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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59화 (159/416)

내 안에 마교있다 159

무인이 내공으로 발현시킬 수 있는 기운 중에 가장 강한 기운을 보통 강기로 표현한다. 그런 만큼, 경지가 초상승으로 접어든 후에야 제대로 발현시킬 수 있는 기운이 바로 강기다.

검을 이용하여 강기를 발현하면 그게 검강이다.

물론 나는 전생에도 검강을 발현시켜 본 적이 없다.

검강은 절정고수 따위가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검강에 대해 얘기할 때만큼은, 설령 절정고수라 해도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검강 다음으로 강력한 기운으로 꼽히는 게 바로 검환이다.

집약된 검의 기운이 한 점에 구슬처럼 맺히며, 일반적인 검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검환은 검강과 달리 절정고수들도 구사할 수가 있다. 하지만 매우 강력한 기운인 만큼, 절정고수의 수준에서 구사하려면 공력이 엄청나게 소모된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 보니 어설프게 구사해서 효과를 못 보면 오히려 낭패만 볼 수 있는 게 바로 검환이기도 하다.

절정고수뿐만 아니라, 천재성 넘치는 일류고수가 검환을 구사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삼청산의 산장에서는 장우혜가 검환을 구사한 적이 있고, 방금 단목강도 구사했다. 참고로 둘 다 내가 인정하는 천재들이다.

당시의 장우혜는 얼떨결에 발현해냈던 것이고, 방금의 단목강은 의도하고 발출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절정고수가 발출해도 공력 소모가 크니, 일류고수가 발출했을 경우의 공력 소모는 말할 것도 없다.

단목강 또한 그걸 알 텐데도 불구하고 검환을 구사한 것이다.

제대로 구사할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단목강의 검환은 일류고수가 발출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강력했다.

대단하다.

그의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허공에 떠 있던 망산겸노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낫을 내밀었다.

본인에게 날아들고 있는 단목강의 검환을 향해서였다.

복면 안의 주름진 눈자위가 웃고 있는 게 보인다.

카아앙!

격돌음 자체는 제법 강력했지만, 망산겸노의 낫은 단목강의 검환을 비껴내듯 가볍게 튕겨냈을 뿐이다.

단목강의 검환은 훌륭한 한 수였으나, 애초에 망산겸노와의 경지 차이가 너무 컸다. 그렇다 보니 망산겸노가 간단하게 대처한 것이다.

튕겨 나간 검환의 기운이 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아군들의 천장 쪽으로 향하고 있다.

무난하게 바닥으로 착지한 망산겸노가 왼손에 들고 있는 낫을 휘두르고 있다.

낫이 마치 벼라도 베듯 장호산의 무릎 아래를 베어갔다.

나는 즉시 측면에서 개입하며 비룡검을 휘둘러 그 낫을 막아냈다.

채앵!

복면 안에서 망산겸노의 주름진 눈이 살짝 커지는 게 보인다.

이런 순간에 누군가가 갑자기 등장하여 낫을 막아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장호산을 지켜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콰과광!

그때쯤 들려온 폭음은 방금 망산겸노가 튕겨냈던 검환의 폭음이었다.

단목강의 검환이 전방의 천장에 부딪친 것이다.

커다란 동굴이 울리며 그쪽 천장에서 큼지막한 돌무더기와 먼지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내렸다.

약간 떨어져 있는 우리 쪽에도 돌 부스러기와 먼지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먼지 속에서 망산겸노의 주름진 눈매가 다시금 미소를 띠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순간, 그가 나와의 거리를 더욱 좁혀왔다.

그 와중에도 망산겸노의 양쪽 어깨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게 보인다.

왼손의 낫은 좌에서 우로 내 다리를 베어오고 있고, 오른손의 낫은 우에서 좌로 내 어깨 아래를 베어오고 있다.

낫에 담겨 있는 기운의 위력도 강하고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역시 사파의 십대고수답다.

이렇듯 가까운 간격에서 이런 공격을 받으면 피하거나 방어하기가 매우 난감할 수밖에 없다.

간격이 좁혀진 상태이기에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낫은 목이 안으로 굽은 무기인 탓에 막기도 쉽지가 않다. 가뜩이나 낫이 두 자루이기도 하다.

다른 이들이라면 당황하며 고민했겠지만 나는 고민하는 시간이 전혀 없이, 즉시 반응했다.

망산겸노의 품으로 곧장 파고든 것이다.

노인네의 눈동자가 부릅떠지고 있다.

“미친······!”

노인네가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다.

그 정도로 내 반응이 의외였다는 뜻이다.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운용하며 노인네의 복부를 향해 비룡검을 쑤셔갔다.

동시에 왼손으로는 소비도를 한 자루 빼냈다.

망산겸노가 내 공격에 반응하기 위해 뒤로 한 걸음을 빼며 상체를 좌후방으로 기울이고 있다.

그즈음에는 어깨 뒤쪽과 다리 뒤쪽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중이다.

망산겸노가 뒤로 물러나는 와중에도 손목을 안으로 꺾으며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낫의 뾰족한 부분이 내 뒤를 쫓아오고 있나 보다.

그야말로 등줄기가 서늘하다.

무기가 낫이라, 이 상태에서는 다치지 않고 확실하게 빠져나갈 방법이 거의 없다.

결국 나를 따라오고 있는 저 낫들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망산겸노가 물러나는 속도보다 내가 그를 향해 나아가는 속도가 더 빨라야 한다.

순간적으로 나는 땅바닥을 최대한으로 강하게 박차며 망산겸노의 품속을 향해 더 가까이 달라붙었다.

노인네의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결국 망산겸노가 왼손의 낫을 빠르게 옆으로 꺾더니, 그 낫으로 땅바닥을 찍었다. 그러더니 낫을 쥔 왼손을 지지대 삼아, 눕듯이 몸을 좌측 후방으로 급격하게 기울였다.

내 비룡검이 자신의 복부에 더 먼저 도달할 것을 알고, 결국 노인네 쪽에서 일단 꼬리를 내린 것이다.

물론 이 정도 되는 고수가 꼬리를 쉽게 내릴 리 없다.

내 검을 피하기 위해 자세를 극도로 낮춘 상황에서도, 오른손에 들려 있는 낫을 써서 여전히 내 등 뒤쪽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전방의 허공을 향해 사선으로 빠르게 도약했다.

수직으로 도약하지 않고 전방으로 도약했기에, 망산겸노의 낫은 결국 내게 닿지 못했다.

도약하자마자 왼손에 들고 있던 소비도를 아래로 털어냈다.

노인네는 땅바닥에 거의 눕다시피 불편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참이다. 그가 소비도를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트는 게 보인다.

나는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발바닥으로 천장의 불룩한 부분을 박찼다. 또다시 최대한으로 천섬무를 운용했다.

하지만 천장을 박찬 내 신형이 쏘아진 방향은 망산겸노가 있는 방향이 아니다.

서천혈부가 있는 방향이다.

망산겸노와 싸우고 있었던 공간의 바로 옆이라, 나는 서천혈부 쪽의 상황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내가 잠시 망산겸노를 상대하는 동안 서천혈부에게는 남궁묵 외에도 두 사람이 더 달라붙은 상태였다. 남궁묵이 속한 조의 조장인 단리중이 먼저 지원을 오더니, 그 후에는 백룡까지 합류했던 것이다.

그 세 사람의 순간적인 협공은 서천혈부의 입장에서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서천혈부는 최절정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이세옥이 암기 지원까지 했다.

결국 서천혈부는 순간적으로 난처한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놈이 아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약한 시점에, 그 전부터 도약해 있었던 내가 천장의 불룩한 부분을 박찼던 것이다.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는 서천혈부 놈의 목덜미를 향해 비룡검을 찔러갔다.

아래쪽의 공격에만 정신이 쏠려 있던 서천혈부의 고개가 급격하게 내 쪽으로 돌았다.

놈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부릅떠지고 있다.

망산겸노를 상대하고 있던 내가 이런 식으로 갑자기 본인을 공격해 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모양이다.

가뜩이나 놈의 도끼는 아래쪽의 공격들을 막고 있는 상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해 비룡검을 쑤셔 넣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 아래쪽에서 두 줄기의 경력이 나를 향해 날라 오고 있다.

망산겸노 노인네가 낫을 이용해 날린 경력이다.

그러나 나는 저 공격을 막지 않을 것이다.

내게는 익숙한 기척이 내 아래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푹!

비룡검이 서천혈부 놈의 목을 확실하게 꿰뚫었다.

“커흑!”

서천혈부 놈이 입에서 피를 토하며 비명을 낸 순간, 내 바로 아래에서 강력한 격돌음이 났다.

카강!

제갈수광이 쌍검을 이용하여 망산겸노가 날렸던 두 줄기의 경력을 막아낸 것이다.

제갈수광은 그 후에도 곧바로 망산겸노를 막아섰다.

망산겸노가 최절정고수이긴 하나, 그나마도 우리 인원들 중에 그를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제갈수광이다. 제갈수광은 쌍검을 이용한 방어 검술에도 매우 뛰어나기에, 망산겸노의 쌍겸에 대처하기에도 남들보다는 낫다.

어쨌거나 수뇌부로 볼 수 있는 고수들 중에 하나는 죽였다.

힘겹게나마 처치하긴 처치한 것이다.

내가 바닥에 착지할 때쯤, 단리중과 남궁묵과 백룡이 즉시 제갈수광 쪽으로 합류하며 망산겸노를 협공하기 시작했다.

숨이 찬다.

아무리 내가 체력이 좋아도, 사파의 유명한 고수들을 상대로 한동안 격렬하게 움직인 상황이다. 호흡이 가빠질 수밖에 없다.

사실 공력도 별로 남지 않았다.

절정에 오른 덕에 공력의 효율이 매우 좋아지긴 했지만, 이렇듯 계속해서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펼치는 상황에서는 공력을 아낄 방법이 없다.

후방 쪽을 돌아보니 유령사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파를 대표하는 고수인 만큼, 결국은 빠져나간 모양이다. 망산겸노와 서천혈부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 측의 전력도 분산이 되었던 상황이니 그럴 만도 하다.

나 또한 어느 순간부터는 유령사왕의 기척까지 주시할 겨를이 없었다. 한동안은 망산겸노와 그 옆의 서천혈부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호흡도 고를 겸, 조용히 기척을 퍼트렸다.

다시금 유령사왕의 기척을 잡기 위해서였다.

한데 유령사왕의 기척이 채 감지되기도 전에 나는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전방의 먼 곳에서 하나의 강력한 기운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까 유령사왕이 등장하면서 발출했던 장력도 상당히 강력했는데, 그 장력과 비교해도 몇 배는 더 강력하게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기운의 크기 자체도 매우 컸는데, 문제는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는 점이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기운인 것이다.

이런 엄청난 기운을 발출해낸 자가 누구일지는, 굳이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추측이 되었다.

사유, 증운생.

그일 것이다.

문제는 그 기운이 노리고 있는 지점이 바로 망산겸노와 싸우고 있는 아군들 쪽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 거대한 기운의 중심부가 정확하게 제갈수광에게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관님! 뒤!”

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을 때쯤에는 이미, 그 거대한 기운이 제갈수광의 뒤쪽에 거의 다다라 있었다.

기운이 날아든 속도가 그 정도로 빨랐던 것이다.

같이 망산겸노를 공격하고 있던 백룡, 남궁묵, 단리웅이 곧바로 바닥을 박차며 몸을 뺐다.

망산겸노마저도 즉시 몸을 빼는 모습이었다.

한데 단 한 사람, 제갈수광만 몸을 빼지 못했다.

제갈수광이 바닥을 박차려던 순간, 유령사왕이 불쑥 나타나서 제갈수광의 퇴로를 막아섰던 것이다.

저, 미친······! 하필 이 시점에······!

나는 즉시 제갈수광을 향해 달렸다.

당연히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펼쳤다.

공력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갈수광이 큰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이다.

몇 보 안 되는 이 거리가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질까.

이 순간의 천섬무는 왜 이렇게 느리게만 느껴질까.

마음이 너무도 간절하기 때문인지, 그런 생각만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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