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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56화 (156/416)

내 안에 마교있다 156

상황을 파악한 백룡조와 천무사조가 빠르게 달려 나갔다. 기동타격조도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달리다 보니 통로가 조금씩 넓어지며 매우 널찍한 공간이 나타났다. 땅속에 조성되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었다.

챙! 채쟁! 카가강! 퍼벙!

공간이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들과 기운이 격렬하게 맞부딪치는 소리들로 가득했다.

황룡조와 천무삼조가 수많은 적들과 맞서고 있는데, 후방으로 계속 밀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적의 전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우리의 앞에서 달리던 백룡조와 천무사조가 즉시 전선으로 합류하며 아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간은 밀리는 형국이었다.

결국 기동타격조의 노인들도 나섰다.

그러자마자 제갈수광이 교관들에게 말했다.

“교관들께서도 적들의 수준을 알아챘겠지만, 저들은 관도들이 어설프게 나서서 싸울 만한 상대들이 아니오.”

교관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관도들은 일단 멀찍이 물러나 있는 게 좋겠소. 멀찍이 물러난다 해도 언제 위험해질지 모르니, 장 교관과 이 교관이 관도들을 보호해 주시오. 전선의 상황도 만만치 않으니, 나와 차 교관은 아군을 지원하겠소.”

“알겠습니다.”

장호산과 이세옥이 동시에 대꾸했다.

그러자 제갈수광이 장호산에게 뭐라고 전음을 남기더니 전선으로 곧바로 합류했다.

차우기도 즉시 제갈수광의 뒤를 쫓았다.

그러자 장호산이 이세옥에게 모종의 전음을 보내더니 우리를 향해 말했다.

“자, 다들 물러나 있자.”

두 교관이 이끄는 대로 우리는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러는 와중에 장호산의 전음이 들려왔다.

[유겸이 너는 상황에 따라서 알아서 움직이게 놔두라는 전언이셨다. 그러니 참고해.]

[알겠습니다.]

통로 쪽으로 물러난 상태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을 가만히 주시했다.

세 노인과 제갈수광과 차우기까지 투입된 덕분인지, 전투의 양상은 거의 박빙에 가까워졌다. 물론 기세상으로는 아직도 적들 쪽이 약간 더 우세한 느낌이긴 하다.

전선의 상황을 잠시 지켜보다가, 안력을 최대한으로 돋워 적들의 후방을 바라보았다.

적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기운들이 그쪽에서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먼 어둠 속으로, 몇 명의 복면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전에 덩치 놈은 죽기 전에 사파 쪽 수뇌부 몇 놈의 별호를 밝혔었다. 그리고 나는 천마신교 시절의 경험을 통해 강호의 인물들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들이 많다.

당연히 덩치 놈이 밝혔던 별호의 주인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그들의 여러 특징들 따위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과 대조하며 복면인들의 정체를 하나씩 추측해갔다.

확인이 좀 더 필요한 부분도 남아있긴 하나, 복면인들의 정체에 대해 대강의 유추 정도는 해낼 수 있었다.

한데 그중에서 두 명만큼은 정체 추측이 쉽지 않았다. 두 명 중에서 한 명은 사내고 한 명은 여인이다. 덩치 놈이 알려줬던 별호에 여인은 없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전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는데, 나는 복면인들의 기척에만 집중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정체를 추측해내지 못한 두 남녀에게 더 집중했다.

전투가 이어지던 어느 순간, 우리의 뒤쪽에서 일단의 무리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우리가 지나왔던 통로를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일흔 명가량 되어 보이는데, 모두가 백도인들의 기척이었다.

바깥에서 싸우고 있던 아군이 지원을 온 건가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우리의 앞을 지나쳐 가는 순간에 확인해 보니, 다들 등 뒤쪽에 표식 같은 게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비맹주 세력의 백도인들이다.

이곳까지 운으로 온 게 아닌지, 다들 실력들이 상당해 보인다.

참고로 처음에 우리가 들어왔던 절벽 쪽의 입구는 무너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안에서 저쪽 세력 무인들과 계속 마주치는 걸 보면, 저들만이 알고 있는 다른 입구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비맹주 세력의 무인들이 즉시 전투에 가세했다.

사실, 내가 보기에는 다짜고짜 끼어든 모양새였다.

뭐랄까, 공을 탐하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 느껴지는 움직임들이다. 깽판의 느낌도 있고.

역시나 이곳저곳에서 외침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보시오! 무작정 끼어들면 어쩌자는 것이오!”

“위험하잖소!”

“상황을 보면서 참전해야 할 것 아니오!”

무림맹 측 무인들의 불만 섞인 외침들이었다.

저곳에 있는 무림맹 측 무인들은 천무대와 신룡대가 주축이다. 무림맹의 전투 조직 중에서 최정예의 전투 요원들이다.

다들 지금껏 서로 잘 연계하며 적들의 숫자를 차근차근 줄여나가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갑자기 비맹주 세력의 무인들이 합류한 건데, 내가 보기에도 위험한 상황들이 많았다.

곧, 비맹주 세력의 무인들 쪽에서 대꾸가 들려왔다.

“제마멸사라는 같은 뜻으로 함께 싸우는 사람들끼리 뭘 그렇게 까칠하게들 구시나?”

“비실비실 싸우고 있는 걸 도와줬더니 저런 소리들이나 하고 앉았네?”

“하여튼 저쪽 사람들은 자존심만 높아서는.”

“강호를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은 본인들밖에 없는 줄로 착각하는 사람들이지.”

그 말을 들은 무림맹 측 무인들의 인상이 일그러지고 있다.

말하는 싸가지들을 보니 참으로 마음에 안 든다.

나는 어느 쪽이 공을 더 많이 차지하고 말고 하는 부분에는 큰 관심이 없다. 저쪽 사람들이 사유 증운생을 처치하는 공을 가져간다 해도 나는 딱히 상관없다.

다만 저들이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짜증이 많이 난다.

전투에 끼어들 때는 신중해야 한다.

무림맹의 무인들이 불만을 토로한 것처럼,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끼어들면 오히려 아군 쪽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전투일수록 더욱 그렇다.

한데 명백하게 민폐를 끼쳐 놓고도 오히려 저런 태도로 나오다니.

천마신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백도는 역시 재미있는 곳이라니까.

비맹주 세력의 무인들까지 합류한 탓에 전선에 너무 많은 인원들이 몰리게 된 상태다.

게다가 같은 적을 상대로 싸우고 있음에도 무림맹의 무인들과 비맹주 세력의 무인들은 손발이 전혀 맞지 않고 있다. 애초에 손발이 맞는 걸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인원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선은 전혀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골 때리는 상황이다.

각 조의 지휘관인 서문걸, 단리웅, 태무엽, 백룡 등이 종종 뒤쪽을 확인하고 있다.

전선 쪽이 너무 복잡한 상황이라, 이대로라면 자칫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다. 때문에 잠시 뒤로 빠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을 저쪽에 양보하게 되더라도, 괜한 피해를 입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한데 그러기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비맹주 세력의 합류로 인해 전선 뒤쪽의 공간도 너무 빼곡하게 차버렸기 때문이다.

놈들이 합류한 후로 전장이 아주 개판이 되어 버렸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나는 복면인들 쪽의 기척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그즈음, 또다시 우리의 뒤쪽에서 일단의 무리가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소수의 인원들이다.

하지만 지금 달려오고 있는 자들은 백도인들이 아니었다.

사파 놈들이었다.

은밀하게 신법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도들이 매우 빨랐다. 저 모습만으로도 다들 상당한 수준의 고수들임을 알 수 있다.

놈들의 경지를 보다 자세히 탐지하던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부릅뜨지 않을 수 없었다.

저들 중에서 한 명은 그야말로 엄청난 고수임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절정의 고수인 것이다.

나는 사파 놈들이라면 웬만한 고수라도 떠는 법이 없다.

한데 지금은 몸이 떨려올 정도다.

즉시 장호산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교관님! 은밀하게 모두를 측면으로! 빨리요!]

상대가 교관임에도 다그치는 듯한 어조가 나왔다. 그만큼 사안이 급박하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이세옥에게도 같은 내용의 전음을 보냈다.

장호산과 이세옥이 서둘러 관도들을 향해 수신호를 했다.

기척을 죽이라는 수신호와 측면으로 붙으라는 지시였다.

나는 기척을 죽이기 직전에 제갈수광에게도 전음을 보내주었다.

[교관님, 뒤쪽에 아마도 최절정고수! 조심하십시오!]

제갈수광은 현재 전선에서 바쁘게 쌍검을 휘두르는 중이니, 혹시라도 파악이 늦을까 싶어서 챙긴 것이다.

그 직후에는 나도 서둘러 기척을 죽이며 측면으로 붙었다.

측면으로 붙은 상황에서도 가슴이 떨리고 있다.

저런 고수가 우리의 전방도 아니고 후방에서 오고 있다니.

증운생, 그일까?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전생에도 그와 직접 마주친 적은 없었기에 나 또한 그에 관한 여러 정보들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니까.

이윽고 은밀하게 신법을 펼치며 빠르게 다가오던 소수의 적들이 뒤쪽 통로에 가까워졌다.

비맹주 세력 측 무인들의 고개가 뒤쪽으로 홱홱 돌아가고 있다.

이쯤 되니 그들도 적측 최절정고수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아챈 것이다.

그때쯤 적측 최절정고수가 기운을 일으키는 게 느껴졌다. 장력 같은 걸 발출하기 위해 공력을 모으는 느낌이었다.

그 직후, 나는 또다시 놀라야 했다.

최절정고수가 기운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고 생각된 순간, 이미 어마어마한 기운이 순식간에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곧, 최절정고수가 그 기운을 발출해냈다.

발출된 장력에 담긴 힘도 무시무시했지만, 날아가는 속도 또한 무시무시했다.

장력은 전선의 중앙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뒤······! 조심!”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을 때였다.

콰아아앙!

벼락이라도 때린 듯한 소리가 공간을 가득 울렸다.

“으악!”

“커헉!”

“크아악!”

“대단한 고수! 다들 조심······!”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외침들이 들려오고 있다.

그 직후, 후방의 통로를 통해 소수의 적들이 공간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그중에서 선두에 있는 자의 모습을 빠르게 훑었다.

그가 바로 최절정고수이기 때문이다.

겉모습으로는 사십 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사내였는데, 날렵한 체구에 키는 평균보다 약간 컸다.

일단 저것만으로도 내가 알고 있는 사유 증운생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하면 누굴까.

덩치 놈이 실토했던 몇 개의 별호들 중에도 저 인물을 떠올릴 만한 별호는 없다.

길쭉한 얼굴에 얼굴선은 갸름하다.

피부는 창백할 정도로 희고, 눈매는 쭉 찢어졌다.

이런 어둠 속에서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면 흡사 귀신이라도 만난 것처럼 보일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던 수많은 사파 고수들의 정보가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가던 어느 순간, 나는 하나의 별호를 떠올릴 수 있었다.

유령사왕.

그일 것이다.

유령사왕은 사파의 오대고수에 드는 인물이다.

참고로 덩치 놈이 발설했던 별호에는 유령사왕이 없었다.

유령사왕은 사파 쪽에서는 지존급의 인물 중 한 명이다. 자존심도 매우 세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 굳이 증운생에게 협력하지 않는가 보다 하고 여겼었다.

한데 그가 이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즉, 유령사왕 또한 증운생과 협력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스으-

유령사왕의 신형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였음에도, 마치 신기루처럼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저게 바로 그에게 유령사왕이라는 별호가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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