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219화 (219/416)

내 안에 마교있다 219

명호운은 닫혀 있는 창문을 향해 창을 겨눈 채 조용히 대기하는 중이었다.

조교인 송유겸이 지시했던 대로 창문에 가까이 다가서지 않은 채, 살짝 떨어진 위치에 섰다.

아까 여유가 있을 때 지켜봤는데 포연월과 단목지의 의술 실력이 범상치가 않았다.

포연월은 침술이 상당히 높은 경지에 있는 듯했고, 단목지는 외상 치료술에 매우 능하며 침술에도 어느 정도의 조예가 있어 보였다.

현재 길초량이 데려온 여인은 의식이 없는 상태다.

수혈을 점혈해서 잠들게 해뒀기 때문이며, 상처가 큰 부위들은 포연월의 침술을 통해 마취를 해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증을 그다지 느끼지 않고 잠들어 있는 것이다.

청여홍도 두 사람을 부지런히 돕는 중이다.

바깥에서는 전투 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다.

긴장이 된다.

아까 이 층 거실에서 앞뜰 쪽의 전투를 지켜볼 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됐었다. 조교인 송유겸이 곁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었다.

그렇다 보니 지금은 더 긴장이 된다.

뒤뜰 매우 가까운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데다가, 지금은 송유겸이 곁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실수하면 어쩌지?’

실전은 처음인 만큼 그런 염려들이 자꾸만 고개를 든다.

자신은 적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침입할 경우 일 차로 방어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의술을 펼치고 있는 단목지와 포연월이 무기를 쥘 수 있을 때까지는 자신이 버텨줘야 하는 역할이다.

계속 마음을 다잡고는 있지만 창을 쥐고 있는 손이 떨리는 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더 흘러갔을 때였다.

창문 밖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 순간, 명호운은 창 자루를 꽉 쥐었다.

그 직후 나무 창문이 박살 났다.

콰자작!

파편이 안으로 튀고 있음에도 명호운은 아랑곳하지 않고 창문 방향을 향해 쾌류창법을 펼쳐냈다.

창문이 박살 나는 것과 동시에 하나의 시커먼 인영이 창틀을 넘어서 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쾌류창법을 익힌 기간은 오래되지 않았으나 이번 여름 합숙 덕분에 그나마도 많이 익숙해진 상태였다.

방금 펼쳐낸 건 익숙해진 그 초식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공격 초식이었다. 조교 송유겸의 지시대로다.

슈슈슈슈슉-

초식을 펼쳐내면서도 느낌이 왔다.

무공이 깔끔하게 펼쳐질 때 전해지는, 특유의 착착 감기는 손맛이 느껴졌던 것이다.

중심 이동도 잘됐고 공력도 적절하게 배분되었다.

잘할 수 있을지 스스로 염려했었는데, 그 염려가 무색할 정도로 무공이 잘 펼쳐진 것이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창세는 순식간에 창문이 있는 공간을 덮었다.

그러나 창문을 통해 진입한 흑의복면인 또한 대응이 만만치 않았다.

챙! 채쟁!

휙휙-

일부 공격은 쳐내고 일부 공격은 피하며 매우 적절하게 대처를 해온 것이다.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아마도 이런 상황을 예측한 채로 진입했던 모양이다.

무공 실력 또한 높아 보였다.

자신이 매우 잘 펼쳐냈던 방금 전의 공격을, 상대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무마시킨 것이다.

아마도 적은 일류고수일 텐데 자신은 이류에 불과하다.

단목지와 포연월은 환자를 치료하느라 아직 싸울 준비가 안 된 모양이다.

하면 혼자서 조금 더 막아내야 하는 상황인데, 상대가 일류고수이다 보니 솔직히 자신은 없다.

‘조교님이 강력한 공격 초식이 통하지 않으면 곧바로 가장 안전할 수 있는 방어 초식을 펼치라고 하셨지.’

명호운은 송유겸의 지시를 떠올리며 곧바로 방어 초식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무공이 제대로 펼쳐질 때에만 느껴지는 특유의 손맛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눈앞의 적은 일류고수인 만큼, 현실적으로 지금의 방어 초식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뒤쪽에서는 아직까지 딱히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그때쯤, 적이 교묘한 자세로 몸을 트는가 싶더니 방어 초식의 틈을 비집고 검을 찔러왔다.

슉-

명호운의 눈매가 급격하게 좁아졌다.

적이 설마 저 틈으로 검을 찔러 넣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탓이다. 상대는 일류고수인 만큼 어렵지 않게 틈을 찾아낸 모양이다.

적의 검이 오른쪽 옆구리를 찔러오고 있다.

피하기가 매우 애매하다.

바로 뒤에 환자가 누워 있는 침상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여기에서 피해버릴 경우, 적은 다음 순간에 곧바로 환자를 노릴 수 있게 된다.

‘조금 다치게 돼도 어떻게든 막아야 해!’

명호운이 그런 각오로 창을 비틀 때였다.

별안간 창문 위쪽에서 시커먼 뭔가가 매우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리더니, 곧장 적의 등 뒤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심 소저······?’

그랬다.

시커먼 뭔가의 정체는 바로 심산화였다.

이 와중에도 놀라운 점은, 심산화가 등 뒤 가까운 곳까지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흑의복면인이 그녀를 향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곧 심산화의 소검이 뒷목 부근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에야 적이 다급하게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었다.

푹!

결국 심산화의 소검이 적의 뒷목과 어깨 사이를 찔렀다.

“큭!”

적이 완전히 절명하지는 않은 상태였기에 명호운은 즉시 그의 가슴을 향해 창을 쑤셔 넣었다.

푸욱!

심장을 찔린 흑의인이 눈을 부릅뜬 채 그대로 절명했다.

명호운이 창을 빼내자 흑의인의 시신이 방바닥으로 털썩 무너졌다.

‘조장님은 시체를 창밖으로 처리하지 말라고 하셨지.’

적들이 경계심을 품지 않을수록 좋은데, 이곳에서 떨어진 시체를 보면 없던 경계심도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시체는 창문이 있는 벽의 구석 쪽으로 밀어 둘 수밖에 없었다.

심산화는 창문틀 아래에 완전히 붙다시피 하며 몸을 웅크리고 있다.

은잠술을 펼친 것이다.

심산화가 은잠술에 능하다는 건 적어도 계반삼조원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궁금한 게 있었기에 그녀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방금 전에 창문의 위쪽에서 나타나던데, 대체 어디에 숨어 계셨던 것이오? 곧바로 개입한 걸 보니 가까이에 계셨던 모양이던데. 바로 위쪽의 지붕에 계셨던 것이오?]

그러자 심산화가 고개를 젓더니 소리는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만 대꾸했다.

‘처마.’

은잠술을 펼치고 있기에 기척을 조금도 들키지 않기 위해 입술 모양으로만 짧게 대꾸한 듯했다.

그나저나 처마라니.

근처의 처마였을 텐데, 그런 곳에 숨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긴 심산화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몸이 작고 가벼워서 어디든 숨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숨기는 쉬울 것이다.

어쨌거나 실전에서 직접 보니 그녀의 은잠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확실히 알 것 같다.

이 순간에 그녀가 저곳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가 된다.

옷자락 날리는 소리가 가까워지나 싶더니 이번에는 흑의복면인 두 명이 창틀 쪽으로 불쑥 도약해 올랐다.

명호운은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이번에도 공격 초식을 펼쳐냈다.

아직 허공에 떠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적들은 무기를 빠르게 휘두르며 무리 없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이었다.

둘 다 이전의 적처럼 흑의복면인들인데, 한 놈은 다부진 체격에 통통한 체형이었고 한 놈은 비쩍 마른 체형이었다.

둘 중에서 창틀 위에 먼저 착지한 건 통통한 놈 쪽이었다.

놈은 창틀을 딛자마자 곧바로 발을 박차며 자신을 향해 신형을 쐈다.

거리가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와중에 놈이 검을 떨쳐냈다.

즉시 방어 초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역시나 막기가 버거웠다.

놈도 일류고수인 것이다.

참고로 지금은 심산화가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마른 놈이 창틀 위에 내려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심산화가 통통한 놈을 노리기 위해 나서버리면 그 직후에는 오히려 그녀가 둘 사이에 포위되는 형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혼자 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데 실력 차가 적지 않다 보니 자신의 실력으로는 놈의 공격을 제대로 막을 수가 없다.

난감하다.

스윽-

그 순간, 뒤쪽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옆을 스치며 앞으로 나섰다.

뒷모습의 주인공은 포연월이었다.

그녀가 특유의 물 흐르듯 부드러운 보법을 펼치며 거침없이 마른 놈의 정면으로 파고들고 있다.

포연월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인지, 통통한 놈도 검로를 틀며 곧장 그녀에게 대응해갔다.

챙! 챙!

두 사람의 검이 빠르게 두 차례 교환된 순간, 창틀 위에 있던 마른 놈이 바로 합세하며 포연월을 공격했다.

그러자마자 창틀 아래쪽에 웅크리고 있던 심산화가 튕기듯 몸을 일으키며 방금 전에 가세한 마른 놈의 등 뒤로 달려들었다.

거리를 좁힌 심산화가 지체하지 않고 소검을 뻗었다.

마른 놈의 허리 어림을 향해서였다.

그 순간, 마른 놈이 깜짝 놀라는 듯하더니 황급히 신형을 틀었다. 그러면서 심산화를 견제하듯 검을 휘둘렀다.

적의 대응이 예상보다 빨랐기에 심산화로서도 계속 공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아쉽게도 마른 놈은 기척 감지에 제법 민감한 놈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심산화는 어쩔 수 없이 찔러가던 소검을 회수하며 측면으로 피했다.

은신이 풀리고 모습이 드러난 심산화의 존재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심산화는 내공도 수준급이고 은잠술과 신법 실력도 수준급이지만, 소검술은 겨우 몇 달 전에 첫걸음을 뗀 초보다.

여전히 기본을 배우고 있는 단계인 만큼 소검술의 성취가 높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그 실력으로 일류고수에게 맞설 수는 없는 일이다.

그즈음 포연월의 검은 이미 마른 놈을 찔러가는 중이었다.

어쨌거나 심산화의 개입으로 인해 마른 놈에게 잠깐의 틈이 생긴 만큼, 포연월도 곧바로 그 틈을 노린 것이다.

그러자 통통한 놈이 연쇄적으로 포연월을 노렸다.

포연월이 동료를 공격하는 것을 보고, 통통한 놈도 곧바로 그녀를 향해 검을 찔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포 소저를 엄호해야 해!’

순간적인 판단과 함께, 명호운도 즉시 창을 뻗었다.

통통한 놈의 공격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통통한 놈이 살짝 검로를 바꾸더니 순간적으로 자신의 창을 비스듬히 쳐냈다.

챙!

‘헛!’

명호운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놈이 비스듬히 쳐내려는 것을 알고 양손으로 창을 더 꽉 쥐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에 부딪치자마자 창이 옆으로 크게 튕겨 나간 것이다.

직접 무기를 맞대 보니 놈의 검에 담긴 힘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역시 자신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상대인 것이다.

통통한 놈은 애초에 검로를 살짝만 바꿔서 자신의 창을 쳐냈던 만큼, 어렵지 않게 다시금 검을 비틀며 포연월을 찔러가기 시작했다.

[숙여요!]

그 순간에 들려온 건 단목지의 전음이었다.

전음이 들리자마자 명호운은 자세를 급격하게 낮췄다.

그러자 하나의 인영이 빠르게 자신의 머리 위를 넘어가며 통통한 놈을 향해 짓쳐 들었다.

낮췄던 허리를 자연스럽게 빙글 뒤로 돌리며 눈으로는 상황을 확인했다.

통통한 놈은 끝까지 포연월을 향해 검을 뻗는 모습이었다.

표정을 보니 포연월을 찌른 후에도 단목지의 공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계산인 듯하다.

그 시점에 포연월의 검이 마른 놈의 옆구리를 깊게 찔렀다.

푸욱!

“크억!”

하지만 그즈음에는 통통한 놈의 검도 포연월의 허리에 닿는 중이었다.

“위험······!”

자신도 모르게 낮은 외침이 흘러나왔으나, 이쯤 되면 저 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 순간 포연월의 신형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녀의 몸이 기묘한 각도로 꺾였다.

서걱-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통통한 놈의 검이 포연월의 몸을 베었다.

그즈음 단목지는 낮게 도약한 상태에서 몸을 쭉 뻗으며 통통한 놈을 향해 초식을 펼쳐내는 중이었다.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움직임이다.

통통한 놈이 즉시 포연월 쪽에서 검을 회수하며 단목지의 공격을 막아갔다.

“조심!”

통통한 놈의 검에 담긴 힘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는 사실을 경험했기에 외친 것이다.

두 사람의 검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통통한 놈은 다부진 체격인 데 반해 단목지는 가녀린 몸매다. 게다가 통통한 놈은 양발로 단단하게 바닥을 딛고 있는 데 반해 단목지는 허공에 떠 있기도 하다.

여러 정황상, 아마도 단목지의 검은 크게 튕겨 나갈 것이다.

이윽고 단목지의 검과 통통한 놈의 검이 맞부딪쳤다.

카앙!

그 순간 명호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상했던 바와 완전히 반대였다.

통통한 놈은 검을 든 팔 자체가 아예 뒤로 확 젖혀진 데 반해, 단목지는 검만 살짝 위로 들썩였다가 곧바로 원래의 검로를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헛······!”

통통한 놈이 두 눈을 부릅뜨며 헛바람을 들이켠 순간, 단목지의 검이 놈의 가슴을 찔렀다.

“커흑!”

통통한 놈의 신형이 무너졌다.

단목지가 그 앞으로 사뿐히 착지해 내렸다.

명호운은 멍한 눈으로 단목지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더 불리한 조건에서도 저 통통한 놈의 검을 힘으로 눌러버리다니.

‘대체 저 검에 담긴 위력이 얼마나 강하기에······!’

그때쯤 단목지가 포연월을 향해 물었다.

“연월이, 괜찮지?”

명호운도 황급히 포연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포연월은 방금 전에 허리 부근을 찔렸었다.

의아한 건 단목지의 말투였다.

포연월이 괜찮다는 걸 확인하는 느낌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에구······.”

포연월이 그런 음성을 내며 손으로 본인의 허리 어림을 만지고 있다.

응당 피가 흥건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자세히 보니 입고 있는 의복의 허리 어림이 어느 정도 잘려나갔을 뿐이었다.

무조건 찔렸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찔리지 않은 것이다. 다행이다. 포연월 특유의 그 신묘한 움직임 덕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의복의 잘려나간 부분을 잠시 만지작거리던 포연월이 안타까움 가득한 표정으로 단목지를 향해 대꾸했다.

“안 괜찮아요. 이 옷, 두 번밖에 안 입은 새 옷이거든요.”

단목지가 그런 포연월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푸후훗! 가만 보면 연월이도 엉뚱한 매력이 있다니까?”

청여홍도 동감이라는 듯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