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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22화 (222/416)

내 안에 마교있다 222

절정고수가 빠르게 짓쳐 들고 있는데도 왕철양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

하긴 저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계반삼조에서 명호운과 심산화, 왕철양은 경지가 이류인데, 그중에서도 무공이 전체적으로 가장 처지는 게 왕철양이다.

수련을 같이 해 본 적이 거의 없기에 왕철양의 실력을 세세히는 모르나, 저 정도 무공 경지에서 절정고수의 움직임에 제대로 반응하는 건 무리다.

결국 당장은 자신이 저 절정고수로부터 왕철양을 보호해줄 수밖에 없다.

참고로 저 절정고수는 왕철양을 공격하다가 갑자기 송유하를 노릴 수도 있다. 애초에 송유하의 후방 궁술 지원을 견제하러 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람 모두를 보호해야 한다는 뜻인데, 당연히 엄청나게 부담스럽다.

상대가 적당한 적이 아니라 절정고수이기 때문이다.

‘나도 두렵다고······.’

다행히 지금의 위치는 앞뜰 쪽에서도 훤히 보이는 위치다.

이쪽에서 싸움이 났다는 사실을 아래에서 싸우고 있는 선배들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조교 송유겸도 그 부분까지 고려해서 이곳의 인원 배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선배들이 지원을 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테니, 그 전까지는 자신이 어떻게든 저 절정고수로부터 송유하와 왕철양을 지켜주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절정고수의 움직임을 자신의 안법이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자신에게 무공을 가르치고 단련시켰던 분은 조부였다. 근래 알게 되었지만 조부는 신룡대 부조장 출신의 고수이기도 하다.

그런 조부와 수도 없이 비무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조부의 빠른 속도에 적응을 한 덕분에 이렇듯 안법의 경지가 받쳐주고 있는 것이다.

이 층 거실은 천장이 높고 공간도 제법 넓다.

그렇다 해도 실내인 만큼, 대도를 길게 잡고 마음껏 휙휙 휘두르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혹여 휘두르다가 칼날이 벽면에 박히기라도 하면 그 순간에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상대가 절정고수인 만큼 동작을 크게 가져가는 건 더더욱 금기다.

짧게 잡고 끊어 베는 느낌으로 대도술을 펼쳐야 하리라.

곧장 절정고수를 향해 다가서며 그의 허리 어림을 향해 대도를 뻗었다.

슈욱-

동작을 크게 가져가지 않았다고 해도 대도에 담긴 힘 자체는 결코 약하지 않다.

절정고수가 도를 마주 휘둘러왔다.

샥-

절정고수의 눈빛에서 모종의 자신감이 엿보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가 휘둘러지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자신보다 늦게 도를 휘두르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도가 훨씬 더 빠르게 앞으로 뻗어 나오고 있다.

역시 절정고수는 절정고수다.

자신이 무공 경지에 비해 안법의 경지가 높아서 그나마 눈이 따라갈 수 있을 뿐이지, 실제 움직이는 속도에 있어서는 큰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절정고수답게 도에 담긴 힘도 매우 강맹하다.

곧 자신의 대도와 절정고수의 도가 맞부딪쳤다. 왕철양의 정면 두 걸음 앞쪽에서였다.

카아앙!

쇠와 쇠가 강하게 부딪치며 강렬한 격돌음을 발산해낸 순간, 대도의 자루를 쥐고 있는 양손에도 엄청난 충격이 전해져 왔다.

“큽!”

온 힘을 다해서 양손의 손아귀를 꽉 쥐었지만 참던 신음이 결국 밖으로 새어 나왔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도의 도신이 뒤쪽으로 강하게 튕겨 나가고 있다. 절정고수의 도에 담긴 힘과 반탄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다.

그리고 대도의 칼등이 밀려나고 있는 방향에는 왕철양이 있다.

왕철양이 다칠 수 있기에 어떻게든 손아귀에 힘을 주고 있는 건데, 대도가 뜻대로 멈춰주지를 않는다.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용을 쓰던 순간.

탱!

그 소리와 함께 뒤로 튕겨나던 대도가 간단하게 멈췄다.

왕철양이 왼손에 들고 있던 선화부의 넓은 옆면을 이용하여 대도의 칼등을 세운 것이다.

왕철양은 두 무기가 부딪치는 순간에 도끼를 살짝 뒤로 빼며 충격을 흡수하기까지 했다.

의외로 노련한 대처가 아닐 수 없다.

다시금 대도의 자루를 양손으로 꽉 쥘 무렵,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두 개의 날카로운 기운들이 느껴졌다.

두 자루의 비수였다.

왼쪽 허벅다리와 어깨를 향해 날아들고 있다.

대도가 뒤로 튕겨나면서 생긴 빈틈을 제대로 노린 암기술이다.

날아오는 방향이 치밀했다.

자신이 피하면 왕철양이 당할 수밖에 없는 궤적이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뜻인데, 문제는 절정고수가 날린 비수인 만큼 날아드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었다.

하나는 막을 수 있겠지만 두 개를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온몸의 털이 모조리 곤두서는 와중에도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어깨를 내줘야 하나? 아니면 다리를 내줘야 하나?

독이 묻어 있는 건 아닐까? 이 상황에서 독에 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그냥 하나는 피할까?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피한 거라고 변명하면 되잖아? 왕철양은 몸도 튼튼하니까 저거 하나 맞아도 내가 맞는 것보다는 덜 치명적일 거 아냐?

원추엽은 이를 악물었다.

비겁해질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존경하는 조부에게 부끄러운 손자가 되고 싶지 않다.

결국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양발을 붙인 채, 대도의 도신을 허벅다리 쪽으로 휘둘렀다.

어깨를 찔리면 전투하기가 어려워지는 선에서 끝나겠지만, 허벅다리를 찔리면 이동이 불편하여 일행에게 짐이 된다.

챙! 챙!

허벅다리로 날아드는 비수를 막아낸 순간 원추엽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왼쪽에서 갑자기 검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자신의 어깨로 날아드는 비수를 쳐내 줬기 때문이다.

살짝 고개를 틀어보니 송유하였다.

‘어떻게······.’

선배인 송유하는 일류에 근접하긴 했으나 아직 일류고수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정고수의 비수를 쳐낸 것이다.

놀랍다.

비수를 쳐냈다는 건 눈도 쫓아가고 움직임도 따라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상식선에서는 섣불리 이해가 되지 않으나, 송유하가 조교인 송유겸의 누이동생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는 있다.

기동타격조에서 함께 활약했던 조부의 말에 따르면 송유겸은 움직임이 엄청나게 빠르다고 했다.

그런 송유겸이 꾸준히 단련시켰다면 송유하 또한 속도 면에서는 남다른 면모가 생겼을 것이다. 조부와의 수련을 통해 자신이 이렇게 되었듯이.

샥-

그 순간, 또다시 절정고수가 도를 휘두르는 소리가 들렸다.

절정고수가 어느새 왕철양의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그의 허리 위쪽을 베어가고 있었다.

현재 자신은 왕철양의 왼편에 있으며, 송유하는 자신의 왼편에 있다. 즉, 둘 다 왕철양의 오른쪽에 있는 저 절정고수의 공격을 막아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난감한 상황이긴 하나, 즉시 왕철양의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절정고수를 향해 대도를 뻗었다.

시간상 막아주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절정고수를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야 왕철양이 덜 다치기 때문이다.

유엽비도를 통해 견제하는 방법도 있으나,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고수인 만큼 암기술은 자제하는 게 옳다.

튕겨내는 방식으로 아군을 다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왕철양은 이제야 반응했다.

오른팔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늦게 반응해서는 절정고수의 저 빠른 도법을 절대 막을 수가 없다.

그 순간 왕철양의 도끼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휘둘러졌다.

샥-

팔을 휘두르는 동작 자체가 엄청나게 빨랐다.

저 무공 경지에서 저렇듯 빠르게 도끼를 휘두를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한데 도끼에서 공력이 별로 느껴지지 않고 있다.

즉, 지금의 왕철양은 타고난 신체의 힘, 그중에서도 특히 어깨와 팔과 손목의 힘으로 저렇듯 빠르게 휘둘렀다고 봐야 한다.

엄청난 힘이다.

대단하긴 한데, 그럼에도 저 절정고수의 도를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 절정고수의 도에 담긴 위력은 무시무시하다.

겪어 봤기에 잘 안다.

아니나 다를까 절정고수의 눈동자에도 자신만만한 기색이 담겨 있다.

방심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미 일류고수인 자신의 대도를 뒤로 크게 튕겨냈던 마당인데, 이류무사가 휘두르는 도끼 정도가 뭐가 대수겠는가.

도와 부가 격돌했다.

까아아앙!

어마어마한 격돌음이 울려 퍼졌다.

“큭!”

신음의 주인은 의외로 절정고수였다.

도를 쥐고 있는 절정고수의 오른팔이 뒤로 강하게 튕겨 나간 상태다.

전해진 충격이 얼마나 심했던지, 그는 결국 손아귀에 쥐고 있던 도를 놓치기까지 했다.

경악할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복면 안으로 드러난 절정고수의 눈동자도 튀어나올 듯 부릅떠져 있었다.

서둘러 확인해보니 왕철양은 여전히 오른손에 선화부를 쥐고 있었다. 절정고수가 무기를 놓쳤는데 이류무사는 무기를 쥐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왕철양의 팔이 그다지 뒤로 젖혀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무공 경지의 차이를 무시하는 괴력이라니······.’

그야말로 상상 초월의 괴력이 아닐 수 없다.

왕철양은 오른팔을 원위치시키더니 어깨를 풀 듯 팔을 천천히 돌리고 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로 눈으로는 절정고수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애초에 인상이 무서운 왕철양이다 보니 표정에서 전해지는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당황한 표정의 절정고수가 견제 목적으로 비수를 던지며 거리를 벌렸다.

뒤로 날아간 그의 도가 일 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쪽의 벽면에 박혔기 때문이다.

그즈음, 누군가가 계단 쪽에서 올라오며 이 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을 들고 있는데 갈의복면인이다.

그도 절정고수일 것이다.

이 층으로 올라선 그가 계단 쪽 벽면에 박혀 있는 도를 뽑더니 이곳에 있던 절정고수를 향해 던졌다.

그러더니 곧장 자신들 쪽으로 짓쳐 들기 시작했다.

범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니 역시나 절정고수다.

‘절정고수 한 명도 버거운데 두 명이라니······!’

이건 무조건 피해야 한다.

“이탈!”

그렇게 외치자 송유하와 왕철양이 병실 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초에 조교 송유겸이 그렇게 지시했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 순간, 병실로 향하던 복도 쪽에서 또 한 명의 복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도 갈의복면인이었다.

이러면 병실 쪽으로 피할 수가 없다.

거실 정면의 넓은 창문을 이용해 앞뜰로 뛰어내려야 한다.

“앞뜰로!”

그러자 송유하와 왕철양이 즉시 방향을 거실의 정면 쪽으로 틀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이미, 도를 쓰는 절정고수와 계단 쪽에서 올라온 절정고수가 진행 방향을 막아서는 중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잠시 병실 쪽으로 향했다가 발걸음을 돌린 게 시간을 준 것이다.

이러면 포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포위하고 있는 게 가뜩이나 절정고수들이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이 들던 찰나, 거실의 넓은 창문 쪽으로 하나의 인영이 불쑥 솟아올랐다.

‘길초량 선배님!’

그가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다.

조부의 말에 따르면 기동타격조의 관도들 중에서 송유겸 다음으로 뛰어났던 게 길초량이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직 거실 바닥에 착지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길초량이 즉시 양손을 털어냈다.

피빗!

철비정 두 자루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들었다.

도를 쓰는 적과 계단에서 올라온 적을 향해서였다.

두 절정고수가 화들짝 놀라며 신형을 틀어 길초량의 철비정을 막아갔다.

절정고수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대단한 철비정술이라니, 역시 조부가 칭찬한 관도답다.

“웃쌰.”

길초량이 거실 바닥을 디디며 낸 소리다.

그 직후, 길초량의 신형이 마치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튕겨졌다.

모종의 신법을 쓴 모양인데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자신이 방금 봤던 절정고수들만큼이나 빠른 속도였다.

지금 길초량이 향하고 있는 곳은 도를 쓰는 절정고수와 계단에서 올라온 절정고수의 중간쯤이다.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일류고수가 절정고수 두 명의 사이로 파고들고 있는 상황임에도, 절정고수들은 흠칫한 데 반해 일류고수는 거침없는 기세를 발산하고 있다.

지금의 길초량은 오른손에 곤을 들고 있다.

평소에 천으로 둘둘 말아서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바로 그 곤이다.

참고로 길초량은 앞뜰에서 싸우던 방금 전까지도 저 곤을 꺼내 들지 않았었다.

내내 후열에서 철비정만 던졌었는데 드디어 저 곤을 꺼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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