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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47화 (147/416)

내 안에 마교있다 147

군함에서 내리자마자 전 인원이 쾌속하게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태무엽이 백룡에게 수신호를 하자, 황룡조와 백룡조가 양 갈래로 갈라지더니 각각 좌우 방향으로 향했다.

우리 기동타격조는 정면 방향으로 달렸다.

잠시 빠르게 신법을 펼치다 보니 전방 쪽에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최선봉의 원을태가 즉시 그 방향으로 향했고 우리도 그 뒤를 따랐다.

곧, 일단의 무리가 얽혀 싸우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무림맹 측의 전력들은 모두 허리띠 위치에 정삼각형 모양의 손톱만 한 천 조각을 붙이고 있다.

소속을 나타내는 표식이다.

천무대는 백색, 지협대는 적색, 인의대는 황색, 정혼대는 청색이다. 신룡대와 기동타격조는 자색이다.

우리의 정면에서 싸우고 있는 아군들에게는 청색의 표식이 부착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이곳 동갑도 쪽으로 투입되었던 정혼대원들인 것이다.

정혼대원들은 후퇴하며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열 명 남짓인데 적들은 스무 명 정도였다.

적들 모두가 해적들이 아닌 사파 놈들이었다. 게다가 최소한 반 이상은 절정고수인 것 같다. 절정이 아닌 자들조차도 다들 일류의 후반은 되어 보였다.

정혼대는 기본적으로 머릿수에서도 밀리지만 절정고수의 수에서도 완전히 밀리고 있는 것이다.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우웅-!

적들과의 거리가 이십오 장으로 좁혀졌을 때쯤, 시위로 쓰인 은룡삭이 고유의 울음을 토해냈다.

옆에서 달리던 제갈수광이 화살을 날린 것이다.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바로 옆이니, 제갈수광이 공력을 미약하게만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천섬무를 하 단계로 운용하여 날릴 때보다 더 빨랐다.

아마도 제갈수광이 활과 은룡삭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명궁수는 확실히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이십오 장 거리에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화살이 적의 머리 옆을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빗나간 이유는 목표가 마지막 순간에 가까스로 고개를 틀었기 때문이다. 적도 수준 이상의 고수인 것이다. 만약 놈의 고개가 그대로 있었다면, 방금의 화살은 여지없이 놈의 대가리에 박혔을 것이다.

쯧.

안 맞았다고 놀리며 웃어주고 싶은데, 이건 그럴 수가 없다.

투우웅-!

우리가 다가가고 있으니 이번에는 이십 장 거리다.

아까와는 다른 목표를 노리고 날아간 화살이, 놈의 오른쪽 상박에 박혔다.

놈도 마지막에 몸을 틀었기에 그 정도로 끝났지, 반응하지 못했다면 저 화살은 심장에 박혔을 것이다.

투우웅-!

이번에는 십오 장 거리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화살이 그리는 곡선도 매우 완만해졌다. 목표가 마지막 순간에 반응하긴 했으나, 화살은 쇄골 아래쪽에 박혔다.

투우웅-!

십 장 거리다.

시위가 은룡삭인 데다가 제갈수광이 내공을 담아 날리고 있는 만큼, 이제는 거의 직사에 가까웠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간 화살이 목표의 옆머리에 그대로 박혔다. 놈이 옆으로 고꾸라졌다.

그때부터 제갈수광은 본격적으로 직사로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즈음, 보조를 맞추며 달리던 나는 왼손에 쥐고 있던 다섯 개의 쇠구슬 중 하나를 오른손에 옮겨 쥐었다. 그러고는 언제든 날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곧 최선봉의 원을태가 정혼대의 무인들 사이를 스치듯 지나치며 사파놈들에게 짓쳐 들었다. 전열의 인원들이 그 뒤를 따라 사파 놈들에게 달라붙었다.

챙! 채쟁! 카가강!

사파 놈들도 절정고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우리 측의 전열에 의해 쉽게 당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후퇴하던 정혼대의 무인들도 방향을 바꾸어 사파놈들을 반격했고, 후열의 인원들도 각을 재며 암기를 날리기 시작했다.

그쯤 되자 사파놈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알아서 잘들 싸우고 있다.

나는 굳이 쇠구슬을 날리지 않은 채 기동타격조원들이 싸우는 모습들을 살폈다.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참전하지 못했던 내 입장에서는 관도들이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 아까 남횡도에서 상대했던 해적들은 너무 약했기에, 애들의 발전상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많았었다.

사파의 고수들을 상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니, 다들 실력이 크게 늘었다는 게 체감이 된다.

절강의 해안에 투입되었던 초창기와 비교하면 같은 애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아직 동이 트기까지는 일다경 정도 남았다.

조원들의 모습을 살피는 와중에도 나는 기척을 넓게 퍼트리며 더 넓은 범위의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이런 식으로 대규모의 인원들이 곳곳에 퍼져 전투를 벌이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정신이 없다.

사위가 아직 어둡기에 더욱 그렇다.

적도 아군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더 넓은 범위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쪽이 당연히 더 유리해진다.

이런저런 돌발 상황에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대처할수록, 피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 탕유심이 전열에서 도를 휘두르고 있는데, 정혼대원 한 명이 그쪽을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고 있다.

순간, 두 사람이 겹친 틈 사이로 쇠구슬을 날리기에 적절한 각이 보였다.

지체하지 않고 쇠구슬을 날렸다.

슉-

내가 날린 쇠구슬이 정혼대원의 왼쪽 겨드랑이 사이를 스친 후, 탕유심의 통통한 오른쪽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절정에 오른 강탄술이라, 쇠구슬이 날아가는 속도만 봐도 나름의 짜릿함이 느껴진다.

쇠구슬은 탕유심의 앞에 있는 절정고수 놈의 갈비뼈 하단으로 향했다.

절정고수 놈이 뒤늦게야 쇠구슬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당연히 저런 반응일 수밖에 없다.

매우 교묘한 각도라, 놈의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공격이었을 테니까.

퍼걱!

“커헉!”

그러자마자 탕유심의 도가 놈의 목을 갈랐다.

탕유심은 개의치 않고 다음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데, 정혼대원은 신형을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다.

흠칫한 표정이다.

[이봐! 조심······!]

내 쇠구슬이 그의 겨드랑이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기에 저런 반응인 것이다. 본인이 맞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 강탄술 실력을 잘 몰라서 저러는 건데, 실전 경험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마침 그 정혼대원이 나를 보고 있는 김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곧바로 쇠구슬을 한 번 더 튕겨냈다.

그의 근처에 있는 단목강을 향해서다.

대놓고 오른쪽 어깻죽지를 향해 날렸다.

절정에 이른 내 강탄술도 빨라지긴 했으나, 단목강 역시 실력이 크게 상승한 상태다.

등짝 한복판을 향해 날린 게 아닌 이상, 어깨에 대고 날린 정도에는 충분히 반응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단목강이 앞에 있는 적을 향해 빠르게 검을 찔러 넣고 있다. 적을 공격하는 척하며 내 쇠구슬을 피한 것이다. 내 쇠구슬이 더 잘 통할 수 있게끔.

역시. 많이 늘었다니까.

결국 쇠구슬이 단목강의 정면에 있던 적의 왼쪽 쇄골 부근에 박혔다.

퍼걱!

“끄악!”

단목강의 공격에만 신경 쓰고 있었던 탓에 당한 것이다.

이어서 놈의 심장에 단목강의 검이 박혔다.

깔끔한 연계다.

정혼대원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와 단목강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말없이 적들 쪽으로 신형을 돌렸다.

그도 정혼대에 파견된 만큼 나름 실력자다.

그렇다 보니 내가 굳이 말로 설명해주지 않았음에도 상황 파악을 마친 것이다.

우리의 가세로 인해 사파의 고수들 열아홉 명이 어렵지 않게 정리되었다.

이쪽의 적들을 정리하자마자 기동타격조가 즉시 땅을 박차며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고맙소!”

“덕분에 살았소!”

뒤쪽에서 정혼대원들의 외침이 들려오고 있다.

우리 조의 후미에 있는 몇 명의 인원들이 고개를 돌리더니, 죽립의 끝을 잡고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즈음, 내 귓전으로 한 줄기 전음이 날아들었다.

뒤쪽에 남아 있는 정혼대원들 쪽에서 날아든 전음이다.

[덕분에 안계를 넓혔소. 고맙소. 무운을 빌겠소.]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쇠구슬 때문에 나와 잠시 얽혔던 정혼대원이 한 손을 들고 있었다.

나도 죽립의 끝을 잡고 살짝 고개를 숙여주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후에도 최선봉의 원을태를 따라 신법을 펼쳤다.

이동하는 와중에도 회회심공을 운용하며 기척 감지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유지했다.

원래 회회심공을 이용한 기척 감지술은 효율이 뛰어나다.

한데 절정에 오른 덕에 감지의 범위는 크게 증가했으며, 감지술 자체는 더 은밀해진 상태다.

덕분에 단순히 이동하는 와중에도 많은 정보들이 내게 전해지고 있다.

역시 절정은 좋다.

* * *

신룡대의 백룡조원들은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던 한 무리의 인의대원들을 지원하며 사파의 고수들에게 맞서는 중이었다.

백룡조의 가세로 인해 잠시 동안은 무림맹 측이 머릿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는데, 그 후에 사파 쪽에서도 다수의 고수들이 합류했다.

사파 쪽의 인원들이 다시금 많아졌지만, 백룡조원들은 차분하게 적도들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덕분에 이쪽의 전투에서도 무림맹 측이 무난하게 우세를 잡아가고 있었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사파의 절정고수들을 상대하던 도예주의 양미간이 순간적으로 급격하게 좁아졌다.

사파의 후방 쪽에서 매우 강력한 두 개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중이었다.

속도만으로도 알 것 같았다.

대단한 고수들이다.

“전원 조심!”

도예주가 그렇게 외쳤을 즈음에는 이미, 강력한 두 명의 적측 고수들이 지척에 다다라 있었다.

일곱 걸음쯤 되는 거리에서 그 두 명의 고수가 동시에 병장기를 뻗었다. 도예주를 향해서였다.

날카롭고 강력한 두 줄기의 기운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도예주는 피하고 싶었다.

회피가 가능한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뒤쪽에 부하들이 있다.

자신이 피하면 그들이 당할 것이다.

뒤에 있는 부하들의 실력으로는 저 두 줄기의 기운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테니까.

도예주가 아미를 찡그리며 기운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

자신은 신룡대의 백룡이다. 저들의 조장이다.

막아줘야 한다. 조원들을 지켜야 한다.

콰광!

강력한 기운들 간의 격돌이기에 폭음이 났다.

뿌연 흙먼지가 비산했다.

신형이 뒤로 밀려나는 와중에도 도예주가 이를 악물었다.

충격이 너무 강력하여 손아귀가 저려 왔기 때문이다.

시야가 가려진 상황에서도 이어질 공격에 대비하려던 도예주가 순간적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어느새 다가온 날카로운 기운 하나가 자신의 복부 정면 한 자 앞쯤에 다다라 있었기 때문이다.

화살이었다.

‘말도 안 돼······!’

소리도 느끼지 못했고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무음시였던 모양이다.

물론 방금의 격돌에 온 신경을 집중한 상태이긴 했었다. 게다가 흙먼지가 비산하여 시야가 가려진 상태이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화살이 복부 앞에 다가올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니.

다른 이도 아닌, 백룡인 자신이.

이런 무음시를 구사할 정도면 적측 궁수의 경지 또한 매우 높다는 뜻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두 명의 고수와 연계할 생각으로 날렸을 것이다.

도예주가 맹렬하게 신형을 비틀었다.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늦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최소한 옆구리는 내줘야 할 것이다.

다치는 것보다 더 염려되는 건, 독이다.

이곳은 적들의 거점인 만큼 독 따위를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된다.

이러면 화살에 당하자마자 피독주를 물며 몸을 빼야 한다. 멀리로 이탈하여 곧바로 독 기운을 다스려야 한다.

독 기운에 즉시 대처한다 해도, 만약 극독이라면 신체에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조원들에게도 즉시 퇴각 명령을 내려야 할 텐데, 퇴각조차도 쉬울 리 없다.

적측에 강력한 두 명의 고수가 있으니 그들에 의해 부하들 몇 명 정도는 당할 것이다.

‘아아······!’

신형을 비틀면서도 도예주가 탄식을 속으로 삼켰을 때였다.

화살이 옆구리에 닿기 직전에, 길쭉한 뭔가가 옆구리와 화살의 짧은 간격 사이로 불쑥 들어왔다.

‘검······?’

카앙!

불쑥 들어온 검에 의해 화살이 튕겨 나갔다.

도예주가 몸을 틀다 말고 좌측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검이 불쑥 들어왔던 방향이다.

대체 누굴까?

무음시를 막아줬다는 건, 자신에게 무음시가 날아드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백룡인 자신조차 마지막 순간에야 느낀 그 기척을.

당연히 상당한 고수일 것이다.

이윽고 검의 주인을 확인한 도예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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