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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06화 (206/416)

내 안에 마교있다 206

축하 인사들을 나눈 후에는 잠시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단목지와 청여홍의 경우에는 계반삼조원들과 처음 대면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멀리에서 쾌속한 신법을 펼치며 우리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소충광과 우문직이었다.

두 사람이 금세 우리 앞에 다다랐다.

“송 공자, 안녕하시오. 단목 공자는 오랜만이구려.”

“송 공자, 단목 공자, 안녕들 하시오.”

소충광과 우문직이 인사를 건네자 단목강도 두 사람에게 마주 인사했다.

“오랜만이오, 소 공자, 우문 공자.”

나도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두 분 안녕하시오. 집에들 가시는 모양이구려.”

둘 다 큼지막한 행낭을 메고 있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소충광은 광동 출신인데, 이번 방학은 길다 보니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기도 하다.

한데 내 말에 소충광과 우문직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즈음 옆에서 청여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소 공자님과 우문 공자님도 이번 합숙에 함께하기로 하셨어요.”

그 말에 단목강과 내가 놀란 표정을 보이자 소충광과 우문직이 말했다.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소. 합숙 기간 동안 잘 부탁드리겠소.”

“한 달간 잘 지내봅시다.”

갑작스럽기는 하나 당연히 반가웠다.

둘 다 섣달그믐날의 인원들로서 나와도 원래 친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초면인 사람들을 대강 소개한 후 일단은 이동하기 시작했다.

공터를 벗어나서 대로변으로 나가는 중에, 정문으로 향하고 있는 제갈수광과 장호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곧바로 두 교관을 향해 다가가서 인사했다.

“교관님들 안녕하십니까.”

“뭐야, 너희들인가.”

제갈수광이 특유의 사무적인 어조로 대꾸하자 장호산이 반가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 반가운 얼굴들이네? 다 같이 합숙이라도 가나 보구나?”

“그렇습니다.”

장호산을 보니 자연스럽게 북부지맹의 교관인 이세옥이 떠오른다. 기동타격조에서 둘이 눈이 맞았다는 걸 나는 눈치챘었기 때문이다.

제갈수광이 우리 일행을 쓱 훑어보더니 말했다.

“소충광과 우문직도 합류했나 보군.”

제갈수광에게는 이번 합숙에 대해 미리 보고를 했었다. 그래서 저 말을 하는 것이다.

“예, 교관님. 저희들은 방금 합류했습니다.”

소충광의 대꾸에 제갈수광이 한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단목강이 물었다.

“교관님들도 휴가 출발하시는 겁니까?”

장호산이 대꾸했다.

“아직은 아니야. 제갈 교관님과 함께 볼일이 있어서 동부지맹에 가는 길이다. 동부지맹에 갔다가 이후에는 남창지부에도 들러야 할 것 같고. 우리는 그 후부터 휴가지.”

대강의 안부를 주고받자 우리 쪽을 가만히 바라보던 제갈수광이 말했다.

“이번에 승반한 인원은 세 명이군. 단목지, 송유하, 청여홍.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교관님.”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대꾸하자 장호산이 말했다.

“단목지는 그동안 수고 많았고, 송유하는 앞으로 잘해보자.”

그러자 단목지와 송유하가 차례로 대꾸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장 교관님.”

“저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때쯤 나는 장호산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장 교관님께서 을반 담당 교관이셨습니까?”

“하하, 맞아. 유겸이 너는 계반에만 있어서 몰랐겠지만.”

이에 나는 마침 궁금해하고 있었던 걸 물었다.

“하면 누이가 정확히 어떤 평가를 받아서 을반으로 승반한 건지도 아십니까? 당연히 기쁘기는 한데, 너무 의외였던지라 당사자마저도 의아해하고 있던 참입니다. 궁술 덕분일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기는 한데······.”

내 말에 송유하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호산이 대꾸했다.

“하긴 송유하의 경우라면 궁금할 만도 하겠지. 마침 이번에 우리 반으로 승반한 관도들에 대한 평가서 사본이 있으니 확인시켜줄게.”

곧 장호산이 등 뒤의 행낭에서 서류철을 꺼내 들며 말했다.

“승반 심사 결과에 대해 의문이 있거나 이의가 있으면 공개해주라는 게 잠룡관의 방침이기도 하고.”

승반 심사에 대해 그 정도로 공정을 기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보자, 송유하가······.”

서류철을 펼쳐 서류들을 넘기던 장호산이 말했다.

“아, 여기 있네. 일단 주 평가 요소인 무공 쪽을 보면, 내공과 검술은 상하급(上下級), 보법은 상중급(上中級), 신법만 상상급(上上級)으로 되어 있다. 주 평가 요소만으로는 확실히 기준 미달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

그 부분은 내가 생각해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채점이었다.

장호산이 서류를 보며 바로 말을 이었다.

“보니까 유하는 주로 부가 평가 요소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네. 체력, 시야, 반응속도, 임기응변, 침착성 같은 부분이 다 상상급이야.”

체력이야 꾸준한 구보 덕분일 테고, 그 외의 요소들은 내가 실전 위주의 수련을 많이 해줬기에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장호산이 말을 이었다.

“이번에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부가 평가 요소 쪽이 이전보다 가중치가 높아지긴 했지. 그래도 이 정도만으로는 통과하기가 어려웠을 거야. 주 평가 요소인 내공과 검술에서 점수를 너무 깎아 먹었거든. 유겸이 말대로 궁술이 결정적이었어. 특급(特級)을 받았네.”

“트, 특급······!”

일행이 놀란 표정으로 송유하를 바라봤다.

채점에 있어 특급이라는 등급은 해당 요소가 압도적으로 뛰어날 경우에만 부여되는 등급이기 때문이다.

장호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유하가 아무리 궁술이 특급이라 해도 보법과 신법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탈락시켰을 거야. 어느 반이든 그래. 그 두 가지가 받쳐주지 않으면 애초에 해당 반의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렵거든. 다른 관도들에게 민폐가 되기 때문이지. 그래서 잠룡관이 수준별로 반을 나누어 지도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 말에 나뿐만 아니라 많은 관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제갈수광이 계반삼조원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보법과 신법이 뛰어날수록 실전에서 더 안정적이 되고 더 안전해진다. 그렇기에 잠룡관에서도 그 두 가지를 중시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도 그 점을 기억하며 보법과 신법 수련을 게을리하지 말도록.”

“예!”

우리 조원들이 한목소리로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우리들을 전체적으로 한 차례 바라보더니 말했다.

“다들 믿음직한 인원들이니 합숙 기간도 알아서 잘들 보내리라 믿는다. 즐거운 방학들 되도록.”

말을 마친 제갈수광이 돌아서자 장호산이 말했다.

“보기만 해도 든든한 인원들이니 걱정이 안 되네. 유익한 합숙들 되길 바라마.”

장호산도 그 말을 남기더니 돌아섰고, 우리는 두 사람의 등 뒤에 대고 인사를 했다.

“즐거운 방학 되십시오!”

두 교관이 등을 보인 채로 손을 한 차례씩 흔들어 보이더니 이윽고 신법을 펼치며 멀어지기 시작했다.

곧 우리 일행도 일제히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모두가 죽립을 썼고, 여자들 중에 단목지와 송유하는 면사까지 착용했다.

신법 대형은 원추엽과 명호운을 선두에 세우고 중진에는 여관도들을 위치시켰다.

후미에는 나, 단목강, 소충광, 우문직이 위치했다.

그리고 우리 네 명은 대형에서 계속 뒤처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 네 명의 바로 앞에 왕철양이 있기 때문이다.

일행 중에서 딱 왕철양만 신법 수준이 많이 뒤처진다.

그렇듯 왕철양의 위치가 계속 뒤처지고 있다 보니 그 뒤에 위치한 우리도 덩달아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우리 앞에서 달리고 있는 왕철양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게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다.

본인 때문에 우리가 계속 처지고 있으니 내심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나는 그걸 노리고 일부러 이러는 거다.

우리에게 덜 미안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신법 속도를 올릴 방법을 쥐어짜 내라는 의미다.

왕철양의 속내가 어떻든 우리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신법을 펼치는 중이다.

소충광에게 물었다.

“방학이 길다 보니 아무래도 진운령 소저와 황성락 공자는 고향에 간 모양이오?”

진운령과 황성락의 고향은 광동이다.

먼 거리인데 이번에는 방학이 길다 보니 다녀오기에 안성맞춤이긴 하다.

“그렇소. 둘 다 오랫동안 고향에 못 갔잖소. 나는 졸업반이기에 같이 가지 않고 그냥 남은 것이오. 내 경우에는 이게 마지막 방학이나 다름없는 데다가, 반년 후에 졸업하고 나면 어차피 돌아가게 될 테니까.”

소충광도 길초량처럼 육 년 차다.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소 공자는 졸업 후의 진로는 정하셨소? 아무래도 고향으로 돌아가서 문파의 일을 하게 되시려나?”

소충광은 광동 남천검문의 소문주다. 그런 만큼 졸업 후에는 문파의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확실치는 않은데, 개인적으로는 이렇듯 젊은 시절에 되도록 많은 경험을 쌓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소. 다양한 경험을 쌓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후에 문파의 일을 맡는 것이 본문에도 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고.”

“경험을 쌓는다면······?”

“동부지맹의 동검대에 지원할까 생각 중이오.”

“오오!”

동검대는 동부지맹의 정예 무력 조직이다.

소충광이 말했다.

“열심히 해서 동부지맹에서 최대한 많이 인정받아 보고 싶소. 그 후에 퇴직하여 본문으로 돌아가면 문파를 이끌기도 더 수월하지 않겠소? 경험도 경험이지만 동부지맹과의 끈끈한 연결고리도 뒷받침이 되는 상황일 테니.”

“좋은 계획인 것 같구려.”

내가 대꾸하자 단목강과 우문직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소충광은 이 몸으로 깨어난 초창기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우다. 좋은 친우이며 뛰어난 친우다.

그는 고향이 광동인 만큼 졸업 후에는 서로 얼굴 보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동검대에 들어간다고 하니 잘된 일이다.

* * *

신법을 펼치며 이동하던 우리 일행은 이틀째 점심 무렵에 나루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작년 여름에 연주상단의 남창지점에서 소형 유람선을 대기시켜 놓았던 바로 그 나루터다.

이번에도 전용 유람선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인원이 많아진 만큼 소형이 아니라 중형이었다.

배에 올라서 내부를 보니 역시나 호화로웠다.

이 상황을 처음 겪는 소충광과 우문직 그리고 계반삼조의 아이들은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태다.

이런 어마어마한 호화로움은 처음 겪을 테니 당연히 저런 반응일 수밖에 없다.

청여홍이 말했다.

“내부를 나름 깔끔하게 단장한다고 단장했는데 여러분이 이용하시기에 불편하지는 않으실지······.”

청여홍은 작년에도 저 비슷한 소릴 했었다.

참고로 쟤는 ‘깔끔하다’라는 말을 ‘고급스럽다’라는 의미로 쓰는 애다.

소충광이 대꾸했다.

“청 소저, 결례가 안 된다면 하나만 물어봅시다. 이 정도 시설에서도 정말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오?”

“네. 사람에 따라서는.”

“하······! 실제로 불편해했던 사람이 있기는 있소?”

“네. 일전에 뵀던 양주전장주님의 어린 누이께서도 살짝 불편해하셨고, 남창표국주님의 둘째 따님께서도 좀 불편해하셨어요. 가장 불편해하셨던 분은 천하전장 남창지점 지점장님의 둘째 부인이셨구요.”

“헉!”

청여홍의 말에 소충광과 우문직이 동시에 헛바람을 들이켰다.

듣기만 해도 ‘헉’ 소리가 날 만한 사람들이기는 하다.

하긴, 청여홍 쟤는 원래 그런 사람들과 교류하는 세계에서 사는 애였다.

청여홍이 워낙 우리에게 잘해주다 보니 방심하여 그 사실을 잊곤 할 뿐이다.

청여홍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그분들이 이용하시는 배들은 시설이 이것보다 훨씬 더 깔끔한 배들이기는 해요.”

“컥!”

소충광과 우문직이 또다시 동시에 그런 소리를 냈다.

“이보다 훨씬 더 좋은 배에서도 불편함을 느낀다니······.”

“그분들은 구름 위에라도 떠 있어야 안 불편하시려나······?”

소충광과 우문직이 그런 말들을 주고받을 때쯤, 청여홍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편하게들 이용하세요. 불편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선원들에게 말씀하시구요.”

청여홍이 멀어지자 소충광이 말했다.

“내, 같은 광동 출신으로서 연주상단이 대단한 부자라는 얘기는 많이 들으면서 자랐소. 한데 직접 겪어 보니 이건 완전히 다른 세상이구려. 청 소저는 원래 우리 같은 범인(凡人)과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 분이셨던 거구려.”

그러자 우문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우리 세가도 복건에서는 알아주는 세가인지라, 나도 어려서부터 충분히 넉넉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오. 한데 이 순간에는 왠지 내가 매우 가난하게 살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려.”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우리 조원들은 배 안의 시설이나 가구들을 만지는 것조차 조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생애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호화로움이라, 아직까지는 감히 제대로 만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태우고 나아가던 유람선은 다음 날 아침 무렵, 목적지로 보이는 장원의 나루터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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