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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41화 (141/416)

내 안에 마교있다 141

모두의 표정이 더없이 진지해졌다.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는 오늘 저녁에 은밀히 이곳을 벗어나 복건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복건 해안의 중부 지역이다. 은밀하게 이동해야 하니 전투마를 이용하지 않고 신법으로 갈 것이다.”

관도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에도 안도하는 눈빛이었다.

아직은 겨울이다.

제갈수광의 말대로라면 계속 노숙을 해야 할 텐데, 복건이 절강보다는 더 따뜻하기 때문이다.

“복건 해안가 쪽의 상황이 이곳보다 더 안 좋은 겁니까?”

황보충이 묻자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그렇기도 한데, 이번에는 단순히 해적들을 막기 위해서 가는 게 아니다. 우리는 해적의 본거지를 치는 작전을 지원한다.”

그 말에 조원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우리 기동타격조의 역량은 이미 수차례의 전투를 통해 증명되었다. 우리의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너희들 스스로도 알 것이고, 이는 무림맹 측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그게 바로 그 중요한 작전에 우리가 차출된 이유다.”

조원들의 표정에 자부심과 약간의 염려가 공존하고 있다.

인정을 받은 데 대한 자부심이며, 작전이 위험할 수 있는 데 대한 염려다.

“아직 어린 너희들로 하여금 적의 주력을 상대하게 하려고 부른 게 아니다. 말했다시피 지원 임무다. 무림맹 측의 주력은 따로 있고, 우리는 그들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지원 역할이라고는 해도 작전 자체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언제든 위험해질 수 있다. 모두 단단히 각오하여 방심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제갈수광은 복건 해안의 중부 지역이 목적지라고 했다.

해적의 본거지를 치는 작전에 참여한다고도 했다.

내가 말해줬던 포전현이 바로 복건의 해안선을 기준으로 중부에 있다.

즉, 내가 덩치 놈에게서 알아낸 정보가 맞았다는 뜻이다.

내가 해적들의 본거지에 대한 정보를 제갈수광에게 알려줬던 게 달포 전의 일이었다.

무림맹 측에서도 그 정보에 대해 조사할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이쯤이면 결과를 얻었을 법한 시기이기도 하다.

노인 탕유심이 말했다.

“해적들의 본거지를 치는 작전은 상당히 위험할 텐데, 아무리 지원 역할에 불과하다 해도 우리까지 부르는 건 의외로군.”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탕 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무림맹 측에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우리를 부른 겁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무림맹 측에서 해적들의 본거지를 확실하게 알아낸 건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었습니다. 무림맹은 해적들의 본거지를 더 확실하게 타격하기 위해 기밀을 유지하며 철저하게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관부의 해군과도 연합하기 위해 조율도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한데 갑자기 상황이 다급해진 겁니다.”

“다급해졌다?”

원을태가 묻자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이후에 비맹주 세력 쪽에서도 우연히 해적들의 본거지를 알아낸 모양입니다. 그렇기에 무림맹 측에서도 다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허······!”

원을태가 그렇게 반응하자 촉홍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급하게 전력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우리도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던 게로군.”

“그렇습니다.”

제갈수광이 다시금 조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림맹이 급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비맹주 세력이 공을 차지하는 꼴을 보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비맹주 세력이 해적의 본거지를 제대로 타격하지 못할 경우, 그쪽 본거지에 있던 적측의 주요 인사들이 다른 곳으로 도망쳐서 숨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게다가 사유 증운생이 그곳에 있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만약 그럴 경우, 이번에도 증운생을 놓치면 백도 전체의 입장에서도 낭패다. 이후에는 증운생이 더 꼭꼭 숨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증운생이 그곳에 있다면 빠져나갈 준비 또한 제대로 갖추고 있을 것이다. 이미 정체가 만천하에 밝혀진 마당이기 때문이다.

“다들 알겠지만 비맹주 세력의 움직임은 조직적이지 않기에, 그들의 작전 수행 역량을 믿기도 어렵다. 그래서 무림맹에서도 어쩔 수 없이 서두르게 된 것이다.”

조원들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신법으로 장거리를 이동해야하는 만큼, 오전 수련을 마무리한 후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운기조식을 하며 정비한다. 이상.”

이후에 제갈수광은 궁술을 수련하는 조원들을 궁술 수련장에 집합시켰다.

오늘 이후에는 한동안 궁술을 수련할 수 없을 테니, 이참에 우리 네 사람의 실력을 점검해 두기 위함이라고 한다.

초창기의 궁술 실력 평가는 십 장, 십오 장, 이십 장 과녁에서 이뤄졌으나, 최근의 평가는 십오 장, 이십 장, 이십오 장 과녁에서 이뤄졌었다.

우리의 궁술 실력이 상승한 만큼 거리도 더 늘린 것이다.

가장 가까운 십오 장의 거리에서는 네 사람 모두 소형 동심원 안에 스무 발씩을 꽂아 넣었다.

확실히 전체적으로 궁술 실력이 상승한 모습이다.

그 와중에도 모용리와 길초량과 나는 모든 화살을 정중앙의 동심원에 넣었다.

남군호만 세 발이 정중앙에 미치지 못했다. 그 세 발조차도 살짝 벗어난 수준이었다. 남군호의 실력도 많이 상승한 것이다.

이어진 이십 장 과녁에서도 남군호를 제외한 우리 세 사람은 모든 화살을 소형 동심원 안에 꽂아 넣었다.

정중앙의 동심원을 기준으로는 모용리가 열여덟 발, 내가 열여섯 발, 길초량이 열다섯 발이었다.

“크윽! 이럴 수가······!”

길초량 놈의 반응이었다.

“하하. 내가 운이 좋았구려. 하지만 이십오 장 과녁에서는 길 형이 이길 것이오.”

“아닛! 경쟁자에 대한 격려를 하실 거면 눈빛에서 깔보는 기색이나 지우고 하시던가!”

내가 깔보고 있는 거 알아봤어?

짜식이 확실히 눈치는 빠르단 말이야.

이어서 이십오 장 과녁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고, 결과가 나왔다.

스무 발 모두를 소형 동심원에 꽂아 넣은 사람은 없었다.

모용리는 한 발이, 나는 두 발이 소형 동심원을 살짝 벗어나 중형 동심원에 꽂혔다.

길초량의 경우에는 네 발이 벗어나서 중형 동심원에 꽂혔다. 그의 화살도 소형 동심원을 많이 벗어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어쨌거나 이걸로 길초량과 나의 승부는 확실하게 갈린 셈이다.

“하하.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내가 운이 좋았구려. 그래도 박빙이니 다음 평가 때는 길 형이 이길 것이오.”

“크으으! 입바른 소릴랑 집어 치우시오! 눈으로는 지금 ‘넌 나한테 안 돼.’라고 말하고 있잖소!”

헛! 짜식이 정확하네? 그간 독심술이라도 익혔냐?

“아! 짜증나! 내가 이런 수모를 겪다니! 아아악······!”

길초량 놈이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그래 잘하고 있다.

친구여 절규해라.

나한테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의식을 넘어 무의식에까지 하나둘씩 새기거라.

더 절망해라.

그러다 보면 우리는 점점, 말은 친구이되 주도권은 항상 내가 쥐고 있는 관계로 나아가게 될지니.

제갈수광이 참고하라며 정중앙의 동심원에 넣은 수도 알려주었다.

“남군호는 여섯 발, 길초량은 열 발, 송유겸은 열네 발, 모용리는 열······, 세 발.”

제갈수광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눈을 부릅뜨며 나를 바라봤다.

순위에 영향은 없으나, 가장 먼 거리에서 정중앙에 가장 많이 넣은 게 나라서 놀란 것이다.

“마, 말도 안 됏!”

“와아! 송 공자님은 정말 무서울 정도시네요······.”

각각 길초량과 모용리의 반응이었다.

후후. 이것들아, 이 몸께서는 한다면 하는 분이시니라.

제갈수광이 말했다.

“이번에는 움직이면서 쏘는 것도 시험하겠다. 과녁은 십 장 기준이다. 일단 과녁의 정면으로 달리면서 전방으로 도약하여 열 발, 왼쪽에서 달려와서 도약하여 좌측으로 몸을 틀어 열 발, 오른쪽에서 달려와서 도약하여 우측으로 몸을 틀어 열 발이다. 최소한 본인의 키 높이 이상 도약하는 게 조건이다. 그러지 않았을 경우에는 아무리 정중앙에 맞춰도 무효로 간주하겠다.”

거리는 곡사의 사거리이나, 화살이 날아가는 궤적의 포물선이 심하지는 않다.

“그 정도로 도약하려면 당연히 내공을 써야 할 텐데, 내공은 최소한만 사용한다. 내공 소모를 점검해야 하니 넷이 동시에 쏘지 않고 한 사람씩 차례로 쏜다. 순서는 방금 전 성적의 역순으로, 남군호, 길초량, 송유겸, 모용리의 순서다. 앞 사람이 쏘고 나서 착지하는 순간에 다음 사람이 달리기 시작한다.”

후후후.

절로 웃음이 난다.

이거라면 내가 자신 있기 때문이다.

연습도 많이 했을 뿐만 아니라, 내게는 천섬무가 있거든.

정면으로 도약하여 쏘는 평가가 시작되었다.

이 경우에는 화살이 상하로 빗나갈 수가 있으니, 그것을 염두에 두고 오조준을 해야 한다.

결과를 보니 소형 동심원을 기준으로 남군호는 네 발, 길초량은 일곱 발, 모용리는 여덟 발, 나는 열 발이었다.

처음 한 발은 살짝 아래쪽에 박혔는데, 그게 동심원의 선에 걸쳤다. 어쨌거나 첫 발에서 감을 잡은 후에는 제대로 안쪽에 넣을 수 있었다.

왼쪽에서 달려와서 도약하여 좌측으로 몸을 틀어 쏘는 평가도 이어졌다.

이 경우에는 상하뿐만 아니라 좌우로도 오조준을 해야 해서 더 어렵다.

남군호는 두 발, 길초량은 다섯 발, 모용리도 다섯 발, 나는 여덟 발이었다. 처음 두 발이 약간씩 벗어났지만, 이후에는 곧바로 감을 잡고 안쪽에 넣을 수 있었다.

오른쪽에서 달려와서 도약하여 우측으로 몸을 틀어 쏘는 평가도 바로 이어졌다.

남군호는 세 발, 길초량과 모용리는 여섯 발, 나는 아홉 발이었다. 좌측과 우측이 바뀐 것뿐이니, 첫 한 발에서 감을 잡은 후 나머지 화살들을 안에 꽂아 넣은 것이다.

그걸로 움직이면서 쏘는 평가가 모두 끝났다.

세 명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후후후. 짜식들, 놀랐냐?

그 표정들이 아주 보기 좋구나. 더 우러러보거라.

“우와! 송 공자님, 동체시력 엄청 좋으신가보다아!”

동체시력이 좋은 편이기도 한데, 이건 엄밀히 말해 천섬무 덕분이다.

사실 이것도 곡사라서 좀 빗나갔지, 직사의 사거리 안쪽이었으면 소형 동심원을 기준으로는 한 발도 빗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을 정중앙 동심원에 꽂아 넣었을 것이다.

움직이는 와중에 곡사로 쏘는 연습을 시작한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은 이 수준인 거다.

제갈수광이 특유의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송유겸의 실전 궁술을 허락한다.”

캬아아!

바로 이 맛이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수련하겠습니다.”

그렇게 대꾸하며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인 후, 궁술 수련장을 천천히 벗어났다.

길초량을 놀려주고 싶지만 이것만큼은 참자.

오늘 보니 길초량에게도 조만간 실전 허가가 떨어질 것 같긴 한데, 어쨌거나 지금은 나에게만 허가가 난 상황이다.

이런 순간에 놀리기까지 하면 아무리 사람 좋은 길초량이라도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놀리는 것도 때와 분위기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선은 넘지 말자.

사위에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시각.

평소보다 이르게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 기동타격조는 조용히 영거현 주둔지를 벗어났다. 모두가 완전한 행장을 갖추고 죽립도 쓴 채였다.

인적이 드문 산지로 접어들자마자 선두에서 달리던 제갈수광이 신법 펼치는 속도를 높였다. 당연히 제갈수광을 따라 조원 전체가 속도를 높였다.

그동안 애들의 성취가 상승한 게 신법만 봐도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두 달 전에도 이렇듯 완전한 행장을 갖춘 채로 신법을 펼쳐서 절강에 왔었다.

한데 그때와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뛰어났던 애들인데, 그 사이에도 이렇게나 발전한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나도 발전했다.

절정에 올랐으니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나라고 봐야 한다.

땅바닥을 가볍게 디뎌도 몸이 앞으로 쭉쭉 나아간다.

게다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신법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력 소모는 매우 적다.

좋다.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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