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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31화 (131/416)

내 안에 마교있다 131

물살을 거스르지 않은 채, 매우 천천히 방향만 이동했다.

제법 넓은 하천이라 중앙으로 갈수록 상당히 깊었다.

숨이 막히면 수면위로 코와 입만 살짝 내밀어 호흡했고, 그 외에는 계속 잠수로 이동했다.

통각이 계속 전해지고 있었기에, 이동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구결을 읊었다.

하천의 중앙부를 한참 지나고 나서야 고개를 조심스럽게 내밀어 전방을 확인했다.

하류 쪽 물가에 작은 나무와 덤불이 우거진 지점이 보였다.

천천히 그쪽으로 이동했다.

“후우, 후우, 후우우······.”

덤불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최대한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후에는 작은 나무와 덤불이 흔들리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기어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고운 흙모래 사이로 튀어나온 자갈들이 있었기에, 최소한만 옆으로 치워내고 일단 몸을 눕혔다.

‘끄으······.’

몸의 이곳저곳이 너무 아프다.

특히 가슴팍과 옆구리가 타는 듯 쓰라렸다.

계속해서 구결을 읊으며 호흡을 최대한 가다듬었다. 그러면서 근처에 인기척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일단은 없다.

누운 채 곧바로 회회심공을 운용했다.

이곳이라고 해서 완전히 안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공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해놔야 한다.

잠력을 더 많이 쌓아둘수록 첫 운기조식에서 공력으로 전환되는 양도 더 많아진다.

지금껏 통각이 강한 상태에서 계속 구결을 읊었고, 덕분에 잠력도 최대치로 쌓여 있었다.

한데 한 차례의 운기조식을 마친 나는 내심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좌하지 않은 채로 운공을 했는데도,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잠력이 공력으로 변환되었기 때문이다.

일류 수준에서는 정좌하지 않은 채로 운기조식을 취할 경우, 변환되는 양이 많아도 일 할 근처였다. 서무욱 시절의 기억에 의하면 그렇다.

그런데 방금 전에 일할오푼 정도가 변환된 것이다.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잘 된 일이긴 한데, 변수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긴 하다.

공력이 완전히 비어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이렇게 된 건가 싶다.

실상 송유겸의 몸으로는 공력을 완전히 소모한 후에 이런 식으로 변환시킨 게 매우 오랜만의 일이기도 하다. 태화지부 사건 이후로 처음이니까.

생각해 보니 통각을 잠력으로 변환시키는 행위 자체가 오랜만이기도 하다.

기동타격조에 들어온 후에는 통각을 이용하는 방식의 회회심공 수련을 하지 못했던 탓이다. 그저 틈틈이 운기조식을 취한 게 다였다. 그렇기에 통각 변환에 대한 추이를 추측해 보기도 쉽지 않다.

근래에는 늘 하던 대로 운기조식을 취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회회심공의 성취가 발전한 건가 싶다.

품속에서 조막만한 가죽주머니를 꺼내어 옆에 놓은 후, 양팔과 허리에 차고 있던 가죽 띠를 풀었다. 소비도들이 꽂혀 있는 가죽 띠다.

이후에는 천천히 움직이며 상의와 내의를 벗었다.

상체에 상처들이 있는 탓에 움직일 때마다 쓰라려 왔다. 잊지 않고 회회심공의 구결을 읊었다.

턱을 내리고 가슴께를 살펴보니 피가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혈도를 눌러 지혈한다고 해도 큰 출혈만 막는 것이라, 피가 아예 나오지 않는 건 아니다.

계속 구결을 읊으며 내의의 물을 짜냈다.

이후에는 비룡검을 이용하여 내의를 길쭉하게 잘랐다. 상처를 압박하기 위한 천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길쭉하게 자른 천을 적당한 길이로 묶었다.

방금 전의 과정만으로도 어찌나 아팠던지, 체내에 잠력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더 아픈 과정이 남아있다.

처음에 품속에서 꺼냈던 조막만한 가죽주머니는 밀봉이 되어 있는데, 그 안에 연고형의 금창약이 들어 있다.

밀봉을 열어 연고형의 금창약을 적당히 짜낸 후, 상의를 이용하여 옆구리 주변을 살살 닦았다. 그러고는 옆구리에 곧바로 금창약을 발랐다.

‘끄으으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다.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아냈고, 그 와중에도 속으로 구결을 읊었다.

이후에는 긴 천으로 옆구리의 상처를 압박하며 단단하게 묶었다. 그 과정에서도 어마어마한 고통이 밀려왔다.

가장 중요한 등과 가슴 부위의 상처가 남았다.

상의로 등 쪽의 환부를 대충 닦아낸 후, 손가락에 연고형 금창약을 잔뜩 묻혔다.

심호흡을 하고는 팔을 등 뒤로 꺾어 올려 등의 상처에 금창약을 발랐다.

‘끄으으으으······!’

고통스러웠지만 구결을 읊으며 최대한 꼼꼼하게 발랐다.

이후에는 가슴 쪽의 물기도 닦아낸 후 그곳에서 금창약을 발랐다. 참고로 상처가 가장 깊은 부위다.

‘끄으윽! 이르은······, 개 씨ㅂ······! 끄으윽······!’

욕이 절로 나올 정도의 고통이었으나, 순간적으로 참아내며 반사적으로 구결을 읊었다. 이 미칠 것 같은 통각을 그냥 날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가슴과 등의 상처를 동시에 단단히 압박하는 형태로 천을 둘둘 감았다.

다 감았는데도 상처 부위가 여전히 아프다.

그리고 그 즈음, 내 체내의 잠력은 또다시 한계치까지 쌓였다.

상의의 물기를 짜서 걸치고는 가죽 띠들을 다시금 결속했다.

언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회회심공을 미세하게 운용하며 기운을 땅바닥으로 퍼트렸다. 은은하게 깔린 기척이 제법 멀리까지 퍼졌다.

내가 확인한 범위 안에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응급처치는 했으니 이런 때 공력을 조금 더 모을 필요가 있다.

제대로 살아 나가려면 천섬무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력이 조금이라도 더 확보되어 있을수록 좋다.

금창약을 바른 상황이니 회회심공을 운용하면 회복 효과도 더 좋아진다.

게다가 최대치로 쌓여 있는 잠력이 아까워서라도, 한 번만 더 운기조식을 취하고 출발해야겠다.

이번에는 정좌한 채로 회회심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매우 조심스럽게 기운을 돌리고 있는데, 운기조식이 초반에서 초중반으로 넘어갈 무렵부터 미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원래 잠력을 쌓은 후에 운기조식을 취하면 혈도를 타고 흐르는 진기의 양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긴 한다. 운기조식이 진행될수록 체내의 잠력이 점점 더 호응하며 합류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최대치의 잠력이 쌓여 있는 상태이니, 더 많은 잠력이 합류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합류하는 잠력의 양에도 한계치라는 게 있다. 그렇기에 한 번의 운기조식으로 모든 잠력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데 지금은 평소의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아까 누워서 운기조식을 취할 때는 경황 중이라 면밀하게 파악하지 못했었다. 빨리 운기조식을 끝내고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는 약간의 조바심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확실하게 느껴진다.

한계치를 분명히 넘어 있고, 그 상황에서도 합류하는 잠력의 양이 더 증가하고 있다.

운기조식이 중반으로 접어들었을 무렵, 나는 내심으로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과 함께, 사방에 퍼져 있는 자연의 기운이 서서히 내게 모여들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조금 더 운기조식을 진행해 보니 단순한 느낌만이 아니었다.

실제로도 흐르는 진기에 더해지는 양이 체감될 정도로 많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체내의 잠력 외의 다른 기운들이 더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외부에서 더해지고 있는 건 천지의 기운이다. 그 기운이 자연스럽게 내 몸에 흡수되고 있었다. 게다가 흡수되며 더해지는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자연의 기운이기에, 진기 운행의 한계치를 넘어섰음에도 무리 없이 더해져서 운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이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그 와중에도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이 느낌을 알고 있다.

전생에 한 번, 이런 느낌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건 절정에 오르는 순간의 느낌이다.

“스으으으읍.”

마지막 숨을 들이마신 후 천천히 눈을 떴다.

일단 시야부터 다르다.

밤중인데도 덤불 사이로 훨씬 더 먼 곳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시야뿐만이 아니다.

귀도 더 밝아져서, 가만히 있어도 들려오는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코가 느끼는 냄새도 달라졌고, 내 피부를 스쳐가는 바람의 느낌조차도 달라져 있다.

인지의 영역 자체가 달라졌다.

일류의 수준에서는 집중해야만 인지할 수 있는 것들을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다.

이건 일류에서 느끼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등줄기를 타고 짜릿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감격스럽다.

체내의 공력도 충만하다.

서무욱 시절에도 이랬었다.

공력을 상당히 소모한 후에 운기조식을 취했었는데, 절정에 오른 직후에 공력이 모두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때는 그게 절정에 오른 징후인지 조차도 확신하지 못했었지만.

단전과 혈맥 등, 공력을 관장하는 내 내면의 체계들이 큰 변화를 맞이하며 만들어낸 일시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나라는 소우주가 갑작스럽게 큰 변화를 맞이하다 보니, 대우주라고 할 수 있는 자연의 기운이 그 큰 변화를 메우고자 인위를 넘어 호응한 것이다.

그로 인해 방금 전의 운기조식 때 몰려든 자연의 기운이 계속 증가했던 것이며, 그래서 체내의 공력이 충만해진 것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통증이 아까에 비해 훨씬 덜하다.

완쾌되었을 리는 없다.

그러나 절정에 오르던 순간의 특별한 섭리로 인해, 회회심공의 회복력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 또한 그 순간에만 적용된 효과일 것이다.

하천변을 따라 천천히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일단은 천섬무를 미미하게만 운용하여 신법을 펼쳐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류 시절에 천섬무를 중간 정도로 운용하는 속도와 비슷하다.

이건 여러 모로 의미가 크다.

같은 속도를 내도 내공 소모가 확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상 천마신교에서 절정에 오른 후에도 이런 수준이었다. 때문에 그간 얼마나 답답했었는지 모른다.

이제야 원래의 나를 어느 정도 찾은 느낌이다.

당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운용했을 때의 속도도 크게 상승될 것이다.

최대한으로 한 번 운용해보고 싶지만,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괜한 공력 낭비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천변을 달리던 중에 조각배 한 척이 보였다.

그야말로 작은 조각배다.

부분적으로 파손은 되어 있으나, 이 하천을 건너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곧바로 긴 장대를 붙잡고 배에 올라 균형을 잡은 후 건너편으로 나아갔다.

내공을 적당히 운용하며 장대를 움직인 덕에, 빠르게 하천을 건널 수 있었다.

건너편 하천변을 따라 달렸다.

아주 멀리에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일류고수였을 때에는 들리지 않았을 거리인데, 절정고수가 되니 이 먼 거리에서도 들린다.

일단은 아까 덩치 놈과 전투를 치렀던 지점을 향해 나아갔다.

지금쯤이면 다들 그곳에 없겠지만, 그곳에서의 전투 흔적을 봐야 우리 인원들이 어디로 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하천에 빠졌던 지점에 도착했다.

역시나 우리 인원들은 없었다.

주변을 쓱 훑어본 후, 죽어 있는 적측 절정고수들의 품속을 뒤졌다.

독탄을 가지고 있는 놈들은 한 놈도 없었다. 이전의 전투에서 소모한 모양이다.

다만 독침이 들어 있는 목갑들은 몇 개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원래 지니고 있었던 목갑을 버린 상태다.

물속에 입수한 후에 버렸다. 상처를 입은 상태였기에, 침에 묻어 있는 극독이 새어나와 상처에 스며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침들을 적당히 옮겨 담자 세 개의 목갑이 꽉꽉 찼다. 네 개째의 목갑에는 반쯤 찼다.

그것들을 품속에 넣은 후, 철비정의 흔적들을 따라서 이동했다.

철비정의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니 천 조각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길초량의 곤을 둘둘 말고 있던 천 조각들이다.

이동하는 와중에 마침 네 명의 적도들과 마주쳤다.

복면을 쓰고 있는 사파 놈들로, 일류고수들이다.

놈들이 곧장 내게로 달려오고 있다.

주머니에서 쇠구슬 네 개를 꺼내들었다.

현재 주머니에 남아 있는 쇠구슬은 서른 개도 되지 않는다. 아까 잠수하던 중에 거치적거리기에 많이 버린 탓이다.

하나를 쥐고 가볍게 튕겨냈다.

툭! 슉! 퍽!

맨 앞에서 달리던 놈이 이마의 정중앙에 쇠구슬을 맞고 그대로 뒤로 고꾸라졌다.

어이구야! 이거, 쇠구슬 날아가는 속도 좀 보게?

평상시에 쇠구슬을 날리는 기분으로 가볍게 날렸는데도, 속도가 일류 당시의 수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힘에 이 속도라는 게 적응이 안 될 정도다.

서무욱 시절에도 이런 식이긴 했는데, 너무 오랜만이라서 적응이 안 되는 거다.

연달아 바로 쇠구슬을 튕겨냈다.

한 놈의 안면에 쇠구슬이 또다시 박히자, 다른 두 놈이 흠칫하며 양쪽으로 갈라져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선 채로 연달아 쇠구슬을 날렸다.

먼저 날아간 쇠구슬은 왼쪽으로 도주하던 놈의 옆머리에 박혔고, 다음으로 날아간 쇠구슬은 오른쪽으로 도주하던 놈의 뒤통수에 박혔다.

좋다. 아주 좋다.

겨우 저깟 것들 쉽게 처리했다고 좋아하는 게 아니다.

다시 누리게 된 이 절정의 경지 자체가 너무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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