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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00화 (100/416)

내 안에 마교있다 100

교관들과 관도들 모두가 동련각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한 가운데, 나는 맨 뒤쪽에서 단목강과 함께 천천히 걸었다.

아까 보니 남부지맹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결승 진출자인 내가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약체인 동부지맹에 졌기에 더욱 충격적일 것이다.

우리 쪽 일 위인 종금무도 잘했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역시나 단목강이었다.

남부지맹의 이삼 위를 혼자서 꺾고, 사 위까지도 어느 정도는 지치게 만들었으니까.

“조장님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내 말에 단목강이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아마도 추소륵 공자와의 대결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소. 그래서인지 단체전에 대결을 펼쳤던 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쉽게 느껴졌나 보오. 그들의 공격이나 대응이 더 잘 보이더구려.”

오늘 오전에 추소륵과 대결을 펼쳤다가 오후에 단체전을 펼친 것이니 충분히 그럴 수는 있다.

“기본적으로는 지난 몇 달간 내 성취가 크게 상승한 덕분이기도 할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송 공자에게 항상 고마워하고 있소.”

“하하, 조장님 스스로 이뤄낸 성취를 가지고 뭘 또 그런 말씀을.”

“그 기간 동안 내가 얻은 깨달음의 대부분을 송 공자가 제공했으니 하는 말이잖소.”

단목강이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내가 무슨 대꾸를 해도 저리 생각할 사람이니, 미미한 미소만 지어 주었다.

잠시 말없이 걷던 단목강이 매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송 공자를 위해서 더 열심히 싸운 것이기도 하오.”

“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송 공자가 비무 대회 같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알잖소. 내가 성과를 많이 낼수록 송 공자가 투입될 가능성이 줄어들 거라는 생각이었소.”

“하하. 뭘 그런 것 까지 다 신경을 써주시고······.”

“나는 비무 대회도 나름 즐기는 편이니, 그런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될 일이잖소.”

하여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니까.

동련각으로 돌아온 우리는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로부터 큰 축하를 받았다. 내가 개인전의 결승에 진출하고, 동부지맹이 단체전의 결승에 진출한 덕이다.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저녁 식사도 동련각 측에서 특별히 준비한 진수성찬이라,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에 관도들은 서둘러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들 단체전을 치르면서 체력과 공력의 소모가 적지 않았으니, 회복을 위해 서둘러 올라간 것이다.

나 또한 방 안에서 회회심공을 운용하다가 적당한 시간에 잠들었다.

* * *

다음 날이 밝았다.

통합 잠룡대전의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는 날이다.

오늘은 오전에 단체전의 결승이 치러진 후, 오후에 개인전의 결승이 치러진다.

이후에는 시상식과 함께 폐회식이 진행된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방에서 쉬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십니까?”

문 쪽으로 다가가며 그렇게 묻자 밖에서 매우 짧은 대꾸가 들려왔다.

“문 열어.”

제갈수광이다.

방 안으로 들어선 그가 내 침상에 털썩 몸을 눕혔다.

이보쇼! 당신 침상이오?

탁자 쪽의 의자에 가서 앉으며 물었다.

“아침 식사 시간에 안 보이시던데, 늦잠이라도 주무셨습니까?”

“늦잠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불려갔다 와서 피곤해 죽겠는데.”

“어딜 불려갔다 오셨다는 건지.”

“어, 내성에. 오늘 대회 때문에.”

“대회 때문이라고 하시면······.”

내가 의아함을 표하자 제갈수광이 바로 대꾸했다.

“어쩌다 보니 단체전 결승하고 개인전 결승 모두 북부지맹과 동부지맹의 대결이 됐잖아. 그 일로 논의할 게 있다며 문상부에서 양측의 책임 교관들을 호출한 거다.”

“무슨 논의를 하셨는데요?”

“단체전 결승에 너와 추소륵이 나와서 체력을 소모해 버리면 그 다음에 열릴 개인전 결승이 시시해질 거 아냐? 혹여 둘의 순번이 겹쳐서 단체전에서 미리 붙어버리기라도 하면 개인전이 더 시시해지겠지. 한데 너도 알다시피 통합 잠룡대전의 꽃은 개인전이고.”

제갈수광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너와 추소륵의 단체전 출전을 제한하는 쪽의 논의를 했던 거다. 단체전이 이번에 처음 생겨서 세부 규정은 미비한 상태니까. 이번에 미비했던 규정이나 진행 방식은 내년에 더 보완한다는 모양이고.”

“그래서 결론은 났습니까?”

“말이 좋아 논의지, 실상은 통보나 다름없었다. 너와 추소륵은 단체전에 참가시키지 않았으면 하더군. 뭐, 북부지맹의 차우기 교관도, 나도, 딱히 이견은 없었어.”

나도 딱히 이견은 없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제갈수광이 툭 물었다.

“우승, 할 생각인가?”

“들어보니 교관님도 그렇고 남궁 부당주님도 그렇고, 내기를 걸었던 조건이 개인전의 결승 진출이었던 모양이더군요. 그 조건은 이미 달성됐고요.”

덕분에 두 사람도 돈 좀 만졌을 것이다.

선우훤도 상당히 많은 돈을 걸었다고 들었으니 재미를 크게 봤을 것이고, 남궁벽의 경우에는 거의 횡재 수준일 것이다.

선우훤과 남궁벽의 조건도 결승 진출이었으니, 결국 모두의 조건을 만족시킨 셈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동부지맹에서 사강 진출자가 두 명이나 나왔고, 한 명은 결승에까지 진출했잖습니까. 이 정도면 동부지맹의 위상 또한 충분히 높였다고 여겨집니다.”

“굳이 우승할 생각까지는 없다는 거군?”

“예.”

내가 단호하게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솔 책임 교관의 입장에서 네가 우승해주면 더 좋긴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너는 충분히 할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네 뜻대로 하도록.”

제갈수광이 그 말을 마치더니 방을 나섰다.

단체전 결승은 아침에 펼쳐지는데, 나는 단체전에 참가하지 않게 되었으니 여유로웠다.

교관들과 관도들이 동련각을 벗어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혼자서 천천히 동련각의 대문을 벗어났다.

응원 정도는 해줘야 할 테니 시합 시작 시간에 맞춰서 나선 것이다.

동련각의 대문을 벗어나서 몇 걸음 옮겼을 때쯤, 서련각의 대문을 나서는 익숙한 인물이 보였다.

“어? 송 공자! 안녕하시오!”

제갈건이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제갈씨들과 얽히게 되네?

“아, 제갈 공자, 안녕하시오.”

“대연무장에 가는 중이시오? 그러면 함께 갑시다.”

“그럽시다.”

같이 걷기 시작하자마자 제갈건이 말했다.

“개인전 결승 진출, 축하드리오.”

“하하. 고맙소.”

“송 공자가 범상치 않은 분 같긴 했는데 실제로 이 정도이실 줄은 몰랐소. 깜짝 놀랐소.”

이후에도 제갈건은 한동안 내 이야기를 했다.

내가 서부지맹의 관도들 세 명을 연속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보니, 화제도 자연스럽게 그쪽일 수밖에 없었다.

나에 관한 화제가 마무리 된 후에 제갈건에게 물었다.

“마침 곧 단체전의 결승이 시작될 테니 여쭙는 건데,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상하고 계시오?”

일전에 제갈건은 개인전의 팔강 구도에 대해 매우 정확하게 예측한 바 있었다. 그래서 물은 것이다.

“음······.”

기색을 보니 우리 쪽에 낙관적인 예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북부지맹이 우승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시는 거구려?”

“듣는 동부지맹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그렇게 예상하고 있소. 우리가 졌기 때문에 북부지맹의 실력을 높이 사는 게 아니오. 객관적으로도 북부지맹은 강하오.”

제갈건이 바로 말을 이었다.

“물론 어제 단목강 공자가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모습은 봤소. 종금무 공자 또한 훌륭하셨소.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두 분을 제외한 나머지 전력이 좀 약한 편이오. 그에 반해 북부지맹은 실력이 골고루 좋소. 아시다시피 전통 명문 세가의 직계들이 갖고 있는 저력은 결코 만만치 않소.”

충분히 일리 있는 분석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건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게다가 북부지맹은 동부지맹을 상대로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더구려. 어제 북부지맹과의 단체전이 끝난 후에 황보 형과 얘기를 나눴었소. 장강에서 보고 겪은 게 있었기에, 이번 통합 잠룡대전에서 동부지맹이 파란을 일으킬 거라는 예상을 이미 했었다고 하더구려. 물론 서부지맹과 남부지맹에는 그 정보를 발설하지 않았던 거고.”

덕분에 남부지맹도 우리에게 일격을 맞은 것이다.

어쨌거나 나도 제갈건과 비슷한 생각이다.

북부지맹은 가뜩이나 까다로운 상대인데, 우리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더 까다로운 상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단목강 공자의 체력이 제대로 회복되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소. 어제 체력을 거의 완전히 소진한 모양이니까.”

이 또한 충분히 납득이 되는 분석이었다.

단목강은 어제 개인전 사강에서 추소륵을 상대로 치열한 장기전을 펼친 데다가, 단체전에서는 혼자서 남부지맹의 상위 관도들을 상대로 진이 빠질 정도로 싸웠다.

어제의 단체전 예선은 오후 늦은 시간에 끝났다.

한데 결승이 오늘 오전의 이른 시간이다.

공력이야 운기조식으로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어도 체력은 그 짧은 시간에 제대로 회복되기가 어렵다. 아무리 체력 회복이 빠른 젊은 나이라도 절대적인 휴식 시간 자체가 너무 짧은 거다.

그 짧은 시간에 체력까지 제대로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심법은 회회심공 정도밖에 없다고 하겠다.

* * *

관중들의 크나큰 환호 속에서 단체전의 결승이 시작되었다.

우리 쪽 선봉은 목태월이었고, 북부지맹 쪽 선봉은 팽난영이었다.

우리 쪽 사 위와 북부 예선 칠 위 간의 대결이었으나, 승부는 일다경 가까이 이어지며 목태월이 겨우 승리했다.

이어서 나온 북부지맹의 관도는 진주언가의 언상요였다. 그는 북부 예선에서 삼 위였다.

이전에 체력과 공력을 많이 소모한 목태월이 금방 내려갔고, 이어서 주경명이 올라갔다. 주경명은 동부 예선에서 삼 위였으니, 양측 삼 위간의 대결이었다.

흐름을 북부지맹 쪽으로 넘겨주지 않기 위해 올라갔을 텐데 역부족이었다. 묵직한 언가권을 감당하지 못하고 일각이 되기 전에 패퇴한 것이다.

우리 쪽의 삼 위와 사 위가 초반에 패해버렸다.

게다가 언상요는 호흡이 약간 거칠어진 정도에 불과해서, 우리 쪽에서도 어설프게 대처했다가는 또다시 언상요에게 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기세가 북부지맹 쪽으로 크게 넘어갈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결국 종금무가 올라갔다.

언상요를 확실히 끊고, 이후의 기세는 우리가 찾아오겠다는 심산이다.

언상요는 종금무를 상대로도 반각 이상을 버티다가 내려갔다.

이후에 북부지맹에서 올려 보낸 이는 신석창이었다.

강소에 있는 모산파의 제자로, 북부 예선을 육 위로 통과했던 관도로 알고 있다.

“음······, 까다롭게 됐구려.”

현재 내 옆에는 여길상과 엄상평이 있다. 이번 단체전 결승전에 출전하지 않는 관도들이다.

방금 전에는 여길상이 한 말이다.

즉시 그에게 물었다.

“종금무 공자는 우리 쪽의 일 위인데 신석창 공자는 북부 예선의 육 위잖소. 한데 왜 까다롭다고 하시는 거요?”

“종 공자는 황산파고 신 공자는 모산파요. 두 문파는 매우 가까운 사이라서 평소에도 교류를 많이 하오. 지역도 다르고 소속된 지맹도 다르지만,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아서 그렇소. 장강을 이용하면 더 쉽게 오갈 수 있고······. 실제로 종 공자와 신 공자는 동갑내기 친우 사이이기도 하오.”

여길상은 종금무와 같은 안휘 출신이며, 둘 다 육 년차다. 그래서 세세하게 아는 모양이었다.

여길상이 말을 이었다.

“신 공자는 종 공자의 검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작정하고 나왔다고 봐야 할 거요. 이기는 건 어려워도, 종 공자를 상대로 적절히 대처하며 버티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잘하는 상대라고 할까?”

과연 여길상의 말 대로였다.

신석창은 종금무를 상대로 일다경 가까이 버텼다.

승리하긴 했으나, 종금무 또한 체력과 공력이 많이 소모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올라온 이는 모용리였다.

종금무와 모용리는 개인전의 십육강에서 맞붙은 적이 있었는데, 물론 그때는 종금무가 이겼었다.

그러나 지금은 종금무가 많이 지쳐 있는 상태다.

반각 남짓이 지나자 모용리가 종금무를 패퇴시켰다.

이후에 우리 쪽에서는 육 위였던 형가섭이 올라갔다.

한데 모용리는 일각이 지나기 전에 형가섭마저도 패퇴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에는 엄상평이 말했다.

“모용 소저는 개인전에서 종금무 공자와 붙었을 때보다도 실력이 더 는 것 같구려. 어려서부터 천재라는 소리가 자자했는데, 역시나 허튼 소문이 아니었던 모양이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애가 장강에서 칼을 한 번 맞아서 그런지, 당시에 비해서도 기도가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모용리는 개인전 삼십이강에서 신창양가의 양벽종을 이기는 이변을 일으킨 바 있다. 결코 운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후에는 우리 쪽 예선에서 칠 위였던 사옥연이 올라갔다.

모용리는 사옥연을 상대로도 반각을 훌쩍 넘기는 시간동안 맹렬히 싸우다가 내려갔다.

그러자 북부지맹 쪽에서 악미조를 올렸다.

북부 예선에서 오 위였던 악미조는 장창술을 이용하여 무난하게 사옥연을 제압했다.

이어서 우리 쪽에서 올라간 관도는 동부 예선에서 오 위였던 강하령이다.

양쪽의 예선에서 오 위를 차지한 관도들 간의 대결이다. 둘 다 사 년차의 여관도들이자 엄청난 미인들이기도 하다.

매우 팽팽한 대결이었다.

미녀들 간의 치열한 대결이라서 그런지 관중석에서의 환호도 대단했다.

한 순간 강하령이 기세를 잡았는데, 그러자마자 악미조가 장창을 분리하며 대처했다.

이후부터 두 여인은 엎치락뒤치락하며 더욱 치열하게 얽혔다.

두 여인 모두 결코 지지 않겠다는 기백이라, 그야말로 박빙의 대결이 이각(30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이기기는 강하령이 이겼다.

악미조가 이전에 사옥연을 상대하다가 다소의 체력과 공력을 소모한 탓이었다.

그러나 강하령 또한 숨이 거의 넘어갈 지경이라서, 빠르게 교체가 지시되었다.

북부지맹의 남군호가 비무대에 오른 상태에서 단목강이 올라갔다.

장강에서 절정고수에게 당하려던 걸 내가 구해줬던 게 바로 남군호다.

그는 태산파의 제자다. 북부 예선에서는 사 위를 차지했는데, 개인전 삼십이강에서는 강하령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서 탈락한 바 있다.

북부지맹 쪽은 남군호 다음에 황보충이 남아 있으나, 우리 쪽은 단목강이 마지막 순번이다.

즉, 단목강 혼자서 두 명을 모두 쓰러트려야만 동부지맹이 승리하는 셈이다.

곧 두 사람이 맹렬하게 얽혔다.

“아아······! 왠지 단목 공자의 몸이 너무 무거워 보이는구려.”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엄상평의 말이었다.

“무리도 아니지요. 사람인 이상 엊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의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체력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겠소.”

여길상의 대꾸였는데, 그의 음성에도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다.

아까 제갈건도 예측했듯, 단목강은 역시나 체력 면에서 문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남군호와 황보충을 차례로 상대하며, 단목강은 이미 이각(30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버티는 중이다.

지쳐서 가쁜 호흡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단목강은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로 끝까지 싸우고 있다. 체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싸우며 이 정도로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옆에 쭉 서있는 동부지맹 관도들의 눈동자가 촉촉하다.

단목강의 어마어마한 기백과 의지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후에도 단목강의 사투는 계속되어, 총 삼각(45분)에 가까워진 무렵에야 대결이 끝났다.

“단체전 결승 종료! 북부지맹, 승!”

북부지맹의 관도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동부지맹의 관도들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 * *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해결한 후 천막에서 나섰을 때였다.

[송 오라버니! 여기!]

고개를 돌려보니 남궁설과 선우린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두 소녀 모두 망사가 달린 모자를 쓰고 있다.

나 또한 죽립을 쓴 채로 두 소녀를 향해 다가갔다.

인적이 드문 곳을 향해 걸으며 남궁설이 말했다.

“정말 아쉬웠어요. 그래도 우리 선배들,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조장님이 정말 대단하셨어요.”

선우린이 맞장구를 치자 남궁설이 말했다.

“참고로 얘 울었어요, 아까. 조장님 싸우실 때.”

남궁설의 말에 선우린이 잠시 남궁설을 흘겨보았다.

잠시 후에 남궁설이 말했다.

“아버지와 큰 오라버니가 매우 기뻐하고 계세요.”

“아, 우리 할아버지도요!”

내기에서 돈 따서 그렇다는 얘기다.

돈도 지켜주고 자존심도 지켜줬으니, 이 정도면 잘 보인 거겠지?

몇 걸음을 더 옮기던 중에 남궁설이 물었다.

“근데 송 오라버니, 결승전은 어떻게 할 거예요?”

“뭐, 딱히 우승하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어. 결승에 진출한 정도면 할 만큼 한 거니까.”

“왠지 그럴 것 같았어요. 결승까지야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원래 송 오라버니는 실력 드러내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니까.”

내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남궁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승 상금이 준우승 상금보다 배 이상 많긴 하지만, 보아하니 송 오라버니는 형편이 궁한 것 같지도 않고. 우승했을 때 부상으로 받는 것도 대부분 적당한 무기 정도고······.”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줬을 때쯤, 선우린이 말했다.

“어? 아닌데?”

“뭐가 아니라는 거야?”

남궁설이 되묻자 선우린이 대꾸했다.

“이번 우승자 부상은 무기 아니야. 할아버지가 그러셨는데 분명 소성심단이라고······.”

남궁설이 놀라며 선우린에게 되물었다.

“소성심단? 성수곡에서 만드는 그거?”

“응.”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고 해서 소성심단에 대해 모를 리 없다.

복용하면 일반적으로 사오 년 공력 정도는 능히 증진시켜준다고 알려진, 성수곡의 영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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