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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85화 (85/416)

내 안에 마교있다 85

애초에 제갈수광과 나는 무림맹의 정문 쪽에 있는 전각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러던 중에 제갈수광이 뒤돌아서 달리고 있으니, 결국 다시금 동련각 방향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여인이 신법을 펼치는 걸 확인했는지, 제갈수광도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나도 적당한 속도로 신법을 펼치며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아직은 얼핏 본 것에 불과하지만 여인은 상당한 미인이었다.

게다가 처음에 제갈수광을 부르던 여인의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가득했었다. 표정도 그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갈수광은 여인을 피하고 있다.

심지어는 도망치고 있다.

제갈수광이 여인을 상대로 저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 뭔가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당연히 구경해줘야지.

암, 그렇고말고.

앞으로 제갈수광에게 다용도로 써먹을 수 있는 좋은 패가 될지도 모르니까.

방금 전에도 느꼈지만 여인이 신법을 펼치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신법 펼치는 수준만 봐도 딱 알겠다.

저 여인은 절정고수다.

이러면 더 좋다.

제갈수광에게 선배라고 불렀으니 제갈수광보다는 나이가 적을 것이다. 실제로도 제갈수광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그런 나이에 절정고수라면 저 여인이 번듯한 문파나 세가 출신일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여인이 유명한 사람일수록 내가 써먹을 수 있는 패의 유용성도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법을 펼치던 제갈수광과 여인이 동련각의 대문을 지나쳐 내성 앞의 공터에 진입했다.

공터로 진입한 제갈수광이 공터의 구석 쪽으로 황급하게 방향을 틀었다. 이런 식으로 내성에 진입할 수는 없으니 결국 인적이 드문 구석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여인도 빠르게 그 뒤를 쫓았다.

곧 공터의 구석 쪽에 도달한 제갈수광이 포기했다는 듯 발걸음을 멈추는 게 보였다.

여인이 빠르게 다가가더니 제갈수광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본인의 양팔로 제갈수광의 한 팔을 감싸 안은 채다.

“헤헤, 제갈 선배애애.”

어? 저러면 가슴 부분이 제갈수광의 어깨에 밀착될 텐데?

저 정도로 친한 사이인 거야?

느낌이 온다.

이건 아주 좋은 패가 될 것 같다.

여인의 실제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눈에는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극초반 사이로 보였다.

얼핏 봤을 때도 상당한 미인으로 보이긴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보기 드물 정도로 빼어난 미인이었다.

화사한 느낌을 주는 미모에 성숙미까지 더해져 있다.

여인은 제갈수광에게 밀착한 채로 그의 어깨에 얼굴을 비비는 중이다.

오랜만에 낭군이라도 만난 분위기다.

저런 미인이 찰싹 달라붙어 있는데도, 제갈수광은 어떻게든 여인에게 잡힌 본인의 팔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배애, 이게 얼마만이에요오.”

“아, 알았으니까 일단 떨어져서······.”

제갈수광이 그렇게 대꾸했지만 여인은 결코 제갈수광의 한쪽 팔을 놓아 줄 기세가 아니었다.

오히려 코로 제갈수광의 냄새를 맡으며 행복에 겨운 미소까지 짓고 있다.

“아아! 이게 얼마 만에 맡아보는 선배의 냄새람?”

“아, 아니, 알았으니까 일단 떨어져서······.”

물론 여인은 제갈수광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곧 여인이 고개를 들더니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제갈수광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와아! 우리 선배, 못 보던 새 더 멋있어졌다아! 선배는 어쩜 아저씨가 될수록 더 멋있어질 수 있는 거예요?”

얼씨구, 콩깍지가 아주 단단히 씌셨네.

어쨌든 누가 봐도 제갈수광은 질색을 하는 중인데, 여인은 그런 제갈수광의 반응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눈빛에 애정이 더 가득 담겨갈 뿐이었다.

“그런데 내 시야에 일단 들어왔는데도 도망칠 생각을 다 했던 거예요? 역시 우리 제갈 선배는 이런 귀여운 면이 매력이라니까.”

허허.

저 제갈수광에게 귀엽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줄이야.

“그동안 신법에 자신감이 좀 생겼나 봐요? 그래도 그건 어렵죠. 선배의 성취가 늘 때 나라고 놀고 있었겠어요?”

여인을 향해 곤란함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제갈수광의 고개가 문득 내 쪽으로 돌았다.

이제야 내 존재를 인식한 거다.

그만큼 온 신경이 여인에게 쏠려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 송유겸, 너는 일단 숙소에 가 있어.”

“괜찮습니다, 교관님. 교관님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게 제 역할이잖습니까.”

“스읍! 빨리 가 있으라고!”

제갈수광답지 않게 언성까지 높이고 있다.

“아닙니다, 교관님. 제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너잇! 진짯!”

제갈수광이 인상까지 구기며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꾸해줬다.

“게다가 옆에 계신 우아한 여협께서는 교관님과 친분이 매우 깊은 사이이신 것 같은데, 제가 또 교관님의 애제자로서 인사 정도는 드려야 옳지 않겠습니까?”

후후, 어딜 이런 식으로 보내시려고?

내가 만만치 않은 놈이라는 건 당신이 더 잘 알잖소?

여인이 나를 향해 말했다.

“아까 제갈 선배와 함께 있던 아이구나? 뭐? 우아한 여협? 푸호홋! 너, 재미있는 아이구나? 이리 와, 이리 와.”

제갈수광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여인은 흥미로움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중이다.

나는 제갈수광보다는 여인 쪽으로 다가갔다.

“어머, 어머, 웬 일이니이? 너 정말 잘 생겼다아!”

“아하하, 가, 감사합니다.”

내가 어색한 척하며 대꾸하는 동안에도 여인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계속 나를 바라봤다.

내 생김새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는 눈빛이다.

이 분, 얼굴만 예쁜 줄 알았더니 미남 보는 안목도 있으시네.

이윽고 여인이 제갈수광에게 물었다.

“······애제자?”

내가 방금 전에 한 말이 있으니 저렇게 물은 것이다.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애제자는 무슨. 저 녀석은 그냥 웬수야.”

“웬수우우우우?”

깜짝 놀라며 그렇게 반응한 여인이 곧바로 나를 보며 말했다.

“너, 정말로 선배의 애제자구나?”

“하하, 그 말은 제가 그냥 해본 말로, 들으셨다시피 우리 교관님은 저를 웬수 취급······.”

그러자 여인히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아니. 선배는 정말로 아끼는 사람이 아니면 결코 저런 식의 표현은 안 쓰거든.”

그, 그런 겁니까?

여인이 곧바로 내게 물었다.

“너, 이름은?”

“아, 인사드립니다. 저는 동부지맹의 잠룡관도인 송유겸이라 합니다.”

“송유겸? 이름도 멋지네?”

“감사합니다. 한데 여협께서는······.”

“아, 나는 윤단영이라고 해.”

이름을 듣자마자 그녀에 대한 정보가 떠오르고 있는데, 제갈수광이 간단히 소개하듯 말했다.

“윤 교관은 화산파 출신이고, 현재는 서부지맹의 교관이다. 나와는 과거에 서부지맹의 잠룡관에서 함께 수학하던 사이다.”

윤단영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내가 기억만 하는 이름인 것을 넘어, 서무욱 시절의 내가 신경 쓰던 이름이기도 했다.

그녀 또한 남궁찬처럼 당시의 나와 동갑내기였기 때문이다.

윤단영은 현 화산파 장문인의 넷째 제자로, 화산파의 여제자들 중에서는 지난 수십 년을 통틀어 최고의 기재라는 평가를 듣는 여인이다. 그만큼 유명한 여인인 것이다.

검공뿐만 아니라 조공, 수공, 지공 등에도 능한데, 그녀가 유명해진 건 탁월한 경신술 덕분이다.

보법과 신법이 매우 신묘하고 빨라서, 그 분야만큼은 현재의 화산파 전체를 통틀어도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처음에 내 옆을 스쳐 지나갔던 윤단영의 신법은 나조차도 놀랄 정도로 매우 빨랐었다. 즉, 부풀려진 소문이 아닌 것이다.

심지어 그녀는 아까 제갈수광의 속도를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기까지 했었다.

정체를 알고 나니 그게 괜한 소리가 아니었음을 충분히 알 것 같다.

“아, 서부지맹 잠룡관의 교관님이셨군요.”

윤단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또한 인솔 교관으로 무림맹에 온 모양이다.

“우리 교관님과 굉장히 친해 보이시는데, 잠룡관도 시절부터 친하셨던 건가요?”

“응. 친하기도 했고, 내가 이성적으로 많이 좋아하기도 했고, 물론 지금도 좋아하고.”

저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꺼내다니.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긴 한데, 실제 성격도 그런 모양이다.

윤단영에게 농담조로 대꾸했다.

“윤 교관님도 취향 참 독특하시네요?”

“뭐어어어? 푸호호호호홋!”

재미있다는 듯 웃던 윤단영이 말했다.

“네가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네 교관님은 알면 알수록 정말 멋진 사람이야.”

“그건 저도 대강 압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건 외모 쪽 얘깁니다. 과거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 우리 교관님의 외모 상태라는 게 썩······.”

“푸호호호호호홋!”

윤단영이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었다.

제갈수광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째려보는 중이다.

웃음을 멈춘 윤단영이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와! 얘, 재미있는 아이네요? 말하는 거 보니 선배랑 많이 가까운 사이인 것 같기도 하고. 선배와 이렇게까지 편하게 지내는 제자가 있다는 것도 놀랍고.”

“말했을 텐데. 쟤는 제자가 아니라 웬수라고.”

제갈수광이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하자 윤단영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아까 이름이 송유겸이라고 했지? 선배와 이런 정도의 관계인 제자라면 내가 꼭 기억해야겠네? 그런데 넌 어디 출신이야?”

“아, 저는 동부지맹 옆에 있는 작은 현의 이름 없는 장원 출신입니다. 강서 광풍현의 송가장이라고 있는데, 말씀드려도 잘 모르실 겁니다.”

“응······. 미안한데 정말 모르겠다. 그래도 유겸이 네 이름만큼은 꼭 기억할게. 내가 또 미남 이름은 더 잘 기억하거든.”

“하핫. 감사합니다.”

윤단영이 다정한 표정과 어조로 말했다.

“제갈 선배가 아끼는 제자라고 하니까 유겸이의 실력도 더 궁금해지네? 통합 잠룡대전 때 네 비무도 열심히 챙겨보며 응원해줄게.”

“아, 그건 어려우실 겁니다.”

“어? 예비 명단이야?”

“예, 일단 그렇게 되어 있기는 한데, 저는 딱히 통합 잠룡대전에 참가하려고 온 게 아니라서요.”

“그건 무슨 얘기야?”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를 향해 대꾸했다.

“아, 저는 우리 교관님의 수행 부관 역할로 온 겁니다.”

“수행 부과안?”

“예. 전문용어로 하면 따까리라고······.”

“뭐어? 푸흐흡! 자기 입으로 따까리래. 푸호호호호호홋!”

윤단영이 또다시 고개를 젖히며 한참을 웃었다.

윤단영이 웃음을 멈추고는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단체전도 생겼잖아. 그러니 예비 명단 관도들에게도 참가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어.”

“아, 설령 기회가 생긴다 해도 딱히 참가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요.”

내가 대꾸하자 윤단영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해가 잘 안 될 테지.

어쨌든 이쯤이면 슬슬 자리를 피해줘야 할 때다.

나도 이 정도 눈치는 있거든.

“두 분의 해후를 계속 방해할 수는 없으니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윤단영이 고개를 끄덕이기에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 전에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응, 얼마든지 물어봐.”

“과거부터 지금까지 윤 교관님만 우리 교관님을 일방적으로 좋아하셨던 겁니까?”

그러자 제갈수광이 즉시 반응했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갈 거면 빨리 가!”

하지만 윤단영의 반응은 달랐다.

“아니. 선배도 나를 좋아했지.”

역시나 윤단영이 미끼를 물어줬다.

그녀를 향해 곧바로 말했다.

“제가 아는 우리 교관님은 감정 표현 같은 걸 극도로 자제하시는 분입니다. 한데 우리 교관님도 윤 교관님을 좋아했다는 걸 어찌 확신하십니까?”

“송유겸, 빨리 안 가?”

제갈수광이 재차 나를 독촉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윤단영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예를 들어 우리 교관님이 먼저 고백이라도 했다거나, 아니면 모종의 행동으로라도 그런 감정을 표현했다거나······.”

“응, 당연히 표현했었지! 선배가 먼저 입맞춤도 했었는데.”

윤단영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렇게 말하자 제갈수광이 매우 당황하며 외쳤다.

“여, 영 매······!”

이에 나는 속으로 씩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입맞춤까지 했던 사이라는 거지? 알았어.

게다가 제갈수광이 윤단영을 부른 호칭만으로도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를 더욱 확신할 수가 있다.

‘윤 매’가 아니라 ‘영 매’라고 했다.

웬만한 친분 관계에서는 누이라는 뜻의 ‘매’라는 호칭을 성에 붙여서 쓴다. 나만해도 유은무에게는 ‘유 매’라고 부르고, 장우혜에게는 ‘장 매’라고 부른다.

한데 제갈수광은 윤단영의 이름에다가 그 호칭을 붙여서 사용한 것이다. 각별한 관계임이 확실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 제갈수광은 윤단영을 보자마자 도망쳤었다.

후훗. 이건 뭔가가 있다는 거지.

“뭐 어때요? 우리도 어른이고 유겸이도 성인인데. 알 것 다 아는 나이일 텐데.”

“그럼요. 당연히 성인이죠. 알 것 다 아는 나이 맞고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윤단영과 나와 제갈수광이 차례로 그렇게 말했다.

웬만해서는 당황하는 일이 없는 제갈수광이다. 그런 그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더 재미가 있다.

자,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슬슬 빠져주자.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윤 교관님, 뵙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그래, 유겸아. 다음에 또 봐.”

이후에 나는 제갈수광을 향해서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목례한 후 그곳을 벗어났다.

제갈수광은 환장하겠다는 표정이었다.

* * *

송유겸이 저만치 멀어지자 윤단영이 조용히 말했다.

“교관이 된 후로 몇 년간 수많은 백도의 아이들을 봤는데, 저 아이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딱히 예(禮)에 얽매이지 않는데도 눈에 거슬리지 않고, 저 나이답지 않게 능구렁이 같기도 하고, 거기에 미묘한 느낌도 있고.”

“미묘한 느낌?”

“무슨 말인지 알면서 그러신다. 저 아이, 경지 파악이 어려운 종류의 내공을 익혔잖아요. 선배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거 아녜요. 그래서인지 딱 보면 강한 느낌이 안 들고요.”

윤단영이 바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쯤 되면 그 이상으로 보이는 게 있잖아요? 그냥 보면 마냥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기만 하는데, 그 속에 단단한 무언가가 정제되어 있다는 걸.”

제갈수광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윤단영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근래 조용하다 싶었더니 저런 아이를 키워내고 있었던 거군요?”

그 말에 제갈수광이 피식 웃었다.

자신이 키워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송유겸은 알아서 컸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사실 관계를 정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굳이 이 이상 송유겸이 드러나게 할 필요가 없으니까.

* * *

두 사람과 헤어져서 동련각으로 돌아오는데, 동련각의 대문 앞에서 누군가가 기웃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약관 전후로 보이는 청년인데, 지적인 분위기에 준수한 외모의 미청년이었다.

내가 대문 쪽으로 다가가는 중에, 대문 앞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무사 중 한 사람이 청년에게 물었다.

“공자, 누군가 찾는 분이라도 있으시오?”

“아, 아닙니다.”

“보아하니 다른 지맹의 잠룡관도인 것 같은데, 혹여 동부지맹의 잠룡관에서 온 친우들을 찾는 거라면 안으로 들어가서 찾아 보셔도 되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대문을 지키고 있는 무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년이 왜 저러나 싶은 것이다.

나도 그가 왜 저러는 건가 싶다.

‘누구였더라?’

처음 보는 청년이긴 한데 낯선 얼굴이 아니다.

즉, 천마신교의 정보를 통해 내가 용모파기를 접했던 얼굴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체가 딱 떠오르지는 않았기에, 나는 대문을 지키고 있는 무사들에게 목례하고는 곧장 안으로 들어섰다.

청년의 정체가 떠오른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 저 청년이 바로!’

그때쯤, 뒤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혹시 동부지맹의 잠룡관도시오?”

당연히 내게 묻는 말일 수밖에 없기에 뒤돌아서 대꾸했다.

“그렇소만.”

내가 대꾸하자마자 청년의 전음이 들렸다.

[이번 동부지맹 잠룡관의 인솔 교관으로 제갈수광 교관님이 오셨다고 들었는데, 맞소?]

청년의 정체를 알고 있기에, 나는 그가 왜 제갈수광에 대해 묻는지도 알 것 같았다.

청년의 이름은 제갈건.

그는 현 제갈세가주의 장남, 즉 소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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