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126
두 번째 맞는 궁술 실력 평가 시간이다.
참고로 첫 번째 궁술 실력 평가는 교습이 시작되고 나서 일주일 후에 있었다.
첫 번째 평가 당시 일 위는 모용리였고, 이 위는 길초량, 삼 위는 나, 사 위는 남군호였다. 당시에는 순위마다 실력 격차도 두드러졌었다.
오늘은 궁술 교습이 시작되고 나서 이 주가 흐른 시점이라 두 번째 평가가 치러지게 된 것이다.
십 장, 십오 장, 이십 장 과녁들을 기준으로 각각 이십 발씩, 총 육십 발을 쏘게 된다. 당연히 내공은 쓰지 않고 순수한 궁술만으로 평가에 임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껏 연습하던 과녁은 중앙을 기준으로 동심원이 세 개였다. 각각 소형 동심원, 중형 동심원, 대형 동심원이라고 불렀었다.
한데 이번에 쓰이는 과녁은 동심원이 네 개다.
중앙의 소형 동심원 안에, 그것보다 지름이 반 밖에 안 되는 정중앙 동심원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지난 이 주간 우리의 전체적인 실력이 상승했기에, 변별력을 조금 더 높이기 위함이라는 제갈수광의 설명이었다.
관도들 네 명이 나란히 서서 십 장 과녁에 대고 화살을 날렸다.
소형 동심원을 기준으로 남군호는 열여섯 발을 꽂아 넣었다. 네 발은 중형 동심원에 꽂혔다. 일 주 전에 비해 실력이 많이 상승한 모습이었다.
“멀리서 봐도 알겠지만 남군호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만점이다.”
제갈수광의 말에 관도들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마저도 스무 발을 모두를 소형 동심원 안에 꽂아 넣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참고로 일주일 전에 나는 소형 동심원 안에 열네 발을 넣었고, 길초량은 열일곱 발, 모용리는 열아홉 발이었다.
제갈수광의 말이 이어졌다.
“평소에 쏘는 모습들을 보니 이럴 것 같아서 정중앙의 동심원을 추가했던 것이다. 정중앙 동심원을 기준으로 모용리는 열네 발, 길초량은 열한 발, 송유겸은 열 발, 남군호는 일곱 발이다. 점수 상으로는 세 명이 동점이지만, 순위는 정중앙에 더 많이 꽂아 넣은 사람 순서다. 판정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직접 가서 비교하며 확인하도록.”
저 제갈수광이 안력을 돋워서 확인한 것이니 판정이 잘못되었을 리는 없다. 게다가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의 무공을 익혔으니 이 거리라면 알아서 확인할 수가 있다.
길초량이 내게 말했다.
“아닛! 송 형! 어느새 내 턱밑까지 추격하다닛!”
후훗. 이 자식아, 형은 하나를 파기 시작하면 끝까지 파는 사람이다. 한 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십오 장 과녁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우리가 활을 다 쏘고 나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소형 동심원. 남군호 열세 발, 송유겸 열여덟 발, 길초량 열여덟 발, 모용리 만점. 송유겸과 길초량의 경우에는 각각 두 발씩이 중형 동심원에 꽂혔으니 점수 상으로는 동점이다.”
“크헉!”
길초량 놈의 반응이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십오 장 과녁에서는 놈과 나의 실력차가 더 크게 드러났었다. 한데 이번에는 점수 상으로나마 나와 동점이라고 하니 저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중앙 동심원. 모용리 열한 발, 길초량 일곱 발, 송유겸······.”
내 이름을 말하던 제갈수광이 눈매를 좁히며 내 과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더 자세하고 확실하게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윽고 제갈수광의 입이 다시 열렸다.
“한 발이 동심원의 선에 걸쳐서 일곱 발, 남군호는 네 발이다. 판정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직접 가서 확인해도 좋다.”
길초량이 즉시 반응을 보였다.
“크헉! 소, 송 형과 동률에 동순위라닛!”
나와 동률에 동순위여서 굴욕스럽다는 반응이다.
크크. 귀여운 자식 같으니.
그리고 마지막 이십 장 과녁에 대한 평가가 끝났다.
“소형 동심원. 남군호 아홉 발, 송유겸 열네 발, 길초량 열다섯 발, 모용리 열여덟 발.”
“휘유우······.”
길초량 놈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근소하게나마 나보다 결과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차적인 평가 기준은 소형 동심원에 넣은 수이니 순위는 결정되었다. 그냥 참고하라는 의미에서 정중앙 동심원에 넣은 수도 말해주겠다. 모용리 여덟 발, 길초량 네 발, 송유겸 다섯 발. 남군호는 한 발이다.”
“크악!”
길초량 놈이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역시나 나한테 뭐 하나라도 뒤처졌다는 게 굴욕이라는 표정이다.
놈의 입장에서는 저럴 수밖에 없는 것이, 궁술을 교습을 처음 받던 이 주 전에는 그와 나의 격차가 상당했었다.
한데 내가 매우 빠르게 비등한 수준으로 발전했으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다.
“하하. 길 형, 오늘은 내가 운이 좋았을 뿐이오. 내가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한들 어찌 길 형을 이길 수 있겠소? 안심하시오.”
“아닛! 송 형! 지금 말만 번지르르하게 겸손한 척할 뿐, 눈빛으로는 이미 나를 내려다보고 있잖소!”
“하하. 길 형이 오해가 크시구려. 감히 내가 길 형을 내려다보다니요? 그럴 리가요.”
“아······! 친하다 보니까 저 의도가 빤히 보여서 더 짜증나!”
짜식이 까불고 있어. 크크.
“와아! 송 공자님의 발전 속도는 정말이지 무서울 정도네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셨다는 사실이야 잘 알고 있지만, 그 정도로 엄청난 발전 속도면 재능도 상당하시다고밖에는······. 저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모용리의 말이었다.
후훗. 아이야, 아직 놀라긴 이르단다. 이 오라버니로 말할 것 같으면 노력의 화신이거든.
딱 기다려라. 조만간 그 예쁘고 큰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게 해주마.
남군호도 한 마디를 보탰다.
“아니, 송 공자. 설설 하시오. 송 공자마저 그렇게 갑자기 상위권으로 가버리시면 나는 어쩌란 말이오.”
이에 나는 남군호를 향해 친절하게 대꾸해줬다.
“어쩌긴 뭘 어쩌겠소? 화살 자루를 짊어지시면 되오.”
“크아악!”
남군호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우리가 궁술 교습을 받던 첫 날 첫 시간에, 내가 너무 못 쏘는 걸 보고 다들 꼴찌가 화살 자루를 짊어져야 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었다.
그러니 항변하지 못하고 저러는 거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이 주차의 평가를 마치겠다. 전체적으로 궁술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가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겠지. 다 함께 박수.”
짝짝짝짝짝!
“그렇다고는 해도 적들을 상대로 실전에서 쏠 수 있기까지는 아직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궁술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실전 투입 기준은 매우 높다. 아직은 너희들 모두 멀었다. 이제 시작이라는 걸 명심하고, 이왕 배우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수련하도록.”
“예!”
그렇게, 그 날의 궁술 수련과 이 주차의 평가가 끝났다.
임시 궁술 수련장에서 천천히 벗어나 산비탈 쪽으로 향했다.
산 아래가 훤히 보이는 바위 위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지난 이 주간 궁술 수련 때문에 시간을 쪼개어 썼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져보는 잠깐의 여유였다.
혼자서 조용히 쉬고 있는데 뒤쪽에서 길초량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말없이 다가온 그가 옆에 있는 바위에 앉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까 헤어지면서 보니 모용 소저와 남 공자의 눈빛이 변했더구려. 송 형 때문에 자극들을 많이 받은 모양이오.”
“길 형은?”
“나야 뭐, 말할 것도 없잖소. 세상에, 이렇게나 빨리 따라잡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소. 송 형이 독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혀를 내두르게 되는구려.”
내가 미소를 보이자 길초량이 다시 말했다.
“나도 이제부터는 궁술만 팔 것이오. 처음에 제갈 교관님한테 궁술 가르쳐달라고 할 때부터 대충 배우겠다는 생각 따위는 없었기도 했고.”
남다른 각오가 느껴진다.
이 자식도 한다면 하는 놈일 수밖에 없다. 그 유명한 신룡대에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송 형이 나보다 먼저 실전에서 활을 쏘게 되는 꼴만큼은 못 보겠소. 놀림 당할 일을 생각하면, 어우.”
길초량이 농담조로 말하며 과장되게 한 차례 몸을 떨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표정이다.
“암기술을 익히고 있는 쪽도 다들 열심인 모양이더구려. 악미조 소저는 당장 다음 실전부터 암기술을 써도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오. 악 소저의 경우에는 원래부터 가전 비표술을 일정 수준 이상 익혔던 모양이라.”
산동악가의 암기술인 비표술은 과거부터 유명했었다.
“나도 들었소. 잠룡관 입관 전까지는 세가에서 꾸준히 수련했었다고 하더구려. 입관 후에 좀 뜸했던 거고.”
“그렇다 보니 악 소저의 암기술 교육을 전담하던 촉 선배님이 여유로워져서, 남는 시간에는 조장님과 추소륵 공자의 검술 수련을 돕고 계시다고 하오. 덕분에 조장님과 추 공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모양이고.”
“근래 마주칠 때마다 그 두 분은 의복 전체가 땀에 절어 있더구려. 그 와중에도 표정이 좋은 걸 보면 수련의 성과가 있다는 뜻이겠고.”
내가 대꾸하자 길초량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길초량이 말했다.
“조원들 전체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오. 사실, 평상시라면 이런 최고의 후기지수들이 이렇게까지 열심히 노력하고 있진 않았을 것이오. 수준 높은 기동타격조에 속해서 치열한 실전까지 겪어보니 각자가 느낀 점도 많았다는 뜻이겠지요. 나중에 기동타격조의 임무가 끝났을 때쯤에는 다들 얼마나 발전해 있을지 기대될 정도요.”
고개를 끄덕여 주자 길초량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부디 모두가 이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오. 서로 웃는 얼굴로 돌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든 모두가 무사할 수 있도록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느껴진다.
뭐, 신룡대다운 모습이다. 길초량의 경우에는 관도들을 보호하라는 윗선의 지시를 받고 이 조에 합류했을 수도 있다.
길초량이 나를 향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송 형이 함께여서 더 든든하기도 하고.”
“나야말로 길 형 덕분에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오. 심심하지도 않고.”
길초량이 농담조로 물었다.
“심심하지 않다는 게 핵심이구려? 아니, 송 형은 나 없으면 놀림감 없어서 무슨 재미로 살 거요?”
너 말고도 한 명 더 있긴 있어. 제갈수광이라고.
“우리 길 형이 오해가 크시네. 나는 길 형을 놀림감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소.”
“풋! 존경의 대상은 무슨. 입에 침이나 바르고 그런 소릴 하시오. 하여튼 고단수시란 말이지.”
“놀림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근래에는 길 형이 나 놀리느라 더 신났던데, 뭘.”
“지금껏 내가 송 형한테 하도 놀림을 받고 살아서, 기회가 오면 놓치고 싶지 않은 것뿐이오.”
우리는 서로를 보며 피식 웃어 보인 후, 다시금 저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곧 십이월이구려. 올해는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금방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오. 작년 이맘때쯤에는 그냥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오늘은 십일월 스무엿새다. 나흘만 지나면 마지막 달인 십이 월로 접어든다.
길초량이 저 말을 하니 나도 작년의 이맘때가 생각난다.
당시에 나는 계반의 실내 연무장에서 송유하와 함께 수련을 했었다. 나는 송유하가 승반할 수 있도록 도왔었고, 그녀는 내 회회심공 수련을 도왔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잠룡관에서 송유겸의 몸으로 깨어난 지도 벌써 일 년 하고도 두 달이 지났다.
순간적으로 그동안 내가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의외로 추억이 많다.
길초량이 말했다.
“명년 이맘때쯤엔 작년처럼 잠룡관에서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으면 좋겠소. 송 형이랑 평화롭게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이렇게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그놈의 술은 하여간.”
내가 핀잔을 주자 길초량이 대꾸했다.
“그 정도는 송 형이 이해하시오. 그때쯤엔 나도 졸업이 가까워지고 있을 시점이니까. 마지막까지 우정은 제대로 다져놔야 하지 않겠소?”
아, 그러고 보니 이 자식, 내년에 육 년차구나.
나도 내년에는 사 년차다.
나 또한 내년에는 졸업할 생각인데, 굳이 벌써부터 길초량에게 그 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길초량에게 물었다.
“졸업하면 뭐 할 생각이시오? 그 실력으로 그냥 고향에 돌아갈 것 같지는 않고. 아, 그러고 보니 내가 길 형의 고향도 모르는구려.”
“하하. 내가 고아 출신이라 태어난 곳은 모르는데, 어쨌거나 자란 곳은 복건이오. 뭐, 그쪽이 고향인 셈이오.”
“사문이 복건 쪽에 있었던 모양이구려?”
“사문까지는 아니고, 운 좋게 은거 고수에게 키워진 정도.”
“아.”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은거 고수 얘기가 나왔으면 사문에 관해서는 굳이 더 묻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
길초량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송 형 말대로 졸업 후에 복건으로 돌아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소. 아마 무림맹에 입맹하지 않을까 싶소. 그러면 본맹이든 지맹이든 어딘가로 가기는 가겠지요. 지맹에 배속된다면 당연히 동부지맹으로 올 생각이오.”
이미 신룡대면서 무슨.
둘러대느라 애쓴다, 이놈아.
놈의 입장을 알고 있으니 설령 거짓말이라 해도 이해는 한다.
“그게 아니면 동부지맹 잠룡관에서 교관이 되기 위한 과정을 밟을까 하는 생각도 있소.”
“졸업 후에 길 형이 어떤 진로를 택하든 간에, 그 후에도 서로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면 좋겠구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생각이오. 사람 일이라는 게 뜻대로 안 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길초량이 일어서며 말했다.
“물론 그전에 이번 임무부터 확실하게 마쳐야겠지요. 그럼 나는 이만 가보겠소. 궁술 수련 좀 더 할 생각이라.”
“나는 조금 더 있다가 들어가겠소. 나한테 따라잡히기 싫으면 더 열심히 하시오.”
“후! 물론이오.”
길초량이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대꾸하더니 자리를 벗어났다.
송유겸의 몸으로 깨어나자마자 처음 만난 사람이 길초량이라서 그런지, 그에게는 항상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내게 지금의 삶을 내려준 어떠한 섭리가 있다면, 내가 깨어난 첫 순간부터 길초량과 엮이게 만든 것 또한 모종의 안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했었다. 이 운명에 강하게 엮여있는 인연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설령 졸업해서 잠룡관을 떠나게 된다 해도, 길초량과는 어떤 식으로든 결국 다시 엮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으로서는 밑도 끝도 없는 느낌이긴 하지만.
* * *
사흘 후, 십일월의 마지막 날.
여느 때처럼 오전 궁술 수련을 마무리하고 점심 식사를 하러 가려는데 제갈수광의 외침이 들렸다.
“상황 발생! 전원 즉시 집합!”
전투 집합이 아니라 즉시 집합이다.
전투 준비를 하지 않은 채로 일단 집합하라는 뜻이다.
산에서 수련하던 이들도 점심 식사를 위해 내려왔던 참이라, 모든 조원들이 금방 집합했다.
“해적선 다수가 목격되었다는 첩보다. 위치는 태주현 북쪽 해안이다. 이곳에서는 제법 먼 거리인 만큼, 투입이 결정되면 당연히 말을 타고 움직이게 될 것이다.”
태주현 북쪽 해안이면 임해현 주둔지에서 가깝다.
임해현은 절강 동부의 해안을 기준으로 가운데쯤에 위치해 있다.
임해현 주둔지에는 현재 동부지맹과 북부지맹의 갑을반 관도들로 구성된 잠룡일대가 주둔하고 있다. 전투가 벌어지면 당연히 잠룡일대도 투입될 것이다.
관도들이 눈빛을 교환하고 있다.
실전을 겪었으니 이곳의 해적들이 단순한 해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고, 그들과의 전투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적들을 상대로 잠룡관의 친우들이 위험해지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투입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이유는 해적들이 상륙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적도들의 성동격서일 수도 있는 만큼, 실제 상륙 여부와 적도들의 전력이 확인된 후에야 출발하게 될 것이다. 아직 식전이니 신속하게 식사를 마치고 전투 준비를 완료한다. 준비를 완료한 후에는 필요하다면 운기조식을 취하며 대기하고 있어도 된다. 이상.”
이에 모두가 식당으로 이동하여 식사를 마쳤고, 각자의 거처로 흩어져 전투 준비를 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 거처에서 운기조식을 취하고 있는데 제갈수광의 외침이 들렸다.
“준비된 인원들부터 전투 집합!”
운기조식을 마저 마친 후에 밖으로 나갔다. 다른 인원들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두가 집합하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해적선이 상륙했으며 전력이 대규모라는 첩보다. 즉시 출발한다. 모두 구사로 이동.”
다들 마구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할 때쯤, 나는 알아서 제갈수광의 옆에 놓여 있는 화살 자루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내 옆으로 남군호가 빠르게 다가오며 말했다.
“송 공자, 내가 메고 가겠소. 꼴찌가 짊어지는 게 우리의 암묵적인 합의였잖소.”
“하하, 괜찮소. 알다시피 나는 교관님의 전령이오. 이전처럼 내가 메겠소.”
“하면 전투를 펼치다가 송 공자가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시점에 내게 넘기시오. 송 공자는 우리 조의 주요 전력이니까.”
“하하. 알았소. 고맙소.”
이윽고 기동타격조 전원이 말을 몰고 북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