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236
잠에서 깨어났다.
배가 여전히 나아가는 중임을 느낄 수 있다.
어제 회회심공을 열심히 운기한 덕분인지 내상이 생각보다는 많이 호전되어 있었다. 포연월의 침술도 적잖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선실을 벗어나 갑판 위로 올라왔다.
하늘이 말끔하게 개어 있다.
어젯밤에 비가 제법 많이 내렸기 때문인지 공기도 더 상쾌한 느낌이다.
예상은 했지만 시간은 오후였다.
미시 정(오후 2시)에서 신시 초(오후 3시) 사이쯤 되는 듯했다.
잠시 흘러가는 강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출출해져 왔다.
아침을 제법 먹고 잤는데도 뭐가 이래?
곧장 식당으로 가서 문을 열었는데,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는 단목지의 모습이 보였다.
턱을 괸 채 열린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앞에는 찻잔이 놓여 있다.
단목지가 입고 있는 옷도 어제 송유하가 입었던 옷처럼 고급스러운 옷이었는데, 왜 저걸 입고 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참고로 어제 송유하가 입고 있었던 건 그나마 남색의 옷이었는데 지금 단목지가 입고 있는 건 붉은색의 옷이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에 군데군데 마감 처리는 검은색으로 되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시선을 확 잡아끌고 있는데, 중요한 건 옷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었다.
저 미모에 옷마저 잘 어울리니 탄성이 나오려는 걸 참아야 할 정도로 예뻤다.
화폭에 담아 놓고 싶은 모습이다.
누군가가 들어선 것을 느꼈는지, 단목지가 자세를 바로 하며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렸다.
그녀의 표정에 금세 반가운 기색이 담겼다.
“어? 송 공자님, 일어나셨어요?”
“하하, 단목 소저, 안녕하시오. 옷이 참 잘 어울리는구려.”
“아······. 감사해요. 실은 여홍이가 주는 대로 어쩔 수 없이 입은 건데, 색이 좀 부담스럽긴 해요.”
말은 저렇게 하는데 그다지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은 아니다.
색에 대한 부담감이 아예 없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다는 뜻이지.
“아마도 그 옷은 지금쯤 행복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오. 자신이 태어난 후로 가장 빛나는 순간일 테니까.”
“어머나? 푸호호홋!”
단목지가 놀란 반응을 보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결코 싫지 않은 기색이다.
내가 미소를 보이자 단목지가 물었다.
“식사하러 오신 거예요?”
“그렇소.”
“이리로 와서 앉아 계세요. 제가 챙겨다드릴게요.”
“아이고, 그러실 필요까지는.”
“그냥 앉아 계세요.”
단목지가 곧장 일어나더니 주방 안쪽으로 향했다.
잠시 후 상이 차려졌다.
나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채로 식사를 시작했다.
내가 숟가락으로 세 차례쯤 밥을 떴을 무렵, 단목지가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내 숟가락 위에 얹어주며 말했다.
“이거하고 드세요.”
내가 살짝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생긋 웃어 보이기만 했다.
“이거, 너무 황공무지해서 밥이 얹히지나 않을지 모르겠구려.”
“그럼 더 꼭꼭 씹어 드시면 되겠네요?”
“그, 그건 그렇겠구려.”
이후에도 밥을 먹는데 당연히 얹히지는 않았고 더 꿀맛 같기만 했다.
이따금씩 젓가락으로 반찬을 올려 주며 그녀가 말했다.
“내상을 크게 입으셨다고 들었는데 상태가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네요.”
“아, 그렇소. 어제 백송학 선배님, 그러니까 연월이의······.”
“사형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어제 인사 나눴어요. 어제 저와 함께 의원님을 도우셨거든요. 의술과 침술로 치료를 부지런히 보조하셨어요.”
“그랬구려. 그분이 응급 내상약을 주셨는데 그게 효험이 매우 좋았소. 배에 도착한 후에는 연월이가 내상 치유 목적의 침도 놔줬고. 그 후에 운기조식을 오래 취하다가 잠들어서 그런지 많이 좋아졌소.”
“정말 다행이에요.”
잠시 후에 단목지가 말했다.
“어제 장원에서 병실에 절정고수가 침입했을 때 말이에요. 송 공자님이 창문을 통해 잠깐 병실에 들어와서 그자를 처치하고는 복도 쪽으로 나가셨잖아요. 벽을 평지처럼 밟고 달리면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분명히 송 공자님이 병실에 들러서 절정고수를 처치하고 나갔던 건데도, 저는 송 공자님의 모습을 전혀 눈으로 좇지 못했어요. 문을 열라는 송 공자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냥 검은 바람이 스쳐 지나간 느낌이었죠.”
돌이켜 생각해 봐도 놀랍다는 투다.
“아, 그때는 상황이 다급해서. 하하······.”
혈교의 절정고수 놈들이 장원 본채의 이곳저곳에 따로따로 침투했던지라 나로서는 매우 바쁜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펼치고 있을 때였다.
“송 공자님이 엄청나게 빠르다는 얘기는 여러 경로로 접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까지 빠를 거라고는 상상치도 못했어요. 경악할 정도였어요.”
“아하하······.”
“그런 신위를 직접 접해 보니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왜 다들 송 공자님을 대단하다고 하는 건지.”
내가 민망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단목지도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송 공자님과 같이 여인용으로 변환시켰던 세가의 검술, 어제 사용해 보니 매우 좋았어요. 무공을 더 간결하게 펼쳐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위력이 나오다 보니 병실에서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에도 훨씬 수월했어요. 성취가 상승할수록 위력과 속도가 더 좋아질 거라는 확신도 들었어요. 송 공자님 덕분이에요. 감사드려요.”
“변형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도움을 드린 건 사실이나, 소저 또한 빨리 적응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노력하셨잖소. 그 성과일 것이오.”
변형식 정리는 이번 합숙 기간에 완료되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녀가 여전히 변형식에 적응하는 중임을 감안하면, 더 적응해 갈수록 성취도 쑥쑥 상승할 것이다.
그 변형식이라면 단목세가의 검법이 품고 있는 오의에 가까워지기도 더 수월할 것이고.
단목지가 또다시 반찬을 한 차례 챙겨주더니 말했다.
“어제 병실에서 함께 싸웠던 연월이, 산화, 명 공자 모두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연월이야 뭐 말할 것도 없는 실력이지만, 산화의 은잠술 실력이 그 정도로 대단할지는 몰랐어요. 게다가 명 공자의 창술도 매우 깔끔했구요.”
“그랬구려. 그렇지 않아도 병실 쪽에서 벌어졌던 상황들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었소. 전투 상황들에 대해 처음부터 얘기 좀 해주시오.”
병실에서 벌어진 전투들은 내가 보지 못했으니 되도록 자세히 들어 놔야 애들을 지도하는 데도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밥 먹는 내내 단목지의 이야기가 계속되었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단목지와 헤어진 후에는 원추엽과 송유하를 따로따로 불렀다.
이 층 거실에 혈교의 절정고수들이 침투했던 초창기의 상황을 나는 못 봤었다. 때문에 그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함이었다.
먼저 부른 건 원추엽이었다.
원추엽이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했고, 나는 궁금한 점들에 대해 물으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모든 이야기를 마친 원추엽이 마지막에 소회를 얘기했다.
“솔직히 계반삼조의 초창기에는 철양이가 왜 우리 조에 끼어 있는 건지 다소 의아했습니다. 철양이만 유독 무공 경지가 뒤처졌잖습니까. 조교님이 철양이 때문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 건 아닌가 하고 철없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물론 그런 심정을 결코 겉으로 드러낸 적은 없었습니다만······.”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줬다.
저런 생각 정도야 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한데 철양이가 괴력으로 절정고수의 도를 쳐내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 괴력에 무공 실력까지 더해지면 정말이지 엄청난 무인이 될 것 같습니다. 조교님께서도 그런 가능성을 보고 철양이를 우리 조에 포함시켰겠구나 싶었습니다. 저도 무공의 기본적인 부분에 관련해서는 철양이를 더 많이 도와줄 계획입니다.”
사실 제갈수광이 배정해준 것이긴 하나, 딱히 정정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도 첫 대면을 하자마자 왕철양의 잠재력에 대해 높게 평가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기특하다는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원추엽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송유하 선배의 그 어마어마한 궁술 실력에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한데 제가 더 경악한 건 무공 실력이었습니다. 일류에 오르기 직전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경지에서 그런 움직임과 속도를 보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치도 못했습니다.”
원추엽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기본적으로 날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움직일 때의 중심 이동도 매우 안정적이시더군요. 검이 무리 없이 쾌속하게 뻗어 나오는데, 정확하고 섬세했습니다. 안법마저 받쳐준다는 뜻이겠지요. 전체적으로는 보법과 신법과 체술에 중점을 두고, 그 위에 검술을 자연스럽게 얹은 느낌이었습니다.”
실상 원추엽이 말한 요소들이 바로 고천비룡결과 풍우비룡무의 특성들이기도 하다.
“실전에서는 무공 경지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씀을 조부께서 종종 하셨습니다. 이류도 일류를 이길 수 있고, 때때로 일류도 절정을 이길 수 있는 게 바로 실전이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이번에 철양이와 송유하 선배를 보면서 그 말씀의 의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더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단단한 각오가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원추엽을 보낸 후에는 송유하를 불러서 이야기를 들었다.
원추엽에게서 미리 들은 얘기들이 있기 때문인지 송유하가 더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송유하 시점에서의 얘기까지 듣고 나니 당시 이 층 거실에서 있었던 상황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었다.
송유하도 소회를 말했다.
“원 공자가 제 칭찬을 했다고 하셨는데, 실상 가장 칭찬을 들어야 할 사람은 원 공자예요. 원 공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적측 절정고수에게 반응해 줬어요. 그러면서 적의 시선을 끌어줬죠. 덕분에 제가 보조하는 식으로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거예요. 누가 뭐래도 우리 세 명의 중심은 원 공자였어요.”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내내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물었다.
“누이는 안 떨렸어? 초반에 멀리로 활을 쏠 때부터 전혀 안 떠는 것 같았거든. 첫 실전이었는데도 말이야. 이후에 본채의 이 층에서 근거리 궁술을 펼칠 때도 전혀 긴장하지 않은 모습이었고. 들어보니 무공을 펼칠 때도 그다지 긴장을 안 한 것 같던데.”
송유하가 무덤덤한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다. 덕분에 승반 심사 같은 걸 치를 때에 매우 유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실전을 승반 심사 따위와 비교할 수는 없다.
당장 내가 죽을 수도 있는 게 실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제 내가 봤던 송유하는 마치 승반 심사를 치르듯 떨지 않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송유하가 대꾸했다.
“첫 실전인데 어떻게 안 떨릴 수 있었겠어요. 쏘기 전부터 당연히 떨렸어요. 긴장도 됐구요. 스스로를 믿자고 계속 다짐을 했지만 쉽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이럴 바에는 오라버니를 믿자고 마음먹었어요. 저 자신을 못 믿는 상황에서도 오라버니만큼은 믿을 수 있는 게 바로 저니까요.”
이건 내가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다.
내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자 송유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를 믿고, 오라버니의 가르침을 믿고, 오라버니와 함께 수련하고 단련했던 모든 시간들을 믿자. 오로지 그 생각으로 활을 쏘고 검을 휘둘렀던 것뿐이에요.”
첫 실전에서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극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두려움으로 인해 아무것도 못 할 경우에는 그게 다음 실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정신적 충격이 오래가는 경우도 많다.
단적인 예가 바로 작년 장강 사건 때의 여길상이다.
당시에 그는 결국 그 정신적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여 통합 잠룡대전에도 출전하지 못했었다.
따라서 첫 실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 두려움과 긴장감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한데, 어쨌거나 송유하도 본인만의 방식으로 극복을 한 것이다.
가뜩이나 송유하는 첫 실전에서 절정고수들을 상대로 짧은 순간이나마 버텨봤고 그 안에서 스스로 뭔가를 해보기도 했다.
이건 대단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또렷한 저 눈동자를 보니, 이번 일이 앞으로의 무인 송유하에게 있어 큰 계기가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 물론 오라비의 입장에서는 누이가 실전에 휘말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더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점심 식사가 평소보다 늦었기에 저녁 식사도 약간 늦게 마쳤다.
배는 아직도 강줄기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다.
동부지맹 쪽으로 가려면 배가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만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보다는 시간이 더 걸린다. 가뜩이나 지난밤에는 폭풍우가 쳤기에 안전상의 이유로 배가 매우 조심스럽게 이동하기도 했다.
식사 후에 갑판의 선수 쪽에서 소충광, 우문직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길초량이 나를 불렀다.
“환자가······, 그러니까 누, 누나가 의식을 되찾았다고 하오. 송 형을 찾는다고 하는구려.”
도예주를 말하는 것이다.
길초량의 입장에서는 조장님이라는 호칭을 써야겠지만 소충광과 우문직이 듣고 있으니 누나라는 호칭을 쓴 것이다. 일전에 내가 도예주를 누나라고 부른 걸 따라 한 것이다.
소충광과 우문직이 차례로 말했다.
“다녀오시오.”
“환자가 중요하지요.”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길초량을 따라갔다.
“누나는 언제 깨어났소?”
“방금 전에 깨어나셨다는 모양이오. 깨어나서는 나와 송 형을 찾았다고 하오. 단목 소저가 와서 알려주더구려.”
“아.”
잠시 후 우리는 도예주가 머물고 있는 병실에 도착했다.
보기 드문 미인이 침상에 누워 있다.
면구를 착용하지 않은 도예주다.
스물일곱 살가량으로 보이는데, 내가 알고 있던 도예주의 얼굴보다 훨씬 더 어려 보인다.
누운 상태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데, 창백한 얼굴로 짓고 있는 힘겨운 미소가 너무도 안쓰럽다.
도예주가 말했다.
“의원님이 극도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래. 그래서 내 마음대로 상체도 못 일으켜. 너희들이 이해해 줘.”
“지금 이해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요. 몸은 괜찮은 거예요?”
내가 묻자 도예주가 대꾸했다.
“의원님 말씀으로는 위기는 넘겼대. 단, 완치되기까지는 제법 오래 걸릴 거래. 물론 내가 착실히 몸을 보살핀다는 가정하에.”
“당연히 착실히 몸만 돌봐야죠. 무리해서 움직인다고 하면 바로 맹주님한테 전서 넣어서 따질 겁니다. 부하를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이 굴려도 되는 거냐고.”
“푸훕! 역시 유겸이답네. 정체 들켰다는 이유로 맹에서 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치료에만 전념해야겠어.”
재미로 그냥 하는 말이지, 신룡대원이 정체 들켰다고 잘릴 일은 없다. 어차피 다른 모습에 다른 신분으로 바꾸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미소를 보이자 도예주도 마주 미소를 보였다.
잠시 후에 도예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너무 아쉽다. 만에 하나 유겸이에게 내 본래의 모습을 보일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가장 예쁘게 꾸민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었거든. 그런데 꾸미기는커녕 중환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
어조에서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왔다.
그녀에게 대꾸했다.
“훗! 누나가 뭘 모르시네. 병약한 모습의 미녀는 또 그 모습만의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거예요. 남자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거라서. 그러니까 누나, 누려요. 지금 이 순간을.”
“푸흐흡! 정말이지 유겸이 덕분에 웃는다.”
아닌 게 아니라 처음 봤던 모습에 비해 한결 생기가 도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