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175
단목진과 교문혜 그리고 단목세가의 총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남궁찬과 남궁묵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동타격조의 뒤풀이 자리인 만큼, 눈치껏 알아서 자리를 비워주려는 것이다.
참고로 단목진과 남궁찬과 남궁묵 등은 따로 술자리를 가질 모양이다. 그들은 그들대로 남궁세가와 단목세가 간의 친목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결국 식당에는 기동타격조의 총원 열일곱 명만 남았다.
그때부터는 탁자들을 더 가깝게 붙인 채 어른들과 관도들이 같이 어울렸다.
강하령이 그녀의 앞에 앉은 세 노인들에게 말했다.
“그간 노선배님들께 감사한 일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어요. 저희들을 수도 없이 지켜주셨고, 무공 수련을 도와주셨을 뿐만 아니라, 실전에 대해서도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셨죠. 그런 선배님들과 헤어지려니 너무나도 아쉬워요.”
“맞아요. 정말이지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들 대하듯 아껴주셨다는 거, 저희들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헤어져야 한다니······.”
악미조가 말을 보태자 다른 관도들도 매우 아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노선배님들께서 어디에 사시는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멀지만 않다면 한 번씩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어차피 현재 잠룡관 칠 년 차라 이번에 잠룡관에 복귀하자마자 졸업입니다. 졸업하면 한동안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있어서요.”
남군호가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잠룡관 제도에 칠 년 차는 없지만 남군호와 추소륵, 종금무는 잠깐이나마 칠 년 차가 되어 있는 상태다. 그걸 약간의 농담 식으로 말한 것이다.
한 번씩 찾아가서 인사하는 게 목적이라는 식으로 말하기는 했으나, 남군호의 눈동자에 담긴 열망을 보니 다른 본심도 있는 듯하다.
세 노인은 신룡대 출신의 대단한 실전 고수들이다. 우리와 함께하는 동안에 그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만큼 남군호는 거처가 비교적 가까운 노인에게 찾아가서 집중적으로 훈련이라도 받고 싶은 모양이다. 실전 실력을 더 키우고 싶은 거다.
노인들도 관도들을 매우 아끼는 만큼, 남군호가 찾아가서 훈련 교관 역할을 부탁해도 흔쾌히 들어줄 것이다.
추소륵과 종금무의 눈동자에도 남군호와 비슷한 열망이 담기고 있었다. 두 사람 또한 비슷한 입장이기에 남군호의 의도를 금세 파악한 것이다.
탕유심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헐헐헐! 너희들이라면 두 팔 벌리고 환영이지! 참고로 군호 네가 북부지맹 소속이니 말해주는데, 일단은 몇 달 정도만 기다려 보거라. 내가 이사를 계획하고 있거든.”
“아! 이사를······.”
남군호가 대꾸하자 탕유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하남 방성형 인근의 산촌이다. 신룡대에서 은퇴하자마자 무창에 살고 있던 가족들을 끌고 가서 정착했지. 한데 지금 우리 가족의 터전을 아예 산동 땅으로 옮길 계획을 하고 있거든. 북부지맹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그 말에 황보충이 대꾸했다.
“어? 북부지맹 쪽으로 이사를 오신다는 건 저희 잠룡관과도 가까워진다는 말씀이신데······.”
그러자 탕유심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실은 내 손녀가 지금 북부지맹 잠룡관에 다니고 있거든.”
“헛!”
교관들이고 관도들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특히 북부지맹 소속의 인원들이 더 놀란 모습이었다.
황보충이 서둘러 물었다.
“몇 년 차에 무슨 반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이 년 차다. 요번에 두 단계 승반해서 올해부터는 병반이라고 하더구나.”
처음에 입관할 때는 무반이었다는 뜻이다. 동부지맹의 진운령과 비슷한 경우인 모양이다.
황보충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오! 이 년 차에 병반이라니, 역시나 선배님의 손녀답게 우수하군요. 잠룡관으로 돌아가면 찾아가서 인사 나누고 친하게 지내겠습니다. 이 년 차 병반에 성이 탕씨인 소저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테니까요. 이름은 몰랐어도 막상 보면 낯익은 얼굴일 수도 있겠고요.”
탕유심이 기분 좋게 웃으며 대꾸했다.
“헐헐헐! 너희들 같은 듬직한 선배들이 친하게 지내며 챙겨준다면 내 입장에서도 든든하겠지. 걔 아비와 어미가 들으면 매우 좋아하겠구나.”
그러자 이번에는 차우기가 말했다.
“신룡대에서 은퇴하자마자 무창을 떠나 산촌에 정착하셨던 건, 강호와 거리를 두고 조용히 살겠다는 뜻에서였겠지요. 그럼에도 북부지맹 근처로 나오려 하시는 건 역시, 손녀분의 교육에 제대로 신경 쓰고자 하심입니까?”
“알다시피 이번에 나는 다시금 이 강호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버렸네. 내가 연결되었다는 건 내 가족이 연결되었다는 말과도 같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이라면 이참에 아예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차우기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탕유심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 손녀에 대해서도 밝힌 걸세. 여기에 있는 아이들은 다들 실력뿐만 아니라 성품과 태도도 훌륭하니, 내 손녀도 이 아이들과 어울리며 많이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인 게지. 약간 속 보이는 이야기이긴 하네만. 헐헐헐.”
그러자 악미조가 대꾸했다.
“전혀 속 보이는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아요. 노선배님들이 저희들한테 어떤 분들이신데요. 손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들이 잘 챙길게요.”
“허허, 고맙구나. 어쨌거나 근처에 살면 내가 손녀에게 신경 써 줄 부분도 더 많아지겠지만 너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 면들을 두루 고려한 결정이다. 어차피 내년에는 손자 녀석이 입관할 계획이기도 하고.”
탕유심의 말에 북부지맹의 인원들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원을태가 입을 열었다.
“우리끼리 있을 때 탕 아우가 저 얘기를 꺼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나도 마음이 동하더구나. 나 또한 비슷한 이유지.”
“비슷한 이유라는 말씀은······.”
차우기의 말에 원을태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로 대꾸했다.
“실은 내 손자 녀석도 올해 잠룡관에 입관했거든.”
그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느 잠룡관입니까?”
“허허. 내가 사는 곳은 안휘 북동부의 오하현 인근이다.”
“헛! 안휘면 동부지맹······!”
길초량의 대꾸에 원을태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오오!”
이번에는 동부지맹 소속의 인원들이 더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길초량이 얼른 물었다.
“동부지맹 잠룡관의 일 년 차인 거고, 혹여 무슨 반인지도 아십니까?”
“배치 심사를 치르지 말라고 했으니 계반일 게다.”
“컥! 계, 계반······.”
대꾸한 길초량이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나를 바라봤다. 나도 비슷한 미소를 지은 채로 놈을 마주 봤다.
원을태가 말했다.
“기동타격조에 합류해서 유겸이와 초량이를 보고 나니 손자 녀석을 계반으로 입관시키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게다가 제갈 교관도 계반 담당이라고 하고. 그래서 배치 심사를 치르지 말라고 전서를 보냈던 게다. 승반이야 뭐, 필요하면 차후에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원을태의 말에 길초량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말씀하시는 걸 보니 원 선배님의 손자분도 실력이 범상치 않은 느낌인데요?”
“허허. 그냥저냥 흉내 정도나 내는 수준이니라.”
겸손한 척하는데 눈빛 깊은 곳에서는 적지 않은 자부심이 느껴지고 있다.
더 이상 밝히지는 않을 기색이니 잠룡관에 복귀해서 직접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겠다.
길초량이 말했다.
“하면 원 선배님께서도 동부지맹 잠룡관 근처로 이사할 계획이신 모양이군요.”
“그래. 이번에 돌아가면 식구들과 진지하게 상의를 해 볼 작정이다. 동부지맹이 있는 옥산현 쪽도 좋고, 꼭 동부지맹 인근이 아니더라도 남창이나 포양호 변도 괜찮겠지. 그쪽은 장강과 뱃길로 연결되어 있으니 이리저리 움직이기에도 편리할 테고.”
원을태가 말을 마치자 곧바로 추소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 공자도 잠룡관을 졸업하자마자 가문에서 독립하여 남창과 포양호 쪽에 거처를 마련할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러자 원을태가 즉시 내게 물었다.
“오! 사실이냐?”
“하하, 예······.”
“구체적으로 생각해둔 곳은 있느냐?”
“생각하기로는 포양호의 동쪽 호변이 고즈넉하고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답하자 원을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그렇게 얘기하니 나도 그쪽으로 마음이 기우는구나. 이왕이면 유겸이와 가까이 살아서 나쁠 건 없지, 암.”
잠시 후, 원을태가 촉홍결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물었다.
“촉 아우도 그쪽으로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는가?”
“확실히 여러모로 좋을 것 같군요. 유겸이가 근처에 있으면 든든할 테고, 덜 심심할 테고. 게다가 포양호 변은 뱃길을 이용하기에도 좋고.”
촉홍결이 미소 띤 얼굴로 대꾸하자 길초량이 바로 물었다.
“어? 그러면 촉 선배님께서도······.”
“아, 나는 복건 서부에 살고 있거든. 내 손자의 경우에는 이 년 후에 잠룡관에 입관할 계획인데, 그 전에 터전을 미리 옮겨놓을까 생각 중이다. 나도 두 형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혹한 게지. 어차피 지금 사는 곳이 너무 산골이라 식구들도 여러모로 불편해했었고.”
“포양호 인근이면 찾아뵙기에도 편리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분 모두 가족분들과 상의가 잘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길초량의 말에 원을태와 촉홍결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노인의 이사 계획을 들었기 때문인지, 모두가 또다시 즐거운 분위기에서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송유겸의 몸으로 깨어난 후, 나는 기본적으로 남들의 주목을 끌지 않은 채로 조용히 힘을 쌓을 계획이었다. 천마신교의 이목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계획은 진즉부터 어긋났다.
소성심단을 차지하기 위해 통합 잠룡대전에서 우승을 해버린 탓이다. 절정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진입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결국 내 우승 사실에 대해서는 천마신교에도 보고가 올라갔을 것이다.
물론 통합 잠룡대전의 우승자라고는 해도 아직은 어린 잠룡관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몇 년간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지내다 보면 주목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동갑도에서의 일 때문에 그 약간의 가능성마저도 사라져버렸다. 선우훤의 말마따나 나에 대한 소문이 점점 더 퍼져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쯤이면 어쩔 수 없다.
상황이 변한만큼 대처도 바꿔야 한다.
어차피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현재의 내 입장을 이용하여 주변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게 낫다.
포양호의 동쪽 호변이라는 장소를 언급한 이유도 그런 생각에서였다.
원을태와 촉홍결은 신룡대 출신의 빼어난 실전 고수들인 데다가 인간적으로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둘 다 고령이라고는 해도 기운은 여전히 정정하니 앞으로 십 년 이상도 거뜬히 더 살 것이다.
가뜩이나 우리는 기동타격조에서 같이 싸운 덕에 손발이 척척 맞는 관계라, 힘을 합하면 더 큰 위험에도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가 있다.
서로에게 매우 든든한 이웃인 것이다.
오래 지나지 않아 어른들이 자리를 피해 줬다.
덕분에 관도들 열 명만이 남아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먹고 마실 수 있었다.
추소륵이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아까 종금무 공자, 남군호 공자와도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잠룡관으로 복귀하면 바로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아쉽구려. 참 신기하지요. 그전까지는 빨리 졸업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그 말에 종금무와 남군호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 이미 육 년 차였던 저 세 사람의 경우에는 잠룡관으로 복귀하자마자 졸업하게 된다.
남군호가 농담조로 입을 열었다.
“이게 다 여러분 탓이오. 잠룡관도로서 여러분과 함께한 경험들이 너무도 소중하고 좋았기 때문이오. 그러니 여러분이 책임지시오.”
“푸하하! 우리가 책임까지 져야 하는 것이오?”
황보충도 농담조로 반응하자 종금무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렇소. 그래서 우리는 여러분에게 책임을 지울 방법까지 생각해 놓은 참이오.”
그러자 황보충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대꾸했다.
“하하, 이거 가만 보니 세 분이서 뭔가 말을 맞춘 듯한 느낌이 드는구려. 어디, 들어나 봅시다.”
아닌 게 아니라 종금무를 포함한 칠 년 차들의 표정을 보니 뭔가 꿍꿍이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종금무가 말했다.
“기동타격조에서 수많은 전투를 함께 치르다 보니 우리는 이제 실전에서 눈빛만 봐도 손발이 맞는 관계요. 평상시에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계이기도 하오. 즉, 우리는 서로 믿고 이해해줄 수 있는 좋은 친우들이자 든든한 전우들인 것이오.”
조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종금무가 말을 이었다.
“강호는 기본적으로 각자의 욕망과 수많은 이해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오. 그 안에서 이렇듯 실력과 성품을 겸비한 벗들을 만들기는 쉽지 않소. 각자 잠룡관에서 얄팍한 교우 관계들을 적잖이 겪어 보셨을 테니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다들 아실 것이오.”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재차 고개를 끄덕였고 종금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쉽게 얻기 어려운 벗들인 만큼, 앞으로도 이 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하려는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하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세 사람은, 지금의 인원들로 구성된 모임 결성을 제안하고 싶소.”
그 말에 모두의 표정에 모종의 놀람이 담겼다.
“모임을 결성한다고 하시면······.”
황보충의 말에 남군호가 대꾸했다.
“이를테면 ‘무슨 무슨 회’라는 식의 명칭으로 모임을 결성하자는 뜻이오. 그런 식으로 정기적으로 한 번씩 모여 친목을 다지며 소속감을 유지하자는 것이오. 졸업한 관도들부터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은 모이는 식으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싶소. 어차피 여러분도 길어야 이삼 년 후면 다들 졸업하실 테니.”
그러자 황보충이 바로 입을 열었다.
“나는 찬성이오. 이 훌륭한 벗들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가고 싶소.”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찬성한다며 동조하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다들 아주 신났다.
조원들 여덟 명의 시선이 나와 길초량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다. 찬성의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묵묵히 있는 사람이 우리 둘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를 향한 시선들에서는 매우 무거운 압력이 느껴지고 있다.
조원들을 향해 대꾸했다.
“아하하, 낯가죽이 따가울 정도구려. 눈동자에서 힘들 좀 빼시오.”
“우리도 눈동자에서 힘 빼고 싶소. 부디 송 공자가 그렇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구려.”
추소륵 놈의 대꾸였다.
얘도 능청이 많이 늘었다.
“하하, 알았소. 찬성이오, 찬성.”
내 말에 조원들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들은 다들 명문 출신들인 데다가 발전 가능성도 매우 높은 아이들이다.
주변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지금의 내 처지이니 얘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내게서 원하는 답을 듣자 조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길초량 쪽으로 향했다.
얘들아, 그쪽은 신룡대원이라 확답을 주기가 여러모로 난처한 입장일 거야.
“하하······.”
아닌 게 아니라 길초량의 웃음에서 곤란한 기색이 느껴지고 있다.
놈이 말했다.
“나도 당연히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으나, 내 경우에는 졸업 후에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가능성이 매우 높소.”
암, 그러시겠지. 그때쯤이면 신룡대의 본격적인 임무들을 수행하러 다니느라 많이 바쁘실 거야.
“때문에 정기 모임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 또한 아주 높소. 모임에 이름만 올리고 참석은 못 하면 그 또한 여러분 앞에 민폐잖소. 분위기에도 안 좋을 것이고······.”
중간에 휴가 기간이 맞아야만 정기 모임에도 참석할 수 있을 텐데, 저 바닥의 일을 하다 보면 그 일정을 맞추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저 소리를 하는 것이다.
추소륵이 대꾸했다.
“누구에게나 개인사는 있을 테니, 피치 못하게 불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그건 이해해줘야지요. 단, 불참 시에는 사유서를 정성스럽게 작성하여 전서나 서신을 통해 알리는 것으로 합시다.”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열 명 모두 찬성한 것을 기념하며 다 같이 잔을 비웠다.
황보충이 잔을 내려놓으며 모두를 향해 물었다.
“자, 그럼 우선 모임의 이름부터 정해 볼까요?”
그러자 남군호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모임의 이름 같은 건 천천히 지어도 되오. 임시로 가명을 붙였다가 나중에 정식 명칭으로 바꿔도 되잖소. 가령 우리는 기동타격조이니 가명을 ‘기타회’로 하여 일단은 그렇게 불러도 되겠지요. 어감이 조금 이상하기는 해도 가명이니 뭐. 하하.”
“뭐, 그거야 그렇긴 한데······.”
황보충이 금방 수긍하자 이번에는 추소륵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회주를 정하는 일이오. 그리고 사실 우리 세 사람은 이 모임을 기획할 때부터 이미 회주를 정해뒀었소. 바로 송유겸 공자요.”
“켁! 케엑······! 콜록! 콜록!”
야, 이 자식아!
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그딴 소리를 하면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