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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24화 (124/416)

내 안에 마교있다 124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해적들이 해안가 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동이 터오는 시점이라 무림맹의 무인들이 추격전을 개시했다.

우리 기동타격조도 추격전에 참여하여 무림맹의 무인들과 함께 해안까지 적들을 뒤쫓았다.

추격전을 통해서도 많은 적도들을 처치할 수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특히 제갈수광의 활약이 빛났다.

무림맹의 무인들에게서 받은 활과 화살을 이용하여 수많은 적도들을 처치했기 때문이다.

해안에서 해적선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모든 무인들이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그 와중에도 많은 무인들이 우리 기동타격조의 활약을 추켜세웠다. 기동타격조가 합류한 후로 전세가 급격하게 우리 쪽으로 기울었음을 다들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들어보니 근래 해적들과의 전투에서 이런 식의 확실한 승리를 거둔 게 상당히 오랜만의 일이라는 모양이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내륙으로 복귀한 후, 우리는 곧바로 군마 관리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모두 함께 말을 타고 영거현 주둔지로 복귀했다.

지휘관인 진욱상이 방책의 정문 앞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말에서 내리자마자 진욱상이 제갈수광에게 다가왔다.

진욱상의 표정을 보니 우리의 활약에 대해 전서구 등을 통해 이미 보고를 받은 모양이었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응당 저희들이 보고하러 가려던 길이었습니다. 단주님께서 이렇듯 직접 마중을 나오실 필요까지는······.”

이 주둔지에 머무르고 있는 전력의 정식 명칭은 영거현 주둔단이다. 진욱상은 이곳의 지휘관인만큼 단주라는 호칭을 쓴 것이다.

단주인 진욱상이 직접 마중을 나온 이유는 빤하다.

보고를 받았다면 우리가 얼마나 큰 활약을 펼쳤는지도 잘 알 것이다. 운룡패를 소지한 우리가 실력까지 제대로 보였으니, 이왕이면 우리에게 더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다들 밤새 싸우며 고생하고 오셨는데 이런 식의 마중쯤이 뭐가 대수겠소? 더군다나 여러분께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는 보고까지 받았소. 응당 내가 직접 나와서 반겨야지요.”

제갈수광이 희미한 미소를 보이자 진욱상이 말했다.

“배고플 것 같아 식사를 준비해놨소. 어서 들어가서 식사들 하십시다.”

정말로 배가 고팠기에 다들 얼굴과 손 정도만 씻고 와서 바로 식사를 했다.

진욱상도 함께 식사하며 우리의 전과에 대해 침이 튀도록 칭찬했다.

우리 기동타격조의 성과가 그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형 해적선 한 척을 전소시켰으며, 그 안에 있던 적도들 삼백여 명을 처치했다.

이후에는 이동하는 길에 백여 명, 다음에는 우리에게 독탄을 던졌던 놈들 백여 명, 그 다음에는 우리가 독탄으로 몰살시킨 백오십 여명을 상대했다. 그 셋을 다 합해서 최소 삼백여 명을 처치했다.

전선에 합류한 후에도 무림맹의 무인들과 함께 싸우며 수많은 적도들을 처치했고, 추격전을 펼치면서도 많은 적도들을 처치했다.

즉, 지난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기동타격조가 죽인 적도의 숫자가 어림잡아도 천 명은 된다.

이러니 진욱상이 저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는 거다.

운룡패를 지닌 이들다운 큰 성과가 아닐 수 없으니까.

이후에도 진욱상은 우리의 활약상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고, 제갈수광이 적절하게 대꾸해줬다. 그러는 가운데 식사도 마무리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내일 아침까지는 무조건적인 휴식을 보장할 것이다. 혹여 그 안에 상황이 발생한다 해도 출동하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투에 투입되어 봐야 위험성만 증가한다. 그래서 저 말을 한 것이다.

“저녁 식사 집합도 없다. 이쪽 회의 막사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교자 등을 준비해달라고 했으니, 회복 중에 배고픈 인원들은 언제든 자유롭게 먹고 가도록 한다. 이 모든 게 확실하게 회복하라는 배려임을 잊지 말도록. 이상, 해산.”

제대로 씻은 후에 거처로 돌아왔다.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각이다.

내가 체력에는 자신이 있는데도 피곤하긴 정말 피곤하다.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긴 시간 동안 전투를 치른 탓이다.

실전은 단순히 몸을 움직인 만큼의 피로만 쌓이는 게 아니다. 매 순간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에, 같은 시간을 움직여도 쌓이는 피로도는 최소 수 배에 달한다.

그나마 찬물로 씻었더니 정신이 바짝 들어, 나는 수면을 취하지 않은 채 운기조식을 취했다.

체력은 어차피 자고나면 어느 정도 회복된다.

그렇기에 피곤함을 참고 운기조식을 취하여 공력부터 회복해둘 생각이다. 어차피 회회심공을 운기한 후에 잠들면 피로 회복에도 훨씬 더 도움이 된다.

게다가 대낮부터 잠들어버리면 밤중에 깰 게 빤하다.

그러느니 초저녁까지는 버티다가 잠든 후에 이른 새벽에 깨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 * *

깨어났더니 사위가 어두웠다.

회회심공을 운용한 후에 푹 잔 덕분인지 몸이 개운했다.

숙소 막사를 벗어나서 하늘을 보니 인시초(새벽3시)쯤인 듯했다.

배가 고팠기에 회의 막사로 향했다.

유등의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한 사람이 있었다.

대도를 쓰는 건장한 체구의 노인, 원을태였다.

그가 노안에 미소를 띤 채로 나를 반겼다.

“일어났구나. 푹 쉬었느냐?”

“아, 기침하셨습니까.”

“그래. 저기 솥에 교자 있다. 덜어서 이쪽으로 오너라. 같이 앉아서 먹자.”

“예.”

탁자 위의 솥에서 교자 여남은 개를 접시에 던 후 원을태가 앉아 있는 탁자의 앞에 가서 앉았다.

식은 차를 마시며 하나를 꼭꼭 씹어 먹고 있는데 원을태가 입을 열었다.

“유겸이 너 말이다. 어딘가의 특수 전투 조직에라도 속해 있는 게냐?”

“켁! 케엑! 컥! 컥! 콜록! 콜록!”

갑자기 저런 소리를 들어서인지 사레가 들렸다.

이 노인네가 음식 먹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릴 하고 있어.

왜 저런 얘기를 하는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일단은 황당함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봐줬다.

“허허. 놀랐느냐? 미안하구나. 네가 싸우는 모습을 보니 전문적인 전투 훈련을 받은 사람들 못지않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그 정도면 당장 신룡대에 들어가도 즉시 전력감일 게다. 네 나이에 그런 실전 실력을 갖는 게 쉬운 일이 아닌지라 내심으로 많이 놀랐다. 그래서 해본 말이니라. 허허.”

“아하하. 과찬이십니다.”

“과찬이 아니니라.”

이 노인네는 신룡대의 부조장 출신이다.

어제 우리는 긴 시간 전투를 치렀으니 내 실력을 엿볼 기회도 많았을 것이다.

“하하. 이래저래 기연이 좀 있었던 데다가, 잠룡관에서 제갈 교관님이 잘 지도해 주신 덕도 큽니다.”

“백도의 어린 후배들 중에 너 같은 아이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물론 우리 조의 다른 아이들도 뛰어난 실력들이었지만 너는 차원이 다르더구나.”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는 표정이었다.

“하하. 제가 어르신의 눈에 많이 띄었던 모양인데, 사실 더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던 건 길 형······, 그러니까 길초량 공자였습니다.”

의도적으로 길초량의 이름을 언급해줬다.

“물론 초량이도 훌륭했다. 그러나 너만큼은 아니었지.”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대꾸한 원을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조에 합류하면 흥미로운 아이를 보게 될 거라더니, 역시나 그게 너였던 게로구나.”

“예? 누가 그런 얘기를······.”

“맹주께서.”

쩝. 운천흠 그 사람이 또 쓸데없는 소리까지 했던 거였군.

이윽고 본인의 접시에 있던 마지막 교자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원을태가 접시를 들고 일어섰다.

“전열에서 싸우면서도 네가 뒤에 있으니 참으로 든든하더구나. 앞으로도 잘 부탁하마.”

“아하하. 제가 아직 어설퍼서 그렇게 든든해하시다가는 난리날 수도 있습니다. 어제는 몸 상태가 좋았을 뿐입니다.”

그러자 원을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로 대꾸했다.

“그래. 뭐, 그렇다 치자.”

조금도 믿지 않는다는 기색이다.

역시나 실전 고수들 앞에서는 대강 얼버무리는 것도 쉽지 않다.

원을태가 막사의 문을 나서며 말했다.

“많이 먹거라. 우리의 젊은 해결사.”

“해, 해결사라니, 그런 거 아닙······.”

내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원을태가 문밖으로 사라졌다.

에휴, 정말이지 늙은 구렁이들은 만만치가 않다.

혼자 앉아서 교자들을 천천히 씹어 먹고 있는데, 네 개를 먹었을 때쯤 또다시 막사의 문이 열렸다.

들어선 이가 반가움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어? 송 공자님!”

“하하, 악 소저, 안녕하시오.”

“식사 중이셨네요?”

“일어난지 얼마 안 돼서 말이오.”

“아, 저도 방금 일어났는데.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도 얼른 교자 챙겨올게요.”

악미조가 금세 접시에 교자를 담아서 내가 앉은 탁자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원을태가 앉았던 자리다.

한데 그녀의 접시에 담겨 있는 교자의 양이 상당히 많았다. 나도 여남은 개를 챙겼을 뿐인데, 악미조의 접시에는 딱 봐도 스무 개가 넘는 교자가 담겨 있었다.

내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의 접시를 바라보자 그녀가 민망함이 담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아하하······, 제가 좀 잘 먹는 편이라······. 어제 점심 이후로 이게 첫 끼거든요. 저도 어제 오후 늦게까지 운기조식 하다가 잠들어서.”

어. 알았어. 뭘 그렇게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어?

내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자 악미조가 배시시 웃더니 교자를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잘 먹는다.

예쁜 애가 잘 먹는 걸 보니 송유하 생각도 난다.

“그······, 어제는 경황 중이어서 제대로 말씀 못 드렸는데, 독침들 막아줬던 거, 정말 감사했어요.”

“장창을 쓰시니 그런 종류의 공격을 막기가 조금은 곤란할 수 있겠다 싶었소. 악 소저가 알아서 잘 하셨을 텐데, 혹시나 해서 약간의 도움을 드린 것에 불과하오.”

“솔직히 가슴이 철렁했어요. 혼자서 다 막아낼 자신이 없었거든요. 송 공자님도 잘 아시겠지만 피하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구요.”

당시의 상황만 보자면 저 말이 맞긴 맞다.

어쨌거나 저렇듯 본인이 정확하게 인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같은 경험을 해도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쳐요. 송 공자님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지금쯤 나는 어떻게 됐을까 싶어서······.”

악미조의 어깨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저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실전을 수없이 치러본 몸이지만, 내게도 실전 초보 시절은 있었다. 저런 생각이 들었던 적도 많았다.

저런 생각에 지배를 당하기 시작하면 자칫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장강 사건을 겪은 후의 여길상처럼 말이다.

조심스러운 조언을 해줄 때다.

“내가 도와주지 않았어도 악 소저에게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오. 악 소저는 몰랐겠지만, 그 순간에 이미 제갈 교관님과 촉 어르신이 우리의 뒤쪽에 계셨소. 내가 먼저 악 소저 쪽을 지원하고 있었기에 두 분도 다른 역할을 하셨던 것이오.”

악미조가 먹다 말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방금 전보다는 안정된 기색이다.

“그런 상황들을 겪으면서 점점 경험이 쌓이고 그러면서 성장해가는 것 아니겠소? 그러니 그 당시의 일에 대해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악미조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그 어떤 곤란한 상황에 닥쳐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대한 버틴다는 생각만 하시오. 그렇게 시간을 벌어주면 누군가는 분명히 악 소저를 돕고 있을 것이오. 우리 기동타격조는 그럴 역량이 되니까.”

슬쩍 보니 표정이 많이 좋아졌다.

예전의 여길상처럼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

“좋은 말씀 고마워요, 송 공자님.”

“하하. 좋은 말씀은 무슨.”

“장강 사건 때부터 느꼈지만, 송 공자님과 함께 있으면 참 든든해요. 동갑인데도 왠지 나보다 훨씬 어른 같고. 동갑만 아니었으면 이미 송 오라버니라고 불렀을 거예요.”

악미조는 사 년차고 나는 삼 년차지만 우리가 동갑이긴 하다.

“하하······.”

내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악미조가 생긋 웃더니 다시 열심히 교자를 입에 넣기 시작했다.

잘 먹는다.

식사 후에는 숙소 천막으로 돌아와서 어제의 전투들을 차분히 복기했다. 이후에는 운기조식을 취했다.

진시정(오전8시)쯤 되자 바깥이 살짝 소란스러웠다.

천막 밖으로 나와 보니 우리 조의 여러 인원들이 죽립을 쓴 채 거주구역을 벗어나고 있었다.

노인들 세 명과 이세옥이 앞장섰고, 네 명의 관도들이 뒤따르는 모습이었다. 따르는 관도들은 종금무, 황보충, 강하령, 악미조였다.

마침 제갈수광이 보였기에 그에게 물었다.

“다들 이른 아침부터 어디 가는 겁니까?”

“몇몇 관도들이 암기술 수련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더군. 이전에도 암기술을 어느 정도 익혔던 관도들은 이 기회에 암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싶은 거고, 아직 초보인 관도들의 경우에는 어떻게든 배워보겠다는 거지. 어제의 전투에서 너와 길초량과 이 교관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았던 모양이야. 당장 실전에서 쓸 수준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익히면서 실전에서도 쓸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우겠다는 각오더군.”

“아.”

웬만한 관도들의 경우에는 아직 전열에서 적과 마주할 실력이 안 된다.

그렇다고 관도들이 후열에서 검기만 날릴 수도 없는 일이다. 검기를 날리는 건 내공 소모가 상당히 크다. 관도들 수준에서는 그 공력 소모를 감당하기 어렵다. 정확도도 떨어질 테고.

때문에 어제 벌어진 전투에서 몇몇 관도들은 후열에서 상황만 지켜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즉, 어떻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암기술을 배우겠다며 나선 것이다.

칭찬할만한 자세다.

“이 교관의 담당 교과가 암기술이다. 그 얘기를 들은 선배님들이 도와주겠다며 함께 나선 거지.”

교관 이세옥도 어제 중진에서 관도들을 보호하는 와중에도 곳곳에 암기를 날리며 지원했었다. 암기술 담당 교관다운 상당한 경지였다.

노인들이야 뭐, 신룡대 출신이니 기본적으로 암기술도 수준급일 수밖에 없다. 저 길초량처럼.

“바로 옆에 있는 산에 가서 수련한다는 모양이야. 집합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이곳에서 호각을 울려 신호하기로 했다. 참고로 단목강과 추소륵은 차 교관, 장 교관과 더불어 검술을 수련한다는 모양이고.”

“그렇군요. 그럼 이제 저는 교관님한테서 궁술 교습을 받으면 되겠군요.”

내가 씩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제갈수광이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턱짓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에서 길초량, 모용리, 남군호가 활과 화살과 과녁들을 챙겨서 이쪽으로 오는 중이었다.

보아하니 활도 네 개고 과녁도 네 개다.

길초량뿐만 아니라 모용리와 남군호도 궁술 교습에 같이 참여하는 모양인데, 내 몫도 챙겨서 오고 있는 것이다.

얼른 다가가서 그들의 짐을 나눠들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독립 거주구역 바깥의 비탈 아래쪽에 과녁 네 개가 설치되었다.

제갈수광이 과녁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우리를 서게 하더니 말했다.

“너희들의 기본 실력부터 점검하겠다. 일단 모용리부터.”

“네, 교관님.”

이윽고 모용리가 자세를 잡는데, 활을 들고 시위를 당기는 모습을 보니 자세가 상당히 좋았다.

투웅! 쉬익- 파르르르-

과녁의 중앙 쪽에 화살이 박혔다.

과녁에는 세 개의 동심원이 있는데, 가장 안쪽에 있는 작은 동심원에 꽂힌 것이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다시 한 번.”

“네.”

이후에 모용리는 화살을 두 발 더 쐈는데, 두 발의 화살 모두 과녁의 중앙 쪽에 꽂혔다. 총 세 발 모두 중앙의 가장 작은 동심원에 꽂아 넣은 것이다.

제갈수광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모용세가답게 궁술도 기본 이상은 하는군.”

모용리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제갈수광이 길초량을 불렀다.

“다음, 길초량.”

그러자 길초량이 나서서 자세를 잡았다.

일단 자세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윽고 길초량이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모용리만큼은 아니지만, 놈 또한 나쁘지 않은 실력이었다.

세 발 중에 한 발은 중앙의 작은 동심원에, 두 발은 두 번째 동심원에 꽂힌 것이다.

짜식이 제법이네?

제갈수광이 말했다.

“오호. 길초량도 나쁘지 않군. 좀 쏴 봤나?”

“하핫. 예. 어렸을 때 조금.”

길초량이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번에는 남군호의 이름을 불렀다.

“다음, 남군호.”

그러자 남군호가 나서서 자세를 잡고 첫 번째 화살을 날렸다.

자세부터 이미 어설프다.

화살이 과녁에 꽂히긴 했는데, 가장 큰 동심원을 벗어났다. 과녁의 모서리 쪽에 꽂힌 것이다.

이어서 날린 두 번째 화살도 가장 큰 동심원을 벗어났는데, 세 번째가 되어서야 그나마 가장 큰 동심원 안에 박혔다.

남군호가 뒷머리를 긁적이자 제갈수광이 물었다.

“쏴 본 적, 거의 없지?”

“하핫. 예······.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이름을 불렀다.

“다음, 송유겸.”

흑풍대 시절에 활을 쏴 본 적이 있긴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잘 될지 모르겠다.

내가 앞으로 나서서 자세를 잡자 길초량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 자세 괜찮고.”

조용히 해, 이 자식아.

예전에 배운 기억을 되살리며 집중한 채로 시위를 놓았다.

퉁! 쉬익-

이후에 잠시의 정적이 흘렀다.

“푸흡!”

“푸크크!”

“푸하하하!”

세 연놈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웃음이다.

내가 날린 화살이 과녁에 맞지도 않고 과녁 위쪽으로 날아가 버린 탓이다.

“다시.”

제갈수광의 지시에 따라 두 번째 화살을 날렸지만, 이번에는 화살이 아예 과녁의 아래쪽으로 날아갔다.

또다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데, 길초량 놈의 웃음소리가 가장 컸다.

“다시.”

세 번째 화살을 날렸다.

이번에는 화살이 과녁의 오른쪽 모서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시금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길초량 새끼의 웃음소리가 가장 컸다.

옆에서 제갈수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유하가 궁술을 잘하니까 너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한데 네 궁술은 네 누이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못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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