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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11화 (211/416)

내 안에 마교있다 211

벌써 칠월 열이틀이다.

칠월 열여드레까지는 잠룡관에 복귀해야 하니, 아마도 사흘 후쯤에는 합숙을 마무리하고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합숙 기간 동안 나는 어떻게든 모두의 실력을 상승시켜 주고자 최선을 다했다.

그러한 내 노력과 당사자들의 구슬땀이 더해져, 다들 합숙을 시작할 당시와 비교해서 많이들 성장했다.

우선, 쾌류무를 익히고 있는 명호운, 심산화, 왕철양, 청여홍의 경우에는 무공의 성취가 많이 올라왔다.

그들은 성취의 초반 단계인 만큼 형(形)을 최대한 몸에 익게 만들어야 하는 시기였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초식 반복 수련 위주일 수밖에 없었다.

한데 같은 반복 수련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반복만 하면 성취가 느는 것도 더디다.

초식이 실전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알면서 반복해야 성취도 빨리 는다.

그래서 틈틈이 간단한 비무를 통해 여러 초식과 동작들이 실전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이해시켜주려 노력했다.

실전 활용도를 생각하면서 초식 수련을 반복해야 틀에 갇히는 걸 방지할 수 있으며, 그래야 실전 응용력과 임기응변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

덕분인지 네 사람 모두 쾌류무의 성취가 오뉴월 죽순 자라듯 쑥쑥 늘어, 합숙이 끝나가는 지금에 와서는 초식 지도가 거의 필요치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송유하도 많이 성장했다.

이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움직임도 더 좋아졌고, 임기응변도 많이 늘었다.

내가 매일 꾸준히 지도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단목강, 소충광, 우문직이 많이 도와준 덕분이기도 하다.

셋 다 송유하와는 친하다.

소충광과 우문직은 섣달그믐날의 모임 인원들로서 원래 송유하와 친한 사이들이다. 특히 소충광은 작년 조별 파견 임무 때 삼십 조의 조장으로서 열심히 송유하의 비무 상대를 해주기도 했었다.

단목강은 작년 여름 합숙 때도 송유하의 수련을 많이 도왔었는데, 이번에는 더 열심히 돕는 모습이었다. 내가 단목세가의 초식을 여인형으로 변형시키느라 고생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보답의 마음도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단목지와 함께하는 검법 변형 작업도 완료했다.

기실, 그 작업은 이번 합숙을 통해 무조건 마무리 지을 각오이기도 했었다. 그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만 단목지도 검술을 제대로 수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작업 완료 후에 단목지로 하여금 수차례 시연케 하여 면밀한 점검까지 마쳤다.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단목세가에서 그녀와 처음으로 비무했을 당시를 떠올려 보면, 지금의 검법이 힘은 덜 쓰면서도 위력은 더 강력해졌다.

관련자인 단목강도 만족스러워하며 연신 고마워했고, 누구보다도 당사자인 단목지 본인이 매우 흡족해했다.

내내 작업을 같이 해왔던 만큼 단목지는 변형식에 금방 적응했다. 그리고 변형식에 적응한 것만으로도 그녀는 이전에 비해 실력이 크게 상승한 느낌이었다.

단목강, 소충광, 우문직과도 꾸준히 비무 형식의 수련을 이어갔다.

단목강과는 일대일 비무였고, 소충광, 우문직과는 이 대 일 비무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내게 요구해온 사항은 똑같았다.

비무를 오래 하지 않아도 좋으니,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해달라는 요구였다.

요구대로 해줬다.

물론 단목강을 상대할 때의 속도와 소충광, 우문직을 상대할 때의 속도는 달랐다. 경지가 높은 단목강을 상대할 때의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었다.

합숙이 끝나가는 요즘은 세 사람 모두가 이전에는 감당하지 못했던 속도들에 많이 적응한 상태다. 초창기에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던 속도에 지금은 나름대로의 대처까지 해 보이고 있다.

특히 통합 잠룡대전의 진출권을 노리고 있는 소충광과 우문직에게는 이 수련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장우혜, 유은무, 포연월, 원추엽도 많이 성장했다.

나는 그 네 명에게 이 대 이의 비무를 시키며 지도하기도 했고, 내가 껴서 이 대 삼의 비무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실전은 일대일의 대결보다는 다수 대 다수의 전투 양상이 많다. 그렇기에 동료와 협력해서 싸우는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동료와 협력할수록 더 작은 힘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기도 하다.

네 명 모두 개별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인 건 분명하나, 동료와 협력해서 싸우는 역량은 다소 부족한 상태였다. 때문에 그 역량을 키워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 네 명은 내가 지도하는 시간 외에도 알아서 어울리며 수련했고, 그래서인지 서로 많이 친해지기도 했다.

* * *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방에서 한동안 조용히 운기를 취하다가 유등을 껐다.

수면에 들기 위해 끈 것이 아니라 야행을 나가기 위해서 끈 것이다.

신속하게 인조면구를 착용한 후 옷도 야행의로 갈아입고 각종 장비들도 착용했다.

이후에는 미리 준비해뒀던 서신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서신에는 며칠간 다녀와야 할 곳이 있으니 내가 한동안 보이지 않아도 염려하지 말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혹여 합숙이 끝나는 날까지 내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에는 내 짐을 챙겨서 먼저 잠룡관으로 돌아가라는 내용도 적어 두었다.

그간 남창의 번화가들을 부지런히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단서나 정보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삼월에 도예주와 우연히 마주쳤던 그 산 쪽으로 갈 계획이다.

당시에는 절벽 때문에 추적을 멈출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애초에 반대편 절벽 쪽으로 올라가서 그곳에서부터 단서를 찾아갈 생각이다.

곧 잠룡관으로 돌아가야 하는 만큼 그 전까지 최대한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그간 합숙 인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도 했으니, 방학이 끝나가는 지금이 시기적으로 적절할 것 같다.

어둠 속에서 방 안의 정돈 상태를 한 차례 확인한 후, 창문을 통해 은밀하게 방을 빠져나왔다.

몰래 장원을 빠져나온 직후 호수 변을 끼고 은밀하게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청여홍의 장원에서 남창으로 가기 위해서는 호수를 끼고 잠시 남쪽으로 달리다가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서 쭉 가야 한다.

한데 이동하기 시작한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멀리에서 장원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하나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속도가 빠르다. 상당한 수준의 무인이 신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밤에 웬 무인일까.

남창에 갈 때 가더라도 확인은 하고 가야 할 것 같다.

서둘러 기척을 죽이며 몸을 숨겼다.

이윽고 무인과의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나는 어둠 속에서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무인의 모습이 시야에 보이지는 않으나, 기운이 가까워지자 그 기운의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는 너무도 익숙한 기운.

길초량의 기운이었던 것이다.

곧 시야에 길초량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흑의를 입고 있었는데, 등 뒤에 누군가를 업은 상태였다.

여인이다.

그 여인도 흑의를 입었다.

내 위치에서는 얼굴을 확인하기가 어렵기는 한데, 거리가 가까워졌다 보니 느낌만으로도 여인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도예주다.

그렇기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그림은 대체 뭐지?

신룡대의 백룡조장인 도예주가 신룡대원인 길초량의 등에 업힌 채로 이동하고 있다니.

자세히 보니 길초량의 의복 이곳저곳에 칼에 베인 자국이 있었다.

상처도 있는데 다행히 깊은 상처로 보이지는 않는다.

큰 상처가 아니라고는 해도, 길초량이 저런 모습이라는 건 심상치 않은 상황을 겪었다는 뜻이다.

길초량의 모습 때문에 그의 등에 업혀 있는 도예주의 모습도 자세히 살필 수밖에 없었다.

확인해 보니 도예주의 상처가 훨씬 많고, 깊은 상처들도 있었다. 즉, 그녀는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기에 저렇듯 길초량의 등 뒤에 업혀 있는 것이다.

길초량은 빠르게 신법을 펼치고 있는 만큼 순식간에 나를 지나쳐갔다. 길초량이 지나가며 남긴 바람에서 상당히 짙은 혈향이 느껴지고 있다.

어쨌거나 이러면 뭐, 정보 조사를 위해 그 산에 가고 말고 할 필요가 없다.

곧바로 면구를 뜯어내고는 길초량의 기운을 따라 이동하며 얼굴을 정리했다.

역시나 길초량이 향한 방향은 청여홍의 장원 방향이었다.

장원의 정문 앞에서 정문 경비 무사를 향해 다급한 어조로 말하고 있는 길초량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정말이오! 이 장원의 주인인 청여홍 소저와도 지인이고, 같이 합숙하고 있는 송유겸 공자나 단목강 공자 같은 분들과도 친우란 말이오!”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부하를 보낸 것이니 그가 돌아올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정문을 지키고 있는 무사가 정중하게 대꾸하자 길초량이 더욱 다급해진 어조로 말했다.

“지금 내 뒤에 업혀 있는 분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오! 그래서 즉시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오! 빨리 안정을 취하게 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해야 한단 말이오!”

“사정은 알겠습니다만 저희들에게도 규정이 있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그 잠시 후면 분명히 안에서 통과시키라고 할 것이오. 어차피 그럴 거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렇게 말하던 길초량이 말을 멈추며 눈을 크게 떴다.

다가서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 탓이다.

“소, 송 형······!”

“아, 길 형. 오랜만이오. 그렇지 않아도 길 형이 이곳으로 올 거라는 얘기는 들었소. 왜 안 오시나 하고 있었는데 지금 그 모습은 대체······. 게다가 뒤에 업고 있는 분은 또 누구시고······.”

가까이서 보니 업혀 있는 여인은 체형 면에서도 분위기 면에서도 도예주가 확실했다.

그녀는 현재 길초량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있다.

눈을 감고 있다.

혼절해서 의식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다.

염려가 되었는데, 다행히 아직은 호흡도 고른 편이고 혈색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확인해 보니 내가 알고 있는 도예주의 얼굴이 아니었다.

이십 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매우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었다.

한데 저 얼굴은 아무리 봐도 면구를 착용한 얼굴이 아니다.

즉, 저 얼굴이 면구를 벗은 도예주의 본래 용모라는 뜻이다.

이 누나가 이런 미인이었다는 게 놀랍긴 한데, 지금 중요한 건 이 부분이 아니리라.

“송 형, 마침 잘 만났구려. 일단 들어갑시다. 이분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니 얼른 들어가게 해주시오.”

길초량이 서둘러 내게 그렇게 말하자 경비 무사가 곧바로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방금 말씀하시는 걸 들어 보니 이분이 송 공자님의 친우이신 게 확실한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내가 대꾸하자마자 길초량이 경비 무사에게 즉시 말했다.

“거보시오! 그러게 내가 확실하다고 아까부터······.”

탓하고자 하는 느낌보다는 하소연하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러자 경비 무사가 길초량을 향해 절도 있게 묵례하며 대꾸했다.

“송구합니다. 행색이 좀 위험해 보이셔서 신분 확인에 더 철저함을 기하려 했던 것입니다. 양해하십시오. 저희들도 이게 책무인지라······.”

경비 무사들의 입장에서 길초량과 도예주는 초면의 부상당한 무인들이다. 잘못 엮이면 큰일 날 수도 있는 만큼, 당연히 철저한 확인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길초량도 이해한다는 듯, 한 차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에 나는 곧바로 길초량에게 말했다.

“어서 갑시다. 내가 안내하겠소.”

내원을 향해 빠르게 신법을 펼치며 길초량에게 물었다.

“길 형, 이게 어찌 된 일이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모습이오?”

“말하자면 약간 긴데, 일단은 이분의 치료가 우선이오. 그 후에 말씀드리리다.”

“하면 그분은 누구시오? 보아하니 부상이 적지 않아 보이는데.”

“아, 그, 그게, 내 지인이신데······.”

길초량이 난처하다는 듯 말을 줄였을 때쯤, 그의 뒤에 업혀 있던 도예주에게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끄으응······.”

그러자마자 길초량이 고개를 뒤로 돌리며 다급하게 물었다.

“저, 정신이 드십니까?”

“유겸이······, 목소리······.”

그 말에 길초량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길초량은 신룡대의 복무 규정상 도예주의 정체를 최대한 감추려고 했던 건데, 도예주 본인 쪽에서 먼저 내게 아는 체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괜찮아······ 끄응······ 유겸이라면······.”

도예주가 힘겹게 대꾸하자마자 길초량이 나를 보며 물었다.

“누구신지 아시겠소?”

이에 나는 길초량을 향해 짧게 고개를 끄덕여준 후 곧바로 도예주에게 물었다.

“예주 누나, 많이 다친 것 같은데 괜찮아요?”

“버틸 만은······ 끄응······.”

누가 봐도 안 괜찮아 보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도예주 정도 되는 고수가 저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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