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209화 (209/416)

내 안에 마교있다 209

청여홍의 장원에는 실내 연무장이 없다.

애초에 무가의 장원이 아니었기에 그런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번 합숙 때까지 실내 수련장을 완공할 만한 시간이 되지도 않았기에 아예 공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합숙 후에 곧바로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나.

그럼에도 우리가 수련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장원의 외원은 넓은 데다가 공터들도 곳곳에 많다.

그렇기에 적당히 그늘지고 적당히 한적한 모든 곳이 수련 장소였다.

그중에서도 내가 애들을 가르치기 위해 항상 이용하는 공터는 외부 시야도 잘 차단되는 곳이다.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친 후 포연월과 원추엽을 데리고 공터로 이동하는데 장우혜와 유은무가 따라붙었다.

내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장우혜가 말했다.

“잠깐 얘기 좀 해요.”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포연월과 원추엽으로 하여금 먼저 공터로 가 있도록 지시했다.

두 사람이 멀어진 후에 장우혜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송 오라버니, 요새 모든 사람들 신경 써 주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잖아요. 물론 거기에 우리도 포함되어 있고.”

그렇기는 하다.

지금은 합숙 기간이 일주일 남짓 지난 시점인데, 나는 어떻게든 이번 합숙에 참여한 모든 인원들의 실력을 상승시켜 주고자 매우 바쁘게 지내고 있다.

나와 매우 가까운 사이들인 만큼 이렇듯 합숙 기회가 있을 때 집중적으로 이끌어주고 싶은 거다. 혈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마당이라, 머지않아 강호에 환란이 닥칠 게 확실하니까.

장우혜가 말을 이었다.

“가뜩이나 송 오라버니는 우리가 맡고 있던 청 언니까지 지도하게 된 상황이라 더 바빠졌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송 오라버니를 좀 거들어주려구요.”

“하하, 거들어준다고 하니 고맙기는 한데, 어떻게?”

“지금은 우리 둘 따로, 쟤들 둘 따로 시간을 배정해서 봐주고 있잖아요. 그러지 말고 앞으로는 그냥 우리 넷을 동시에 지도해요. 그러면서 개인 지도가 필요한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만 따로 보충 교육을 해주는 식으로.”

장우혜가 말한 ‘우리 둘’이란 본인과 유은무이며, ‘쟤들 둘’이란 포연월과 원추엽이다.

장우혜가 말을 이었다.

“합숙 전에도 대강 눈치채고는 있었는데, 지난 며칠간 가까이에서 지내다 보니까 더 잘 알겠더라구요. 쟤들,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는 몰라도 우리하고 실력 차가 많이 안 날 정도로 뛰어난 애들이잖아요. 그렇다면 송 오라버니 입장에서도 같이 지도하는 게 더 편할 거구요.”

맞는 말이다.

물론 엄밀하게는 장우혜와 유은무 쪽이 더 뛰어나긴 하다.

그러나 전투력의 구간을 봤을 때는 장우혜, 유은무, 포연월, 원추엽의 네 사람은 비슷한 구간에 있다. 그렇기에 같이 지도해도 거의 상관이 없는 인원들이긴 하다.

장우혜에게 말했다.

“그렇게 되면 내 입장에서는 편하기는 해. 하지만 그래도 괜찮겠어? 실전에 대비하는 수련이다 보니 넷이서 치열한 비무 형식의 수련을 펼칠 일이 많을 거야. 그러다 보면 누이들의 무공 연원이 드러날 수 있잖아.”

원추엽은 무공 연원이 드러나도 별로 상관없는 입장이며, 포연월의 경우에는 나조차도 그녀의 무공을 계속 봐왔음에도 지금껏 연원을 알아내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장우혜와 유은무의 경우에는 무공 연원을 들키기가 쉬운 입장들이다.

워낙 유명한 가문의 무공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치열한 수련을 꾸준히 같이 하다 보면 결국은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유은무가 대꾸했다.

“알아요. 송 오라버니가 처음부터 그 부분을 배려해 줬다는 거. 그런데 합숙하면서 보니 일 년 차 후배들 다섯 명 모두 좋은 아이들이구, 특히 포연월과 원무뚝은 입도 무거워 보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서요.”

그녀가 바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걔들과 우리는 연차가 일 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 앞으로도 잠룡관 생활 중에 계속 엮이게 될 사이예요. 어차피 서로가 실력을 인정할 만한 사이라면 차라리 같이 어울려서 수련하는 게 미래를 위해서도 더 낫지 않겠어요? 안계도 넓어지구, 선의의 경쟁도 되구.”

유은무의 말에 장우혜도 고개를 끄덕였다.

포연월의 무공에는 신묘함이 있으며 원추엽의 대도술에는 호쾌함이 있다. 그 둘과 같이 수련하면 당연히 얘들한테도 많은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그 와중에도 약간 의외다.

이 쪼끄만 것들이 이렇듯 기특하고 진취적인 생각까지 다 하다니.

참고로 얘들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천지 아쉬울 게 없는 아이들이다.

포연월과 원추엽이 빼어난 아이들이라고 해도, 얘들은 굳이 걔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입장들이다. 어마어마한 배경을 가진 애들이라, 굳이 걔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알아서 착착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입장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먼저 그 둘과 엮여서 같이 실력을 향상시켜가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장우혜가 말했다.

“나중에 통합 잠룡대전 같은 걸 생각해도, 어차피 동부지맹에서 우리끼리 의식하며 데면데면 하는 것보다는 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발전을 추구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돼먹지 못한 애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나름 싸가······ 아니 버르장머리도 있는 애들 같고.”

돼먹지 못한 애들이라고 생각되면 응징하는 것도 가능한, 그런 무시무시한 애가 바로 장우혜이기도 하다.

장우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정체를 감추려는 이유는 귀찮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을 뿐이잖아요. 덕분에 지난 일 년 반 동안 잘 지냈고, 그 와중에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어요. 이쯤 편하게 지냈으면 앞으로는 설령 우리의 정체가 드러난다 해도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언제까지고 계속 감출 생각도 아니었고, 계속 감출 수 있을 거라고 여기지도 않았고.”

얘들의 뜻을 알 것 같았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줬다.

두 소녀와 함께 걸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 누이들이네? 명문세가 출신들다운 광명정대함이 느껴져.”

애들은 잘할 때마다 바로바로 칭찬해 주도록 하자.

유은무가 생긋 웃으며 대꾸했다.

“광명정대함까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우리가 명문세가 출신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송 오라버니가 하는 거 보고 배워서 그런 건데요.”

장우혜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귀여운 것들.

다 컸다.

머리 쓰다듬어주고 싶지만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참자.

잠시 후 장우혜와 유은무를 대동하고 공터로 향해서 포연월과 원추엽에게도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다.

“그런 만큼, 네 사람은 앞으로 수련하면서 알게 된 서로의 실력 또는 개인 사항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남들 앞에서 함구하는 거야. 알겠지?”

“예.”

네 사람이 동시에 대꾸했다.

그 와중에 보니 네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묘하다.

이 년 차 쪽과 일 년 차 쪽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데, 양쪽 모두 미묘한 미소들을 짓고 있다. 무뚝뚝한 표정의 원추엽마저도 흥미로움 가득한 표정이다.

곧 장우혜가 말했다.

“왜, 원무뚝. 뭐 불만이라도 있어?”

“장 선배 눈에는 이게 불만 있는 표정으로 보이나 봐요? 이건 기대된다는 표정인데.”

“기대?”

“예. 저번 한 학기 내내 선배들의 실력이 궁금했는데 이제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그러니 기대되는 거죠.”

그러자 이번에는 유은무가 원추엽에게 말했다.

“아하, 확인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렇지 않아도 나도 원무뚝 네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거든. 이왕 이렇게 된 바에 바로 한번 제대로 확인해 볼까?”

말을 마친 유은무가 곧바로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괜찮죠? 처음이니 서로에 대해서 파악도 할 겸.”

유은무를 향해 흔쾌히 대꾸해줬다.

“물론.”

그러자 원추엽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유은무에게 말했다.

“상관은 없는데 약간 아쉽네요. 제가 더 기대했던 쪽은 유 선배가 아니라 장 선배였는데.”

그러자 유은무가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어쭈? 도발 실력이 제법인걸. 그래, 어디 무공 실력도 도발 실력만큼이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보아하니 도발은 읽힌 것 같지만요.”

“읽혔지만 통하기도 했어.”

유은무가 그렇게 말하며 검을 빼 들자 원추엽도 대도를 꼬나쥐었다.

둘의 모습을 확인한 장우혜가 포연월에게 말했다.

“이쪽 끝난 다음에 한 수 부탁해, 포 후배.”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포연월이 공손한 어조로 대꾸하자 장우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미리 말해 두지만, 나는 초반부터 진심으로 갈 생각이야. 이왕 서로에 대해 파악하기 위한 비무인 만큼, 괜히 어설프게 탐색전 같은 걸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

그러자 포연월도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은 채로 대꾸했다.

“초반부터 마음 단단히 먹고 임해야겠네요.”

곧 장우혜와 포연월이 후방으로 물러섰다.

이에 나도 뒤로 물러나며 유은무와 원추엽을 향해 말했다.

“오부터 역으로 센다. 시작이라는 외침과 함께 개시야. 자 센다. 오! 사! 삼! 이! 일! 시작!”

비무가 시작된 후 잠시 탐색전을 펼치던 유은무와 원추엽이 이윽고 본격적으로 얽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비무는 이내 격렬해졌다.

슈슉- 채쟁! 부웅- 챙! 휙- 휙- 채재쟁!

원추엽의 대도술은 빠르고 힘이 넘친다.

대도의 도신(刀身)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손잡이가 되는 봉 부분까지 적절하게 이용하기에 수비에도 능하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계속 느끼고 있지만, 조부인 원을태로부터 참 잘 배웠다.

유은무는 원추엽의 대도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은 채 회피에 비중을 두고 있다. 검으로는 공격의 방향만 바꾸어 흘려보내는 식으로 대처하는 중이다.

저런 강력한 도법에 정면으로 맞서는 건 현명한 대처가 아닌데, 유은무도 그 점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태화지부에서 산적들과 전투를 펼칠 때 각인이 되었을 것이다.

도신이 검신에 닿을 때마다 대도의 위력이 조금씩 흩어지는 느낌인데, 이는 선우세가 특유의 방어적 검술이 잘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유은무의 검술 경지도 적잖이 상승한 것이다.

나도 유은무와 비무 형식으로 수련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저 현상을 겪고는 내심으로 놀란 적이 있었다.

원추엽은 강하게 압박했으나 유은무는 그 압박을 어렵지 않게 이겨내는 양상이었다.

결국 유은무의 검이 원추엽의 가슴께를 겨누는 것으로 두 사람의 비무는 끝났다. 비무가 시작된 후로 일각쯤 지난 시점이었다.

전체적으로 유은무의 무난한 승리였다.

“스읍, 후우우우, 스읍, 후우우우······.”

유은무는 거칠어진 호흡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있다.

아주 작은 땀방울 정도가 맺힌 모습이었다.

“허억! 허어억! 허어억······!”

원추엽은 숨이 매우 가쁜 상태다.

이마에 땀도 송골송골 맺혀 있는 모습인데, 놀란 눈으로 유은무를 바라보는 중이다.

본인이 이렇게까지 무난하게 패배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눈치다.

물론 나는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유은무와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가 바로 저 천재 장우혜다.

즉, 천재 친구와의 격차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게끔 어떻게든 발버둥을 치며 노력해 온 사람이 바로 유은무인 것이다.

항상 선한 눈빛과 상냥한 표정을 보이니 마냥 순한 소녀인 것 같지만, 이면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스스로를 다그치며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유은무인 것이다.

잠시 후 장우혜가 앞으로 나서자 포연월도 앞으로 나섰다.

생각해 보니 이곳에 있는 여자애들은 세 명 모두 정교한 면구를 착용하고 있다.

또한 나는 세 명 모두의 본래 얼굴을 알고 있으며, 얘들이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미소녀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면 얘들 둘의 대결은 미소녀 대전인 건가?

어쨌거나 기대되는 대결이다.

두 사람의 실력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보니 장우혜의 우세를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포연월의 무공은 신묘한 만큼, 강력하고 빠른 장우혜의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두 소녀가 서로를 향해 미미한 미소를 짓고 있다.

장우혜가 포연월에게 물었다.

“아까 내가 했던 말, 잊은 거 아니지?”

초반부터 진심으로 가겠다던, 그 말에 대한 재언급이다.

포연월이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로 대꾸했다.

“물론이에요.”

대답을 들은 장우혜가 고개만 한 차례 끄덕여 보였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을 듯한 분위기였기에 곧바로 두 소녀에게 말했다.

“아까처럼 오부터 역으로 센다. 시작이라는 외침과 함께 개시야. 자 간다! 오! 사! 삼! 이! 일! 시작!”

그 외침을 끝낸 직후, 나는 급속도로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작’이라는 외침이 끝나자마자, 장우혜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포연월을 향해 짓쳐 들었기 때문이다.

빠르다.

쾌에 일가견이 있는 내 입장에서 느끼기에도 빠르다.

저 정도면 천섬무의 하 단계를 넘어, 중하 단계 정도로 운용할 때에 육박하는 속도다.

상대인 포연월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져 있다.

그녀 또한 장우혜의 엄청난 속도 때문에 놀란 것이다.

슈슉-

장우혜의 검이 순간적으로 포연월의 하체와 상체를 연달아 찔렀다.

포연월의 입장에서는 거의 동시에 찔러오는 듯한 느낌일 것이다. 장우혜의 속도가 그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포연월이 하체로 향한 검을 쳐냈다.

챙!

동시에 상체를 비틀며 회피 자세를 취했다.

휙-

그러자 포연월이 상체를 비튼 방향을 향해 장우혜의 왼발 뒤꿈치가 날아들었다.

방금 전에 검을 찔렀던 동작에서 연결된 동작으로, 순간적으로 회전하여 날린 발차기다.

상체를 비틀던 포연월이 어쩔 수 없이 바닥을 박차며 신형을 후방으로 뽑았다.

그러자마자 장우혜도 도약했다.

허공에서 포연월의 신형을 금세 따라잡은 장우혜가 연달아 검을 내질렀다.

슈슈슉-

채쟁! 챙!

허공에서도 포연월은 최대한 열심히 방어를 했다.

그러나 속도에서 장우혜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장우혜가 그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결국 포연월의 빈틈이 드러났는데, 역시나 장우혜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퍼억!

허공에서 장우혜의 오른발이 포연월의 옆구리에 작렬했다.

포연월의 신형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헛!”

원추엽의 입에서 헛바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장우혜의 무시무시한 강력함에 대한 놀람이며, 본인이 잘 아는 포연월이 저렇게 쉽게 당한 데 대한 놀람이기도 하다.

땅바닥에 사뿐히 내려선 장우혜는 곧바로 포연월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포연월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며 낙법을 펼치더니, 매우 유연한 모습으로 금세 몸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에구······.”

몸을 일으킨 포연월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의복의 이곳저곳을 툭툭 털어내기 시작했다.

장우혜가 흥미로움 깃든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포 후배, 제법이네? 아주 흥미로웠어.”

그 말에 원추엽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보기에는 포연월이 한 차례 된통 당한 느낌일 텐데, 이 상황에서 장우혜가 저런 소리를 하고 있으니 의아한 것이다.

장우혜가 저렇게 말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녀의 발차기가 포연월의 복부에 작렬하는 순간, 포연월도 어떻게든 왼팔의 하박을 끌어 올려서 발차기를 막으며 충격을 최소화시켰던 것이다.

한데 그 순간에 충격이 상당히 많이 흡수되었다.

그렇다 보니 장우혜의 입장에서는 타격감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가뜩이나 포연월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낙법을 펼치는 순간에도 시선만큼은 끝까지 장우혜를 잡고 있었다. 그렇기에 장우혜도 굳이 포연월에게 달려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저나 땅바닥에서 일어나자마자 의복을 이리저리 털며 태연하게 매무새를 가다듬는 저 모습이라니.

포연월도 역시나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장우혜도 그 사실을 인정하기에 저런 소리를 했을 테고.

포연월이 대꾸했다.

“장 선배가 상냥한 성격은 아닐 거라고 예상은 했어요. 그런데 역시 가차 없으시네요. 그보다도, 사람 몰골을 이 꼴로 만드시고는 칭찬이라니요.”

그러자 장우혜가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푸흡! 포 후배도 보통이 아니네? 실력도, 말발도.”

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포연월 쟤도 확실히 보통은 아닌 애다.

“실력 얘기를 하시니 말인데,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도 이렇게 당한 거잖아요. 그렇다면 제가 장 선배를 이길 가능성은 없는 거예요. 솔직히 당장이라도 꼬리 내리고 싶은데, 에휴, 그래선 안 되겠죠. 동기, 선배들, 그리고 존경하는 송 조교님 앞에서 근성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는 없으니까요.”

포연월이 그렇게 말하며 검을 고쳐 쥐었다.

장우혜가 미소를 띤 채로 대꾸했다.

“그럼, 그럼. 실력을 떠나서 근성 없는 사람처럼 매력 없는 사람이 또 없지.”

장우혜가 검을 고쳐 쥐었고, 또다시 포연월을 향해 짓쳐 들었다.

두 사람의 비무는 한 식경 넘게 계속되었고, 결국 장우혜가 포연월의 어깨에 검을 겨누는 것으로 끝났다.

장우혜는 역시 장우혜였다.

빠르고 과격했다.

딱 그 두 가지의 표현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모습이었다.

아, 그리고 고집도 셌다.

더 효과적으로 공략할 방법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도, 장우혜는 오로지 빠르고 과격한 공세 일변도였다.

일종의 오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포연월의 신묘한 대처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를 기어이 확인하려는 듯했다.

포연월은 틈틈이 신묘한 움직임을 살리며 어떻게든 되치기의 무공을 구사하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 와중에 나름 위협적인 반격들도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장우혜가 그 정도로 쉴 새 없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그냥 힘으로 찍어 눌렀다고나 할까.

호흡을 고른 포연월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했다.

“폭풍우 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에요. 그것도 우레 벼락 치는 폭풍우 속에.”

내가 포연월이었다고 해도 저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장우혜가 대꾸했다.

“나는 안개 속에서 푹신한 솜을 상대로 싸운 기분이었는데. 정말 신묘한 무공이네. 연원이 궁금해질 정도로.”

어조에 약간의 놀람이 담겨 있었다.

나 또한 지금껏 포연월의 무공을 자주 지켜봤지만 오늘은 특히나 무공의 특징을 잘 살리는 모습이었다.

장우혜가 포연월과 원추엽을 한 차례씩 바라보며 말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서로 알게 된 마당이니 앞으로의 합숙도, 그 후의 잠룡관 생활도 계속 잘 해보자구. 귀여운 후배들.”

“나도 잘 부탁해.”

유은무가 말을 보태자 포연월이 대꾸했다.

“무서운 선배들이면서 누구보다 든든한 선배들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러자 원추엽이 말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선배들이셨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보아하니 넷 다 서로에게 도움 되는 관계로 잘 지낼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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