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174
이후에도 장호산, 남궁묵, 이세옥과 더불어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우리 탁자에서의 대화는 서천혈부, 망산겸노 등과 싸우던 이야기로 이어졌다. 마침 우리 탁자의 네 사람은 모두가 당시의 상황에 관여되어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이세옥이 말했다.
“이 선에서 암기술로 아군을 지원하는 중이었어요. 어둠 속이라, 행여 아군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끔 더더욱 집중해야 했죠. 그 찰나에 유겸이의 전음이 들려왔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겸이의 경고였다 보니 일말의 의문도 갖지 않은 채 즉시 회피 동작을 취했던 거죠.”
당시에 서천혈부가 이세옥을 노리자마자 갑자기 망산겸노가 장호산을 노렸었고, 나는 누구를 구해야 할지 잠깐이나마 고민에 빠졌었다.
남궁묵이 이세옥에게 말했다.
“싸우던 중에 문득 위험스러운 느낌의 미세한 기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마침 제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더군요. 일단 움직였는데 거대한 도끼가 이 교관님을 노리고 휘둘러지기 시작한 찰나였습니다. 한데 막을 각오를 하고 보니 상대는 도끼인데 저는 검이잖습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검환을 구사했었다는 말이다.
물론 그 덕분에 나는 고민하지 않고 즉시 장호산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었다.
이세옥이 남궁묵에게 대꾸했다.
“그런 찰나에 구사한 검환치고는 엄청난 검환이었어요. 크기가 크다 싶었는데 과연 위력도 대단하더군요. 남궁묵 공자의 명성이 괜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죠.”
“과찬이십니다. 아직은 경지가 낮아서 그 정도 위력의 검환을 발출하려면 공력이 많이 소모되긴 합니다.”
“당시에 전투가 끝난 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땐 정말 감사했어요.”
“별말씀을.”
남궁묵이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대꾸했다.
이번에는 장호산이 말했다.
“나는 이 교관님의 바로 옆에 있었던 만큼, 엄호를 겸해서 약간이나마 서천혈부를 견제하며 회피할 생각이었소. 한데 설마 그 순간에 망산겸노가 나를 노리고 있었을 줄은······.”
그러자 이세옥이 입을 열었다.
“저도 알아요. 당시에 피하는 와중에도 봤어요. 망산겸노 그 노괴물이 날렵하기는 엄청나게 날렵하더군요. 강이가 검환으로 돕기도 했지만, 제대로 막아준 건 갑자기 나타난 유겸이의 검이었죠. 유겸이가 개입한 순간, 망산겸노도 놀란 기색이었어요. 그 노괴물도 유겸이가 다가오는 걸 알아채지 못했던 거죠.”
이세옥이 말한 ‘강이’는 단목강이다.
장호산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알고 있소. 그 순간에 나는 정말 온몸의 털이라는 털은 모조리 곤두선 상황이었소. 끝까지 피해 보고자 일단 도약은 했었지만, 시간상 솔직히 완전히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소. 이대로 발목은 나가겠구나,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장호산이 말을 줄이며 나를 바라봤다.
감격한 표정인 데다가 엉덩이까지 들썩이는 게 보였기에, 나는 즉시 양손을 펼치며 그를 만류했다.
“알겠습니다, 장 교관님. 무슨 뜻인지 알겠으니까 이번에는 그냥 앉아 계시죠. 그 건에 대한 고마움은 이미 몇 차례나 표하셨고, 그때마다 몇 번이나 저를 끌어안으셨잖습니까.”
통합 잠룡대전 때부터 겪어서 알고 있는데 장호산은 감격하면 상대를 끌어안는 습관이 있다.
더 이상 아저씨한테 안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얼른 제지한 것이다.
장호산이 다른 생각을 못 하게끔, 나는 일부러 술잔까지 내밀었다.
그러자 장호산과 남궁묵과 이세옥이 다 같이 잔을 들고 내 잔에 부딪쳐 왔다.
우리는 이후에도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술을 마셨다.
전우들과 더불어 전투를 복기하며 술을 마시는 시간은 이래서 즐겁다.
당시에 내가 몰랐던 당사자들의 상황과 심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듣다 보면 참고할 것도 많다.
이세옥이 말했다.
“그나저나 강이도 검환을 발출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고, 유겸이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초량이도 대단했고······. 소륵이를 비롯한 다른 애들도 모두, 통합 잠룡대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들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그러자 장호산이 대꾸했다.
“이번 경험은 이 아이들에게 있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 되었을 것이오. 그리고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도 쭉쭉 성장해가겠지요.”
“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잠룡대의 아이들도 어느 정도는 실전 경험들을 했을 테니, 백도 전체에 어린 정예들의 수가 늘어난 셈이 되었군요. 이렇게 보면 맹주님의 의도가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겠네요.”
“처음에는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백도의 미래 자원들을 실전 속에서 단련시킨 셈이 되었지요.”
장호산의 대꾸에 이세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에 제 실력도 크게 늘었어요. 아이들을 이끌고 보호하는 역할로 투입되었던 건데 저 역시도 워낙 처절한 실전 경험을 하다 보니.”
“하하, 나도 마찬가지요. 성취가 적잖게 상승한 데다가 실전 경험마저도 풍부해졌으니 잠룡관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소.”
장호산이 대꾸하자 이세옥이 동감이라는 듯 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내가 봐도 장호산과 이세옥의 실전 실력은 초창기에 비해 크게 늘었다. 시야, 판단력, 반응 속도, 동선 등, 모든 면에서 그랬다.
제갈수광과 차우기는 원래부터 내가 왈가왈부할 만한 범주를 벗어난 실력이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들 또한 성취가 늘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세옥이 다른 탁자 쪽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쟤들이 너 부른다. 가 봐.”
고개를 돌려보니 길초량과 남군호, 모용리가 같은 탁자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호산이 말했다.
“하긴 우리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네. 어서 가 봐.”
이에 나는 세 사람에게 묵례한 후에 일어섰다.
길초량과 남군호, 모용리가 앉아 있는 탁자로 가서 앉았다. 앉는 와중에 길초량에게 말했다.
“여어! 희대의 사기꾼이신 우리 길 형이 여기 계셨구려?”
“희, 희대의 사기꾼이라닛! 송 형 본인이 역대급 사기꾼이시면서, 또 나한테 무슨 누명을 씌우시려고······!”
길초량이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꾸하자 모용리가 흥미 가득한 미소를 보이며 내게 물었다.
“어? 송 공자님이 왜 역대급 사기꾼이신 건데요?”
“아, 계반이었던 내가 일전에 통합 잠룡대전에서 우승했잖소. 그 정도의 실력을 평소에 숨기고 지냈다는 의미로 길 형이 그 소리를 한 적이 있었소.”
“아하, 하긴 그땐 송 공자님이 그런 소리를 들을 만도 했겠네요. 계반이 통합 잠룡대전에서 우승한 건 좀 심하긴 했잖아요?”
모용리 얘도 처음에는 표정도 별로 없고 말수도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태도가 많이 변했다. 모두를 매우 친근하고 편하게 대하고 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것이다.
전우애가 이렇게 무섭다.
남자들 중에서는 궁술 교습을 같이 했던 우리를 특히 편하게 여기며 가깝게 지내는 모습이다.
모용리에게 대꾸했다.
“그래서 나도 그때는 반박하지 않고 무언의 인정을 했었소.”
그러자 모용리가 흥미롭다는 듯 다시 물었다.
“그럼 지금 길 공자님한테는 왜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하시는 건데요?”
“처음에는 우리한테 경공 실력만 매우 뛰어난 계반인 척했잖소. 한데 알고 보니 철비정술도 뛰어나고, 그렇듯 암기술도 뛰어나구나 하던 차에 보니까 곤술도 대단하고, 그렇듯 곤술마저 대단하구나 하던 차에 보니까, 검술도 기가 막힌 수준이었잖소. 동굴에서 여러분도 보셨잖소? 길 형이 저 곤 안에서 나온 검으로 얼마나 신통방통한 검술을 펼쳤는지를.”
“아, 아니, 그, 그건······.”
길초량이 뭐라고 변명하려던 찰나, 남군호가 말했다.
“어? 듣고 보니 그렇구려! 분명히 처음에 길 공자 본인의 입으로는 경신술 정도만 뛰어나다고 했었는데, 원래 실전 실력 자체가 대단하셨고······.”
“게다가 송 공자님 말씀대로 길 공자님이 양손에 검과 곤을 동시에 들고 싸우는 모습도 정말 대단했었어요. 우리가 유령사왕의 부하들 근처에서 한동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길 공자님의 그런 활약 덕분이었구요.”
이에 나는 씩 웃으며 두 사람에게 대꾸해줬다.
“거보시오. 그래서 내가 길 형을 사기꾼이라고 하는 것이오.”
“적극 공감하오.”
“인정, 인정.”
남군호와 모용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꾸했다.
이에 나는 그 두 사람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조심하시오. 길 형이 저렇게 사람 좋은 모습으로 우리를 대하고는 있으나,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면 사기 행각이 이게 다가 아닐 가능성도 높소. 또 얼마나 더 경악스러운 사실을 감추고 있을지 모르니, 길 형을 대상으로는 다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게 현명할 것이오.”
누가 봐도 농담으로 들리겠지만 나는 놈이 신룡대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다.
그렇기에 말하는 와중에도 길초량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는데, 역시나 놈은 흠칫하는 모습이었다.
푸히힛! 이 귀여운 신룡대 자식 같으니.
내 뜻을 알 리 없는 남군호와 모용리는 내 말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다.
그즈음, 살짝 흠칫했던 길초량이 곧 여유를 회복하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이상, 우리 자랑스러운 송 소협의 의견이셨소.”
“컥!”
이 자식이······!
동갑도에 머물 때 여러 사람이 나를 ‘송 소협’이라는 호칭으로 불렀었고, 나는 그 호칭을 들을 때마다 극도로 부담스러워했었다.
길초량 놈이 그걸 어찌 알았는지 이 순간에 활용한 것이다.
이 역겨운 신룡대 자식 같으니!
남군호와 모용리는 우리를 보며 즐겁다는 듯 웃고 있다.
길초량이 탁자 중앙을 향해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송 소협을 위하여!”
“위하여!”
세 연놈들은 좋다고 건배했고, 나는 건배를 하지 않은 채로 술잔을 기울였다.
오늘 마신 술 중에서 가장 쓴 잔이다.
술을 들이켠 후에 모용리가 말했다.
“궁술 교습을 받을 때부터 느꼈지만, 두 분이 티격태격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어요.”
이 탁자에 앉아 있는 인원들은 제갈수광한테서 같이 궁술 교습을 받던 인원들이기도 하다.
남군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궁술 교습 시간이 더 기다려지기도 했었소. 앞으로도 아마 궁술 교습 시간과 두 분의 유쾌한 모습이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소.”
그 말에 모용리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길초량이 말했다.
“나도 두 분과 같이 궁술 교습 받던 시간이 매우 즐거웠소. 같이 열심히 궁술 수련하던 기억도, 궁술 실력 평가 시간에 은근히 경쟁하던 기억도, 모두 오래 남을 것 같소.”
나도 공감한다는 의미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려주자 모용리가 말했다.
“송 공자님이 궁술을 수련하던 광경을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지독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열심히 수련하는 와중에도 송 공자님은 즐기고 계시더군요. 하루 종일 활을 쏘고 나서, 밤에 또 쏘는데도 어떻게 그런 표정이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어요. 실제로 비슷한 시간 동안 궁술을 수련하고 있던 저는 한참 전부터 지겨워하던 참이었는데.”
모용리가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송 공자님의 궁술 실력은 경이로운 속도로 발전했죠. 그 모습을 보니 송 공자님이 어떻게 그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 건지도 충분히 짐작이 가더군요. 그래서 저도 앞으로 무공이든 궁술이든 수련할 때마다, 당시에 송 공자님이 짓고 있었던 그 표정을 상기한 후에 하려구요.”
남군호도 같은 마음이라는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에게 대꾸했다.
“하하, 나도 사람이오. 장시간 같은 수련을 반복하면 지겹소. 그때는 궁술에 한참 재미를 붙였던 때라 그랬었나 보오.”
그러나 두 사람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모용리가 말했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송 공자님이 왠지 저보다 활도 더 잘 쏘실 것 같아요.”
그녀에게 대꾸했다.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다음에 만났을 때 부끄러운 모습이지 않도록 열심히 쏘며 수련하고 있겠소.”
암, 열심히 쏘고말고. 아주 열심히 쏠 거다.
이번에 내가 명궁인 제갈수광을 보면서 깨달은 바가 아주 많거든.
길초량 등과도 좀 더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다가 다른 탁자로 옮겼다. 황보충이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황보충의 탁자에는 강하령과 악미조가 앉아 있었다.
내가 빈자리에 앉자 황보충이 말했다.
“하여튼 이런 자리에서 우리 송 공자와 술 한잔 같이 하려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니까? 워낙 인기인이라 여기저기 불려 다니시니.”
“맞아요. 일전에 무림맹에서 만찬을 할 때도 그랬었죠.”
내 앞에 앉은 악미조가 호응하듯 그렇게 말하며 내 잔을 채워주었다.
내가 빙그레 미소만 보이자 황보충이 잔을 내밀었다.
우리는 다 같이 건배한 후에 술을 비웠다.
강하령이 말했다.
“송 공자님이 원래 술을 별로 안 드시는 분인데, 슬쩍 보니 오늘은 주는 대로 다 받아 드시는 것 같던데요?”
“기념할 만한 사람들과의 기념할 만한 날이잖소. 하하.”
“왠지 밤새도록 마실 것 같은 기세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설마 그럴 건 아니죠?”
나는 지금껏 모든 술자리에서 항상 술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고, 강하령도 여러 차례 그런 모습을 목격했다. 그걸 알고 있다 보니 저렇게 묻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날에 그렇게 못 마실 게 뭐 있소.”
“우와!”
놀란 음성을 내뱉은 강하령이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오늘은 밤새도록 달리겠어요. 평생 송 공자님과 더불어 밤새도록 술 마실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거니까.”
강하령은 기대된다는 눈동자였다.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니 악미조와 황보충의 눈동자도 강하령과 비슷했다.
“아, 참. 송 공자. 우리 약조했잖소. 기동타격조의 임무가 모두 끝나면 서로 호칭 편하게 하자고.”
황보충의 말이었다.
서로를 ‘공자’라는 호칭보다는 ‘형’이라는 호칭으로 부르자는 제안이었는데, 나는 딱히 약속하지는 않았다.
그냥 황보충 본인이 약속한 거라는 식으로 못을 박은 것뿐.
그래도 그냥 수락해주자.
황보충은 장강에서 처음에 만났을 때부터 내게 잘했던 인물이고 이후의 태도도 일관됐었다. 가뜩이나 그는 성격도 좋고 호쾌하여 사람들 사이에서의 신망도 높다. 그와 가까워질수록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하하, 그랬었지요.”
내가 대꾸하자 황보충의 표정이 환해졌다.
“자, 그럼 지금부터 서로 그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오. 알겠소, 송 형?”
“하하, 알겠소, 황보 형.”
그렇게 황보충과 호칭 정리를 했고, 이후에도 세 사람과 여러 대화들을 나누며 술을 마셨다.
세 사람은 나 덕분에 여러 상황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며 고맙다는 이야기들을 주로 했다.
이후에는 암기술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다.
그 세 사람은 기동타격조에서 암기술 교습을 받았던 인원들인데, 내가 암기술에 조예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주제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암기술을 수련했고, 실전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위치 선정을 하는지에 대해 적당히 얘기해줬다. 물론 그건 내 방식일 뿐이니 참고만 하라고 강조해주기도 했다.
다음에 내가 향한 탁자에는 단목강, 추소륵, 종금무가 앉아 있었다. 이들은 우수한 관도들이라는 기동타격조 안에서도 모범생이며, 바른 생활 청년들이기도 하다.
내가 앉자마자 단목강이 말했다.
“함께한 시간이 적지 않은데 송 공자가 이렇게 술을 많이 먹는 모습은 처음 보는구려. 아까 가만히 듣자 하니 오늘은 밤새 마실 계획인 듯하던데.”
“예, 조장님. 그렇게 됐습니다.”
내가 대꾸하자 단목강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어른들은 적당히 드시다가 들어가신다는 모양이오. 그러니 그때부터는 우리끼리 제대로 한번 마셔봅시다.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그러자 나머지 두 명의 바른 생활 청년들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단목강을 바라보았다.
“조장님, 진심이시오?”
추소륵이 묻자 단목강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기동타격조의 조장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명령이오. 관도들은 열외 없이 전원 남아서 밤새도록 마시는 것이오.”
그러자 종금무가 씩 웃으며 대꾸했다.
“조장님의 명을 받듭니다.”
추소륵도 기대된다는 표정이었다.
바른 생활 청년들마저도 신이 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