 빈 잔을 채워주며 그렇게 말하자 사옥연이 단목강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단목 공자의 실력이 그 정도로 높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어요. 정말 놀랐어요.”

“근래 깨달음이 좀 있어서 성취도 약간 는 것 같소.”

“아무래도 태화지부에서의 경험 덕분이었겠죠?”

“뭐, 그렇소.”

단목강이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단목강은 내가 보기에도 태화지부 때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나조차도 놀랄 만큼.”

“감사합니다. 더 정진하겠습니다.”

사옥연이 이번에는 나를 보며 말했다.

“단목 공자한테도 많이 놀랐지만, 송 공자 때문에 더 놀랐어요. 송 공자의 암기술 실력이 상당하다는 소문이야 저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지난밤에 보니 그건 상당한 수준을 넘어서 엄청난 수준이던데요?”

어제의 나는 여기저기로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싸웠으니, 마침 근처에 있을 때 봤던 모양이다.

강하령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로 나를 보고 있다.

“하하. 과찬이시오.”

내가 대꾸하자 사옥연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암기술이라면 나도 약간이나마 배웠어요. 비도술도 쉬운 게 아니지만 강탄술을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구사하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렇다고 위력이 약한 것도 아니고······.”

안휘의 사가장은 특별한 수련법으로 다방면의 무기술에 능통한 가문이다. 그런 만큼 사옥연도 암기술을 어느 정도는 배운 모양이었다.

내가 민망함을 담아서 미소만 지어 보이자 사옥연이 말했다.

“그 정도로 뛰어난 암기술이면 대부분의 실전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죠. 제갈 교관님께서 왜 송 공자를 동행시키신 건지 충분히 알 것 같았어요.”

빌어먹을 놈의 사파 놈들하고만 엮이면 그 때마다 내 실력이 점점 까발려지고 있다.

그나마 암기술의 고수인 정도로만 밝혀진 것으로 안도해야 할 판국이다.

우리는 해시정 무렵까지 계속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 동부지맹과 북부지맹의 모든 인원들이 본맹 무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무창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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