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173
같이 서너 걸음을 옮겼을 때쯤 단목강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하, 하하······. 송 공자에게는 여러모로 당황스러운 시간이었을 것 같구려.”
“약간은 그랬습니다만, 보아하니 저보다는 오히려 조장님이 더 당황하는 것 같던데요?”
내가 미소를 보이며 대꾸하자 단목강이 낮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어머니가 표현을 좀······ 과감하고 적나라하게 하실 때가 많소. 나조차도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을 정도요. 그러니 송 공자가 이해하시오.”
“진솔하고 좋은 분이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즐거웠습니다.”
“다행이구려. 사실, 어머니도 송 공자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셨던지라.”
“아, 조장님에게 따로 그런 말씀도 하셨습니까?”
“아니오. 표정과 눈빛으로 알아챈 거요. 어머니가 초면에 그런 식의 화법을 구사했다는 게 그 증거이기도 하오. 어머니도 아무에게나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지 않소. 심적으로 가까운 사이이거나, 마음에 드는 상대일 때만 저러시오. 이따가 만찬장에서 보면 아까 뵀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실 것이오.”
“아하.”
그 아주머니도 꽤나 재미있는 성격이시네?
몇 걸음을 더 옮기다가 단목강에게 말했다.
“용모를 보니 조장님보다는 단목 소저 쪽이 어머님을 많이 닮은 것 같더군요.”
“그렇소. 나는 아버지를 더 닮은 쪽이라······.”
공감하는 바이기에 고개를 끄덕이자 단목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어머니 말씀으로는, 당신의 소싯적보다 지금의 누이가 인물이 더 좋다고 평하시더구려.”
모친도 미인인데 부친도 미남이다.
그 사이에서 단목지 같은 미인이 나왔으니, 충분히 납득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보니까 거의 만삭이시던데······.”
“하하하······. 사실, 나도 아까 뵙고 나서 얼마나 놀랐었는지 모르오. 내 경우에도 세가에 마지막으로 들렀던 게 전전 겨울 방학 때였잖소. 알다시피 작년 여름 방학 때는 송 공자와 같이 포양호의 정가장에서 합숙했고, 겨울 방학 때는 기동타격조로 활동했으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단목강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 보니 오늘 어머니를 뵌 것도 일 년 남짓 만에 뵙는 거였소. 한데 문안을 드리려고 찾아뵀더니 저 모습이셨던 거요. 처음에는 우리 어머니 맞으신가 하고 눈을 의심했었소. 만삭 상태에 얼굴과 몸에도 살이 붙어서, 원래 내가 알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었던지라. 하하······.”
오랜만에 뵌 모친이 갑자기 저런 모습이면 순간적으로 적응이 안 될 법도 하다.
빙그레 웃어 보인 후에 말했다.
“예정은 혹시 언제쯤······.”
“열흘가량 남았다고 알고 있소.”
오늘이 이월 초나흘이니, 이월 보름 안에 단목세가의 늦둥이가 태어날 모양이다.
“헛! 정말 얼마 안 남았군요.”
“그렇더구려.”
“순산하시고 아이도 건강하길 기원하고 있겠습니다.”
“하하, 나도 마찬가지요.”
단목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천천히 이 근처나 돌아봅시다. 내가 안내하겠소.”
단목강을 따라다니며 단목세가의 한쪽 구역을 구경했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동안에 마주친 이들이 다들 단목강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이들의 표정에서 소가주인 단목강에 대한 호감과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단목강 또한 상대의 지위 고하를 구분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공손하게 대하는 모습이었다.
어느 조직이든 어느 세력이든, 구성원들 사이에 실제적으로 흐르는 공기의 분위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단목세가의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참 좋아 보였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앞으로 단목세가의 가세도 점점 더 흥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슬슬 만찬 시간에 가까워졌기에 단목강과 함께 접객당의 식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던 길에 단목강이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저곳이 우리 세가의 전서당이오. 혹여 송가장이나 잠룡관 쪽으로 전서를 보내고 싶으시거든······, 으응?”
말을 하다 말고 단목강이 갑자기 저러는 이유를 알고 있다.
전서당의 문 쪽으로 다가가고 있는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제갈수광이었다.
“교관님!”
단목강이 부르자 제갈수광이 뒤돌아보더니 대꾸했다.
“뭐야, 너희들인가?”
단목강이 얼른 다가가서 물었다.
“전서 보내려고 오신 겁니까?”
“어. 우리의 잠룡관 복귀 건으로 관주님께 청할 게 좀 있어서.”
“복귀 건이라고 하시면······.”
“기동타격조원들은 작년 십일월부터 올해 일월까지 꼬박 세 달간 바쁘게 전장을 누비며 고생했잖아. 잠룡관도들임에도 불구하고 겨울 방학조차 없었지. 그래서 방학을 겸한 휴가를 청하려는 거다.”
제갈수광은 특유의 사무적인 투로 대꾸했을 뿐이지만 우리는 열광했다.
“오오오!”
“오옷!”
그러자 제갈수광이 나를 향해 눈매를 찌푸리며 말했다.
“갑반인 단목강은 몰라도, 송유겸 너는 어차피 계반인데 뭘 그렇게까지 좋아하나? 너는 어차피 잠룡관으로 복귀해도 항상 방학이나 다름없는 자유로운 영혼인데.”
즉시 제갈수광에게 대꾸해줬다.
“예전에나 자유로운 영혼이었지, 통합 잠룡대전에 다녀온 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잠룡관의 어딜 가도 감시당하는 느낌입니다.”
“하긴, 그건 그렇겠군.”
단목강이 물었다.
“관주님이 휴가를 허락하실까요? 워낙 예외적인 상황이라······.”
“내 생각엔 너희들이 큰 공을 세웠다는 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까 싶은데.”
“오오!”
“가뜩이나 부상자들은 회복 기간도 필요하고, 그 외에도 모두에게 정신적, 심리적 여유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지. 그간 수많은 위험 상황 속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며 살았으니까.”
단목강이 다시 물었다.
“기간은 어느 정도로 청할 생각이십니까?”
“오늘까지는 이동 기간이었으니 빼고, 일단 내일부터 계산해서 한 달로 적어두긴 했는데.”
“헛! 그렇게나 길게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우리는 포상의 개념도 더해질 수 있으니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행여 한 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원래의 방학 기간인 삼 주 정도는 허락해 주시겠지.”
“오오!”
단목강이 좋아하고 있다.
모친의 출산이 열흘 후쯤이라, 곁에서 보필할 수가 있으니 저러는 거겠지.
결국 제갈수광의 전서는 단목강 덕분에 전서응을 통해 발신되었다. 단목세가가 보유한 전서응들 중에서도 가장 빠른 전서응이었다는 후문이다.
접객당의 식당에 모두가 모였다.
상석 쪽의 탁자에는 주로 어른들이 앉았다.
단목진과 단목세가의 총관, 세 노인, 제갈수광, 차우기 등이었다. 단목진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는데, 아마도 가주 부인의 자리인 듯했다.
그 외의 자리에는 나머지 인원들이 자유롭게 섞여 앉았다.
식탁 위에 요리들이 놓이기 시작했을 때쯤 만삭의 가주 부인이 등장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하나같이 놀란 표정들이다. 만삭인 그녀의 몸을 보고 놀란 것이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서는 가운데, 단목진이 약간 민망해하는 듯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허헛. 제 부인입니다. 보시다시피 홀몸이 아닙니다······.”
그러자 가주 부인이 모두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교문혜라 합니다. 응당 제가 먼저 와서 챙겼어야 했는데 안주인이라는 사람이 이제야 여러분을 뵙니다. 송구합니다.”
아하, 가주 부인의 이름이 교문혜였구나.
원을태가 곧바로 대꾸했다.
“어이쿠! 교 부인, 송구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그 몸으로 이렇듯 몸소 행차하기도 쉽지 않으셨을 터인데······!”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때, 가주 부인 교문혜가 미소 띤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양해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늦었지만 세가에 방문해주신 데 대해서도 감사드리며, 여러분 모두 언제까지고 원하시는 만큼 편히 계셔도 된다는 말씀 드립니다. 대접이 소홀치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쪼록 식사들도 맛있게 하십시오. 차린다고 차리긴 했는데······, 입맛에 맞으시길 바랄 뿐입니다.”
시선 처리, 어조, 표정, 발성, 몸짓 등, 모든 면에서 교양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다.
저 아줌마가 아까 나와 대화를 나누었던 그 아줌마가 맞는지 순간적으로 의심스러울 정도다.
노인 탕유심이 말했다.
“알겠으니 어서 앉으시오. 몸도 무거우신데.”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문혜가 대꾸하며 앉자 모두가 자리에 앉았다.
상석 쪽은 물론이고 다른 탁자들에서도 교문혜의 임신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다.
우리 탁자에서도 그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다.
참고로 나와 같은 탁자에 앉은 이들은 남궁묵과 장호산과 이세옥이다. 어쩌다 보니 관도는 나뿐이다.
남궁묵이 말했다.
“오, 단목세가에도 늦둥이라니, 축하할 일이군요.”
내가 들어보니 이게 다 당신네 세가 때문이더이다. 물론 당신네들의 입장에서는 믿기지 않겠지만.
그러자 장호산이 남궁묵에게 물었다.
“늦둥이 하면 또 남궁세가지? 어땠어? 어린 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볼 때의 기분이.”
일전에도 봤지만 장호산과 남궁묵은 동부지맹의 선후배로, 말을 놓고 지내는 사이다.
“아유, 너무 귀여웠죠. 그래서 우리 막내 어릴 땐 제가 업고 다니기도 엄청 많이 업고 다녔어요. 못 본 지가 한참 됐는데 지금쯤이면 요조숙녀가 다 됐겠네요.”
아니요. 미안하지만 당신의 누이는 숙녀일 수는 있어도 요조숙녀일 수는 없어요. 썩 품위 있는 언어를 구사하지는 않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미인인 데다가 무공도 잘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잠룡관에는 언제 입관하는 거야? 올해에도 입관했다는 소식이 없는 것 같던데.”
장우혜에 대해서 장호산도 모르는 걸 보면 기밀이 잘 유지되고 있는 모양이다.
“하하, 글쎄요. 저도 장기간 이쪽에서 임무 수행 중이었던지라 자세한 내막은 잘 몰라요.”
“남궁세가주께서 일부러 완전히 늦게 입관시키시려는 건가? 아니면 아예 입관을 안 시킨다든가? 뭐, 남궁세가의 입장에서는 굳이 입관시키지 않아도 아쉬울 건 없겠지만, 동부지맹의 입장에서는 음······.”
장호산의 표정에 염려가 담겼다.
그런 인재가 동부지맹에 입관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남궁묵이 대꾸했다.
“하하! 그래도 뭐, 아예 입관을 안 시키기야 하겠어요?”
장호산의 표정이 다시금 밝아졌다.
일전에 남궁찬도 그랬었는데, 남궁묵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선에서 교묘하게 대답하고 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요리와 술이 모두 준비되어 식사가 시작되었다.
요리들이 담긴 그릇도 고급스럽고, 음식을 담아낸 모양새까지도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었다. 종류별로 맛을 보니 맛 또한 기가 막혔다. 게다가 술도 좋은 술이었다.
단목세가에서 제대로 준비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탁자에 놓인 술잔들이 모두 채워지자 장호산이 잔을 들어 올리더니 말했다.
“그간 흉적들과 싸우느라 너무너무 수고 많으셨소. 승리했음에, 그리고 살아남았음에 감사하며 건배.”
넷이서 잔을 부딪친 후 모두 함께 잔을 들이켰다.
나도 한 잔을 단숨에 비웠다.
이 자리는 기동타격조의 뒤풀이 자리인데, 해단식을 겸한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또다시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게 될지 모를 사람들이 많다. 당장 내 옆에 앉은 이세옥만 해도 그렇다. 그녀는 북부지맹의 교관이니까.
게다가 모두가 그간 수많은 어려움들을 같이 극복해 낸 전우들이기도 하다. 흑풍대 시절이 종종 생각날 정도로 훌륭한 전우들이었다.
그런 만큼, 오늘은 나도 실수할 정도로 취하지 않는 선에서 양껏 마실 작정이다.
술을 들이켠 남궁묵이 장호산에게 물었다.
“장 선배, 그런데 유겸이 얘, 진짜 뭐예요? 동부지맹 잠룡관이 언제 이런 괴물을 키워낸 거예요?”
이에 나는 즉시 정정하듯 남궁묵에게 말했다.
“아하하······. 묵 형님, 실상을 알고 보면 제가 그렇게까지 대단하거나 그렇지는 않······.”
내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장호산이 남궁찬에게 대꾸했다.
“글쎄. 유겸이를 동부지맹 잠룡관이 키워냈다고 할 수가 있을까 싶네. 우리 입장에서도 유겸이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존재나 다름없어서······.”
이보쇼들! 나도 분명히 중간에 말했잖소! 사람이 말을 했는데 들은 척조차 안 하시기요?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이세옥이 옆에서 웃고 있다.
참고로 내가 남궁묵에게 형이라는 호칭을 쓴 건 그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남궁찬을 형이라고 부르는 걸 알고 남궁묵도 선배보다는 형이라는 호칭을 원했던 것이다.
남궁묵이 고개를 끄덕이며 장호산에게 말했다.
“하긴 제갈 형님도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유겸이는 알아서 컸다고.”
“음······,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그래도 제갈 교관님이 여러모로 역할을 하시지 않았을까? 알다시피 유겸이는 우리 잠룡관의 계반인데 제갈 교관님이 계반의 담당 교관이시거든. 게다가 작년 조별 활동 당시에는 제갈 교관님이 유겸이네 조의 담당 교관이기도 했고. 가뜩이나 제갈 교관님과 유겸이는 매우 친한 사이이기도 하지. 이러면 뭐, 나름의 합리적인 추론은 가능하잖아?”
“오호. 장 선배의 그 말을 들으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되네요.”
“그렇지. 제갈 교관님은 무인으로서의 실력도 훌륭하시지만 교관으로서 가르치는 역량도 빼어나시니까. 그러니 같은 교관의 입장에서 나도 존경하는 거고.”
남궁묵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세옥이 나를 향해 물었다.
“맞아, 유겸아? 제갈 교관님의 지도 덕분인 거야?”
그래도 이세옥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지 않고 있다. 감격스럽다.
“예. 제갈 교관님 덕분에 쑥쑥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곤란할 때는 본인 핑계를 대라고 했으니, 나는 서슴없이 제갈수광 핑계를 대줬다.
이세옥이 내게 말했다.
“뛰어난 스승과 뛰어난 제자가 다른 곳도 아니고 계반에서 만났다는 게 참 흥미롭네.”
“하하, 다 훌륭한 스승님 덕분이었습니다.”
거짓말인 것도 아니다.
비록 무공을 가르쳐주지는 않았으되, 그는 분명한 내 스승이다.
이세옥이 말했다.
“뭔가 반성이 된다. 실은 우리 잠룡관에서도 나한테 계반 담당을 맡아달라고 제의했었거든. 단호하게 거절했었어. 계반 담당 교관이 되는 걸 나 스스로 창피하게 여겼던 거지. 돌이켜 보니 부끄럽네. 교관이라는 사람이······.”
그녀가 말을 이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번에 돌아가면 계반 담당 맡겨달라고 해야겠다. 서두르지 않고, 잘 지켜보며 지도해줘야겠어.”
일전에도 느꼈지만 이세옥은 참 진취적인 사람이다. 잘못이라는 걸 알게 되면 즉시 교정하려고 노력한다.
이세옥이 나를 향해 술잔을 들었다.
나도 술잔을 들자 그녀가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유겸아, 나, 앞으로는 절대로 못난 교관이 되지 않을게.”
“못난 교관이라니요? 제게 있어 이 교관님은 정말 좋은 교관님이십니다. 아마, 교관님을 아는 모든 관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일 겁니다.”
말을 마친 후, 우리 둘이서만 건배를 하고 술을 비웠다.
잔을 내려놓자 이세옥이 빙그레 웃으며 내게 말했다.
“뭐, 그럴 일이 있을까 싶지만, 혹여 내 미력한 도움이나마 필요하다면, 언제든 북부지맹 잠룡관이나 강소검문으로 전서 보내줘. 알았지?”
아, 이세옥이 강소검문 출신이었던 거구나.
그녀에게 대꾸했다.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관님.”
이세옥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공손히 그녀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