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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54화 (154/416)

내 안에 마교있다 154

신룡대가 기관 장치를 모두 해체했는지, 통로 아래쪽에 있던 다수의 아군 인원들이 우리가 있는 공간으로 합류했다.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 공간을 조사했던 서문걸, 단리웅, 태무엽, 백룡 등이 다시 모였다. 물론 제갈수광도 그쪽으로 불려갔다.

그즈음, 이제는 익숙해진 한 사람의 전음이 들려왔다.

[유겸이 너······, 알고 보니 훨씬 더 대단한 애였구나?]

남궁묵의 목소리였다.

어조에 놀라움이 가득 담겨 있다.

[아닙니다, 대단하기는요. 여러모로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어차피 남궁묵은 내 활약상을 대부분 목격했다.

그렇기에 둘러대기보다는 대충 겸손한 척을 해 보인 것이다.

[통합 잠룡대전의 우승자 출신이니 당연히 뛰어날 거라고는 예상했는데, 이건 뭐, 내 예상을 완전히 박살 낼 정도던데?]

[과찬에 고개를 못 들겠습니다.]

[게다가 너, 정말 빠르더라.]

[아, 빠른 것은 제가 쾌자결 위주로 수련해서 그렇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남궁묵은 내내 놀란 표정이었다.

나는 대충 겸손한 느낌의 미소만 계속 지어주었다.

잠시 남궁묵과 전음을 나누고 있을 때쯤, 제갈수광이 기동타격조 쪽으로 돌아왔다.

“앞쪽에 두 갈래 길이 있다. 전력을 나누어 두 곳 모두를 수색하며 나아가기로 했다. 천무대의 제삼 조와 신룡대의 황룡조가 좌측 경로로, 천무대의 제사 조와 신룡대의 백룡조와 우리 기동타격조가 우측 경로로 향한다.”

모두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수광의 말마따나 앞쪽에 두 갈래로 나뉜 통로가 보였다.

천무대의 사 조와 백룡조가 우측 통로로 진입했고, 우리도 그들의 뒤를 따라 진입했다.

단리웅과 백룡이 최전방에서 일행을 이끌었고, 기동타격조는 그들과 간격을 약간 벌린 채로 후방에서 조용히 따랐다.

아까 우리가 처음 진입했던 통로는 두 명 정도가 같이 이동할 수 있을 만한 넓이였다.

한데 지금 이동하고 있는 통로가 훨씬 넓다.

네 명가량이 나란히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컸다.

잠시 이동하다 보니 약간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그 공간에서 미약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모종의 진법술이 발동되어 있을 때의 기운이다.

진법술은 정밀한 기관 장치를 건설하기에는 시간도 없고 여건도 되지 않을 경우에 주로 쓰는 방식이다.

천무대의 사 조와 백룡조가 빠르게 공간의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는 게 보였다. 진법을 발동시키고 있는, 곳곳의 지형지물들을 일거에 파괴하기 위함이다.

기동타격조는 넓은 공간 안에서도 진법의 영향을 받지 않을 만한 외곽 쪽에서 대기했다.

이윽고 천무대의 사 조와 백룡조가 이곳저곳의 지형지물을 모두 파괴했을 때쯤이었다.

우웅-

갑자기 우리가 있는 공간에서, 기운이 넓게 공명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진법이 발동되는 소리임을 알기에 모두의 눈매가 급격하게 좁아졌다.

분명히 진법을 해체했음에도 진법이 발동한 것이다.

다들 당황한 기색이었다.

경험 많은 내 입장에서도 이건 의외였다.

보아하니, 애초에 이중 진법이었던 것 같다.

원래의 진법을 위장하기 위해, 그 위에 또 하나의 진법을 덧씌운 형태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 측 인원들이 위장 진법을 해체하자마자 원래의 진법이 곧바로 온전한 영향력을 발하게 된 것이다.

위장 진법까지 설치했다는 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진법 고수가 개입했다는 뜻이다. 사유 증운생 정도의 두뇌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참고로 우리 기동타격조가 대기하고 있었던 입구 쪽도 방금 발동한 진법의 범위 내였다.

진법 발동을 알아채자마자 나는 즉시 천섬무를 운용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들어섰던 입구의 바깥쪽을 향해서였다.

일단은 나만이라도 어떻게든 진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야 나름의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의 눈동자가 금세 두려움으로 가득 차는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확인해 보니, 모두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각각 다른 방향들을 바라보며 주춤거리는 중이었다.

심지어는 제갈수광마저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공포심을 유발하는 형태의 환영진인 모양이다.

속으로 그런 생각들을 하며 몇 걸음을 내딛던 나는 즉시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섰다.

사실, 나 또한 아직은 진법의 영향권 안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경우에는 이 진법술로 인한 공포에 휩싸이지 않은 상태다.

이 모든 인원들 중에 오직 나만이 진법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로 멀쩡한 상태인 것이다.

이상한 일 같지만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의 나는 겉으로는 백도인이나, 내 정신의 근원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마(魔)’다.

내 육신은 송유겸이나, 내 혼은 서무욱의 혼이다. 천마를 사부로 모셨던 그 서무욱의 혼이다.

즉, 내 모든 정신적 가치 기준과 사고 판단의 기준 자체가, 여전히 마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악의(惡意)라는 면에서, 같은 계열이라도 ‘마(魔)’는 ‘사(邪)’의 우위에 있다.

추구하는 악의 가치와 순수성을 따졌을 때, 기본적으로 ‘마’가 ‘사’에 비해 우성이라서 그렇다.

현재 이곳의 진법술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은 ‘사’가 만들어낸 정신적 공포의 허상이다. 백도인과는 정반대되는 계열이기에 그들은 저 공포에 취약할 수밖에 없겠지만, 내 경우에는 다르다.

나와는 같은 계열인 데다가 내 정신 속에 있는 악의 개념이 더 우성이다. 그래서 ‘사’ 따위가 만들어 낸 공포의 허상이 내게는 통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나는 전생에 마의 중심에서 살았던 몸이니까.

진법 속에서 공포로 인해 움츠러든 아군의 모든 이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다들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인 걸 보니, 이 진법술에는 모종의 미로진까지 연환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식이라면 이 진법술의 영향권 안에 있는 이들은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냥 정신적 공포 속에서 허우적거리고만 있어야 한다.

적측에서는 그사이에 이 진법술에 익숙한 고수들을 보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수의 절정고수만 보내도 아군 모두를 매우 쉽게 정리할 수가 있다.

나는 곧바로 제갈수광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며 오른손 주먹을 말아 쥐었다.

일단 저 사람부터 제정신으로 돌려놔야 한다.

제정신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강력한 충격을 가해야 한다.

순간적으로나마 저 공포심을 완전히 잊을 만큼, 매우 강력한 고통을 줘야 한다. 그 방식이 가장 쉽다.

어쨌거나 내게 가장 믿음직한 사람은 제갈수광이다.

의리를 생각해서라도 가장 먼저 깨워드려야지, 암.

고매한 나의 배려심 때문인지 주먹에 힘이 더더욱 잔뜩 담기고 있다.

곧 제갈수광의 정면에 다다른 순간, 그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교관님, 송구합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전음을 보냈음에도 제갈수광은 겁먹은 표정으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완전히 공포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어차피 내 전음에 반응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 보냈던 전음이기도 하다.

그 직후.

퍼어억-!

제갈수광의 복부에서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났다.

주먹에 제갈수광의 뱃가죽이 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이런 손맛, 대체 얼마 만이냐?

좋다, 아주 좋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크헉! 너······, 너, 이 자식, 이게 무슨······!”

제갈수광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쓱 보니 눈동자가 일단은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를 향해 전음으로 대꾸했다.

[아까의 진법, 공포심을 유발하는 환영진에 미로진이 연환되어 있었습니다. 그걸 일시적으로 풀어드린 겁니다. 어서 조치하십시오.]

내 째지는 기분이 전해지지 않도록, 그에게서 배운 사무적인 표정과 어조를 유지했다.

그제야 제갈수광이 황급하게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신체의 이곳저곳에 빠르게 박았다. 평소에도 그가 의료용으로 갖고 다니는 침들이다.

물론 그는 그 와중에도 인상을 잔뜩 찡그린 상태였다.

내게 받은 하복부의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는 곧바로 다음 먹잇감, 아니, 다음 구조 대상을 찾았다.

내가 찾고 있는 건 백룡인데, 마침 눈앞에 먼저 보인 게 남궁묵이었다.

지체하지 않고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어어억!

어라? 제갈수광 때보다 손맛이 더 좋은 느낌이다.

천하제일세가의 직계라서 그런 건가?

“끄억! 유······ 겸이······ 이게······ 무슨 짓······.”

나는 제갈수광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즉시 전음으로 남겨주었다.

다음 먹잇감, 아니 구조 대상인 백룡도 금세 찾을 수 있었다.

음, 이번에는 살짝 멈칫하게 된다.

아무리 상황이 이렇다 해도, 상대는 무방비 상태의 여인이다. 아무리 신룡대의 백룡이라 해도 그렇다.

게다가 이 누님은 호리호리해서 때릴 데도 없어 보인다.

뭔가 죄의식이 살짝 들려던 순간, 나는 주먹을 더욱 다부지게 말아 쥐었다.

생각을 전환하자.

이렇게 대놓고 여자 때려볼 기회가 인생에 또 있겠어?

이건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다.

그래. 이왕이면 제대로 때리자.

퍼어어억!

손맛, 좋구요.

“커흑! 너······ 너······ 이 무슨······.”

나는 백룡을 향해서도 제갈수광에게 했던 전음과 똑같은 전음을 남겨주었다.

이윽고 내가 천무대의 사 조장인 단리웅 쪽으로 향할 때였다.

[아니, 유겸아! 내가! 내가 할게!]

남궁묵이었다.

반드시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이에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남궁묵의 표정이 희열로 달아오르고 있다.

지휘관을 때릴 생각에 저렇게나 기쁜 모양이다.

천하제일세가라고 불리는 저 집안 사람들도 결국,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인 거다.

그즈음, 내 눈에 문득 들어온 모습은 길초량의 모습이다.

무의식적으로 주먹이 꽉 쥐어졌다.

벌써부터 희열이 올라오고 있다.

곧바로 놈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강하게 쑤셔 넣었다.

퍼어어어억!

단언컨대, 이번의 손맛이 가장 좋았다.

“커헉! 송······ 형······ 무슨······ 짓······.”

나는 곧바로 공포를 유발하는 환영진이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을 다시금 읊어주었다.

그 직후, 나는 우리가 전진해야 할 방향의 입구 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당연히 천섬무를 운용하며 이동했다.

사파 측 절정고수의 기척이 잡혔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기척을 숨긴 채로 다가오고 있었던 모양인데, 나는 우리 인원들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는 중에도 기척 감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다.

적측에서는 환영진과 미로진을 통해 아군을 혼란 속에서 헤매게 만든 후, 이 진법술을 아는 자들을 투입시켜 손쉽게 정리하려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사파의 절정고수 한 놈이 어두운 벽 쪽에서 불쑥 튀어나오며 천무대원을 향해 검을 쑤셔 넣고 있다.

채앵!

비룡검으로 놈의 검을 튕겨냄과 동시에, 검로를 바꾸어 놈의 목을 찔렀다.

“끅!”

그러자마자 나는 빠르게 신법을 펼치며 백룡조원 사이를 누볐다.

태앵!

백룡조원을 향해 날아들던 비수 한 자루가 내 비룡검에 의해 튕겨나갔다. 그 직후, 나는 어두운 구석 쪽을 향해 소비도 한 자루를 날렸다.

푹!

비수를 날렸던 사파 측 절정고수의 신형이 그대로 무너졌다.

또 다른 적측 절정고수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그 방향으로는 이미 단리웅과 백룡이 다가가는 중이었다.

결국 그쪽에 있었던 적측 절정고수들도 금세 처리되었다.

이후에는 제갈수광과 백룡과 단리웅이 천장의 불룩한 부분들을 향해 이리저리 검기를 발출하기 시작했다.

그 불룩한 부분들이 현재의 진법을 발동시키는 매개체임을 파악한 것이다.

그즈음,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내 감각의 가장자리에 수많은 기척들의 이동이 잡혔다.

백도인들의 기척인데, 매우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까 천무대의 삼 조와 신룡대의 황룡조는 우리와 다른 좌측의 경로로 움직였었다. 한데 아무리 봐도 그들의 기척은 아니었다.

하면 누굴까.

밖에서 싸우고 있었던 무림맹의 다른 전력들일 수도 있다.

바깥의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한 후에 이쪽을 지원하러 온 건가 싶다.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그들의 움직임이 어느 순간 한 부분에서 동시에 멈췄다.

그리고 그 기척들이 방향성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들도 우리 인원들이 이곳에서 겪었던 진법술과 비슷한 진법술에 걸려든 모양이다.

나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원이 없는 이상, 가만히 놔두면 그들은 모두 당할 것이다.

기척을 죽이며 그쪽을 향해 은밀하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 보니, 역시나 한 떼의 인물들이 진법술에 걸려 있었다.

한데 모두가 매우 낯선 느낌들이었다.

혹시나 해서 안력을 돋워 그들의 등 뒤를 살폈다.

정삼각형 모양의 식별 표식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즉, 저들은 백도인들이긴 하나, 무림맹에서 파견된 무인들은 아닌 것이다.

순간적으로 원을태와 제갈수광이 말했던 비맹주 세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들이 아닐까 싶다.

‘음······.’

찰나간에 수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사유 증운생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 후로, 비맹주 세력들은 그야말로 수많은 거짓 정보들을 양산해 냈었다. 그들로 인해, 해적 퇴치를 위해 애쓰고 있던 무림맹의 무인들도 여러 차례 혼선을 겪었고 낭패도 겪었다.

사실, 내가 개인적으로 적들보다 더 혐오하는 부류가 있다면 바로 저런 부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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