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251
통합 잠룡대전의 참가자들과 호위대는 별 탈 없이 이동하는 중이다.
내가 출전했던 작년에는 본맹에 갈 때 장강의 수로를 이용했었는데, 이번에는 육로로 이동한다고 들었다.
육지에서 잘 싸우던 사람들도 선상전과 수중전에서는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식의 혹시 모를 변수를 배제하기 위해 아예 육로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동부지맹뿐만 아니라 다른 지맹에서도 혹시 모를 위험과 변수들을 최대한 배제하는 방식으로 경로를 설정했다고 들었다.
다른 지맹들 또한 지금껏 탈 없이 이동하는 중이라고 한다.
동부지맹 잠룡대전을 마친 잠룡관은 다시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송유하에게는 수정된 고천비룡결과 풍우비룡무를 전수했고, 계반삼조 아이들과 청여홍도 부지런히 지도했다.
제갈수광과의 수련도 꾸준히 이어갔다. 회차가 더해 갈수록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수련임을 느끼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 내가 알고 있던 신법들을 망라하여 새로운 신법도 하나 창안했다.
지금껏 여러 무공을 창안해 보고 수정, 보완해 본 입장에서 신법 창안이 가장 쉬웠다. 이는 내 경신법에 대한 이해도가 워낙 높은 덕분이기도 했다.
조만간 청선곡의 제자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 아이들은 무공에는 완전히 초보들이다. 때문에 그 아이들을 가르칠 때 쓸 용도로 창안한 것이다.
신법의 이름은 쾌류표(快流飄)다.
* * *
통합 잠룡대전이 끝난 건 팔월 스무엿새였고, 참가자들이 출발한 건 팔월 스무아흐레였다.
오늘은 구월 초닷새다.
점심 식사 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밖에서 인기척이 있더니 사립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겸이 안에 있느냐?”
목소리를 들은 순간 곧바로 일어나서 마루로 나갔다.
총교관 노양홍이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그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아, 있었구나.”
즉시 마당으로 내려서며 노양홍에게 예를 취했다.
“총교관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오랜만이로구나. 잘 지냈느냐?”
“예. 총교관님께서도 강녕하셨는지요.”
“나야 항상 똑같지. 그나저나 유겸이는 볼 때마다 의젓해지는구나. 역시 우리 잠룡관의 자랑답다. 하긴, 괜히 동천비룡이겠느냐? 허허허.”
저 동천비룡 소리에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이렇게 갑자기 들을 경우에는 더더욱.
“아하하······, 민망합니다, 총교관님. 한데 예까지는 어인 일이십······.”
내가 중간에 말을 줄인 이유는 노양홍의 뒤로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십 대 남녀다.
그런데도 누구인지는 예측이 되었다.
노양홍이 말했다.
“이번에 학기 중에 입학한 청선곡의 제자들이다. 너와 청선곡의 허 곡주님 사이에 이야기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네게 바로 데려온 것이고.”
“아, 그 제자들인 모양이군요.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오겠거니 예상하던 차였습니다.”
“유겸이는 그간 계반삼조의 아이들도 잘 지도해 왔으니 이 아이들도 잘 지도하겠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유겸이는 무공 실력만 높은 게 아니라 가르치는 일도 잘하니, 총교관의 입장에서는 보면 볼수록 탐난단 말이지. 저런 교관감이 또 없는데 말이야.”
“아하하······.”
“웃지만 말고 한 번쯤 생각해 보거라. 졸업 후에 교관 일 하면서 잠시 숨을 고르다가, 이후에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때 나가면 되잖느냐? 유겸아, 할 일 없으면 교관질이라도 하는 거다.”
“컥! 그, 그런 말씀을······.”
이, 이보쇼! 무려 총교관이라는 사람이 그렇듯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말을 입에 담아도 되는 것이오?
“내가 지금껏 남들 앞에서는 단 한 번도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너니까 하는 것이다. 너는 특별하니까. 참고로 네가 수락만 하면 너는 바로 특채로 임용할 것이다. 연수 같은 것도 필요 없다. 까짓것, 내가 직위를 걸고 보증한다고 하면 되지 뭘.”
“아하하······.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아무리 봐도 제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노양홍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허허허! 씨알도 안 먹힐 걸 알면서도 한번 해 본 소리니라. 우리 유겸이야 더 큰 일 할 사람이고 뭘 해도 잘할 사람이지. 암.”
“아하하······ 과찬에 민망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허허. 그럼 나는 이만 가 볼 터이니 알아서들 인사 나누거라. 다음에들 보자.”
“살펴 가십시오, 총교관님.”
내가 노양홍을 향해 곧장 예를 취하자 두 십 대 남녀도 그쪽으로 공손히 묵례했다.
노양홍이 떠난 후에는 잠시 청선곡의 두 제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남제자와 여제자 모두 등 뒤에 큼지막한 행낭을 메고 있다.
나이는 둘 다 십 대 중반쯤으로 보인다.
긴장하고 있는 기색이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는 못하고 한 차례씩 시선을 올려 내 눈치를 살피는데, 그 모습들이 귀엽고 순박한 느낌이다.
두 사람 모두에게서 건강한 생기가 느껴지는데, 청선곡에서 좋은 것들을 먹으며 잘 자라서 그런 모양이다.
“반갑다. 일단 들어들 가자.”
내가 그 말을 남기고는 곧장 돌아서서 거처 안으로 들어서자 두 아이도 내 뒤를 따랐다.
내가 서탁을 앞에 두고 앉자 청선곡의 두 제자가 행낭을 내려놓으며 서탁의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둘 중에서 여제자가 말했다.
“저어······ 괜찮으시다면 차 한잔 올리고 싶은데······.”
“물 끓이고 그러느라 왔다 갔다 하느니 일단 인사부터 나누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묻자 여제자가 자신의 행낭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우려 마시는 차인데, 끓여서 식힌 후에 통에 넣어둔 게 있습니다. 따라 드리기만 하면 되는 거라서······.”
“아, 그래? 그래, 그럼.”
곧 여제자가 행낭을 열더니 그 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어 서탁 위에 올려놓았다.
원형 나무통 하나와 죽통 하나였다.
여제자가 원형 나무통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서 나무 찻잔 몇 개가 나왔다. 보아하니 찻잔이 들어 있는 원형 나무통과 나무 찻잔들 모두 휴대하고 다니면서 쓰는 용도인 듯했다.
그녀가 서탁 위에 세 개의 찻잔을 가지런히 정렬해 놓았다.
조잡하지 않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나무 찻잔들이다.
이윽고 여제자가 죽통의 뚜껑을 열어 그 안의 내용물을 나무 찻잔에 따랐다.
호박색을 띠는 반투명한 액체가 또르르 찻잔에 담기는 가운데 여제자가 말했다.
“한두 번 마시는 것으로는 큰 효험이 없지만 장복하면 혈맥을 튼튼하게 해주어 진기가 더 원활하게 흐르게 해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진기가 원활하게 흐르면 운기에 도움이 되고, 운기에 도움이 되면 축기 효율도 상승하지요.”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고 아직 어색해하는 분위기인데, 약효를 설명할 때만큼은 말이 술술 나온다. 어린데도 전문가 같은 느낌이다.
역시 청선곡이라는 거겠지.
“잘 마시마.”
살짝 마셔 보니 약간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고 향도 좋았다.
“향도 맛도 좋네.”
칭찬의 의미로 말하자 여제자가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숙였다.
두 제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이대제자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문에서의 서열은 누가 더 높지?”
내 말에 여제자가 대꾸했다.
“제가······.”
여제자는 작고 날렵한 체격이다.
용모는 전체적으로 귀여운 느낌의 예쁘장한 얼굴인데, 살며시 미소를 지을 때마다 보이는 보조개가 인상적이다.
참고로 나는 여제자보다는 남제자의 서열이 높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남제자도 소년 느낌이지만 여제자는 심산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너부터 물어봐야겠네. 이름이?”
“공은림이라 합니다.”
처음부터 느꼈는데 태도, 표정, 어조 모두 극도로 공손하다.
“나이는?”
“열일곱입니다.”
열일곱 살이면 유은무, 장우혜와 동갑이다.
두 소녀도 앳되어 보이는 얼굴인데 공은림은 훨씬 더 앳되어 보인다. 아무리 봐도 열일곱 살 같지가 않다. 물론 그녀가 저런 것으로 내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만.
공은림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남제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시선의 의미를 알아챈 남제자가 알아서 입을 열었다.
“하조혁이라 합니다. 저는 공 사저보다 한 살 어린 열여섯 살입니다.”
남제자도 여제자처럼 극도로 공손했다.
두 제자 모두 가정에서든 청선곡에서든 교육을 잘 받은 덕분이겠지만, 지금의 저 공손함은 공경하는 스승이라도 대하듯 극도로 조심하는 느낌이다.
생각해 보면 청선곡의 입장에서 나는 매우 어렵게 모신 무공 스승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청선곡의 최고 어른인 전대 곡주가 몸소 나서서 모신 존재다.
그런 만큼 허죽신 또는 다른 어른들이 예의에 대해 각별히 당부한 게 아닐까 싶다.
부담스럽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이니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어쨌거나 열여섯 살이면 명호운, 원추엽과 동갑이다.
한데 하조혁 또한 명호운과 원추엽에 비하면 어린 소년 같은 느낌이다.
공은림과 하조혁 모두 어린아이 같은 생기와 순수함이 많이 남아 있어서 더 어려 보이는 것 같다.
청선곡에서 좋은 것들을 먹으며 순박하게 자라서 그런 건가 싶다.
“청선곡에서의 스승님은 같은 분인가?”
내가 묻자 공은림이 대꾸했다.
“제 사부님은 장문제자셨고, 하 사제의 사부님은 일대제자들 중에서는 셋째셨습니다.”
이에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듣기로 장문제자께서는 일전에 합비지부에서 사고를 당하셨다고······.”
“네······.”
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공은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삼사숙, 그러니까 하 사제의 사부님도 그때 같이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허! 그때 동행했다는 분이······?”
내가 놀라며 말하자 공은림이 대꾸했다.
“네.”
두 아이 모두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그리움이 담기고 있다.
좋은 스승들이었던 모양이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에 두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제 실내 연무장으로 가자. 너희들의 현재 상태에 대해 전체적으로 점검을 해두고 싶거든.”
내가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키자 하조혁이 대꾸했다.
“예, 스승님.”
그 말을 듣자마자 흠칫하며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 스승님······?”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저 호칭으로 불리는 건 처음이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괴리감이 들었다.
왜 저런 호칭으로 부르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즉시 물었다.
“너희 태사조님이나 곡의 어른들이 그렇게 부르라고 하시던?”
“예. 그리고 당연히 저희도 스승님으로 모실 생각이었습니다. 스승님의 명성에 대해서는 익히 듣기도 했고······.”
하조혁의 대꾸였다. 공은림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두 아이를 향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앞으로는 그냥 조교라고 해. 겨우 서너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애들한테서 스승님 소리 듣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른들의 의중은 내게 적절한 예를 갖추라는 뜻일 뿐이다. 그러니 그냥 조교라고 부르도록. 알았지?”
“예.”
공은림과 하조혁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내 연무장에 도착했다.
허죽신은 청선곡의 제자들이 전체적으로 내공만큼은 뛰어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도 그런지가 궁금했기에 일단은 내공부터 세세하게 점검했다.
점검해 보니 둘 다 내가 추측했던 것보다 공력이 훨씬 더 높았다.
계반삼조원들 중에서 보유 공력이 가장 높은 건 영약을 복용했던 심산화다. 한데 그런 심산화 보다 공은림과 하조혁의 공력이 훨씬 높았다.
좋은 거 많이 먹었구나.
역시 청선곡이다.
참고로 둘 중에서는 공은림 쪽이 약간 더 높다.
두 아이의 내공을 살피다 보니 한 가지 의외인 점이 있었다.
청선곡의 성향상 내공의 성질도 무속성에 좀 더 가까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백도 특유의 정기가 상당히 짙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궁금해서 물었더니 공은림이 대꾸했다.
“초창기의 청명기공은 이러한 정기가 매우 옅었습니다. 현재의 청명기공은 오랜 세월에 걸쳐 본 곡의 선조들에 의해 수정되고 보완된 형태입니다. 그렇듯 십여 차례 수정, 보완되는 과정에서 축기 효율과 치유력을 조금씩 강화하다 보니 점점 이런 성향으로 바뀐 것입니다.”
대답을 들어 보니 이해는 충분히 되었다.
심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축기 효율, 공력 회복 효율, 치유력 등이다. 거기에 내공 경지가 자연스럽게 감춰지는 성질까지 담기면 더 좋다.
하지만 하나의 심법이 그러한 요소들을 모두 최상 수준으로 갖추기는 어렵다.
당장 회회심공만 해도 장점이 많지만 기본적인 축기 효율만큼은 평균 이하다.
즉, 사부님마저도 모든 요소가 최상인 심법을 만들지는 못하셨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축기 쪽은 다른 이상한 수련 방식을 통해 보완했던 것이고.
어쨌거나 두 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그래도 청명기공은 축기 효율이나 치유력 모두 중상급은 되는 듯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일류 심법이다.
앞으로 얘들의 심법과 내공 쪽은 내가 딱히 관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후에는 무공 역량에 대해 점검했다.
무공 쪽으로는 완전히 초보라고 들었으나 그래도 한 차례의 점검은 필요했다.
둘이 같은 사문이니 따로따로 점검하지 않고 동시에 똑같은 걸 지시하며 여러 부분을 점검했다.
결과는 허죽신의 언질대로였다.
무공 쪽은 완전한 초보들이다.
참고로 심산화도 내공은 매우 훌륭했지만 전반적인 무공 수준은 형편없는 경우였다.
그런 심산화에게도 은잠술과 신법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두 분야만큼은 아주 빼어난 수준이기도 했다.
하지만 얘들은 내공 외에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백지상태다.
그나마도 신법과 보법을 운용하는 개념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모습들이었는데, 황산파에 잠깐 머무는 동안 종금무한테서 경신법의 기초를 배운 덕분이라고 한다.
이후에는 신체 능력 및 체력 등을 점검했다.
당연히 공력은 쓰지 못하게 했다.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둘 다 신체 능력은 발군이었다.
움직임이 날래고 도약력도 좋았다.
산에서 뛰놀던 애들이라 그런지, 과장을 조금 보태면 거의 날다람쥐 수준이었다.
시력과 청력도 매우 좋았다. 이 부분은 내공 경지 때문에 자연스럽게 향상된 면도 있겠지만,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매우 좋은 수준이었다.
거기에 체력마저도 좋았다. 약초 캐러 온 산을 누비고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여러모로 점검을 마치고 나니 두 아이에 대한 흥미가 급격하게 일었다.
허죽신은 이대제자들 중에서 자질이 빼어난 두 명을 보낸다고 했었다. 아직 무공 자질까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그릇이 빼어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눈동자의 총기를 보면 무공 자질도 일정 이상은 될 것 같다.
즉, 잘만 가르치면 물건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인 것이다.
한동안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허 곡주님과 약속한 바가 있으니 나는 너희들의 무공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될 때까지 제대로 지도할 것이다. 그때까지 최소한 몇 년은 걸린다는 거, 너희들도 알고 있지?”
참고로 몇 년까지 안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 아이들에게는 상당한 양의 공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공력을 어느 정도 활용할 줄만 알게 되면, 일정 시점부터 이 아이들의 무공은 급속도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두 아이가 동시에 대꾸했다.
“예.”
“우리의 차후 계획에 대해서도 너희들의 태사조님한테서 들었을 거야. 나는 이번 학기가 끝나면 잠룡관을 졸업할 것이고, 그 후부터는 포양호 쪽에 있는 내 거처에서 지낼 것이다. 너희들도 그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고.”
“들었습니다.”
이에 나는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에 말했다.
“일단은 신법부터다. 당분간은 온종일 신법만 익히게 될 거다. 이후에 신법 실력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보법과 함께 주 무공도 배우기 시작할 거고.”
그러자 하조혁이 물었다.
“조교님, 질문 있습니다. 주 무공 말씀을 하셨는데, 저희는 어떤 걸 주 무공으로 배우게 되는지요? 역시 검술입니까? 아니면 둘이 다른 걸 배웁니까?”
“너희 둘은 주 무공으로 같은 걸 배우게 될 거다. 그래야 둘이서 같이 고민하며 수련하기에도 더 좋다. 그러면 성취도 더 빠르게 올릴 수가 있지. 다만 그게 검술은 아니다.”
“하면······.”
“암기술이다.”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아이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나는 씩 웃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