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165화 (165/416)

내 안에 마교있다 165

입으로는 자존심 얘기를 내뱉었지만, 증운생의 손은 술병의 마개를 열고 있었다.

마개를 열자마자 증운생이 거침없이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더니 내용물을 목구멍 안으로 꼴딱꼴딱 넘겼다.

“크으으으! 자존심을 떠나서 이 술이 기가 막힌 술이라는 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구나!”

증운생의 말에 백리결이 대꾸했다.

“의외구려. 조금 더 의심이 많은 분일 줄 알았는데.”

저 술에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약을 탔을 수도 있고 독을 탔을 수도 있다. 증운생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런 식의 의심을 해볼 법하다. 그럼에도 거리낌 없이 술을 마시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의심? 많지! 본디 학문하는 사람은 의심이 많아야 하는 법이거든. 한데 아무리 의심을 해봐도, 운천흠이는 이런 상황에서 술에 장난질을 칠 정도로 야비한 인물이 아니야.”

그 말을 들은 백리결이 미소를 보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증운생과 백리결은 적으로서 서로 치열하게 싸웠었다. 그런데 지금은 뭐라고 할까, 오랜만에 지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어차피 증운생에게는 살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증운생을 생포하기도 그른 상황이다. 생포를 목적으로 다가가는 순간, 증운생은 어차피 단도를 이용해 본인의 심장을 찌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림맹 측의 입장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증운생의 입을 통해 약간의 정보라도 더 얻어내는 정도가 최선이다.

서로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백리결이 증운생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귀하는 이미 모종의 각오를 했고, 우리가 귀하의 각오를 제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오. 어차피 이왕 이렇게 된 거, 몇 가지 궁금증이나 좀 풀어주시겠소?”

“어차피 삶에 대한 미련도 없는 마당이니 좋은 술 얻어먹은 값 정도는 치러줘야겠지. 한데 듣는 귀가 이렇게 많아도 괜찮겠느냐? 가뜩이나 이곳에는 들개들도 아직 몇 마리 남아 있는데.”

증운생이 그렇게 말하자 백리결이 비호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에게 모종의 전음을 보냈다.

곧 비호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자, 여러분, 잠시만 통로로 나가서 대기합시다. 협조 좀 부탁드리겠소.”

내 입장에서는 아쉽다.

남아서 증운생이 말하는 내용을 들어 보고 싶기 때문이다.

한데 나는 그럴 만한 지위가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한다.

나가기 전에 분위기를 보니 남궁찬은 남는 모양이었다. 하긴, 남궁찬 정도의 지위라면 충분히 남아 있을 만하다.

그에게 즉시 전음을 보냈다.

[형님, 경황 중이라서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남궁찬이 내 쪽을 바라보며 즉시 전음으로 대꾸해왔다.

[아! 유겸아! 몸은 괜찮아?]

[예, 괜찮습니다.]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남궁찬을 향해 바로 다시 전음을 보냈다.

[다름이 아니라 형님은 이곳에 남으시는 것 같으니, 제갈 교관님을 대신해서 부탁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제갈 교관님은 지금 부상 때문에 통로에서 치료를 받고 계신지라.]

[그래, 말해봐.]

[형님도 태화지부 사건 때 목격하셨을 텐데, 사파에는 십 대임에도 불구하고 절정고수인 자들이 많았습니다. 절정이 아니라도 거의 절정에 육박하는 자들이었지요. 혹여 아무도 그들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으시면 형님이 좀 물어봐 주십시오. 제갈 교관님께서 그들에 대해 여러모로 궁금해하셨거든요.]

내가 지시하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제갈수광의 이름을 판 것이다.

남궁찬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후에도 나는 남궁찬에게 다른 질문을 더 부탁했다. 물론 제갈수광의 이름을 파는 걸 잊지 않았다.

내 얘기를 모두 듣고 난 남궁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목례한 후 통로 쪽으로 나왔다.

통로로 나온 후에 곧바로 제갈수광을 찾았다.

제갈수광은 상의를 탈의한 상태였는데, 상체 전체에 크고 작은 침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정면뿐만 아니라 등 쪽도 마찬가지였다.

안색 또한 창백했다.

제갈수광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그의 몸 상태가 널리 알려져 봐야 좋을 건 없다. 그렇기에 평상시 같았으면 전음으로 물었을 텐데, 나는 한 줌밖에 없던 공력을 방금 모조리 소모한 참이다. 남궁찬에게 전음을 보냈기 때문이다.

어차피 통로 안에는 사람이 많아서 웅성거리는 소리들로 가득한 상태다. 그렇기에 가까이서 이렇듯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면 큰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어.”

제갈수광도 육성으로 대꾸했다.

하긴, 지금은 제갈수광도 전음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일 것이다. 적잖은 내상을 입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내상이 상당하셨을 것 같던데······.”

“그래서 응급처치로나마 내상 치료를 하고 있는 거다. 해천대의 여협 한 분이 침술을 좀 하시더군. 그래서 내가 위치를 정해주면서 그분에게 침을 놔달라고 했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수광이 물었다.

“너는 괜찮나? 증운생이 처음에 등장하면서 날렸던 그 거대한 장력······ 나 때문에 제대로 못 피했잖나.”

약간의 자책이 담긴 어조였다.

처음에 증운생의 거대한 장력이 날아오던 순간, 제갈수광은 유령사왕 때문에 발이 묶여서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제갈수광은 우리 쪽에서는 당연히 지켜야 할 중요한 전력이었다. 그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에 나섰던 것이다.

어차피 당시의 나는 공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나보다는 제갈수광이 멀쩡한 편이 우리의 전력에 훨씬 더 보탬이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 계산하에 스스로 나섰던 것뿐인데, 이 인간이 그걸 또 본인 탓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뭘 또 교관님 탓인 것처럼 말씀하십니까. 제가 각오하고 나섰던 것뿐인데.”

“묻는 말에나 대답해.”

“장력에 휘말렸던 직후에는 충격이 상당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졌습니다. 몇 군데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기는 했으나 내상을 입지는 않았습니다.”

대꾸를 원하기에 해줬더니 그는 말없이 가만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잠시 시선을 피하려던 찰나, 제갈수광의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왜 그렇게 무모한 건가? 왜 제자라는 놈이 건방지게 틈만 나면 선생을 보호하려고 들어?”

표현이 저럴 뿐, 나를 타박하려는 말이 아니다. 고맙다는 표현을 저런 식으로 하는 거다. 염려도 담겨 있는 거고.

즉시 대꾸해줬다.

“저는 훌륭한 제자잖습니까. 누차 말씀드렸듯 제 신조가 바로 군사부일체입니다. 그런 만큼, 제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스승을 챙길 뿐입니다.”

제갈수광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내가 나서지 않았을 경우에 본인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그가 더 잘 알 것이다.

실상 우리가 그 큰 위기를 겪고도 이 정도 부상 선에서 건사할 수 있었던 건, 그와 내가 순간순간마다 적절하게 서로를 엄호해줬던 덕분이다.

제갈수광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러다 실제로 네 몸 부서지면 그때는 정말 가만 안 둘 줄 알아. 알았어?”

말 자체는 으름장을 놓는 의미의 말인데,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다.

“예. 주의하겠습니다.”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기에 제갈수광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한데 아까 교관님 혼자서 유령사왕을 상대하실 때 말입니다. 교관님의 무위가 갑자기 크게 상승한 느낌이던데······.”

아까 잠깐이나마 제갈수광은 유령사왕과 일대일로 맞선 상태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었다.

유령사왕은 수준급의 최절정고수이나 제갈수광의 경지는 그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양상을 보였다는 건 분명히 특이한 일이다.

“필살기 정도라고 해두지.”

“필살기······.”

“그래. 순간적으로 내공이 녹다시피 소모되는 게 문제지만.”

“아.”

원래 필살기 비슷한 무공을 구사할 때는 공력 소모가 극심한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다.

“교관님은 대체 필살기가 몇 갭니까?”

“뭐?”

“궁술 쪽 필살기들도 대단하시잖습니까. 예전에 장강에서 수적들의 배를 파괴했던 궁술도 엄청났었고, 아까 밖에서 날렸던 무음시도 귀신같은 경지였잖습니까. 한데 유령사왕을 상대할 때의 그런 필살기까지 있으시다니. 역시 교관님이십니다.”

마지막 말은 추켜세우듯 살짝 놀려주려고 보탠 말이다.

그러자 제갈수광이 씩 웃으며 대꾸했다.

“나 정도야 애들 장난 수준이지. 익히고 있는 기본 무공 자체가 필살기나 다름없는 누구에 비하면.”

천섬무에 대한 얘기다.

되로 주려다가 말로 받은 꼴이라,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혼잣말을 하듯 딴청을 부렸다.

“길 형은 어디 있지? 많이 다친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내 말에 제갈수광이 피식 웃어 보이더니 말했다.

“길초량도 내상이 심하다. 진단해 보니 나보다 더 심한 상태더군. 내가 일단 침술로 응급처치는 해줬다. 가서 보면 나와 비슷한 꼴일 거다.”

저 말을 들으니 염려가 되었다.

“완치는 가능한 겁니까?”

다행히 제갈수광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다만, 당분간은 절대 안정이 필요하겠지.”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곧바로 자리를 벗어났다.

역시나 길초량도 제갈수광처럼 상의를 벗고 있는 상태였으며, 상체에 침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안색은 제갈수광에 비해서 더 창백했다.

“길 형. 괜찮으시오?”

“아하하, 송 형.”

짜식이 웃기는 하는데, 힘없는 웃음이다.

쾌활한 놈이 저럴 정도면 많이 다치긴 다친 것이다.

말없이 그의 옆에 앉아서 통로의 벽에 등을 기대었다.

길초량은 침 때문에 등을 기대지는 못한 채,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다.

조용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죽으려고 환장했소?”

놈이 아까 증운생과 유령사왕의 장력에 맞서 내 앞을 막아섰던 일에 대한 얘기다.

“하하······. 몸이 저절로 반응했던 것뿐이오.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후에야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더구려. 한데 멈출 수가 없었소. 송 형이니까.”

놈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마쳤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코로 길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대책 없는 놈 같으니.

“아까 길 형, 정말로 죽을 수도 있었단 말이오.”

“크게 다칠지언정 죽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소. 잠깐의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거라는 모종의 확신도 있었소. 근래 내 탄자결의 성취가 더 늘었던지라.”

결과론적으로는 잘된 일이나, 너무 무모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또다시 코로 한숨을 내쉰 후에 말했다.

“고맙소, 길 형.”

“고맙긴 뭘. 신경 쓰지 마시오. 친우 사이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오. 참고로 일전에 송 형이 나를 구해줬을 때, 송 형도 이것과 비슷한 대꾸를 했었소.”

내가 덩치 놈한테서 구해줬던 일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피식 웃어 보이자 길초량도 빙그레 웃었다.

우리가 잠시 더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안쪽 공간에서 다시금 우리를 불러들였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증운생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쥐고 있었던 단도가 심장에 박혀 있었다.

무림맹의 주요 인사들과 이야기를 마친 후 미련 없이 자결한 모양이었다.

신룡대원들이 들것을 이용하여 사유 증운생, 유령사왕 저심홍, 망산겸노 건동령, 서천혈부 토중파 등의 시신을 수습했다. 적측 주요 인물들의 시신은 조사할 게 많기에 따로 수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에는 모두가 비호대의 안내에 따라 출구로 이동했다.

나도 길초량을 보살피며 천천히 이동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동굴을 벗어나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흐린 날씨라서 정확한 시간을 짐작하기는 어려웠는데, 적어도 정오는 지난 것 같았다.

우리가 처음에 들어섰던 입구는 해수면 근처의 절벽이었는데, 방금 전에 나선 출구는 고지의 정상 부분 바로 아래였다.

위에서 고지 아래쪽을 확인해 보니 외부의 전투도 모두 정리된 분위기였다.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도 없었다.

“와아아아!”

무인들 중 누군가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자 환호성 소리가 빠르게 번지며 커져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결국 적의 수뇌인 사유 증운생을 처치했고, 전투에서도 이겼다. 그렇기에 승리의 함성인 셈이다.

나는 함성을 지르는 대신 조용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고 있다.

짠 내 가득한 바람이긴 하나 답답한 동굴 속 공기와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시원했다.

길었던 전투가 마무리되긴 했지만 곧바로 섬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응급처치를 요하는 부상자들이 제법 많은 데다가, 모두에게 휴식과 식사가 필요했다.

전투 후에 정리하고 처리해야 할 사안들도 많았다.

결국 섬의 이곳저곳에 간이 막사들이 설치되었다.

추가로 투입된 무림맹의 무인들이 열심히 움직였고, 해군들도 부지런히 도왔다.

기동타격조는 섬의 한적한 위치에 있는 막사 구역을 배정받았다. 잠룡관의 어린 관도들인 만큼 배려를 받은 것이다.

우리 조에도 부상자들은 몇 명 있었지만 중상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두 명이었다. 제갈수광과 길초량이었는데, 중상자인 그 두 사람에게는 소형 막사가 따로 배정되었다.

나도 아예 제갈수광과 길초량의 막사에 자리를 잡고는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두 사람의 치료를 도왔다. 치료에 필요한 물품들도 부지런히 챙겨다 주었고, 식사도 챙겨다 주었다.

나는 제갈수광의 전령이며 길초량의 친우인 만큼, 조금이라도 더 신경 써 주고 싶은 마음이다.

제갈수광과 길초량의 치료가 정리된 후, 나도 우물가 쪽에 가서 적당히 씻었다.

이쯤 되니 나 또한 너무 피곤했다.

힘들고 긴 전투를 치른 탓이다.

적당히 씻은 후 우리 막사 구역 근처에 있는 해송(海松) 지대를 지나치려는데 먼 앞쪽에 두 사람이 보였다.

강하령과 검후 문숙경이었다.

사제 간에 오랜만에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양이다.

방해하지 않으려고 약간 멀리에서부터 방향을 틀어 우회해서 가려는데 웬걸, 강하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 공자니임!”

“아, 하하, 강 소저.”

어쩔 수 없이 대꾸해줬다.

강하령과 문숙경이 내 쪽에 시선을 두며 잠시 작은 소리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문숙경이 살짝 놀란 기색을 보였다.

아마도 강하령이 내가 누군지를 알려준 모양이다.

곧 두 사람이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검후 정도 되는 무림명숙이 몸소 다가오는데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두 걸음을 사이에 두고 멈춰 선 후 강하령이 말했다.

“제 스승님이세요. 송 공자님이라는 걸 아시고는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하셔서.”

강하령이 말을 끝내자마자 문숙경이 얼굴에 미소를 담으며 말했다.

“반가워요, 송유겸 공자.”

미소도 우아한데 목소리와 말투는 더 우아하다.

나도 그녀를 향해 정중하게 포권했다.

“검후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송유겸이라 합니다.”

그러자 문숙경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백도의 떠오르는 샛별을 만나게 되어 내가 더 영광이에요.”

“과, 과찬이십니다.”

백도의 떠오르는 샛별이라니.

검후 정도 되는 강호명숙한테서 초면에 저런 표현을 들으니 왠지 당황스럽다.

가뜩이나 나는 불과 일이 년 전까지만 해도 젊은 마두 소리를 듣던 사람이라, 심한 괴리감마저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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