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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25화 (225/416)

내 안에 마교있다 225

내 감지 영역에 잡힌 추격자들은 두 놈이다.

또 다른 적들이 저 두 놈을 따라오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계속 감지나 하고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추격자 두 놈 모두 혈교 쪽의 강력한 고수들이기 때문이다.

얼핏 느껴지기에도 저 두 놈 모두 내가 동갑도에서 상대했던 두 놈에 비해 경지가 높아 보인다. 동갑도에서 상대했던 두 놈이란 마차를 쓰던 키 큰 놈과 박도를 쓰던 왜소한 놈이다.

당시에 그 두 놈을 상대할 때는 제갈수광과 도예주의 지원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처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 혼자서 일대일로 붙었다고 가정할 경우, 결과적으로 이기기는 했겠으나 결코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들은 아니었다. 그 정도로 강한 놈들이었다.

동갑도에 있을 당시에 비하면 내 성취도 적잖이 상승한 상태이긴 한데, 지금 나타난 두 놈은 당시에 상대했던 키 큰 놈과 왜소한 놈보다 강하다.

즉, 나 혼자서 한 명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나, 두 명을 동시에 감당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상대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서 저 두 놈을 맡아야 한다.

우리 일행 중에 나 외에는 저 두 놈을 감당할 수 있는 인원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실력이 눈에 띄게 상승한 길초량과 단목강이라 해도, 둘이서 추격자 한 놈을 맡는 것조차 어렵다. 잠깐 동안 버티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계속 상대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애초에 경지 차이가 너무 큰 탓이다.

결국 나를 제외한 모두를 퇴각시켜야 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길초량에게 말했다.

“추격자들이 있소. 내가 그들의 발을 붙잡고 있을 테니 즉시 모두를 이끌고 이차 접선지로 출발하시오. 최대한 서두르시오. 길 형과 조장님만 믿겠소.”

길초량은 대답 대신 잠깐 동안 나를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진지한 눈빛으로 대꾸했다.

“추격자들이 굉장한 고수들인 모양이구려.”

역시 길초량이다.

내 분위기를 보고 금세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내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여 보이자 그가 말했다.

“알았소. 부디 조심하시오, 송 형.”

길초량이 곧바로 뒤돌아서 멀어져갔다.

답답하게 굴지 않아서 좋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어떻게 친구만 사지에 남겨두고 떠나느냐는 둥의 쓸데없는 소리들을 해 대며 시간을 끌 수도 있다. 한데 길초량은 그런 게 없다.

역시 신룡대다.

이 상황에서 뭐가 중요한지를 알고 있으며, 본인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금세 파악한 것이다.

가뜩이나 길초량은 내가 얼마나 빠른지도 잘 알고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여차하면 알아서 퇴각하기에도 용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암기술 정도만으로 상대할 만한 자들이 아닌 만큼 비룡검을 미리 뽑아 들었다. 그러자마자 곧장 두 명의 추격자가 달려오는 방향으로 향했다.

내가 직접 가서 적의 주의를 끌기 위함이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줘야 우리 일행도 더 안전해질 수가 있다.

두 놈도 내 존재를 인식하고는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는 게 느껴진다.

이윽고 두 놈의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내가 적당한 간격을 사이에 두고 발을 멈추자 놈들도 멈춰 섰다.

둘 다 삼십 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사내들이다.

내가 보는 방향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놈은 키가 작고 몸집이 두툼했다. 아무리 봐도 통통한 수준은 넘었다. 뚱뚱하다.

놈은 손에 월아산(月牙鏟)을 들고 있다.

월아산이란 긴 창대에 창 촉 대신 초승달 모양의 칼날인 월아가 달려 있는 장병이다.

놈이 들고 있는 월아산은 전체 길이가 육 척이 살짝 안 되어 보였다. 월아산치고는 길이가 평균 이하이나, 주인의 키보다 무기가 더 긴 건 확실하다.

참고로 놈의 월아산은 창대 부분 또한 금속 재질로 보였다.

내가 보는 방향에서 왼쪽에 위치한 놈은 평균 신장에 평균 체격이며, 뱁새눈인 게 특징이다.

들고 있는 무기는 왜도(倭刀)인데, 뱁새눈의 외모나 복식 등이 딱히 왜구 또는 왜인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왜도를 쓴다고 해서 무조건 왜구나 왜인이라는 법은 없다.

변방에는 왜도술을 연구하고 익히는 무인들이 왕왕 존재하며, 중원에도 간혹 그런 이들이 있다. 왜도가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도 상당히 괜찮은 무기인 탓이다.

왜도술은 일반적으로 쾌도술의 성향을 띠며, 베는 순간 힘의 집중도가 매우 강하다. 주의하며 상대할 필요가 있다.

두 놈 모두 처웃고 있다.

기형거검을 쓰던 덩치 놈도, 마차를 쓰던 키 큰 놈도, 박도를 쓰던 왜소한 놈도, 모두가 저런 식의 웃음을 보였었다.

눈앞의 두 놈도 비슷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저놈들은 대체 왜 저런 식으로 웃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다.

놈들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 얼굴에서 저 웃음기가 쪽 빠진다는 사실이다.

내가 먼저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현 상황에서 내 최우선 목표는 두 놈을 모두 내게 붙들어두는 일이다. 두 놈이 갈라져서 한 놈만 나를 상대하고 한 놈이 우리 일행들 쪽을 쫓아가면 상황이 곤란해진다.

두 놈 모두를 붙들어두려면 내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확실하게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두 놈 중에서 일단은 월아산을 들고 있는 뚱뚱한 놈 쪽으로 향했다. 천섬무는 중상 단계로 운용했다.

내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가자 뚱뚱이는 살짝 놀란 기색을 보였다.

내 속도가 의외로 빠르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놀람은 찰나였을 뿐, 뚱뚱이는 반사적으로 한 발을 뒤로 빼서 최소한의 간격을 확보하며 월아산을 휘둘러왔다.

휘익- 슈슉!

빠른 반응 속도와 알맞은 견제다.

외모만 보면 동작이 둔하고 반응이 느릴 것 같은데 결코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움직임이 매우 잽싸다.

나 또한 놈이 둔할 거라는 편견을 가졌던 건 아니었다.

저런 고수쯤 되면 동작이 둔할 리도 없고 반응이 느릴 리도 없다.

사악-

자연스럽게 상체를 틀어 내 쪽으로 뻗어오는 월아산의 우측으로 지나쳤다.

그 찰나에 천섬무를 최상 단계로 운용했다.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순간적으로 뚱뚱이의 좌측면으로 더 가까이 파고든 것이다.

계속 가까이 파고들수록 긴 무기를 상대하기에 효율적이며, 이렇게 근접하면 동료인 뱁새눈이 뚱뚱이를 엄호해 주기도 쉽지 않다.

참고로 내가 처음부터 오른쪽에 있던 뚱뚱이를 노린 후 계속해서 우측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유도 왼쪽에 있는 뱁새눈이 때문이다.

뱁새눈이가 분명히 뚱뚱이를 돕기 위해 나를 견제해올 테니, 뚱뚱이를 공격하는 와중에도 이렇듯 계속 우측으로 움직이며 뱁새눈이의 개입 시기를 조금이라도 더 늦추기 위함이다.

뚱뚱이가 눈을 부릅뜨고 있다.

천섬무를 중상 단계로 운용하다가 상 단계를 건너뛰고 갑자기 최상 단계로 펼친 상황이다. 놈의 입장에서는 순간 속도의 차이가 매우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근접 거리에서 갑자기 빨라졌으니 아무리 놈 정도 되는 고수라도 대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그걸 노린 기습이기도 했다.

스윽-

비룡검의 검극이 뚱뚱이의 불룩한 복부 좌측을 금방이라도 찌를 듯 가까워졌다.

그러자 뚱뚱이가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그 순간, 왜도가 상체를 뒤로 젖힌 뚱뚱이의 정면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사선으로 빠르게 베어왔다.

샤악-

뱁새눈이의 개입 시점이 내 예상보다 약간 빠르다.

뚱뚱이가 절묘한 움직임으로 뱁새눈이의 개입을 도와준 덕분이다.

뱁새눈이의 도법이 매우 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도의 면이 뚱뚱이의 가슴과 배를 스치듯 예리한 각도로 베어오고 있다.

순간적인 대응일 텐데 두 놈이 합이 잘 맞는 느낌이다.

비룡검을 조금만 더 뻗으면 뚱뚱이의 복부를 약간이나마 쑤실 수 있을 것 같다.

한데 이대로 비룡검을 쑤시면 내 몸도 조금이나마 베일 것이다.

왜도가 휘둘러지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룡검을 바로 회수하지 않은 채, 미리 왼손에 장착해뒀던 쇠구슬을 뱁새눈이의 하체를 향해 튕겨냈다.

공격을 성공시키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무리해서는 안 될 일이나, 이 정도 고수들을 상대로 잡은 이런 기회를 쉽게 흘려보낼 수도 없는 일이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 한다.

쇠구슬을 발출하자마자 주변시로 확인했는데, 뱁새눈이는 내 쇠구슬을 막으려 하지도, 피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냥 원래의 경로를 따라 도를 베어 올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뱁새눈이의 하체로 향하던 내 쇠구슬을 뭔가가 막아왔다.

몸을 뒤로 젖히던 뚱뚱이의 월아산이었다.

막아 온 부분은 상단의 칼날 부분이 아닌, 하단의 자루 부분이다.

팅!

쇠구슬을 튕겨낸 순간, 뚱뚱이가 월아산을 교묘한 각도로 비틀어 뱁새눈이의 진로를 확보해줬다.

역시나 합이 잘 맞는 놈들이다.

쇠구슬이 창대에 맞고 땅바닥 쪽으로 튕겨난 순간, 나도 비룡검을 회수함과 동시에 옆으로 몸을 뺐다.

샥-

왜도가 아슬아슬하게 내 옷자락을 스쳐 지나갔다.

한 차례의 공수 교환 후 간격을 벌렸다.

놈들도 달려들지 않았다.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에 나도 죽립 아래로 조용히 두 놈을 바라보기만 했다.

두 놈 모두 적잖이 놀란 기색이다.

당연히 웃음기는 없다.

이윽고 뚱뚱이가 고개를 내리더니 왼손으로 상의의 허리춤을 들어 본인의 좌측 복부를 확인했다.

복부 살갗의 한 부분에 피가 살짝 고이고 있다.

내 비룡검에 의한 상처인데, 아쉽게도 깊은 상처가 아니라 생채기 정도다.

어쨌거나 두 놈의 표정을 보니 혼자 남아서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님을 제대로 인식한 것 같다.

두 놈을 모두 내 앞에 묶어 놓으려던 애초의 내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물론 이 상황은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아무리 나라도 저 정도 경지의 고수 두 명을 홀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방금 전에 확인했듯 저 두 놈은 손발도 기가 막히게 잘 맞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쪽이 불리해질 것이다.

게다가 나는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이미 최상 단계의 속도를 보여줘 버렸다.

놈들도 그 속도를 염두에 두고 있을 테니 내 공격이 통하기도 더 어려워졌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오래 저 두 놈의 발을 붙잡아 놓고 있다가 적당한 시기를 봐서 도주하는 수밖에.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엄청난 속도.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고 빠른 강탄술. 가죽 띠에 꽂혀 있는 소비도들······. 설마 했는데 저러면 정말로 동천비룡인 거지?”

경박하고 방정맞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뚱뚱이다. 뱁새눈이를 향해 물은 것이다.

그나저나 동천비룡이라.

내 별호임을 아는 데도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지 새삼스럽다.

뱁새눈이가 내게 시선을 고정한 상태에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어. 아마도.”

“그 장원의 현장에 얼핏 쇠구슬과 소비도가 보이기에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동천비룡이라니.”

“어. 직접 겪어 보니 무서울 정도로 빠르군. 아까의 그 빠르기는 내 입장에서도 살이 떨릴 지경이었으니.”

“젠장. 나보다 훨씬 빠른 네가 그렇게 느낄 정도면 나는 어떻겠냐고.”

뚱뚱이가 투덜거렸다.

참고로 뚱뚱이도 결코 느린 게 아니다. 상대적으로 뱁새눈이의 속도가 빠를 뿐이다.

어쨌거나 나는 저놈들을 상대로 되도록 오래 시간을 끌어야 하는 입장이라, 놈들의 대화가 반가웠다.

그래. 그렇게 계속 말이나 주고받아라.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나한테 말을 걸어와도 되도록 길고 친절하게 대꾸해줘야겠다.

뚱뚱이가 말했다.

“비록 이 대 일이나마 그 유명한 동천비룡과 계속 겨뤄 보고 싶은데······, 역시 그건 비효율적이겠지?”

조금은 아쉽다는 어조다.

뱁새눈이가 대꾸했다.

“어. 뒤는 맡기고 우리는 앞쪽을 쫓을 수밖에.”

추격자들이 더 있다는 뜻이다.

놈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나는 비룡검을 고쳐 쥐며 언제든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펼칠 준비를 했다.

그런 나를 보던 뚱뚱이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하······! 내 말 듣자마자 바로 대비하는 것 좀 봐. 게다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방심하는 기색이 눈곱만큼도 없어. 저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저놈 대체 뭐야?”

“어. 괜히 그 유명한 남궁찬과 함께 쌍룡으로 묶였겠어?”

맥락에 상관없이 대답할 때 ‘어.’라는 말부터 붙이는 게 뱁새눈이의 말버릇인 모양이다.

“정말 무시무시한 놈이네. 그래, 맞아. 저런 무시무시한 놈은 우리 쪽에서도 그냥 무시무시한 분한테 맡기는 게 낫겠지.”

그 말에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뚱뚱한 놈이 본인들보다 훨씬 더 대단한 고수가 준비되어 있다는 듯 말했기 때문이다.

한데 그 직후, 하나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눈동자가 커져갈 때쯤, 뚱뚱이의 방정맞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 마침 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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