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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02화 (102/416)

내 안에 마교있다 102

곧바로 목비도를 이용하여 목검의 날을 비껴내듯 쳐냄과 동시에, 권갑의 손등을 이용하여 검면을 쳐냈다.

터덕!

역시나 목비도와 손등에서 느껴지는 반발력이 예상보다 약했지만, 그 즈음에는 이미 내 왼손의 목비도가 추소륵의 오른팔을 찔러가는 중이었다.

추소륵이 반응하며 목검을 쥔 오른팔을 끌어당길 때, 나는 그의 좌측 옆구리를 향해 오른손 주먹을 뻗었다.

추소륵도 좌권을 뻗으며 내 우권을 막아왔다.

공력이 담긴 우리의 주먹이 맞부딪쳤다.

퍼엉!

정순하면서도 강맹한 내공이 느껴진다.

우리 둘의 공력이 맞부딪친 효과로 근처의 물기가 잘게 부서지며 뽀얀 안개 비슷한 효과를 냈다.

부딪치자마자 나는 즉시 오른손의 목비도를 이용하여 그의 왼쪽 팔뚝을 찔러갔다.

추소륵은 왼팔을 교묘하게 비틀어 빼냄과 동시에 장력을 발출해 냈다.

장력이 빗줄기를 밀어내며 내 가슴께를 향해 다가온다.

좌측으로 몸을 비틀어 장력을 피하자, 추소륵의 검이 내 왼쪽 옆구리를 찔러왔다.

왼손의 목비도를 이용하여 그의 검을 비껴 쳐내며 다시금 그를 향해 파고들었다.

아, 정말이지 이놈의 소림 무공, 상대하기 너무 귀찮다.

속도는 분명히 내가 우위에 있다. 물론 천섬무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속도 얘기다.

한데 내 속도가 추소륵의 속도를 완전히 압도할만한 속도까지는 아니다.

가뜩이나 소림 무학의 묘리를 일정 수준 이상 이해하고 있는 추소륵이라, 강과 유의 묘리를 살려 매 순간 적절하게 대처까지 하고 있다.

게다가 추소륵 또한 장강에서 실전 경험까지 쌓았기 때문인지 더더욱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확실히 전체적인 실력 면에서 지금껏 상대했던 관도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장기전으로 가게 되는 그림이다.

비 오는데 땀 좀 나게 생겼다.

이후에도 추소륵과 나는 계속해서 맹렬하게 얽혔다.

탁! 탁! 타닥! 펑! 퍼엉! 타닥!

매우 격렬하게 얽히고 있는 탓에, 우리 둘 다 체력과 공력의 소모도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퍼붓는 비가 그러한 소모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비로 인해 시야를 방해 받는 문제도 있고, 빗물이 눈에 들어가니 그로 인해 눈을 더 자주 깜빡거려야 하는 문제도 있다.

바닥이 미끄러우니 그 부분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완전히 젖은 옷 때문에 몸이 더 무겁기도 하다. 옷이 피부에 달라붙어서 출수를 할 때도 방해가 되고 있다.

이렇듯 심력 소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연쇄적으로 체력과 공력의 소모 또한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시합이 시작 된지 얼추 이각이 넘은 것 같다.

장시간 싸우는 와중에도 나는 틈만 나면 쥐고 있던 목비도를 날릴 기색을 취해왔다.

내가 여러 동작과 연계하며 그런 기색을 취하니, 추소륵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반응 정도는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근접 거리이기에 반응이 늦으면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소륵이 애초에 내 빼어난 암기술 실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강에서 본 탓이다.

물론 기세만 취할 뿐 실제로 목비도를 날리지는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추소륵의 체력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소모시키기 위한 심리전이었는데, 점점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후우, 후우, 후우······.”

추소륵의 호흡이 상당히 거칠어져 있는 것이다.

뻗어오는 추소륵의 검을 오른손의 목비도로 비껴낸 후, 양손에 쥐고 있던 목비도들을 손에서 놓으며 그의 손목을 잡아채갔다.

추소륵이 검을 쥔 손목을 회수할 때쯤, 나는 미리 봐 놨던 앞쪽 바닥의 물웅덩이를 강하게 걷어차 올렸다. 발의 안쪽 면을 이용했다.

촤아악!

고여 있던 물이 비산하며 날아오르자 추소륵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런 변칙을 쓰리라고 예상치 못한 것이다.

그가 자세를 낮추며 측면으로 한 걸음 옮기며 피할 때쯤, 나는 몸을 비틀며 바닥에 떨어지고 있는 목비도 두 자루를 연속으로 차냈다. 발등을 이용해서다.

방금 전에 내가 양손에서 놓았던 목비도들이다.

떨어지던 목비도 두 자루가 매우 빠른 속도로 추소륵을 향해 날아갔다.

슈슉-

그 즈음의 나는 이미 또 다른 목비도를 두 자루씩 양손에 뽑아 든 상태라, 그것마저 추소륵을 향해 털어냈다.

슈슈슈슉-

근거리에서 갑자기 날아든 목비도들이라, 추소륵도 그 모든 걸 피할 수는 없었다.

추소륵은 좌측면으로 이동하며 검을 어지럽게 휘둘러 서너 개의 목비도를 쳐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가 이동한 방향이 내 의도대로였다.

애초에 좌측으로 벗어나는 게 더 수월하게끔 목비도를 날린 탓이다.

반응을 예상했던 만큼, 나는 이미 그 방향으로 달려들고 있는 상태다. 즉, 추소륵의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박자가 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니나 다를까 놀란 표정이다.

그 즈음의 내 양손에는 목비도가 세 자루씩 들려 있는 상태였다. 아까 양손의 목비도를 털어내자마자 곧바로 뽑아든 목비도들이다.

즉시 그 목비도들마저 털어냈다.

네 자루는 그의 상체 쪽으로 향했고, 두 자루는 그의 발목 쪽으로 향했다.

추소륵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지금 날아오는 목비도들에 이대로 대응하다 보면, 결국 내게 목근접 간격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박자가 뒤처진 상황이니 재빨리 간격을 벌리며 다시금 안정을 되찾겠다는 심산이기도 하다.

그 순간, 추소륵의 한 발이 들리며 그의 몸이 휘청했다.

넓고 얕게 형성되어 있는 물웅덩이 위에서 급격하게 방향을 꺾다 보니 결국 미끄러진 것이다.

비로 인한 변수다.

평소라면 결코 미끄러질 일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바닥과의 마찰력이 매우 줄어든 상태라서 저렇게 된 것이다.

애초에 내가 추소륵을 그 안으로 몰아넣은 덕분이기도 하다.

나를 마주보고 있던 추소륵의 입장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지점이었던 데다가, 매우 얕게 형성된 물웅덩이이기에 본인이 밟고 있는 상태에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가뜩이나 방금 전의 추소륵은 내 목비도들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 틈에 나는 이미 추소륵에게 초근접한 상태인데, 그는 몸의 중심이 무너진 와중에도 반사적으로 목검을 끌어당겼다가 나를 향해 뻗고 있다.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우리 수준의 대결에서 저렇듯 몸의 중심이 크게 무너졌다면, 형세는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 수밖에 없다.

부드럽게 상체를 비틀며 검을 스쳐 보낸 후, 왼손으로 금나수법을 펼치며 그의 오른쪽 어깨를 잡아갔다.

추소륵은 신형을 뒤로 빼지 못했다.

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 바닥을 강하게 디뎌봐야 또다시 미끄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옳은 판단이기도 하다.

한 번 더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그 순간에 패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추소륵은 어떻게든 몸을 비틀며 검을 쥐고 있는 쪽의 어깨를 빼려 했다. 동시에 좌권을 뻗으며 견제해왔다. 내가 더 접근하는 걸 견제하기 위해서다.

순간적으로 나는 천섬무를 운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냈다.

왼손으로는 금나수법을 펼치며 추소륵이 검을 쥐고 있는 팔을 견제하는 한 편, 우권을 뻗어 추소륵의 좌권과 부딪쳐가며 그의 품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동시에 오른발로는 그의 디딤 발을 견제하며 그가 중심 잡는 걸 방해했다.

파앙!

내 우권과 그의 좌권이 부딪치며 경력이 폭발한 순간, 나는 그대로 오른팔을 뱀처럼 휘어감아 비틀며 또다시 권을 뻗었다.

추소륵이 소림 특유의 묘리를 통해 충격을 흘려보내고 다음 수로 연결할 게 빤하니, 내가 먼저 공격을 연결시켜 주도권을 이어가려 한 것이다.

파앙!

두 번째로 우리의 권이 맞부딪치자마자, 나는 또다시 우권을 비틀어 그의 가슴께로 뻗었다.

내 우권은 계속 전진하고 추소륵의 좌권은 계속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가 계속 간격을 좁히고 있는 상태에서 속도마저도 내 쪽이 우위에 있기에 그런 양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추소륵이 어쩔 수 없이 가슴 앞에서 권을 장으로 변환시켜 손바닥으로 내 주먹을 막았다.

이전과는 달리, 나는 순간적으로 내 우권에 강맹한 공력을 집중시켰다.

추소륵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제대로 막지 않으면 가슴을 내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적당히 흘려내며 다음 동작으로 이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퍼어엉!

권과 장이 부딪쳐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내가 휘청한 추소륵에게 달라붙은 후로 지금까지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했다.

추소륵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몸의 중심이 무너져 있는 상태였다 보니, 공력과 공력이 부딪친 강력한 폭발력을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물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내가 아니다.

즉시 그를 쫓으며 양손에 목비도 하나씩을 빼들었다.

상체가 젖혀진 채 뒤로 날아가는 와중에도 추소륵은 어떻게든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추소륵은 검을 쥐지 않은 손으로 땅을 짚으며 노력했으나, 결국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땅을 짚으려는 그의 팔을 향해 내가 목비도를 날린 탓이다.

시간차를 두고 두 자루의 목비도를 날렸기에, 추소륵도 손으로 땅을 짚어야만 하는 시점을 놓친 것이다.

철퍼덕!

결국 추소륵의 신형이 옆으로 눕듯 바닥에 떨어지며 미끄러졌다.

중간에 그는 한 팔로 바닥을 강하게 때리며 그 반동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내가 절묘한 순간에 날린 목비도에 의해 그조차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

그 직후, 나는 쓰러져 있는 추소륵 목 위에 목비도를 겨누었다.

주심이 외쳤다.

“결승전, 시합 종료! 동부지맹 송유겸, 승!”

“와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비 때문인지 관중석이 많이 비어있어, 전체적인 소리 자체는 시작할 때에 비해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목소리들에 담긴 느낌 자체는 매우 열광적이었다.

여전히 누운 상태에서 추소륵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허억! 허억······! 역시 대단하시오, 송 공자. 허억······!”

그는 빙그레 웃고 있었다.

나도 호흡을 고르며 대꾸해줬다.

“후우! 후우······. 고생 많으셨소, 추 공자. 후우우······!”

내가 오른손을 뻗자 추소륵도 의미를 파악하고는 오른손을 뻗었다.

이윽고 내가 그의 오른손을 잡아당겨 일으켜 세워주자, 관중석에서는 또다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허억, 허억······. 고맙소, 송 공자. 허억. 그리고 비무 중에 많이 배울 수 있었소. 그 또한 고맙소. 허억, 허억.”

중간에 내가 바닥에 고여 있는 물을 차내는 식의 변칙적인 수법들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추소륵은 그런 부분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실전이라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며 깔끔하게 승복하고 있는 것이다.

왜 추소륵이 또래들에 비해 월등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는지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 또한 추 공자 덕에 소림의 훌륭한 무학을 접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소.”

주심과 추소륵을 향해 포권해 보인 후, 비무대를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송유겸! 송유겸! 송유겸! 송유겸!”

관중들이 계속해서 내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비무대 아래로 내려서자 동부지맹의 교관들과 관도들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여전히 억세게 내리고 있는 굵은 빗줄기를 다 맞아가면서.

이번에도 장호산이 나를 안았다.

“송유겸! 이 짜식······!”

희열을 주체할 수 없는지, 나를 안은 상태에서도 장호산이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있다.

교관들과 관도들도 나를 중심으로 얽혀서 방방 뛰었다.

관중들과 함께 내 이름을 연호하면서였다.

남녀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교관들과 관도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중이다.

쯧. 이 사람들아, 당신네들이 우니까 괜히 나까지 코끝이 찡하잖아.

쏟아지는 빗속에서 모두가 한동안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을 때, 방금 전까지도 보이지 않던 제갈수광이 빠르게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그는 비를 가리려는 듯 챙이 넓은 죽립을 쓴 상태였다.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은 관계로 시상식과 폐회식은 내일로 미뤄졌다. 축하는 동련각으로 복귀하여 씻고 몸을 말린 후에 마저 하도록 한다. 모두 즉시 복귀하도록.”

“예!”

교관들과 관도들이 즉시 그렇게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송유겸.”

“예, 교관님.”

내가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품속에 품고 있던 뭔가를 빠르게 꺼내더니 강하게 털어냈다.

얼핏 옷감으로 보였다.

펄럭!

펼쳐지고 보니 피풍의였다.

제갈수광이 그 피풍의를 멋들어지게 빙글 돌리며 곧바로 내 몸에 씌웠다.

마른 상태의 피풍의였는데, 피풍의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방한 기능을 갖고 있으며 겉감에는 방수 기능도 제법 있다.

내 체온 유지를 위해 씌워준 것이다.

목 언저리의 매듭을 묶은 제갈수광이 이번에는 본인이 쓰고 있던 챙 넓은 죽립을 벗어서 내 머리에 씌웠다.

일련의 과정을 빠르게 마무리한 제갈수광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지.”

평소의 그에게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따뜻한 미소였다.

이, 이보쇼, 이러면 내가 감동하잖소.

제갈수광이 품속에 오래 품고 있었던 모양인지, 피풍의에서 온기가 가득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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