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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18화 (218/416)

내 안에 마교있다 218

검은 그림자, 즉, 송유겸이 단목강을 공격하고 있는 갈의무복 절정고수의 서너 걸음 후방에 다다랐다.

신기한 건, 그 순간까지도 갈의무복의 절정고수가 여전히 송유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도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니, 송 오라버니는 대체 무슨 터무니없는 무공을 익힌 거야?’

상황이 그러한데도 갈의무복의 절정고수는 단목강을 향해 신나게 검을 떨쳐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 남의무복의 절정고수가 도를 휘둘러 나름의 틈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그 순간, 송유겸이 갈의무복의 절정고수를 향해 손을 한 차례 털었다. 사실 너무 빨라서 동작이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손을 털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갈의무복의 절정고수가 검을 찔러가던 자세에서 그대로 고꾸라지고 있다. 방금 전에 자신을 찌르다가 앞으로 고꾸라져서 죽었던 두 절정고수와 똑같은 모양새다.

살펴보니 뒤통수 아래 소비도가 박힌 위치까지도 똑같았다.

셋 다 애초에 노렸던 위치에 정확하게 소비도를 꽂아 넣었다는 의미다.

혼자서 절정고수 세 명을 저렇게나 쉽게 죽일 수가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저게 송 오라버니의 경지······.’

물론 적들이 하나같이 방심했던 시점들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시점을 정확하게 노릴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게다가 그런 시점을 노린다고 해서 누구나 저렇듯 깔끔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순간적으로나마 상대를 압도할 만한 무공 실력이 받쳐줘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경지에서 펼친 소비도술이기에, 언제 날아가는지도 모르게 날아가서 노린 곳에 정확하게 박혔던 거겠지.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던 남궁설이 한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스악-

별안간 뭔가가 머리 근처를 빠르게 지나쳐 갔던 것이다.

후방에서 날아온 그 물체는 화살이었다.

활을 쏘는 사람은 송유하뿐이니 그녀가 날린 화살일 것이다.

송유하는 지금까지도 이미 수십 발의 화살을 날렸었다. 그런데 방금 전의 화살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일단,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가 이전의 화살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화살에서 소리와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자신도 뒤쪽에서 저 화살이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방금 날아간 화살의 느낌은 일 년 전에 태화지부에서 겪었던 무음시의 느낌과 비슷했다.

물론 송유하의 화살이 그때 겪었던 무음시에 미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송유하의 무공 경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놀라고도 남을 수준의 궁술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빠르게 날아간 화살이 향한 곳은 단목강의 왼쪽 어깨 뒤쪽이었다.

남궁설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처음부터 조장님의 어깨를 노리고 쏜 느낌인데······.’

참고로 단목강은 현재 남의무복의 절정고수와 맹렬하게 공수를 주고받는 중이다.

그리고 화살은 어느새 단목강의 왼쪽 어깨에 닿을 듯 근접한 상태다.

‘저, 저러다가는 조장님의 어깨가······!’

놀란 남궁설이 전음을 보내려던 순간, 단목강이 절정고수의 우측으로 살짝 돌며 강맹한 검초를 떨쳐냈다.

절정고수가 자신 있게 신형을 틀며 도를 휘둘러 단목강의 공격을 막아갔다.

그 직후, 절정고수가 크게 움찔했다.

그제야 화살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단목강이 마지막까지 본인의 몸을 이용해 화살의 기척을 감춰줬기 때문이다. 화살을 피하는 순간 강력한 검초를 쏟아내며 절정고수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챙!

절정고수가 도를 들어 송유하의 화살을 쳐낸 순간, 단목강의 검이 그 절정고수의 허벅지를 찔렀다.

“큭!”

절정고수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을 때쯤.

푸북-

어느샌가 날아든 철비정 두 개가 각각 절정고수의 어깨와 옆구리에 박혔다. 선우린이 날린 철비정이다.

“크윽!”

절정고수의 입에서 또다시 신음이 흘러나온 순간, 단목강의 검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

“커흑······!”

절정고수의 신형이 천천히 쓰러져 내렸다.

털썩-

또 한 명의 절정고수가 절명한 것이다.

어쩌다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게 된 남궁설은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앞서 갈의무복을 입은 세 명의 절정고수들은 송유겸의 개인 역량으로 처리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번 남의무복 절정고수의 경우에는 얘기가 완전히 달랐다.

송유겸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송유하와 단목강과 선우린이 만들어낸 성과인 것이다.

물론 단목강의 역할이 가장 크긴 했으나, 애초에 무음시 성격의 화살을 정확한 궁술로 날려준 송유하의 공도 결코 적다 할 수 없다.

대단한 화살이었다.

과연 궁술 평가에서 특급을 기록한 실력자다웠다.

선우린도 감초 같은 활약을 했다. 틈을 놓치지 않고 철비정을 날려서 단목강의 마무리를 도운 것이다.

방금 전의 철비정술을 보니 선우린도 실전 암기술에 대해 제대로 감을 잡은 느낌이다.

‘어느새 다들, 이렇게나 대단해진 거구나······.’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로 허공을 바라보던 남궁설이 순간적으로 검병을 꽉 쥐었다.

이미 단목강은 전선의 중앙 쪽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며, 선우린도 그 뒤를 따르는 중이다.

단목강이 왜 저쪽으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전선 중앙 쪽의 절정고수를 노리려는 것이다.

‘조장님과 린아와 송 언니의 역량이 저 정도로 뛰어난 마당이니, 지금은 굳이 나까지 조장님과 같은 방향에서 저자를 노릴 필요가 없겠지.’

자신은 차라리 다른 방향으로 파고드는 편이 친우들과 연계하기에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남궁설이 쾌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절정고수 두 명을 막는 과정에서 몸이 풀릴 만큼 풀렸는지, 경공을 펼치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가벼운 느낌이었다.

* * *

내가 혈교 쪽 절정고수 세 명을 쉽게 처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놈들의 방심 덕분이었다.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칭찬해 주고 싶은 사람은 장우혜다.

절정고수 두 놈이 장우혜를 기습하던 순간부터, 나는 언제든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운용하며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장우혜가 위험해지면 즉시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한데 장우혜는 절정고수 두 놈의 동시 공격을 홀로 두 차례나 막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장우혜가 내 예상보다 훨씬 잘 버텨준 덕에 절정고수 두 놈의 신경이 더더욱 그녀에게 집중되었고, 그 덕분에 나도 놈들을 더 쉽게 처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에 나는 단목강을 공격하던 혈교의 절정고수 한 놈도 쉽게 처치할 수 있었는데, 그 또한 장우혜가 잘 버텨준 상황으로부터 시작된 연쇄 효과라 할 수 있었다.

그다음 상황에서 칭찬해주고 싶은 사람은 단연 송유하다.

송유하가 기척과 소음을 줄여서 화살을 날린 순간, 나는 내심으로 크게 놀랐었다.

완벽한 무음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측의 절정고수들을 피곤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노련한 단목강도 그 화살의 성질을 금세 파악하고는 알아서 연계하는 모습이었다.

이후에는 유은무의 시의적절한 철비정까지 연계되더니, 결국 내 개입 없이도 절정고수를 잡아내 버린 것이다.

다들 너무도 대견스럽다.

도를 휘두르던 절정고수가 땅바닥에 쓰러짐과 동시에, 단목강이 전선의 중앙 쪽을 향해 매우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선의 중앙 구역 쪽은 경비조장을 포함한 경비무사들이 많이 밀리는 중이다.

창을 쓰는 적측 절정고수가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아하니 길초량은 마침 그들 쪽의 절정고수에게 집중하는 중이라, 경비무사들 쪽을 지원해줄 틈이 없는 상황이다.

즉, 단목강은 그러한 전체적인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가 알아서 움직인 것이다.

역시 단목강이다. 듬직하다.

한동안 화살이 날아오지 않고 있다.

고개를 들어 이 층의 거실 쪽을 바라보니, 송유하도 이미 활을 중앙 전선 쪽으로 겨누고 있다.

단목강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그쪽을 지원하려는 모양이다.

당연히 이번에도 무음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장우혜의 모습은 좀 이상했다.

그녀의 옆에 있던 유은무는 곧바로 단목강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

의아한 마음에 자세히 보니, 허공을 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다.

쟤, 왜 저래······?

속으로 그런 의문을 가진 순간, 장우혜의 신형이 흔들렸다.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건데,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그렇지 않아도 빠른 애가 거의 최대한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데 방향이 의아했다.

단목강의 뒤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아군 진형의 뒤쪽으로 빙글 돌고 있었던 것이다.

뭐 하는 건가 싶어서 잠시 보고 있는데, 넓게 우회한 그녀가 곧 중앙 쪽의 전선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녀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빙그레 미소가 나왔다.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

애들을 도와서 중앙의 절정고수를 같이 처치할까 하다가 그냥 돌아섰다.

애들에게도 절정고수를 상대하는 경험은 소중하다.

이런 경험들이 모이고 모여야 고수들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을 가질 수가 있다.

게다가 사파의 저 절정고수들은 경험을 쌓는 데 있어 매우 적합한 상대들이기도 하다. 절정의 문턱에 겨우 걸쳐 있는 경지들이라 덜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쯤이면 나는 뒤뜰로 향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아까 혈교의 절정고수 다섯 놈은 비밀 작전이라도 펼치듯 내원을 넓게 돌아서 은밀하게 본채의 뒤뜰로 향했었다.

그랬던 만큼, 놈들도 슬슬 뒤뜰 쪽의 전투에 개입할 시점이 된 것이다.

바로 단목강에게 전음을 보냈다.

[볼일 보신 후에 뒤뜰로 오십시오.]

내 전음을 들은 단목강이 달리는 와중에도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단목강도 왠지 빨라 보인다.

* * *

전선의 중앙을 향해 나아가는 단목강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확실해. 빨라졌어.’

적측 절정고수들을 상대해 보니 그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방금 전에 상대했던 절정고수들은 수없이 많이 겪어봤던 수준의 고수들이었다. 태화지부 전투, 장강 전투, 해적들과의 전투 등을 통해서였다.

사실, 기동타격조에서 활동할 당시만 해도 저 수준의 절정고수를 상대하는 일은 여러모로 버거웠었다.

그중에서 특히 버겁게 여겨졌던 부분이 바로 속도였다.

상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뭘 어떻게 해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당시에는 그 차이가 작지 않았었다.

때문에 절정고수들과 대적할 때면 항상 정신적 압박감을 느끼며 싸워야 했다.

그런데 방금 전에 절정고수들을 상대하면서 보니 기동타격조 당시와는 느낌이 매우 달랐다.

눈의 속도도, 동작의 속도도 무리 없이 절정고수들의 속도를 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속으로 얼마나 짜릿했는지 모른다.

물론 공력이나 위력은 절정고수들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건 상황 판단과 임기응변 등을 통해 대처가 가능한 부분들이다. 충분한 실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속도에서 격차가 별로 나지 않다 보니 정신적으로 몰릴 일도 없었고, 그렇다 보니 더 자신 있게 절정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간 성취가 크게 상승했다는 의미이니 당연히 기분도 좋을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송유겸이다.

이런 속도에 적응할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일 테니까.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인지, 중앙에 있는 절정고수와의 간격도 금세 좁혀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 절정고수는 현재 경비무사들을 향해 맹렬하게 창술을 펼치는 중이다.

경비무사들은 이곳저곳에 부상을 입은 상태다. 그들의 수준에서는 아무래도 절정고수를 상대하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면의 경비무사들을 몰아붙이던 절정고수가 갑자기 상체를 우측으로 틀더니 창을 잘고 빠르게 세 차례 휘둘렀다.

티디딩!

창촉이 철비정 세 개를 튕겨냈다.

길초량이 철비정으로 한 차례 견제했던 것이다.

한데 그 직후, 미세한 기운 하나가 절정고수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안다.

저건 송유하가 날린 무음시다.

절정고수가 살짝 움찔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화살이 근접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절정고수는 절정고수였다.

챙!

순간적으로 창을 휘둘러 어렵지 않게 화살을 쳐낸 것이다.

그즈음 단목강은 이미 절정고수의 좌측면에 다다른 상태였다.

주저하지 않고 절정고수의 하체를 향해 강맹한 검초를 쏟아냈다.

의도적으로 절정고수의 하체를 노렸다.

절정고수는 직전에 허공에서 날아온 송유하의 화살을 창촉으로 쳐낸 상태다. 따라서 측면에서 낮게 파고드는 지금의 공격을 막기가 매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탓!

결국 절정고수가 후방으로 낮게 도약했다. 이런 상황에서 높게 도약하는 건 위험할 수 있는 만큼, 몸을 웅크리며 허리 높이 정도까지만 도약한 모습이다.

그 와중에도 절정고수는 곡식 타작이라도 하듯 창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다.

공격 범위를 벗어남과 동시에 반격을 가하며 자신의 어깨를 노린 것이다. 창은 긴 무기라 후방으로 살짝 도약하며 간격을 벌렸다 해도 공격이 닿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순간 네 개의 철비정이 절정고수를 향해 짓쳐 들었다.

뒤에서 유은무가 날린 철비정들이다.

절정고수가 창을 휘두르다 말고 어쩔 수 없이 그 철비정들을 쳐냈다.

허공이라 피하기가 어려우니 쳐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티디디딩!

그즈음 절정고수의 양발은 땅바닥에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애초에 낮게 도약한 만큼 착지도 빠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순간 단목강은 절정고수가 떨어지는 위치를 향해 아까보다 더 강력한 검초를 쏟아냈다.

아직 착지 전이기에 절정고수의 입장에서도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절정고수의 창이 빠르고 어지럽게 공간을 수놓았다.

카강! 챙! 채쟁!

그렇듯 절정고수의 창술이 자신의 검초를 막아가던 순간, 그의 우측 후방에서 넓고 강력한 검세가 펼쳐지며 그를 덮쳤다.

거대한 너울과 같은 검세를 펼쳐내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우혜였다.

기실, 자신이 강력한 공격을 연달아 사용하며 절정고수를 몰아붙였던 건 장우혜를 위해서였다. 절정고수의 모든 신경을 자신 쪽으로 붙잡아둘 목적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공격을 막던 절정고수는 착지하자마자 창의 자루 부분을 이용해서라도 어떻게든 장우혜의 검세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절정고수라 해도, 저렇듯 무게중심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결코 저 공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지금 장우혜가 펼치고 있는 무공은 창궁검법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장우혜는 그 절초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펼쳐내는 중이다.

결국 장우혜의 검이 절정고수의 복부와 가슴 위쪽을 거의 동시에 찔렀다.

푹! 푹!

“커흑!”

그러자마자 장우혜가 검로를 바꾸며 곧장 절정고수의 목을 노렸다.

벼락처럼 빠르고 사납게 휘둘러진 장우혜의 검이 결국 절정고수의 목을 찔렀다.

절정고수가 그대로 쓰러졌다.

역시 천하제일세가의 핏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훌륭한 창궁검법이더구려.]

미소 띤 얼굴로 장우혜에게 전음을 보내자 그녀가 대꾸했다.

[감사해요. 조장님이 저자의 주의를 끌어주신 덕분에 더 차분하게 펼쳐낼 수 있었어요. 송 언니와 은무가 꾸준히 엄호해 준 덕분이기도 했구요.]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에 바로 물었다.

[그런데 괜찮겠소? 적이든 아군이든 적어도 몇 사람은 창궁검법을 알아봤을 텐데. 그러면 정체를 들키게 되잖소.]

대표적으로 길초량, 소충광, 우문직 등은 알아봤을 가능성이 높다.

검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창궁검법을 여러 경로로 접한다.

천하제일세가의 워낙 대단하고 유명한 검법이라, 여기저기에서 참고자료로 많이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목격담들로부터 수집된 표본들이 있기에, 그 표본들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이다.

몰래 빼낸 게 아닌 이상, 실전 상황 등을 통해 우연히 목격한 형태들을 보고 연구하는 건 금기가 아니다.

장우혜가 빙긋 웃으며 대꾸했다.

[어쩔 수 없겠죠. 밝혀지면 밝혀진 대로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갈 수밖에요. 그래도 후회는 없을 거예요. 좋은 친우들은 지난 일 년 반 동안 이미 다 사귀어 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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