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113
마저 빨래를 하는 동안 길초량은 내게 통합 잠룡대전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정보에 밝은 그답게 전 과정을 자세히 묻지는 않았고, 본인이 궁금한 점에 대해서만 묻는 모습이었다. 그 질문들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답해줬다.
이후에는 언제 이렇게 강해졌느냐고 묻기에, 모종의 기연이 있었다는 식으로만 대꾸해줬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길초량도 그 이상 묻지 않았다.
빨래들을 널고 있자니 또 한 사람이 마당으로 들어섰다.
송유하였다.
“오라버니······!”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송유하도 더 예뻐진 것 같다.
“하하! 우리 누이, 왔어?”
마당으로 들어선 송유하는 굳은 듯 서서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한동안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 또한 소식이야 진즉에 들었을 테지만, 내가 우승하고 돌아온 후로 처음 보는 자리인 만큼 저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던 송유하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기쁨의 눈물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당황스럽다.
내가 잠룡관에서 깨어난 후로 지난 일 년 간, 송유하와 나는 그 시간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해왔다.
그동안 항상 나를 열심히 챙긴 그녀였다.
우리는 아침저녁으로 구보도 함께 했으며, 수련도 계속 함께 해왔다. 제일서고 근무도 함께 했고, 많은 이들과 친분도 함께 쌓았다.
그런 이유로 여러 감정들이 북받쳐 오른 모양이다.
그녀가 가장 의지하고 있는 내가, 줄곧 함께였던 내가, 통합 잠룡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온 마당이니까.
조용히 송유하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방안으로 들어와서 길초량과 서탁을 마주한 채로 앉았다. 송유하는 서탁의 옆쪽에 앉았다.
길초량이 말했다.
“두 분을 보고 있으면 내게도 친누이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구려. 이렇게나 보기 좋은 오누이라니.”
“하하. 우리의 경우에는 누이가 내게 너무 잘하니 그렇게 보이는 거요.”
내가 대꾸하자 송유하가 말했다.
“아니, 오히려 오라버니가 제게 더 잘해주셔서······.”
우리를 보며 길초량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후에는 한동안 내 우승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 잠룡관에서 나와 가장 친한 두 사람이다 보니, 내 우승과 통합 잠룡대전에 대한 이야기도 제법 길게 이어지다가 마무리되었다.
이후에 길초량이 내게 물었다.
“한데 송 형, 그간 누이를 대체 얼마나 몰아붙이신 거요?”
“몰아붙이다니? 무슨 말씀이시오?”
“아니, 내가 송 형이 그간 열심히 노력했다는 사실이야 대강 알고 있었소. 한데 송 소저도 엄청나시더구려. 조별 파견 때마다 옆에서 보는데, 무슨 노력의 화신을 보는 것 같소. 사람이 독해도 저렇게 독할까 싶을 정도란 말이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돌려 송유하를 바라보자 그녀가 민망하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길초량이 다시 말했다.
“덕분에 우리 조장인 소충광 공자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송 소저가 틈만 나면 소충광 공자에게 비무를 부탁하기 때문이오. 다른 사람도 아닌 송 소저의 부탁이니 소충광 공자의 입장에서도 최대한 응해주는 모양새고.”
오 년차인 소충광은 올해 일 학기말의 승반 심사에서 결국 갑반으로 승반했다. 그는 반년 전의 승반 심사 때 공력 조절 실수로 떨어진 바 있었는데, 두 번 실수할 사람은 아니다.
참고로 소충광은 이번 동부 예선의 삼십이강에서 탈락했다. 운 없게도 당시의 상대가 종금무였던 탓이다.
어쨌거나 실력만큼은 충분한 소충광이니 송유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소충광은 실전에 가까운 무공이기도 하니까.
송유하가 말했다.
“언제나 흔쾌히 응해주셔서, 조장님께는 늘 감사드리고 있어요. 그리고 길 공자님께서도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우리의 비무를 항상 지켜봐 주시는데, 그 후에 간혹 제게 느낌도 말해주곤 하세요. 그런 말씀들도 제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하하, 내 경우에는 할 일도 없고 하니 두 사람의 비무나 구경하면서 소일했던 것뿐이오.”
말은 저렇게 하고 있지만 저 길초량이 지켜본 후에 느낌을 말해줬다면 송유하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길초량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나 열심히 노력을 했기 때문인지, 송 소저는 실력도 쑥쑥 늘고 있소. 이건 비전문가인 나만의 느낌이 아니오. 직접 상대하고 있는 소충광 공자가 인정하는 바이기도 하오.”
말뜻은 알겠는데, 니가 비전문가는 아니지.
어쨌거나 나도 아까 송유하를 처음 봤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올해 들어 얘를 한두 달 만에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기도가 달라지고 있다.
아무리 연승휴의 고천비룡결과 풍우비룡무가 훌륭한 무학이라 해도, 성취가 이렇게나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건 송유하가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다.
지금도 저 예쁜 얼굴로 민망하다는 듯 미소를 보이고는 있지만, 쟤는 정말로 무공에 목숨을 건, 독하고 독한 아이인 거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대견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백년음양선과의 줄기와 잎을 복용한 후에는 더더욱 성취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다.
송유하가 말했다.
“조장님과 길 공자께서 옆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기도 하고, 오라버니가 무공을 쉽게 가르쳐주신 덕분이기도 해요. 저는 그냥 오라버니가 하라는 대로만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서······.”
가르칠 맛이 나게 하는 아이다.
잠룡관에 머무는 동안에는 어차피 함께 수련하게 될 테니, 내 회회심공 수련과 더불어 송유하의 수련에도 박차를 가해야겠다.
송유하가 말했다.
“저, 이쯤에서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아요. 제갈 교관님이 궁술 수업 받으러 오라고 하셔서.”
제갈수광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별 임무 파견에서 오늘 복귀했는데, 바로 송유하의 궁술을 봐주려 하다니.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송유하가 방을 나섰고, 결국 나와 길초량만 남게 되었다.
“누이를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오, 길 형.”
“하하. 아까도 말씀드렸잖소. 나는 뭐 돌봐줬다기보다는 지켜보기만 한 정도요.”
“그래도 고맙소.”
“마음은 알겠는데, 그런 걸로는 그만 고마워하셔도 되오. 내게도 송 소저가 무슨, 남이겠소? 게다가 송 소저 본인 또한 소충광 공자와 내게 깍듯하게 잘해주고 있소.”
길초량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잠시 후 길초량이 말했다.
“그나저나 갑을반 관도들은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전투 참가 이야기더구려.”
사파와의 전투에 잠룡관도들을 전투력으로 모집하는 건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이기에, 모집 대상이 되는 관도들에게는 이미 안내문과 지원서가 전해진 상태다. 갑을반 관도들에게는 모두 전해졌다.
꼭 갑을반 관도가 아니더라도, 전투력에 도움이 될 만한 관도들에게도 안내문이 전해졌다고 한다. 승반 심사 자료를 포함한 여러 자료들을 토대로 추려진 관도들이다.
나 또한 그 범위에 포함되어, 조별 임무 기간 중에 안내문과 지원서를 받았다. 지원서에 이름을 적고 서명하여 제출하면 되는 형태다.
무공이 매우 뛰어나지 않아도, 실전에 도움이 될 만한 특출한 기술이나 능력을 보유한 경우, 하위 반이라 해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물론 이 경우에는 교관들이 경신술 쪽의 역량을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모양이다.
당연한 조치다.
실전은 장난이 아니다.
어설픈 이들을 받아들이면 그런 이들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일이 년차는 무조건 배제되기에, 장우혜와 유은무뿐만 아니라 진운령이나 송유하 같은 경우에도 아예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길초량이 내게 물었다.
“송 형은 어찌하실 거요?”
“길 형 생각에는 내가 어찌할 것 같소?”
내가 미소를 보이며 되묻자 길초량도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 내가 괜한 걸 물었구려.”
곧바로 길초량에게 물었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관련해서 알고 있는 정보가 있으면 좀 풀어 보시오. 나는 지원할 생각이니 미리 알아도 큰 상관없잖소. 어차피 조만간 지원이 마감되기도 하고.”
“통합 잠룡대전의 우승자가 그렇게 말하니 다른 때보다 압력이 느껴지는구려. 왠지 말해줘야만 할 것 같고. 하하.”
“아니, 흰소리 마시고.”
빙그레 웃어 보이는 길초량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쯤 되면 내 입이 무겁다는 사실을 굳이 되새겨 드릴 필요도 없잖소.”
“그거야 잘 알지요. 알고 있으니까, 그놈의 혈서 얘기만 꺼내지 마시오.”
길초량이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간 정보 얘기만 나오면 내가 혈서 얘기를 꺼냈더니 저러는 거다.
길초량이 말했다.
“듣자하니 지원자가 모두 모이면 두 지맹씩 합해서 편제를 구성한다고 하오. 서부지맹과 남부지맹의 지원자들이 합해지고, 북부지맹과 우리 동부지맹의 지원자들이 합해진다는 것 같소. 우수한 교관님들이 차출되어 지휘관 역할을 맡게 된다는 모양이고.”
북부지맹 얘기를 들으니 여러 얼굴들이 떠오른다.
통합 잠룡대전에서 봤던 애들이 모두 지원할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몇 명은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교관들의 경우에는 차출되는 형식이라는 것으로 보아, 제갈수광도 결국 합류하게 될 것 같다. 제갈수광이야말로 우수한 교관들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교관일 테니까.
“조직명은 잠룡대라는 이름이 될 거고, 동부와 북부 쪽이 잠룡일대, 서부와 남부 쪽이 잠룡이대가 된다고 하오. 송 형이 우승을 차지해서 우리 쪽이 잠룡일대라는 모양이오. 참으로 자랑스러운 송 형이 아닐 수 없소.”
이 자식이 살짝 놀리는 투다.
그게 또 그렇게 된 거였어?
내가 민망함을 담아 미소를 보이자 길초량이 다시 입을 열었다.
“편제는 각 잠룡대가 여러 조로 나뉘는 방식이라고 하오. 일반 전투조, 특수 작전조, 정예 전투조 등으로 나뉜다는 것 같소. 아직 확정된 바야 없겠지만 송 형쯤 되면 아마도 정예 전투조에 속하지 않을까 싶은데.”
길초량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에 물었다.
“크게 잠룡일대와 잠룡이대로 나뉜다면, 두 개의 조직이 각각 다른 곳으로 투입된다는 뜻이겠구려?”
“나도 정확히는 모르오. 굳이 두 잠룡관씩 합하여 일대와 이대로 나눈 걸 보면 그리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되오?”
“그것까지는 나도 모르오.”
“하면 맹주님이 말씀하신 안전장치라는 게 무엇이오? 모종의 숙련된 전투력을 동행시키는 개념인 것 같던데, 어떤 이들이 동행하게 되는 것이오?”
“하하, 미안한데 그것도 모르오. 아직까지는 여러 부분들이 극비로 관리되고 있는 모양이라.”
질문을 하는 와중에 계속 살펴봤는데 길초량도 거기까지는 모르는 눈치였다.
일단은 편제에 대해 알아낸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겠다.
* * *
잠룡관에서의 평범한 날들이 이어졌다.
평소처럼 송유하와 함께 구보하고 실내 연무장에서 수련했다.
직접 점검해 보니, 역시나 송유하의 성취는 나조차도 놀랄 정도로 훌쩍 상승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실력이 발전한 덕분에 회회심공 수련도 더 효율적이었다.
나는 송유하의 고천비룡결 성취를 점검하며 풍우비룡무의 다음 두세 단계들을 면밀하게 전수해줬다. 조만간 내가 잠룡관을 오래 비우게 될 수도 있다 보니, 그동안에 수련할 거리들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그 외에도 실전 형식의 비무를 통해, 실전에서 초식을 어떤 식으로 적용하는 게 자연스러울지도 같이 고민해줬다.
이런 면만 봐서는 예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이나, 내용적으로는 좀 달라졌다.
전체적으로 귀찮은 상황들이 매우 많아졌다.
수많은 관도들이 내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평소에 거주 구역을 지나치던 중에 봤던 계반 관도들도 많았고, 계반이 아닌 상위반의 처음 보는 관도들도 많았다.
나와 친분을 쌓기 위해 다가오는 건데, 내 입장에서도 적당한 수준에서 응대를 해줄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물론 수련 핑계를 대며 최대한 짧게 응대해주긴 했지만.
겪어보니 장우혜와 유은무가 왜 신분을 감추고 잠룡관에 입관한 건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그 기간 동안 소충광, 우문직, 황성락, 진운령, 단목홍신 등이 축하 목적으로 내 거처에 들르기도 했다.
내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이들이라, 그들과는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가량이 흘렀다.
어느덧 시월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송유하와 더불어 실내 연무장에서 수련한 후에 거처로 돌아왔는데, 방문을 열자마자 문 앞에 서신 봉투 하나가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개봉해 보니 잠룡관에서 보낸 개별 통지서였다.
나흘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잠룡관의 통지서를 받은 바 있었다. 그때는 내 지원이 접수되어 잠룡대의 전력에 포함되었다는 간단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번 내용도 간단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인 내일, 행장을 챙겨서 사시정(오전10)까지 영강표국의 옥산지국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이 통지서를 지참한 채로 죽립 등을 써서 되도록 용모를 가리고 오라는 지시 사항도 적혀 있었다.
영강표국은 절강에서 서열 이 위의 표국이다. 당연히 무림맹에 소속되어 있다.
우리의 경유지 내지는 일차 목적지가 절강 쪽인가 싶다.
그 외에도 여러 추측들이 들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없다.
행장을 꾸린 후에 잠을 청했다.
다음 날이 밝았다.
시월의 마지막 날인 삼십일이다.
여느 때처럼 새벽에 송유하와 함께 구보를 한 후,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는 출발 준비를 했다. 송유하가 옆에서 여러 모로 나를 챙겼다.
“오라버니, 몸 조심하셔야 해요. 아셨죠?”
“하하, 새벽부터 그 얘기만 몇 번째야? 알았으니까, 나 없는 동안 그거나 잘 익히고 있어.”
송유하의 손에는 종이 뭉치가 들려 있다.
그녀가 앞으로 익혀야 할 고천비룡결과 풍우비룡무의 내용을 최대한 쉽게 정리해 둔 것이다.
내가 잠룡관을 오래 비울 수도 있는 상황인데 송유하의 성취 속도는 빠르다. 그래서 며칠 동안 밤 시간을 이용하여 열심히 정리했다.
들어보니 제갈수광도 궁술에 대해 저런 식으로 정리하여 송유하에게 건네줬다는 모양이다.
“그거 완전히 외우고 나면 태워서 버리고.”
“네. 알았어요.”
“내 일정이 길어질 수도 있는데, 그동안 혹여 누이 혼자서 해결하기 곤란한 일이 생기거나 하면, 알지?”
“네. 여홍이 또는 포양호의 정가장에 도움을 청할 것.”
송유하가 말한 여홍이란 청여홍이다.
새벽에 일러뒀던 내용이라, 대꾸도 바로 나오고 있다.
우리가 마루로 나섰을 때쯤, 장우혜와 유은무가 내 거처의 마당으로 들어섰다.
나를 발견하자마자 유은무가 쪼르르 달려오더니 말했다.
“아, 한동안 송 오라버니 못 보겠네. 너무 아쉬워요.”
“하하, 나도 그래. 누이들 못 볼 일 생각하니 너무 아쉬워.”
내가 신발을 챙겨 신으며 그렇게 대꾸하자 유은무가 다시 말했다.
“송 오라버니 없으면 놀릴······, 음, 아무튼 아쉬워요.”
야! 고작 그딴 게 아쉽다는 거였냐?
그러자 내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며 장우혜가 말했다.
“쯧. 대체 왜 일이 년차는 못 참가하게 하는 거야? 허접한 오륙 년차 갑을반보다 내가 훨 나은데. 으휴, 진짜.”
얘는 아직도 저게 불만이다.
야, 그렇다고 오륙 년차들 너무 무시하진 말고.
장우혜가 나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송 오라버니, 쪽팔······, 아니, 창피하게 다치고 오고 그러지 마요.”
그냥 니가 평소에 쓰던 표현으로 해. 이쯤 되면 중간에 굳이 고치는 게 더 이상하다고.
“하하, 알았어.”
그러자 이번에는 유은무가 말했다.
“송 언니와는 우리가 잘 놀아주고 있을게요. 그러니까 걱정 말고 조심히 다녀오세요.”
장우혜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얘들이 놀아준다는 얘기에는 수련을 도와준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이미 엊그제 두 소녀에게 그 부탁을 해뒀다. 남궁세가와 선우세가에서 제대로 배운 애들이니, 송유하의 성취를 한 번씩 봐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신발을 신은 후, 일어서서 들고 있던 죽립을 빙글 돌리며 머리에 착용했다.
“아! 저 멋있게 쓰는 거! 가르쳐 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유은무가 그렇게 말하자 장우혜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흥. 멋있긴 뭐가 멋있어? 죽립만 멋있네. 누가 사줬는지는 몰라도.”
본인이 사준 거라고 저러는 거다.
하여튼 얘들 하는 짓 보면 귀여워 죽겠다.
애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녀올게.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송 오라버니, 나쁜 사람들, 싹 다 혼쭐내주고 오세요!”
“칠칠치 못하게 다치고 그러지 마요.”
유은무와 장우혜가 연이어 그렇게 말하자 송유하가 떨리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오라버니······.”
목소리가 크게 일렁이고 있다.
그녀들을 향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곧바로 경공을 펼치며 잠룡관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