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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93화 (193/416)

내 안에 마교있다 193

신법을 펼치는 속도들이 상당히 빠르다.

두 놈 모두 최소한 일류의 중반 이상은 될 것 같다.

나는 은신해 있던 곳에서 잠깐 대기했다가, 잠시 후에 은밀하게 천섬비를 펼치며 놈들을 쫓기 시작했다.

어차피 놈들이 내공을 써서 신법을 펼치고 있기에, 간격이 약간 더 벌어져도 기운을 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형거검을 쓰던 덩치 놈과 마차를 쓰던 키 큰 놈, 박도를 휘두르던 왜소한 놈.

세 놈 모두 내가 직접 상대했던 놈들이다.

뭐가 좋은지, 싸울 때도 미친놈들처럼 처웃던 놈들이다.

물론 내가 그 얼굴에서 웃음기들을 쏙 빼줬었다. 그 후에 아수라님 앞으로 보내줬고.

세 놈 모두, 기운에서 아득한 피의 광기가 느껴졌었다.

그 세 놈과 같은 종류의 기운을, 증운생과 싸울 당시에도 느꼈었다. 그자는 동굴에 줄곧 은신해 있다가 여인과 같이 사라졌었다.

죽은 세 놈도 충분히 강한 놈들이었는데, 사라졌던 자는 그놈들보다 더 고수였다.

그 후로는 그 광기의 기운을 보유한 자들과 언제 다시 접점이 생길지 기약이 없던 차였다.

그러던 차에 이렇듯 의외의 상황에서 다시금 접점이 생긴 것이다.

놈들의 정체는 뭘까.

백도도 아니고 내가 아는 천마신교 쪽도 아니다.

놈들이 사파와 같이 움직이긴 했으나, 내공의 느낌을 보면 사파와도 궤가 확실히 다르다.

무공의 원류를 아직은 정확히 특정할 수 없지만, 그놈들의 느낌이 사파 놈들보다 훨씬 더 위험스러운 것만큼은 분명하다.

내가 직접 겪어 봤기에 잘 알고 있다.

두 놈은 계속해서 서쪽으로 이동했다.

남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금세 산지가 나온다.

말 그대로 서산이다.

서산에 진입한 놈들은 산기슭을 타고 계속해서 서쪽을 향해 신법을 펼쳤다.

타인의 이목을 끌지 않을 만한 경로로만 잘도 이동하는 모습이다.

서산의 산지를 벗어나자 다시금 들판이 나왔다.

놈들은 들판으로 나온 후에도 계속해서 서쪽으로 달렸다.

그런 식으로 한동안 들판을 달리다 보니 저 멀리로 또다시 산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부터는 본격적인 산지가 이어진다. 강서 땅 북서부의 구령산맥이기 때문이다.

놈들이 산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갈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웬만하면 끝까지 미행해 볼 생각이다.

어차피 저 두 놈도 청산호방의 거점인 고철상까지 왔다 갔다 하는 모양새인 만큼, 왕복 거리가 지나치게 멀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로 산속 적당한 지점에 거처 비슷한 곳이 있을 것이다.

산지로 들어선 두 놈은 산길과 산길이 아닌 곳들을 넘나들며 계속해서 산속 깊은 곳으로 신법을 펼쳤다.

산등성이들과 골짜기들을 지나며 신법을 펼칠수록 산세도 더욱 험해졌다.

그런 식으로 이동하기를 삼각(45분)쯤 지났을 무렵, 나는 어쩔 수 없이 미행을 멈추며 눈매를 찡그려야 했다.

전방의 길이 끊기며 절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건너편에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절벽이 있는데, 그쪽 절벽의 높이가 이쪽보다 높았다.

절벽 사이의 간격은 신법으로 뛰어넘기는 불가능한 간격이었다. 그 때문인지 밧줄로 만든 다리가 양쪽 절벽을 잇고 있었다.

참고로 내가 미행하던 두 놈은 현재 그 밧줄 다리를 건너는 중이다.

발로는 아래쪽의 두꺼운 밧줄을 딛고, 손으로는 위쪽의 덜 두꺼운 밧줄을 잡은 채다.

두 놈이 건너고 있는 탓에 밧줄 다리가 연신 출렁거리고 있다.

너무 멀기에 인기척을 탐색하기는 쉽지 않지만, 건너편 절벽 쪽에는 보초가 은신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바보들이 아닌 이상 분명히 배치해뒀을 것이다.

미행이 따라오고 있을 경우, 또는 적이 쫓아오고 있을 경우에 대처하기가 매우 좋은 지형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일단은 미행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은밀하게 근처로 이동하여 양쪽 절벽을 포함한 인근의 지형을 전체적으로 살폈다.

산 위쪽으로 많이 올라온 만큼 역시나 양쪽 절벽 모두 매우 높았다.

게다가 반대편의 절벽은 앞으로 길게 튀어나온 모양새라, 저 밧줄 다리를 이용하지 않고는 반대편으로 가기가 매우 까다로운 형태였다.

밧줄 다리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다.

이쪽 절벽을 타고 아래로 수직 하강했다가 반대편 절벽을 타고 수직 상승하거나, 아니면 한참 하산했다가 멀리 돌아가서 저쪽 산을 올라야 한다.

이 새끼들이 치밀하네?

차후에 미행을 이어가려면 반대편 절벽이 있는 쪽으로 미리 가서 대기하고 있는 수밖에 없겠다. 그러다가 그 근처를 지나가는 놈들의 뒤를 밟아야 한다.

지금 당장 멀리로 돌아가서 반대편 절벽 쪽의 산속을 조사해 보고 싶으나, 아무래도 그건 다음으로 미루는 게 나을 것 같다.

동이 터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산은 고지일수록 바위 지형이 많아지는 만큼, 밝을 때 조사하다가는 발각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직은 놈들의 소굴을 완전하게 밝혀낸 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놈들이 알게 되면, 놈들도 곧바로 꼬리를 자르고 다른 곳으로 숨을 것이다.

조급함으로 인해 굳이 일을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다.

일단은 동이 트기 전에 하산할 마음으로 돌아섰을 때였다.

[귀하는 누구시죠?]

별안간 여인의 전음이 들렸기에 나는 속으로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근처에 은신해 있었다는 것인데, 그 사실을 내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은잠술 경지가 매우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도 나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내게 익숙한 목소리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 목소리는 백룡 도예주의 목소리다.

순간적으로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키며 표정 관리를 했다.

그 후 전음이 들려온 방향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오 장 밖에 있는 바위 뒤에, 검은 복면을 쓰고 있는 머리 하나가 반쯤 솟아 있다.

그 복면에 드러난 눈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곱게 휘어진 눈매와 긴 속눈썹. 예쁜 눈동자.

저건 내가 아는 도예주의 눈매다.

확신할 수 있다.

허······! 이삼일 전에 잠룡관에서 봤던 이 누님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면구는 마흔 살가량의 인상 좋은 아저씨의 얼굴이다.

그런 만큼, 적당하게 변조한 음성으로 대꾸해줬다.

[복면을 쓰고 있는 분 쪽에서 오히려 정체를 묻고 계시니 이걸 어찌 대꾸해야 할지 고민스럽구려.]

[나는 무림맹 소속이에요. 귀하께서는 방금 전에 지나간 자들을 미행하다가 멈추셨어요. 이후의 행동들까지도 가만히 지켜보니 귀하께서는 저들과 한패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내가 수긍하는 의미로 한 차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도예주의 전음이 이어졌다.

[현재 무림맹도 이곳에서 첩보 활동 중이에요. 귀하께서도 같은 목적이신 듯하니, 우리도 첩보 작전 중이라는 점을 미리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씀을 건넨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첩보 작전 중에 상호 오해나 혼란이 생길 수 있을 테니까.]

동종업계 경험자로서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기에 또다시 고개를 끄덕여줬다.

보아하니 신룡대의 백룡조가 저놈들에 관련된 임무를 맡게 된 모양이다.

전에 만났을 때 당분간은 강서에 머물 거라고 하더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상대가 도예주라면 내가 그녀의 은신을 찾아내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녀는 신룡대의 조장이다.

즉, 흑풍대의 조장급과 비슷한 수준의 은잠술을 보유하고 있는 존재다.

강호의 수많은 무인들 중에 은잠술 실력으로는 최상위에 있는 이들 중 한 명인 것이다.

그런 실력자가 마음먹고 은잠술을 펼친 채로 미리 숨어 있었으니, 나로서도 회회심공을 일으켜 기척을 탐색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알아채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삼 장 안쪽이었으면 모를까, 지금처럼 오 장 밖인 경우에는 더더욱.

도예주가 내게 물었다.

[이제 귀하의 소속 정도는 여쭤봐도 될까요?]

[나도 무림맹 소속이오. 무림맹에서 일하는 건 아니지만.]

그 말에 도예주의 눈이 살짝 커졌다. 눈동자에 반색하는 기색이 담겨 있다.

내가 무림맹에 속해 있다고 하니 일단은 반가운 모양이다.

[아, 맹의 동도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본맹에 소속되어 있습니다만, 귀하께서는 혹시 어디 소속이신지······.]

[미안하오. 내가 의심이 많은 편이라, 아무리 맹의 동도라 해도 복면 착용자를 상대로는 정체를 말씀드리기가 어렵소.]

살짝 장난기가 동해서 거부한 것인데, 도예주는 잠시 동안 가만히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곧 그녀가 입을 열었다.

[실례되는 말씀임을 알지만 귀하께서도······, 면구를 착용하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대충 만든 면구였다 보니 도예주 같은 전문가한테는 발각될 가능성이 높긴 했다. 역시나 신룡대의 조장답게 금세 눈치챈 것이다.

[그렇소.]

[우리는 맹의 동도로서 앞으로 첩보 작전 중에 협력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만큼 서로 너무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서로 정체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나는 복면을 벗고 귀하께서는 면구를 벗는 게 어떨까요?]

사실, 복면 안에 감춰진 그녀의 얼굴도 면구를 쓴 얼굴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신룡대의 백룡인 만큼 그 복면 안의 모습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뭐, 장난은 이 정도까지면 될 것 같다.

[그럽시다.]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대꾸해준 후, 나는 턱 아래의 접합면을 잡고 면구를 천천히 뜯어내기 시작했다.

도예주도 복면을 천천히 벗어 올리고 있다.

아무래도 면구를 뜯어내는 것보다는 복면을 벗는 게 더 빠를 수밖에 없다. 면구를 뜯는 와중에도 복면을 완전히 벗은 도예주의 얼굴이 보였다.

저 얼굴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면구를 완전히 뜯어낸 후, 씩 웃으며 정면을 바라봐줬다.

도예주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부릅떠지고 있다.

입을 뻥끗거리던 그녀가 황급하게 양 손바닥을 겹쳐서 본인의 입을 틀어막는 게 보인다.

나는 미소만 지어 보였다.

한동안 본인의 입을 스스로 막고 있던 도예주가 이윽고 빠르게 내 앞으로 다가왔다.

[유, 유겸이 네가 어떻게······!]

[하하, 누나를 여기에서 다 보네요?]

이후에도 도예주는 쉽사리 놀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뭐, 내가 그녀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저 정도로 놀랐을 것이다.

혹시 모르니 우리는 원래 그녀가 숨어 있었던 바위의 뒤쪽에 다시 숨었다.

바위에 등을 기댄 채로 나란히 앉자마자 도예주가 내게 빠르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유겸이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지인 만나러 몰래 남창에 왔던 건데, 호기심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저 둘을 미행하게 된 거예요. 어쨌든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경위 같은 게 아니잖아요. 누나와 나는 서로 의심할 필요가 없는 사이이고, 서로의 실력과 수완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이니까.]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인 후에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런 거죠. 방금 지나간 자들에 대해 나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누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서로 교환할 만한 정보는 없는가.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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