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88화 (88/416)

내 안에 마교있다 88

무림맹 외성의 정문으로 들어서서 좌측으로 이동하면 동호 방향인데, 그쪽에는 본맹의 무인들이 머무르는 막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막사들의 중간 중간에는 실내 연무장들도 많다.

‘막사동’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반대로 외성의 정문에서 우측으로 이동하면 언덕 지형이 나오는데, 그곳에는 실외 훈련 시설들이 있다.

‘훈련동’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훈련동은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대연무장 구역, 부연무장 구역, 보조연무장 구역, 실외 단련 시설 구역이다.

훈련동 자체가 매우 넓기에 네 구역 모두 넓다.

연무장들은 대부분 언덕을 깎아서 만들었기에 나름의 작은 분지 비슷한 형태들을 이룬다.

언덕 정상 부분에 자리 잡은 대연무장은 중앙이 움푹 패어 사면 분지를 이룬 형태이고, 언덕의 측면에 자리 잡은 부연무장과 보조연무장은 삼면 분지를 이룬 형태다.

부연무장과 보조연무장도 매우 넓은데, 당연히 대연무장은 엄청나게 넓다.

대연무장은 현재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중이다.

연무장 자체에도 많은 인파들이 몰려 있지만, 사방 중에서 세 방향의 경사면에도, 경사면의 주변에도 사람들이 빼곡했다.

사방 중 한 방향에는 단이 설치된 상태다.

통합 잠룡대전의 개막식 행사를 위해 설치된, 높고 넓은 단이다.

상단과 하단이 있는데, 상단에는 사십 개가 넘는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하단에는 얼핏 봐도 백오십 개는 되어 보이는 의자들이 빼곡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각각 최고 귀빈들과 귀빈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단을 마주보고 있는 연무장의 앞줄 쪽에도 수백 개의 의자들이 마련되어 있는 상태다.

의자가 놓여 있는 연무장 공간의 앞줄도 나름의 귀빈석인데, 그곳에 각 지맹에서 선발된 관도들과 인솔 교관들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맨 앞줄은 교관들과 관계자들이 앉는 자리고, 두 번째 줄은 관도들이 앉는 자리다. 각 지맹별로 구분이 되어 있다.

관도들의 뒤쪽은 무림맹의 관계자들이 앉는 자리다.

의자들이 마련된 연무장 공간의 뒤쪽으로는 경계를 나타내는 줄이 쳐져 있어, 그 선을 무림맹의 무인들이 막고 서있다. 그 안쪽으로는 일반인들이 들어올 수 없게 해둔 것이다.

자리에 앉아서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웅성거리는 소리로 일대가 온통 시끄럽다.

내 왼쪽 옆에는 단목강이, 오른쪽 옆에는 강하령이 앉아 있다.

앞줄은 제갈수광을 비롯한 교관들과, 동부지맹 및 동련각의 최고위 인사들이 채우고 있다.

이윽고 우리 앞에 설치된 단 위의 자리가 하나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상단은 아직 비워져 있는 상태고, 하단부터 채워지는 중이다.

백도 무림의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군중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매우 커지는 중이다.

나는 내가 모르는 인사들이 등장할 때마다 옆에 있는 단목강이나 강하령에게 물어보곤 했다.

보아하니 단목강보다는 강하령이 이런 쪽에 더 밝은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림의 주요 인사로서 더 무게가 실리는 쪽은 아무래도 단목세가주보다는 검후일 테니까. 그런 이유로 단목강보다는 강하령이 어려서부터 더 많은 주요 인사들을 봐 왔을 테니까.

하단의 자리가 거의 채워질 때쯤, 상단 위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쉰 살 즈음으로 보이는 문사풍의 중년인이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나, 워낙 유명해서 굳이 정체를 물어볼 필요가 없는 인물이다.

그는 무림맹의 문상이니까.

군중의 웅성거림이 엄청나게 커졌다.

상단의 한쪽 끝에 선 중년인이 한 손을 들자 군중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 반갑소! 무림맹의 문상으로서 여러분 모두를 환영하는 바이오!”

음성에 웅혼한 내력이 담겨 대연무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

군중이 함성을 질렀다.

백도 무림에는 두뇌로 유명한 가문이 네 곳 있다.

제갈세가, 사마세가, 합비주가, 항주육가다.

각각 제갈량, 사마의, 주유, 육손 같은 삼국지의 유명한 지략가들을 세가의 시조로 표방하는 세가들이다.

물론 그들이 시조로 삼는 삼국지의 영웅들과 저 세가들의 혈연관계가 제대로 이어져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네 곳 모두, 세가 후손들의 두뇌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적어도 두뇌에 한해서는 본인들이 내세운 그 시조들의 이름에 먹칠한 일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무림맹의 문상 역할도 대대로 그 네 곳의 세가에서 주로 맡아 왔다.

현재의 문상은 사마세가에서 맡고 있다.

사마세가주 사마진.

당금 백도 무림에서 두뇌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 바로 그다.

참고로 사마세가는 북부지맹 소속이다.

단상 위에 올라온 사마진이 최고 귀빈들을 한 사람씩 호명하기 시작했다.

호명된 귀빈들이 등장하여 간단하게 군중들을 향해 인사한 후, 상단의 빈자리를 차례로 채워갔다.

먼저 소개된 인사들은 주로 구파일방이라고 불리는 거대 문파와 그에 준하는 문파의 수장들이었다.

소림 방장, 개방 방주, 무당과 화산의 장문인 등, 천마신교의 정보를 통해서만 알고 있던 유명 인사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후에는 팔대세가로 통하는 명문세가 및 그에 준하는 세가의 가주들이 소개되었다.

특히 남궁세가주와 제갈세가주를 보는 느낌은 왠지 남달랐다.

내가 남궁찬, 장우혜, 제갈수광 등과 매우 가깝기 때문이겠지.

이렇듯 백도 무림의 거대 문파와 명문 세가의 수장들을 직접 보니 왠지 모를 흥분감이 밀려왔다.

전생에 천마신교의 유명 인사들과 어울려 살았던 나조차도 이렇게까지 흥분될 정도이니, 이곳에 모인 일반 군중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다음으로 소개된 인물들은 각 지맹의 지맹주를 비롯한 지맹의 최고위 인사들이었다.

이후에는 각 지맹 잠룡관의 관주들이 소개되었다.

우리 잠룡관의 관주인 육남춘을 이곳에서 보니 왠지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본맹의 주요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장들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상단의 자리를 채우는 인물들인 만큼, 지금까지 소개되었던 모두가 큰 환호성을 들었었다.

한데 지금까지의 환호성 중에 가장 큰 환호성은, 바로 이 사람이 언급된 직후에 터져 나왔다.

“이어서 본맹의 집법당주이신 선우훤 당주님이시오!”

“와아아아아아!”

그야말로 귀청이 찢어질 듯한 함성이었다.

어마어마한 환호를 받으며 걸어 나온 선우훤이 군중들을 향해 절도 있게 포권해 보였다.

그러자 더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백도 무림 내에서 선우훤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저 정도 되는 사람이 나를 각별하게 여겨주고 있다는 게 이 순간만큼은 우쭐하게 여겨질 정도다.

문상 사마진의 입에서 다음 인물이 소개되었다.

“이어서 본맹의 무상이신 백리결 대협이시오!”

사십대 초중반쯤의 인물이 상단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아아아!”

선우훤 때와 비슷한 강도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백리결.

백도에서 검술이 가장 뛰어난 다섯 명을 백도오검이라고 칭하는데, 그 중 한 사람이다.

넓게는 백도십대고수의 일인이며, 더 넓게는 천하이십대고수의 일인이기도 하다.

그냥 뭐, 어마어마한 초고수인 거다.

괜히 무림맹의 무상이겠는가.

백리결의 별호는 ‘은우사’다.

그가 검법을 제대로 떨쳐내면 마치 은색의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비를 관장하는 신인 ‘우사’라는 말과 함께 은우사라는 별호가 붙은 것이다.

보이기에는 사십대 초중반으로 보여도, 실상 그는 사십대 후반이다.

내공이 고강하여 저렇듯 젊어 보이는 거다.

차기 맹주 일순위로까지 꼽히는 인물이며, 백리세가의 가주다.

백리세가는 동정호로 유명한 호남의 악양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호남은 남부지맹에 속한다.

백리결이 앉고 나자 문상 사마진이 잠시 뜸을 들이며 군중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이쯤 되니 군중들의 흥분은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태였다.

무림맹에서 무상 백리결 다음으로 소개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다들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이윽고 사마진이 외쳤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맹주님을 모시도록 하겠소!”

“와아아아아아아!”

온 무림맹이 떠나갈 정도로 거대한 함성 속에서, 오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인물이 상단 위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수수한 청의 도포를 입은 중년인이다.

머리카락은 반백이고 신장은 평균 이상이며 마른 체형이다.

강직한 인상인데 안광은 부드럽다.

기도가 안정되어 있는 걸 넘어서서 평온하고 자연스럽다. 주변의 모든 것들에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느낌의 기도다.

그렇듯 자연스러운데도 불구하고 발걸음 하나하나에서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지고 있다.

운천흠.

전 화산장문인의 셋째 제자이자, 현 화산장문인의 삼사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문제자를 넘어서 화산파 최고의 고수에 올랐고, 이후에는 백도제일인에까지 올랐다.

사부님의 생전에는 천하제이인이었으나, 작년에 사부님이 돌아가신 후부터는 자연스럽게 강호고수 서열록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다. 당금 강호의 천하제일인이 바로 그다.

연령은 오십대 후반인데, 역시나 내공이 고강하여 저 나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거다.

「먼발치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다. 매화골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아이가 하나 나왔더구나.」

운천흠에 대한 사부님의 평가처럼, 화산에서 간만에 인물 났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화산은 명문거파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중이었다.

문파나 세가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건 보통, 빼어난 고수가 장기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화산에서도 고만고만한 고수들이야 줄기차게 배출돼 왔으나, 한동안은 천하십대고수는커녕 백도십대고수로 꼽히는 무인조차 배출하지 못했었다.

거의 반백년 이상 그런 식이었다.

일반적으로 소림과 무당 다음으로 거론되는 명문거파가 화산파다.

당연히 화산파 위기론이 공공연하게 돌았었다.

그런 와중에 튀어나온 제자가 바로 운천흠이라는 인물이다.

그래서 별호는 ‘한중매’다.

매우 추운 시기에 피어난 매화라는 뜻이다.

화산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에 등장한 초고수가 바로 운천흠이니, 화산을 상징하는 매화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붙은 별호다.

참고로 화산파는 서부지맹에 속한다.

“통합 잠룡대전을 빛내주기 위해 이렇듯 찾아와 주신 동도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소. 무림맹을 대표하여 동도 여러분을 환영하는 바이오.”

“와아아아아아아아!”

군중이 환호성을 질렀다.

외치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대화하는 듯 말하는 데도, 공력이 담긴 운천흠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한데 엄밀히 말하면 퍼져 나온 음성이 내 귀에 닿는 느낌이 아니다.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다.

맹주 운천흠은 지금, 단순히 음성을 증폭시키는 수법이 아니라, 그 이상의 수법을 쓰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공력이 담긴 저 목소리에 정기가 가득 담겨 있기에, 이게 무슨 의도인지도 알 것 같다.

이런 식이면 백도인들이야 아무렇지도 않을 테지만, 사마邪魔의 내공을 익힌 자들의 경우에는 저 목소리만 들어도 괴로울 수밖에 없다.

다른 이도 아닌 천하제일인의 수법이다.

웬만한 방식으로는 저 음성이 스며드는 걸 막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사파나 마교의 내공을 익힌 자들의 입장에서 저 음성을 차단하려면 공력을 제법 일으켜야 한다. 한데 백도인들이 득실거리는 이 상황에서 그런 종류의 내공이 조금이라도 운용되면 어찌될까.

말할 필요도 없다.

하면 사공이나 마공을 익힌 이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저 음성을 들으면서도 참아야 한다.

참고 들으면 들을수록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전방 좌측과 우측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본맹 무인들의 눈동자가 빠르게 이곳저곳을 훑고 있다.

저들뿐만 아니라, 곳곳에 배치된 본맹의 수많은 무인들이 저러고 있을 것이다.

낌새가 이상한 인물이 있다 싶으면 그 사람은 일단 무림맹 무인들의 눈에 들 테고, 이후에는 추적이 붙게 되겠지.

뭔가 느낌이 새롭다.

천마신교는 폐쇄 조직이라, 사부님의 경우에는 이런 수법을 쓸 필요가 없었다.

한데 백도는 연맹 형태라 개방될 수밖에 없다보니, 이런 방식 또한 쓸 필요가 있겠구나 싶은 것이다.

“근래 강호에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흉악한 자들에 의해 우리의 어린 관도들과 여러 동도들이 큰일을 겪었소. 여러분도 들었겠지만 최근에 장강에서는 우리의 동도들이 희생되기도 했소. 백도 무림을 이끌고 있는 맹주로서, 우리의 동도들을 지켜내지 못한 점에 대해 일단 사과드리고 싶소.”

운천흠이 그렇게 말하더니 연무장 쪽을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러지 마십시오! 맹주님의 잘못이 아님을 압니다!”

“흉수들 탓이지 맹주님이나 무림맹 탓이 아니잖습니까!”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외침들이 들려왔다.

맹주 운천흠과 무림맹을 응원하는 목소리들이었다.

잠시 후, 운천흠이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나, 여러분도 알다시피 본 맹주는 책임자요. 책임을 통감하고 있소. 물론 면밀한 대책을 세워 열심히 조사하는 중이며, 수뇌부를 비롯한 최정예들이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 중이오. 덕분에 모종의 성과도 얻었소.”

“오오오오!”

“고민을 했었는데, 중간발표는 폐막식 때 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소. 오늘은 축제가 시작되는 날이잖소. 이런 날에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낱낱이 얘기하여, 이 축제의 주인공들이 무거운 마음으로 통합 잠룡대전에 임하게 되는 걸 원치 않소. 궁금한 게 많을 것이나, 동도 여러분께서도 넓은 마음으로 본 맹주의 의도를 이해해주시리라 믿소.”

고개를 돌려보니 군중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들 또한 오랫동안 기다려온 축제인 만큼, 이 축제 자체를 즐기고 싶은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통합 잠룡대전의 개막이 미뤄졌고, 그로 인해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들었소. 보상 차원에서 이번에는 단체전도 추가되었음을 들으셨을 것이오. 여러분과 관도들 모두 호응이 좋은 듯하니,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도 매년 단체전을 이어갈 계획이오.”

“우오오오오오오!”

“물론 단체전은 네 개 지맹 간의 대항전이오. 이번에는 급하게 신설한 탓에 대전 방식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소. 이번의 경험을 통해, 내년에는 더 나은 방식의 단체전이 될 수 있게끔 노력해 가겠소.”

환호하는 군중들을 향해 미소를 보인 운천흠이 다시 입을 열었다.

“통합 잠룡대전을 위해 땀흘려온 관도들의 노고를 잊지 맙시다. 이들은 각 지맹에서 선발된 최고의 관도들로, 모두가 다음 세대의 백도 무림을 이끌어갈 동량들이오. 노후세대의 우리를 지켜줄 이들이 바로 이들이오.”

운천흠이 바로 말을 이었다.

“승리한 관도들에게도 큰 성원을 보내주시되, 패배한 관도들을 따뜻하게 격려해주는 일 또한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소. 여러분과 함께 관도들을 향해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으로, 개막식의 축사를 갈음할까 하오.”

짝짝짝짝짝짝짝!

고막을 울리는 엄청난 박수 소리와 함께, 맹주 운천흠의 개회사가 마무리되었다.

이후에는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는 관도 선서가 이어졌다.

소림의 추소륵이 관도 대표로 단상 위에 올라가서 선창하며 선서했고, 우리는 뒤에서 일어선 상태로 복창하는 방식이었다.

선서가 끝나자 문상 사마진이 대회 전반에 대한 공지 사항들을 알렸고, 그렇게 개막식이 막을 내렸다.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단상의 하단에 앉아 있던 반가운 얼굴이 우리 쪽을 향해 다가왔다.

남궁찬이다.

아까 강하령의 말을 들어보니, 남궁찬은 작년 통합 잠룡대전 때는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고 한다. 한데 이번에는 와 있는 걸 보고 강하령도 놀란 반응을 보였었다.

어쨌거나 우리 관도들의 시선이 남궁찬에게 집중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데 우리 주변에 있던 다른 지맹 잠룡관도들의 시선 또한 남궁찬에게 집중되고 있다.

워낙 유명한 인물인 만큼, 모습만으로도 누군지 알아본 것이다.

다른 지맹의 관도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동부지맹의 관도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 남궁찬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우리 후배들, 반갑다.”

“나, 남궁찬 선배님께서······!”

우리 잠룡관의 관도들 모두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천하제일세가의 소가주이자 동협당의 부당주라는 지위 자체도 대단하지만, 통합 잠룡대전에서 낸 성과만으로도 전설이나 다름없는 남궁찬이다.

그러한 동부지맹의 대선배가 이렇듯 찾아와줬으니 모두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거다.

남궁찬은 다른 지맹 관도들의 이목이 집중될 걸 알면서도 보란 듯 우리를 찾아왔다.

그 이유를 우리 지맹의 관도들이 모를 리 없다.

이보다 더 큰 응원과 격려가 어디 있겠는가.

다들 놀라고 감격한 표정들인데, 그 와중에 편안한 어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당주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단목강의 목소리였다.

사실은 나도 남궁찬에게 인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지금, 신경이 완전히 다른 데 팔려 있기 때문이다.

남궁찬은 혼자서 온 게 아니었다.

뒤에 두 명의 여인을 대동하고 왔는데, 그녀들은 현재 남궁찬의 뒤에 다소곳이 서있다.

두 여인 모두 얼굴 전체를 가리는 면사가 달린 모자를 썼다.

아까 단상의 하단에, 남궁찬의 뒤쪽에 앉아 있던 여인들이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들어왔기에 남궁찬의 일행인지조차 몰랐었다.

면사도 가까이서 보면 안쪽의 모습이 약간은 보인다.

낯익은 얼굴들은 아니다.

그러나 두 여인이 남궁찬의 뒤를 따라 걸어오는 모습을 통해 이미 확신한 게 있다. 내 눈에 너무나도 익숙한 체형과 걸음걸이라는 사실이었다.

‘누, 누이들······!’

장우혜와 유은무.

즉, 남궁설과 선우린이다.

그녀들일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두 소녀를 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나는 한동안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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