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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14화 (114/416)

내 안에 마교있다 114

잠룡관을 벗어나서 옥산을 향해 설렁설렁 경공을 펼치고 있는데, 뒤쪽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하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익숙한 단목강의 기운이다.

곧 그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송 공자!”

경공을 잠시 멈추자 그가 금세 내 앞으로 다가왔다.

단목강도 나처럼 죽립을 쓰고 있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조장님.”

내가 인사를 건네자마자 단목강이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영강표국의 옥산지국으로 가시오?”

대놓고 행선지를 묻는데, 우리 사이가 그 정도도 못 밝힐 사이는 아니기에 저리 묻는 것이다. 물론 단목강 본인의 행선지라는 뜻이기도 할 테고.

“그렇습니다.”

“오오! 나도 그곳으로 가오!”

매우 기뻐하는 표정으로 그렇게 대꾸한 단목강이 바로 말을 이었다.

“아! 이번에도 송 공자와 같이 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역시 그렇게 됐구려!”

“아, 잠룡관의 모든 전력이 영강표국의 옥산지국으로 모이는 게 아니었습니까? 여기저기에 따로 모이는 겁니까?”

“엥?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소? 아! 하긴 송 공자는 계반이니 정보를 교환할 사람들도 없었겠구려.”

“예. 가뜩이나 근래는 제게 말을 걸어오는 관도들이 너무 많아져서 최대한 피해 다녔거든요. 그나마도 새벽에 종종 정보를 알려주곤 했던 분들이 바로 단목홍신 공자와 단목 소저였습니다. 한데 두 분조차도 며칠간은 구보 때 뵙질 못해서.”

“아, 누이와 사촌 아우는 지난 며칠간 새벽부터 저녁때까지 나와 함께 실내 연무동에서 수련했소. 그래서 못 보셨을 거요.”

“예. 그럴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가면서 얘기합시다.”

말을 마친 단목강이 다시금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고, 나도 그의 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달려 나갔다.

단목지와 단목홍신은 둘 다 을반인데, 둘 중에서는 단목홍신만 지원했다고 들었다. 단목세가에서 단목지는 지원하지 말라고 했다는 모양이다.

단목강과 단목홍신이 지원한 마당이니, 세가에서도 굳이 금지옥엽까지 보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며칠 전에 내 거처에 찾아왔을 때 단목홍신이 말해준 내용이다.

참고로 나의 주된 정보 출처인 길초량 놈 또한 며칠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저녁 구보 후에 지나치면서 확인도 해봤는데, 그의 거처에서는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었다.

하여튼 빨빨거리며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나란히 경공을 펼치는 중에 단목강이 말했다.

“실은 나도 혼자서 의아해하던 차였소. 들어보니 다른 갑을반의 관도들은 모두 동부지맹으로 집합한다던데, 나만 집합 장소가 다른 건가 싶어서였소. 한데 엊저녁에 잠시 마주친 종금무 공자가 전음을 보내더니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고 하더구려. 뭔가 아는 눈치기에 붙들고 몇 가지 물어봤소.”

종금무는 황산파이며, 현재의 동부지맹주인 관필만도 황산파다. 동부지맹 잠룡관의 총교관인 노양홍 또한 황산파다.

그런 만큼 종금무의 경우에는 이런 쪽의 정보에 조금 더 빠를 수가 있다.

“동부, 북부지맹의 잠룡관도 중에서 극소수는 우리가 가는 곳으로 집합한다고 하오. 그곳에 모이는 관도들이 정예 전투조인 모양이오. 정예 전투조의 경우에는 일반 전투조들과 따로 움직인다는 것 같소.”

“아하.”

최소한 나와 단목강과 종금무는 정예 전투조인 모양이다.

우리 외에 누가 더 뽑혔을지 궁금하다.

또한 북부지맹 잠룡관에서는 누가 뽑혔을지도 궁금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단목강이 말했다.

“아, 그리고 누이가 송 공자의 무운을 빌겠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구려.”

“하하, 나중에 복귀하면 감사 인사를 해야겠군요.”

이후에도 우리는 적당한 속도로 경공을 펼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영강표국의 옥산지국에 도착했다.

우리가 죽립을 쓴 채로 정문 앞에서 통지서를 내밀자, 정문 무사들 중 책임자로 보이는 인물이 우리를 곧바로 안쪽으로 안내했다.

무사를 따라서 걷는데, 표국인 만큼 주변에 크고 작은 창고 건물들이 여러 채 보였다.

한동안 걷다 보니 저 멀리 창고 건물의 앞에 서있는 장호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호산은 통합 잠룡대전 때 우리의 인솔 교관들 중에서 둘째 교관이었다. 내가 우승 후보들을 꺾고 승리할 때마다 나를 안아 들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장호산이 멀리에서 이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우리를 안내했던 무사가 말했다.

“가보시오.”

정문 무사는 왔던 길을 돌아갔고 우리는 장호산 쪽으로 향했다.

장호산 외에도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삼십대 초반쯤의 여인으로, 구면의 여인이다.

그녀 또한 통합 잠룡대전 당시에 북부지맹 쪽의 인솔 교관이었다. 당시에 북부지맹의 교관들 중에서 서열로는 셋째라고 했는데, 이름이 이세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 교관님, 이 교관님, 안녕하십니까.”

단목강이 그렇게 말하며 인사했고, 나도 그와 함께 목례하며 인사했다.

이세옥이 먼저 우리를 향해 대꾸했다.

“잘 생긴 너희 둘을 이렇게 다시 보게 되네? 반가워.”

그러자 장호산이 말했다.

“어서들 와. 너희들이 마지막이다. 같이 들어가자.”

두 교관을 따라 창고 건물의 문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반가운 얼굴들이 우리를 반겼다.

“송 공자! 단목 공자!”

가장 큰 소리로 우리를 반긴 사람은 북부지맹의 황보충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관도들이 매우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북부지맹 측의 관도들은 소림의 추소륵, 황보세가의 황보충, 태산파의 남군호, 산동악가의 악미조, 모용세가의 모용리였다.

보아하니 동부지맹 측의 관도들은 나와 단목강을 제외하면 황산파의 종금무, 검각의 강하령이 전부인 듯했다.

우리 동부지맹의 관도가 네 명이고 북부지맹의 관도는 다섯 명이다.

장호산은 우리가 마지막이라고 했으니, 정예 전투조에 선발된 관도들은 이 아홉 명이 전부라는 뜻이다.

관도들의 면면을 보면 역량은 충분한 애들이다.

북부지맹 측의 관도들도 모두 장강 사건을 통해 실전을 제대로 경험한 애들이고, 우리 쪽의 종금무와 강하령 또한 당시 동부지맹의 관도들 중에서 나와 단목강 다음으로 가장 열심히 싸웠던 애들이다.

모두와 인사를 나누며 반갑게 재회하고 있을 즈음, 창고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제갈수광과 차우기였다.

대강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책임자는 역시나 저 두 사람인 모양이다.

이 정도 수준의 관도들을 제대로 책임지려면 동부지맹 쪽에서는 제갈수광만한 적임자가 없다. 같은 의미로 북부지맹 쪽에서도 차우기를 내세웠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도 아홉 명에 교관 네 명을 더해서 총 열세 명이 한 조를 이루게 된다.

맹주 운천흠이 말했던 게 있으니 이후에 누군가가 합류할 수도 있다.

그걸 감안하면 일단은 적정한 인원수라고 할 수 있겠다.

“일렬횡대로 집합.”

창고의 입구 쪽에 선 차우기의 말이었다. 제갈수광도 차우기와 나란히 서있다.

몇 명 되지 않기에, 관도들이 빠르게 그 앞으로 이동해서 일렬로 나란히 섰다. 그러자 차우기가 말했다.

“이렇듯 동부지맹의 인원들과 다시 보게 되어 반갑다. 이렇게 다들 모인 모습을 보니 참으로 든든하기도 하다. 여기에 있는 너희 관도들과 우리 교관들이 앞으로 계속 함께하게 될 거다. 잘 해보자는 의미에서 다 같이 박수.”

짝짝짝짝짝짝!

한 차례 박수를 치고 나자 차우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보다시피 장호산 교관과 이세옥 교관이 함께할 거고, 지휘 교관 역할은 제갈수광 교관님이 맡게 되셨다. 참고로 나는 부지휘 교관인데, 편하게 선임 교관이나 차 교관이라고 부르면 될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지휘 교관님의 말씀이 있겠다. 박수!”

짝짝짝짝짝짝!

이윽고 제갈수광이 입을 열었다. 세상만사를 귀찮아하는 특유의 나른한 표정을 하고서.

“맹에서 임명했기에 어쩔 수 없이 맡기는 했으나, 나는 이런 역할을 매우 싫어한다. 그 와중에도 다행인 점은 너희들이 알아서 잘 할 애들이라는 사실이지. 내가 따로 말 안 해도, 다른 교관들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지 않아도, 앞으로도 알아서 잘 해주기 바란다.”

어조는 특유의 사무적인 어조다.

그의 말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함께하는 동안 귀찮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슬쩍 눈치를 보니 북부지맹 쪽 애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무슨 놈의 교관이 저 모양인가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열심히 표정 관리를 하는 건, 장강 사건으로 인해 제갈수광의 역량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조의 정식 명칭은 기동타격조다. 하는 일도 명칭 그대로의 의미일 테니, 이 부분에 관련해서 귀찮은 질문 같은 건 하지 말도록.”

으휴, 하여간 저 인간다운 말투다.

동부지맹 쪽 애들은 못 말리겠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데, 북부지맹 쪽 애들은 역시나 당황한 기색이다.

저 인간의 화법에 적응이 된 자들과 안 된 자들 간의 차이라고 하겠다.

“평소에 즐겁게 지내는 건 얼마든지 환영이다. 대신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도록. 알겠나?”

“예!”

“특히 실전 상황에서만큼은 교관들이 지휘관이다. 전장에서는 명령에 확실하게 응하도록 한다. 알겠나?”

“예!”

관도들이 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제갈수광이 관도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말했다.

“참고로 우리 조의 인원이 한 명 더 있다.”

엥? 한 명이 더 있어?

관도들이 고개를 갸웃할 때쯤, 제갈수광이 문 앞에 서있는 장호산을 향해 한 차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관도들의 시선이 문 쪽으로 집중된 상황에서 장호산이 문을 열며 밖에 대고 말했다.

“들어와.”

이윽고 하나의 인영이 창고 안으로 들어섰는데, 그 인물의 정체를 확인한 나는 눈을 부릅뜨지 않을 수 없었다.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로 들어선 인물은 바로 길초량이었다.

나만 놀란 게 아니다.

동부지맹의 관도들도 모두 놀란 상태다.

계반의 오 년차 고인물인 만큼, 다들 길초량이 누군지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길초량도 상위반 관도들과 나름 친분이 있다고 했었고.

우리가 놀라 있는 사이, 제갈수광이 길초량에게 손짓하더니 본인의 옆에 서게 했다.

“소개는 스스로 하도록.”

제갈수광이 말하자 길초량이 고개를 숙여 보이더니 우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반갑고 영광이오. 민폐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소. 나는 동부지맹의 오 년차이며, 계반 관도인 길초량이라 하오.”

소개가 끝나자 이번에는 북부지맹 쪽의 관도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계반이라는 말 때문에 놀란 것이다.

북부지맹의 관도들 중 두세 명은 한 차례씩 나를 바라보기도 했다. 나 또한 동부지맹의 계반임을 알고 있으니 저러는 것이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계반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도록 한다.”

그러자 황보충이 대꾸했다.

“아니, 교관님, 동부지맹의 계반 관도가 통합 잠룡대전에서 우승까지 하는 마당인데, 누가 동부지맹의 계반 관도를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에는 추소륵이 말했다.

“오히려 동부지맹의 계반 관도들이 우리 같은 갑반 관도들을 무시하지나 않을지, 그걸 걱정해주셔야 합니다. 동부지맹의 계반 관도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제가 몸소 두 번이나 경험했거든요.”

장강에서도 내 활약을 봤고, 통합 잠룡대전의 결승에서는 내게 패배하기도 했기에, 저렇듯 두 번이라는 말을 하는 거다.

그 말에도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민망한 미소를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황보충과 추소륵 덕분에 분위기가 밝아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길초량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로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나 또한 씩 웃으며 그를 바라봐줬다. 친분이 깊다 보니 내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가울 수밖에 없다.

어떤 과정으로 이쪽에 합류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실력만큼은 충분하고도 남는 인간이 바로 길초량이다.

드디어 그 실력 좀 보겠네.

너 이 자식, 여러모로 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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