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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38화 (138/416)

내 안에 마교있다 138

해적들의 다음 침공은 이틀 후에 벌어졌다.

그들의 이번 침공지는 절강의 동부 해안가인 상산현으로, 우리가 머물고 있는 임해현 주둔지에서는 북쪽에 있는 해안가다.

임해현 주둔지에 무림맹 측의 전력이 대거 집결해 있는 상황이니, 해적들도 굳이 이쪽을 치지 않고 다른 지역을 친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다.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기동타격조가 가장 먼저 출발 준비를 마치고 집합했다.

떠나기 직전에 제갈수광이 원을태에게 말했다.

“송유겸이 회복에 집중하는지를 잘 감시해 주십시오. 궁술 수련 따위를 하면 귀싸대기를 날려주시고요.”

이, 이보쇼! 귀싸대기라니! 그리고 어차피 나도 운기조식에만 집중할 생각이었소!

중상을 입은 원을태와 나는 이번 전투에서 열외다.

참고로 우리 두 사람은 기동타격조의 중요한 전력이기도 하다. 그런 우리가 빠진 만큼, 기동타격조도 최대한의 안전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전투에 임한다는 모양이다.

조원들은 이번에도 전투마를 타고 갔다.

이곳에서 상산현까지는 전투마의 속도를 기준으로 하루 남짓 걸리는 거리다.

기동타격조가 떠난 후에는 잠룡일대를 포함한 임해현 주둔지의 일반 전력들 다수가 출발했다.

그날부터 나는 운기조식에 박차를 가했다.

원을태와 함께 식사하는 시간 등을 제외하면,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운기조식만 취했다.

절정에 오른 직후라 확실히 축기가 빨랐다.

그 재미에 운기조식에만 빠져 살았다.

회회심공을 운기하면 회복력도 좋아지기에, 내 입장에서는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었다.

기동타격조는 엿새 만에 임해현 주둔지로 복귀했다.

정오 무렵에 도착했는데, 보아하니 크게 부상을 입은 인원은 없었다.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복귀한 조원들의 잔부상 치료를 돕고 정비도 도왔다. 다들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일 테니 그간 푹 쉬었던 내가 돕는 게 당연하다.

조원들은 전체적으로 피곤한 기색이었으나 다들 안광만큼은 형형했다.

거듭되는 실전을 치르다보니 아직 어린 관도들임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성취를 가장 빠르게 상승시키는 방법에 있어 실전만큼 좋은 게 없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지금껏 익혔던 무공을 펼치다 보면, 효용성과 활용성이 자연스럽게 재정립되기 시작한다.

본인의 몸에 익은 초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어떻게 해야 그걸 실전에서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초식의 묘리와 무공의 묘리에 더 근접해가게 된다.

또한 실전을 겪다 보면 반응 속도도 확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생존력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본인이 직접 겪은 모든 경험이 의식에 강렬하게 남으며, 아찔한 상황에서의 경험은 의식을 넘어 무의식에도 남는다.

이래서 고수들이 실전경험, 실전경험 소리를 하는 거다.

그러한 수많은 실전경험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기도 하고.

다음날 오후.

기동타격조가 겨우 하루밖에 쉬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에는 해적이 평양현 해안에 출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소식이 들리자마자 제갈수광이 원을태와 나를 불렀다.

“중상자는 확실하게 회복되지 않는 한 열외입니다. 고로 이번에도 원 선배님과 송유겸은 열외입니다.”

즉시 제갈수광에게 대꾸했다.

“원 어르신은 몰라도, 젊은 저는 가슴 쪽의 관통상이 거의 아문 상태입니다. 출전할 수 있습니다.”

젊다는 핑계를 댔지만 내 경우에는 절정에 이른 회회심공의 덕을 본 것이다.

“아니. 거의 아문 정도로는 안 돼.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이상 참전시키지 않을 것이다.”

제갈수광의 분위기가 매우 완고했기에, 더 이상은 항변할 수 없었다.

기동타격조가 준비를 마치고 집합하자 제갈수광이 조원들에게 말했다.

“알다시피 이곳 임해현 주둔지에서 평양현 해안까지는 전투마를 타고 가도 이틀 남짓이나 걸린다. 일단 영거현 주둔지까지 빠르게 이동하고, 그곳에서 전투마를 바꿔 탄 후에 평양현으로 향할 것이다.”

평양현은 우리 기동타격조가 처음 전투를 펼쳤던 서안현의 남쪽 해안 지역이다. 영거현 주둔지를 거쳐 온주읍을 지나서 남쪽으로 향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먼 거리다.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들 피곤하다는 건 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기동타격조로서의 임무가 있다. 우리가 참여하지 않았을 때의 전장이 어떤 상황인지는 너희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중간에 휴식을 최대한 부여할 테니, 그 시간들을 잘 활용하도록.”

조원들이 각오가 담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발.”

기동타격조가 또다시 떠나갔다.

* * *

나는 이튿날까지도 운기조식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는 궁술 수련과 운기조식을 병행했다.

떠나기 전에 내 상처를 확인한 제갈수광이 사흘 후 부터는 궁술 수련을 해도 된다고 허락했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오전까지는 운기조식을 했고, 오후부터 늦은 저녁 시간까지는 궁술 수련을 했다.

그 모든 일과를 마치면 씻고 나서 또다시 운기조식을 취하다가 잠들었다.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다.

궁술 수련이 시작되면 수련 시간의 중반까지는 무조건 일반 시위를 사용했다. 곡사로 점점 거리를 늘려가며 부지런히 화살을 날렸다.

사실 나는 실전에서 궁술을 펼치게 되면 무조건 은룡삭을 시위로 쓸 생각이다. 이제는 시위로서의 은룡삭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갈수광의 궁술 평가는 다른 애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이뤄질 것이다. 그러니 일반 시위로 활을 쏘는 감각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실전에서 궁술을 펼쳐도 된다는 정식 허락이 떨어진 게 아닌 탓이다.

일전에는 전장에서 주운 화살들을 썼기에 제갈수광도 왈가왈부하지 않았던 거다. 물론 그때도 다쳤다는 이유로 결국 궁술을 멈춰야 했지만.

궁술 수련 시간의 중반 이후부터는 은룡삭을 시위로 썼다.

실전에서 궁술을 펼칠 때는 은룡삭을 시위로 쓸 테니, 미리 적응을 해두려는 개념이다.

감을 잡기 위해 은룡삭을 이용한 직사의 최대 사거리를 명확하게 파악한 후, 그 거리에 서서 직사부터 연습했다.

정자세에서의 직사는 익숙하기에, 명중률도 금세 올라갔다.

은룡삭을 이용한 직사에 익숙해진 후부터는 사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며 곡사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시위를 쓸 때와는 조준을 달리해야 하기에, 초창기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은룡삭의 경우에는 오로지 내 스스로 감을 잡아서 조준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감이 잡힌 후부터는 은룡삭을 이용한 곡사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곡사의 최소 거리에서부터 시작하여, 명중률이 높아지면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으로 곡사에 적응해 갔다.

날이 어두워진 후부터는 은룡삭의 직사 사거리 안에서, 쉬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며 쏘는 연습을 했다. 체력 단련도 이 수련으로 대체했다.

은룡삭을 이용하면 직사로 쏴도 사거리가 충분히 길다.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도 빠르고, 그만큼 살상력도 좋다.

그렇기에 당분간은 움직이며 직사로 쏘는 일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상황이 급하면 언제든 실전에서 쓸 수 있게끔.

* * *

내가 머무르고 있는 임해현 주둔지에는 잠룡일대도 머무르고 있다. 이들은 이 지역 인근의 해적들에 대비하고 있기에 멀리에 있는 평양현의 해적 소탕에는 나서지 않은 상태다.

덕분에 소충광, 우문직, 단목홍신 등과도 틈틈이 만날 수 있었다.

약간 귀찮긴 하나, 시간을 내어 세 사람에게 연습 비무를 제안했다.

세 사람 모두 얼씨구나 환영했다.

그래도 이 몸이 통합 잠룡대전의 우승자인 만큼, 그들에게도 나와의 비무는 값진 경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접 비무를 해보니 다들 매우 진지하고 치열한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세 사람이 사파의 절정고수들에게 대비할 수 있게끔, 그 수준을 상정하여 실전 맞춤형으로 비무를 해줬다.

모두가 너무 고마워하기에, 이후에도 시간을 내어 두세 차례씩 더 비무를 해줬다.

세 사람은 내가 계반 찌끄레기였던 시절부터 항상 나를 친절하게 대했던 각별한 친우들이다.

다들 됨됨이가 훌륭하여 차후에도 가깝게 지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충광은 조별 파견 임무 당시에 삼십 조의 조장으로서 송유하를 매우 잘 챙겨주기도 했다.

이 위험한 전장에서 저 좋은 친우들이 죽거나 불구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나와의 비무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무림맹의 중대 발표가 있었다.

예상대로 사유 증운생에 대한 발표였다.

덕분에 임해현 주둔지에서는 한동안 온통 증운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원을태도 마찬가지였다.

신룡대의 부조장 출신답게, 원을태는 사유 증운생에 대한 정보도 제법 많이 알고 있었다. 나는 천마신교에서 알고 있던 정보들과 비교해가며 필요한 정보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원을태는 이제부터 백도의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분석해줬다. 내 입장에서는 참고하기에 좋은 분석들이었다.

강호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백도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든, 지금의 내 목표는 하나다.

강해져야 한다.

그렇기에 몸이 완전히 회복된 후부터는 수면 시간을 줄여가며 수련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싸우고 싶다.

전투에 참가해서 살상의 쾌감을 즐기며, 피의 향연을 만끽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니, 다음을 기약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밖에 없다.

* * *

기동타격조는 떠났던 날로부터 꼭 열흘째 되던 날에 임해현 주둔지로 복귀했다. 미시정(오후2시) 무렵의 일이었다.

확인해 보니 중상자는 없는 듯했다.

정비를 도우면서 봤는데, 관도들의 기도가 열흘 전에 비해 또 달라져 있었다.

같은 전투를 치러도 기동타격조의 실전은 훨씬 더 치열하고 힘들다. 동일한 시간에 훨씬 더 많은 적들을 상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하는 적들의 수준도 더 높다.

그런 만큼 애들의 실력도 쑥쑥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피곤함에 지쳐 있는 모습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상태들이 괜찮았다.

들어보니 전투가 끝난 후에 영거현 주둔지에서 하루 이상 푹 쉰 후에 이곳으로 출발했다는 모양이다.

조원들이 복귀했으니 나도 궁술 수련을 하는 대신 막사에서 휴식을 취했다.

근래 수면을 줄여가면서까지 수련을 했던 터라, 나로서도 간만의 휴식이었다.

한동안 쉬고 있는데 길초량이 찾아왔다.

안으로 들어와서 앉은 길초량이 이번 평양현에서의 전투에 대해 이것저것 말해주었다.

나는 전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만큼, 내내 흥미진진하게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강의 이야기를 전해준 후에 길초량이 말했다.

“아, 참. 이번 전투부터는 황보 공자에게도 실전에서의 암기 사용 허가가 났소. 전투를 치르면서 봤는데, 권법을 펼치는 와중에 간간히 날리는 유엽비도가 상당히 위협적이더구려. 우리 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소.”

“오호.”

“그리고 모용 소저도 제갈 교관님의 허락을 받아 이번 실전부터 궁술을 펼치기 시작했소.”

그 말에 살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우리 중에서 궁술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모용리이긴 했다. 모용리는 원래 궁술 경력도 있었다.

그러나 매우 깐깐한 제갈수광의 성격상, 아무리 모용리라도 당분간은 실전 사용 허락을 안 해주리라 여겼었다.

한데 허락을 해줬다니.

의외다.

길초량이 말했다.

“봤는데 제법이더구려. 제갈 교관님도 첫 실전 궁술치고는 훌륭한 편이라며 칭찬하셨소.”

말을 하면서도 길초량은 부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본인도 실전에서 활을 쏘고 싶은 거다.

놈을 향해 빙그레 웃으며 말해줬다.

“기억해 두시오. 다음은 나요.”

그러자 길초량이 씩 웃으며 대꾸했다.

“송 형 말하는 거 보니 쉬는 동안 궁술 수련을 열심히 하신 모양인데, 우리도 송 형이 열외 되어 있는 동안 놀고 있지 않았소. 시간이 날 때마다 제갈 교관님이 집중 교습을 해주셨거든. 그러니 벌써부터 단정하지는 마시오. 후후.”

짜식이 말하는 투를 보니 상당히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모용리에게 허가가 떨어졌다는 건, 나와 길초량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허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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