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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57화 (157/416)

내 안에 마교있다 157

유령사왕이 처음에 등장하면서 날렸던 장력은 매우 강력했었다.

그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겠지만, 장력의 여파는 대부분 비맹주 세력의 무인들 쪽에 미쳤다.

나중에 합류한 만큼, 비맹주 세력의 무인들이 주로 전선의 중앙과 뒤쪽에 밀집해 있었던 탓이다.

무림맹 무인들의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비맹주 세력의 무인들이 알아서 방어막이 되어 준 셈이니까.

그 한 번의 장력으로 인해 비맹주 세력의 인원들 중 한두 명은 절명한 것 같고, 서너 명은 중상을 입은 것 같다. 경상자들도 몇 명 보인다.

어쨌거나 유령사왕의 그 한 수는 백도의 모든 무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직 유령사왕의 정체를 파악한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나, 그가 대단한 고수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인지한 모양이다. 다들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유령사왕 쪽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한데 그 상태에서 유령사왕의 신형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헉!”

“헛!”

역시나 여기저기에서 헛바람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곳에 모인 백도인들은 무림맹의 무인들이든, 비맹주 세력의 무인들이든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유령사왕을 놓쳤기에 저런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저런 식의 귀신같은 움직임 때문에 유령사왕이라 불리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은 어둠 속이다 보니 유령사왕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기도 하다.

별호가 너무 유명하기에 이름이 나중에야 떠올랐는데, 유령사왕의 이름은 저심홍이다.

솔직히 방금에는 나조차도 시야에서 유령사왕을 놓쳤다.

그러나 동요하지 않은 채 즉시 유령사왕의 기척을 감지해갔다.

유령사왕이 최절정고수이긴 하나, 나는 전생에 사부님을 상대로 기척 감지 훈련을 수도 없이 했던 사람이다.

개같은 회회심공 수련 때문에, 초절정고수이자 천하제일인인 존재를 상대로, 얻어 터져가며 체득한 기척 감지술이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어떻게든 기척을 감지해내려 노력하는 것과 아닌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내게는 천섬무가 있으니 약간 늦게 파악이 돼도 어떻게든 반응은 할 수 있다.

잠깐의 노력 끝에, 결국 나는 유령사왕의 기척을 다시금 잡아낼 수 있었다.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모두들 조심하시오! 그는 유령사왕 저심홍인 것 같소!”

비맹주 세력 쪽 무인의 외침이었다.

상대가 귀신처럼 사라진 모습을 보고 이제야 유령사왕의 정체를 알아챈 것이다.

한데 내가 파악하고 있는 유령사왕의 기척이 마침, 방금 전에 유령사왕의 정체에 대해 외친 무인의 근처에 있다.

그 직후.

투둑.

“끄억······.”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의 목이 꺾였다.

그대로 절명했는데, 역시나 방금 전에 유령사왕의 정체를 외쳤던 바로 그 무인이었다.

유령사왕의 등장으로 인해 백도인들 모두가 초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적이 유령사왕만 있는 게 아니기에, 그 와중에도 전투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유령사왕이 등장하기 전부터 얽히고 있었던 적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은데, 유령사왕과 함께 등장한 몇 명의 기운 또한 매우 강력하다.

유령사왕과 함께 등장한 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전선에 있던 여러 무인들이 후방으로 이동했다.

그 움직임에 섞여서 세 노인과 제갈수광과 차우기도 후방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그들의 경우에는 관도들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 일단은 기동타격조 쪽으로 오고 있다.

참고로 기동타격조의 관도들은 공간의 측면 쪽에 최대한 붙어서 안전을 도모하는 중이다. 다들 근래 실력이 많이 늘긴 했으나, 지금은 섣불리 나서서는 안 되는 상황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섣불리 움직이지 않은 채, 오로지 적들의 기척을 파악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이후에도 유령사왕에 의해 비맹주 세력의 무인 세 명이 연달아 당했다.

그다음에는 천무대의 무인 중에서 한 명이 당했다.

삼 조인지 사 조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선에서 싸우고 있던 천무대원의 등 뒤에 유령사왕이 나타났던 것이다. 근처에 있던 천무대원들 몇 명이 반응을 하긴 했으나, 유령사왕의 목표가 된 무인은 이미 절명한 후였다.

솔직히, 방금 전에 내가 천섬무를 펼쳐서 이동하여 유령사왕을 견제했다면 잠깐의 시간 정도는 벌어 줄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방금 죽은 그 천무대원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기동타격조가 구석에 조용히 머물러 있긴 했으나, 유령사왕도 슬슬 우리의 존재를 인식할 만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실 적들의 입장에서 기동타격조의 관도들은 백도의 다른 무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협이 덜 되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사파 놈들은 그런 걸 고려하는 놈들이 아니다.

본인들의 눈에 띄었고, 쉽게 죽일 수 있을 만큼 만만해 보이면, 일단 그냥 죽여 버리는 놈들이다.

즉, 기동타격조의 인원들도 언제 위험해질지 모른다.

내 입장에서는 적어도 이들은 지켜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

이후에 유령사왕이 나타난 곳은 또다시 비맹주 세력의 무인들 쪽이었다.

그쪽의 무인들 두 명이 순식간에 당했다.

이후에 유령사왕이 나타난 곳에는 신룡대원이 있었다.

한데 마침 근처에 있던 태무엽과 두세 명의 조원들이 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그 신룡대원은 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팔과 어깨 쪽에 적지 않은 부상을 입은 모습이었다. 정상적으로 전투를 계속 치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역시 신룡대는 신룡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직력이 좋은 만큼, 유령사왕의 저 무시무시한 움직임에도 어느 정도는 대응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직후, 유령사왕이 기동타격조 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온 정신을 집중했다.

유령사왕이 다가오고 있다.

속도도 속도지만 움직임 자체가 은밀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마치 땅속으로 이동하여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저런 식이니 신출귀몰하게 이곳저곳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거겠지.

유령사왕이 세 노인과 교관들을 교묘하게 우회하고 있다.

관도들 중 하나를 노리려는 것이다.

그가 이왕이면 나를 노리기를, 그게 아니라도 내 근처에 있는 관도를 노리기를 바랐었다.

그래야 내 입장에서도 대응하기가 조금 더 편하기 때문이다.

한데 하필이면 나와 거리가 먼 쪽으로 향하고 있다.

단목강과 길초량 등이 있는 방향이다.

나는 기척을 죽인 상태에서 서서히 그 방향으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유령사왕은 최절정고수들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실력자다.

그쯤 되는 고수를 상대할 생각을 하니, 솔직히 나도 많이 긴장된다.

스윽-

이윽고 유령사왕의 모습이 드러났다.

길초량의 뒤쪽이다.

나는 즉시 천섬무를 펼치며 길초량의 측면으로 이동했다.

비룡검에 기운을 가득 주입하여 길초량의 후방을 빠르게 찔러가자, 뭔가를 눈치챈 길초량이 눈매를 급격하게 좁히며 신형을 맹렬하게 회전시켰다.

역시 눈치 빨라.

유령사왕은 놀란 표정이었다. 많이 놀란 것 같다.

이 순간에 누군가가 끼어들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모양이다.

지금껏 유령사왕의 저러한 움직임에 반응한 이들이 몇 명 있긴 했다. 당장 신룡대의 황룡조만 해도 준수한 반응 속도를 통해 적절한 대응을 보여줬었다.

하지만 이렇듯 나처럼 완벽하게 대응해낸 경우는 없었다. 나는 동료가 다치는 상황조차 막아냈으니까.

그래서 놀란 모양이다.

유령사왕이 전방을 향해 쌍장을 뻗고 있다.

본인의 신출귀몰한 움직임이 처음으로 막힌 마당이니, 일단은 힘으로 주변을 제압할 생각이다.

쌍장의 장심으로 강력한 기운이 매우 빠르게 모여들고 있다.

역시나 장법 쪽으로도 대단한 고수인 것이다.

“조심!”

내가 즉시 외치자 주변에 있던 기동타격조의 인원들이 즉시 반응하며 피할 준비를 했다.

나는 그 와중에도 유령사왕의 측면으로 이동하여, 그의 옆구리를 향해 한 줄기의 검기를 빠르게 발출해 냈다.

유령사왕의 장력 발출을 방해하여 위력을 낮추기 위함이었다.

그가 상체를 급격하게 비틀며 검기를 피하더니, 기어코 주변을 향해 양손의 장력을 발출했다.

슈슝-!

처음에 등장할 때 그가 발출했던 장력과 비교하면 역시나 위력과 빠르기가 상당히 약한 느낌이다.

덕분에, 적어도 우리 기동타격조의 인원들은 장력에 당하지 않았다. 애먼 비맹주 세력 무인들 몇 명이 당했고, 일부 천무대원도 당한 것 같다.

유령사왕이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솔직히 무섭다.

가뜩이나 유령사왕은 생김새마저 섬뜩하게 생기기도 했고.

그 와중에 내 뒤의 양쪽에서 두 사람이 유령사왕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노인 촉홍결과 제갈수광이었다.

참고로 현재 유령사왕이 위치한 곳은 넓은 내부 공간의 외곽 구석 쪽이다.

뒤쪽은 벽인 데다가 천장의 높이도 낮다.

퇴로가 너무 한정되어 있기에, 유령사왕의 입장에서는 특유의 신출귀몰한 움직임으로 빠져나가기도 만만치 않은 위치다.

그걸 알고 촉홍결과 제갈수광이 다가온 것이다.

포위 공격을 염두에 둔 합류다. 공간이 협소하기에 검을 쓰는 두 사람이 온 것이고.

대도를 쓰는 노인 원을태와 도를 쓰는 노인 탕유심은 내 뒤쪽에서 유령사왕이 데리고 왔던 몇 명의 고수들을 막고 있는 중이다. 다른 교관들과 단목강과 추소륵이 그쪽을 돕고 있다.

채쟁! 카강! 펑! 펑!

촉홍결, 제갈수광과 합을 맞추어 유령사왕을 공격했다.

우리 셋이서 공격하고 있음에도 유령사왕은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

구석 쪽 벽을 등지고 있는 유령사왕의 입장에서는 공간이 협소한 탓에 운신의 폭이 좁다.

회피하기가 까다로운 상황이라, 그는 우리 세 사람의 공격을 거의 막아내거나 되받아치는 형태로 상대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로 대단한 무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더 중요한 건 우리 쪽도 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촉홍결의 경지는 최소한 절정의 후반이며, 제갈수광의 경지는 최소한 절정의 중후반 이상이다. 함께 싸우고 있는 나는 실전 경험도 많고 속도도 빠르다.

가뜩이나 제갈수광과 나는 수많은 전투에서 손발을 맞춰온 최고의 동료이기도 하다. 또한 촉홍결은 신룡대 출신의 노련한 노고수다.

덕분에 우리 세 사람은 손발까지 척척 맞고 있다. 마치 수년간 손발을 맞춰 왔던 사람들처럼 딱딱 맞아 들어가고 있다. 짜릿함이 느껴질 정도다.

이렇다 보니 우리 셋이서도 한시적으로나마 유령사왕과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황룡 태무엽과 천무삼조의 조장인 서문걸도 우리 쪽으로 합류하고 있다.

저들까지 합류하면 유령사왕을 훨씬 더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을 것이다.

태무엽과 서문걸이 합류하자마자 나는 자연스럽게 후열로 빠졌다.

촉홍결, 제갈수광, 태무엽, 서문걸이 유령사왕을 계속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유령사왕은 역시 유령사왕이었다.

좁은 곳에서 네 명을 한꺼번에 상대하면서도 거의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단한 무위다.

그 와중에도 나는 유령사왕의 움직임에만 집중했다.

유령사왕에게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천섬무를 운용하여 찰나의 순간을 노릴 계획으로.

그러던 한순간, 적진 쪽에서 두 개의 기운이 빠르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복면인들 쪽이었다.

여태껏 어둠 속에서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더니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유령사왕을 구하기 위해 나선 모양이다.

하긴, 저들의 입장에서도 유령사왕이라는 큰 전력을 이렇게 쉽게 포기할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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