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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23화 (123/416)

내 안에 마교있다 123

절정고수 여섯 놈 중에서 네 놈을 우리 둘이서 처리했다.

애초에 제갈수광도 이걸 의도했을 것이다.

둘이서만 움직이면 내가 눈치 보지 않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 이를 통해 절정고수들을 빠르게 정리하려 한 것이다.

그래서 노인들과 길초량을 먼저 보내고, 우리 둘은 다른 쪽으로 움직일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제갈수광이 내게로 다가와서 목갑을 건네며 말했다.

“아까 보니 독침도 제법 잘 쓰더군. 어차피 나는 쌍검을 쓰니 이것까지 사용하기는 어렵다.”

독이 묻어 있는 침인 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나처럼 암기술 위주로 싸우는 사람은 대부분 양손이 비어 있기에 다루기가 어렵지 않지만, 쌍검술을 쓰는 제갈수광이 틈틈이 독침까지 다루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제갈수광이 건넨 목갑은 두 개였다.

우리가 아까 처치했던 놈한테서도 목갑을 회수했던 모양이다.

그 즈음 세 노인과 길초량이 다가왔다.

쓰러져 있는 두 놈의 절정고수를 보며 대도를 쓰는 노인, 원을태가 말했다.

“역시나 처치했군.”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선배님들이 잘 몰아주신 덕분입니다.”

“독으로 죽었군?”

“예. 아까 처치했던 놈들에게서 얻은 독침을 사용했습니다.”

대꾸한 제갈수광이 노인들에게 물었다.

“나머지 두 놈은 처리하셨겠지요?”

도를 쓰는 통통한 노인, 탕유심이 대꾸했다.

“그랬네. 처음 두 놈은 금방 처리했는데, 저놈들을 처리하려고 다가가니 빠르게 도주하더군.”

“혹여 독탄들은 회수하셨습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검을 쓰는 왜소한 노인, 촉홍결이 대꾸했다.

“그랬네. 두 놈에게서 네 개를 회수했지.”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화약을 사용하는 폭발물을 입수하면 즉시 가져가서 관아에 신고해야 합니다.”

독탄도 화약을 이용하여 터트리는 방식이다. 당연히 화약물에 속한다.

화약물에 관련된 국법은 엄격하다.

일반 백성들은 소지하는 것 자체가 중죄다. 사용하거나 제조하는 경우에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극형에 처해진다.

물론 여기에서의 일반 백성이란 강호인들도 포함된다.

백도인들은 당연히 폭발물에 관련된 국법을 준수하지만 사파인들이 그런 걸 지킬 리 만무하다. 그래서 놈들이 대놓고 사용한 것이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그러나 오늘 입수한 걸 오늘 이곳에서 전투 중에 다 사용해버리면 문제될 게 없지요.”

아끼지 말고 써버리자는 뜻이다.

모두가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그럼 바로 우리 인원들 쪽으로 합류하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두가 빠르게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우리는 멀리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우리 조원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딱 봐도 그쪽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우리 인원들의 바로 뒤를 적도들이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우리를 추격해왔던 적도들이다.

그때의 적들은 백오십 명이 넘는 인원들이었는데, 현재 우리 조원들의 꼬리를 문 건 삼십여 명이었다.

적들 중에서 나름의 정예들이 먼저 우리 인원들에게 근접한 것이다. 그 외의 적도들은 뒤쪽 먼 곳에서 우르르 달려오고 있었다.

차우기와 장호산이 후미를 막으며 이동하고 있었고, 추소륵과 단목강이 두 교관을 지원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적측 정예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딱 봐도 위태롭다.

그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제갈수광과 노인들이 맹렬한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길초량도 곧바로 네 사람의 뒤를 따랐고, 나는 천천히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파악해 보니 우리의 후미에 다다른 삼십여 명의 정예 중에서 절정고수는 아홉 명인 것 같다.

제갈수광과 노인들이 전면에 나서서 적측 정예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우리 측의 후미를 막으며 도주하던 차우기와 장호산도 곧바로 태세를 전환하며 함께 맞섰고, 두 교관을 지원하던 추소륵과 단목강도 전면에 섰다.

적의 수가 많으니 일단은 전선을 형성하여 진형을 잡기 위함이다. 아마도 제갈수광의 지시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머지 관도들 또한 전투태세를 갖췄다. 여교관 이세옥이 그들의 중앙에 위치했다.

관도들의 표정을 보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방금 전까지 싸웠던 자들에 비해 적들의 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나는 전열에서 싸우는 이들의 뒤에서 강탄술을 펼치며 지원했다. 길초량도 한쪽에서 나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한 순간 제갈수광의 전음이 들려왔다.

[잠시 후면 다수의 적도들이 완전히 합류할 것이다. 그때 내가 후퇴명령을 내릴 텐데, 그러면 적도들은 우리가 겁먹고 도망치는 것으로 알고 기세를 올려 달려들 것이다. 그 직후에 내가 쌍검을 바닥에 꽂으며 도약하면 모두가 함께 도약하며 독탄을 던질 것이다. 원형으로 던져서 다수의 적들을 독무 안에 가둘 계획이다. 너는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을 기준으로 북쪽부터 동쪽까지 호를 그리는 형태로 던지면 된다. 내가 정북 방향으로 던질 테니 그 방향을 잘 보고 기준을 잡도록.]

말하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예.]

[이후에 적진이 혼란에 빠지면 곧바로 역습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가까이에 있는 절정고수들을 어느 정도 정리한 후, 너는 나와 함께 적진의 우측으로 돈다. 확산되는 독무의 사이로 빠져나오는 적들을 처단하는 역할이다. 단목강도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짧은 시간에 생각한 작전일 텐데도 그럴듯하다.

[알겠습니다.]

[이 내용을 길초량에게도 전하고, 길초량에게는 남서쪽 방향에 던지라고 알리도록.]

[예.]

이윽고 적측 절정고수들의 뒤쪽으로 적도들 다수가 합류했다.

그 순간, 제갈수광이 외쳤다.

“전원 후퇴!”

명령이 떨어지자 후열의 조원들이 뒤로 빠졌다.

전열을 막고 있던 인원들도 뒤로 몸을 빼자, 적도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예닐곱 걸음 정도 후퇴했을 때쯤, 제갈수광이 쌍검을 양손에서 떨어트리며 도약해 올랐다. 그러자 전열에 있던 우리 측의 몇몇 인원들도 곧바로 도약했다.

우리 측에서 여러 명이 갑자기 도약해 오르고 있다 보니, 적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허공으로 향했다.

높이 도약하는 와중에 제갈수광이 먼저 먼 곳을 향해 하나의 독탄을 던졌다. 기준을 잡기 위한 독탄이다.

적도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지고 있다.

제갈수광이 던진 구체가 무엇인지를 그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적도들의 정신이 그쪽에 팔린 순간, 아직까지도 도약하지 않고 있던 나는 전방을 향해 양손을 강하게 털어냈다. 양손에 미리 준비해뒀던 독침들이며, 총 열 개다. 물론 천섬무를 운용하여 던졌다.

길초량 또한 나와 함께 양손을 털어냈는데, 그가 쏘아낸 것도 여러 개의 독침이다.

제갈수광의 지시를 길초량에게 전하는 와중에 둘이서 계획했던 한 수였다.

적측의 전열에 있는 적도들은 정예들이니, 그들이 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그 와중에 우리가 날린 독침에 당하는 놈이 생기면 그것도 좋은 거고.

이후에는 나도 즉시 천섬무를 펼치며 도약해 올랐다.

이미 여러 개의 독탄들이 적진을 향해 날아가는 중이다.

궤적들을 보니 보기 좋은 원형이 될 것 같다.

제갈수광과 함께 독탄을 던진 이들은 노인들과 길초량이다. 다들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충분히 알 것 같다. 신룡대 출신다운 모습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흑풍대 출신이 꿇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나 또한 지정된 방향을 향해 세 개의 독탄은 연달아 던졌다. 내가 가장 늦게 던지고 있는 셈이니 천섬무를 살짝 운용하여 던졌다.

슈슈슉-

이윽고 독탄이 곳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펑! 퍼벙! 퍼버버버버벙!

적진의 외곽을 감싸며 검붉은 독무들이 확산되고 있다.

온갖 비명과 고함이 난무하기 시작한 순간, 제갈수광이 다시 한 번 도약하여 적진의 중앙 위쪽을 향해 독탄 하나를 던졌다.

이에 나도 도약하여 남아 있는 독탄 하나를 털어냈다. 적진의 중앙 아래쪽을 향해서였다.

외곽을 가둬놓고 중앙 쪽에 던진 독탄이니, 그 효과는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저 안쪽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수라님께서 기뻐하실 것 같다.

적측 절정고수 아홉 놈 중에서 남은 놈은 일곱 놈이다.

두 놈은 처음에 내가 날렸던 독침에 맞고 죽었다. 놈들이 시선을 빼앗긴 찰나에 천섬무를 운용하여 날린 덕분이다.

전열에 있던 우리 측 인원들이 빠르게 협공하여 절정고수 놈들을 처리해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적측 절정고수들도 우리를 향해 독탄을 던졌다.

제갈수광이 즉시 외쳤다.

“탄!”

우리 측의 전열에 있는 인원들은 경지가 높은 만큼 즉각 대처했다.

열에 있는 인원들도 어렵지 않게 대처하고 있었다.

애초에 후열에 있던 우리 측의 인원들은 소수였다. 게다가 아까도 독탄을 겪어봤기에 미리 산개한 채로 대비하고 있었다. 덕분에 무난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적측 절정고수 놈들은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 중이다.

우리 쪽의 주력인 노인들과 제갈수광의 실력이 매우 빼어나기 때문이며, 함께 싸우고 있는 차우기, 장호산, 나, 길초량, 추소륵, 단목강 또한 확실하게 전열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여기저기 피어오르고 있는 독무로 인해 서로 피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실력이 좋은 우리 쪽 정예가 순식간에 적측 정예들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적측 절정고수들이 단 두 놈만 남았을 때 제갈수광의 전음이 들려왔다.

[가지.]

그러면서 제갈수광이 독무 지대의 우측 외곽으로 빙글 돌며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단목강과 함께 즉시 그의 뒤를 따랐다.

출발하기 전에 보니 좌측 외곽으로 돌고 있는 인원은 원을태, 촉홍결, 길초량이었다.

노인 중에서는 탕유심이 남아서 본진의 인원들과 함께 적도들에게 대항하려는 모양이다.

제갈수광, 단목강과 함께 빠르게 이동하며 눈에 보이는 대로 적들을 처치했다.

우리 세 사람은 여러 차례 실전에서 손발을 맞춰봤기에 어려울 게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이전보다 더 호흡이 척척 맞는 느낌이다.

독무가 퍼지고 있는 지대를 반 바퀴 돌았을 때쯤 길초량 등과 마주쳤다.

그대로 교차하여 나머지 반 바퀴를 돈 후 본진으로 돌아왔다.

와서 보니 본진 쪽에 남아 있던 적측 절정고수 두 놈도 쓰러져 있었다.

대부분의 적들이 죽었다.

소수는 도주했지만 굳이 멀리까지 추격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관도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본인들도 함께 싸우며 과정을 지켜봤음에도 저런 표정이다.

만만치 않은 적들을 상대로 순식간에 대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렇듯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탄 때문인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역시나 제갈수광이었다. 그가 상황에 따라 알맞게 작전지시를 내린 덕분이다.

그래서인지 노인들이 감탄 어린 시선으로 제갈수광을 바라보고 있다. 교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원을태가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참으로 대단한 지휘관이로군. 내가 현역일 당시에 함께했던 우리 조장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찬이십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제갈수광이 대꾸하자 촉홍결이 말했다.

“푸헐헐! 운이라니. 그쯤이면 겸손도 너무 과한 겸손일세.”

탕유심도 한 마디를 보탰다.

“그 성이나 갈고 그 소리를 하던가.”

제갈세가 출신다운 훌륭한 작전이었다는 의미다.

그 말에 모두가 웃었다.

제갈수광이 노인들을 향해 목례하더니 관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 몸을 숨길 수 있을 만한 곳을 찾는다.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것이다.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닌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

관도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수광의 지시가 떨어졌다.

“출발.”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모두가 진형을 갖춰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한동안 이동한 우리는 숲속에서 휴식을 취했다.

각자가 두세 차례씩의 운기조식을 취하며 공력도 회복했다.

이후에는 또다시 신법을 펼치며 내륙 쪽으로 달렸다.

그때부터는 가는 길에 적들과 마주치지 않았기에, 우리는 오래지 않아 전선에 합류할 수 있었다.

전선에 도착해 보니 여기저기에서 무림맹 무인들과 해적들 간의 전투가 펼쳐지는 중이었다.

우리는 전선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아군을 지원했다.

기동타격조의 단독 전투가 아니라 전선에 있는 아군과 함께 싸우면 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우리 조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차분하게 전투에 임했다.

무리하지 않는다 해도 기본적인 전력 자체가 워낙 강하기에, 우리 조가 가는 곳마다 적도들이 빠르게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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