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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52화 (252/416)

내 안에 마교있다 252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암기술을 익히고 있으며 그중에서 몇 명은 실력도 빼어나다.

대부분이 검법, 도법, 창법 등의 주 무공을 익힌 상태에서 보조 무공으로 암기술을 익히고 있는데, 그런 만큼 각자가 다룰 수 있는 암기는 한두 가지로 국한된다.

내 경우는 검술이 주 무공이지만 암기술도 거의 주 무공급인 경우다. 나는 대부분의 암기를 어느 정도는 다룰 수 있으며, 몇 가지는 매우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암기술을 주 무공으로 익힌 사람은 교관 이세옥이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암기들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이세옥은 그러한 암기술 실력을 바탕으로 기동타격조 시절에도 큰 활약을 펼쳤었다.

기동타격조에서 적을 많이 살상한 순서를 나열하면 이세옥은 무조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무공 경지는 차우기나 장호산보다 낮지만, 이세옥은 그 두 교관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적을 살상했다.

비단 살상만 많이 한 게 아니다.

이세옥은 원거리에서 정확한 암기술로 적들을 견제하며 아군을 효율적으로 엄호했었다. 덕분에 기동타격조의 중진과 후열에 있던 관도들이 더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암기술을 주 무공으로 익힌 이들이 뒤를 받치고 있으면 이렇듯 단체의 전투력이 크게 올라갈 뿐만 아니라 진형 또한 매우 안정될 수 있다.

추가되는 상승효과가 매우 크다.

그래서 공은림과 하조혁을 그쪽으로 키우려는 것이다.

사실, 처음 무공을 배우는 입장에서 암기술은 검법, 도법, 창법 등에 비해 좀 더 어렵기는 하다.

한데 생각해 보면 처음 무공을 익힐 때는 어차피 검법이든 도법이든 창법이든 다 어렵기 마련이다.

어차피 어려울 거라면, 아예 처음부터 암기술로 무공 체계를 세워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머릿속에 어설프게 다른 무공이 혼재하지 않게 하여, 오로지 암기술 위주로만 사고하고 암기술 위주로만 무공 세계를 구축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두 아이에게는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암기술을 제대로 전수할 생각이다.

그런 식으로 암기술이 일정 경지에 오르고 나면 그 후에 검술 같은 걸 보조로 익히게 하면 된다.

* * *

다음 날부터 공은림과 하조혁에게 신법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첫날에는 신법의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시키며 쾌류표의 이론을 가르쳤다.

이 수업에는 포연월과 원추엽도 동참시켰다.

공은림과 하조혁에게 어느 정도 기초를 가르친 후에는 포연월과 원추엽으로 하여금 신법 교육을 일대일로 담당하게 할 생각이다. 쾌류표도 범용성이 높은 신법으로 창안했으니 포연월과 원추엽의 수준에서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게 어려울 일은 없다.

포연월과 원추엽 정도 되는 실력자들이 일대일로 교습을 하면 공은림과 하조혁의 신법 실력도 빠르게 늘 수 있다.

이후에 보법을 가르칠 때도 계반삼조의 아이들을 활용할 계획이다. 쾌류보는 명호운, 심산화, 왕철양이 익혔으니 녀석들에게 수련을 맡기면 된다.

가르치다 보면 배우는 것도 많다.

계반삼조원들에게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신법이든 보법이든 기초 및 기본 과정은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적당히 맡기고, 나는 감독하다가 한 번씩만 나서서 바로잡아 줄 부분들만 바로잡아 줄 생각이다.

그런 식으로 두 아이의 신법과 보법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나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심화 단계를 지도하면 된다.

원래부터 이럴 계획으로 허죽신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이기도 하다.

참고로 감독하는 시간에는 머릿속으로 천섬무와 회회심공의 무리에 대해서나 열심히 연구할 계획이다.

* * *

공은림과 하조혁의 쾌류표 수련도 어느덧 닷새째로 접어들었다.

이쯤 되자 두 아이도 제법 신법 비슷한 흉내들을 내고 있는 중이다.

나는 멀리서 감독하다가 한 번씩 개입하여 꼼꼼히 점검해 주는 역할만 했으니, 이 성과는 대부분 포연월과 원추엽이 온종일 달라붙어서 성심껏 지도해 준 덕분이다.

계반 거주 구역의 뒷산으로 가는 길에는 널찍한 공터가 있다.

한적한 곳이기에 공은림과 하조혁의 신법 수련도 그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오늘도 멀리에서 아이들의 신법 수련을 지켜보고 있는데 반가운 얼굴들이 찾아왔다.

단목지, 청여홍, 유은무, 송유하였다.

단목지가 말했다.

“송 공자님에게 귀여운 제자들이 생겼다고 들어서 인사나 나눌까 하고 왔어요.”

이에 내가 아이들을 불러 줬더니 서로 알아서 소개하며 인사들을 나누었다.

대강의 인사를 마치고 나자 공은림이 작은 행낭에서 죽통과 나무 찻잔을 꺼내며 말했다.

“이거 한 잔씩 드세요.”

며칠간 보니 공은림과 하조혁은 여건이 될 때마다 항상 차를 즐겼다.

두 아이의 인상적인 점이기도 하다.

둘은 항상 작은 행낭을 메고 다니는데, 그 안에는 죽통이 두세 통씩 들어 있다. 죽통 안에는 차가 들어 있기도 하고 탕약 비슷한 액체가 들어 있기도 하다.

직접 끓여 마시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저렇듯 미리 끓여 뒀다가 식힌 차를 준비하여 마시는 것이다.

두 사람 덕분에 나와 포연월, 원추엽도 지난 며칠간 차와 약을 꾸준히 얻어 마실 수 있었다.

“이건 원기를 북돋워 주는 차예요. 마시고 나서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내일 아침에 일어나실 때 평소보다는 더 활기가 느껴지실 거예요.”

공은림이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유은무와 송유하에게 차를 따라 주자, 하조혁이 다른 죽통에 들어 있는 차를 따라서 단목지와 청여홍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원기를 북돋는 방식이 아니라 체내의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방식으로 활기를 찾게 하는 차입니다. 장복하면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탁월합니다.”

그러자마자 청여홍이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탁월······? 하 공자, 그 피부 미용 얘기, 정말인가요?”

하조혁이 살짝 당황하며 대꾸했다.

“그, 그렇습니다.”

“공 소저와 하 공자도 이 차를 장복해서 그렇게 피부가 좋은 거예요?”

“······그럴 겁니다. 곡에서 많이 마시는 차인데, 곡의 어른들도 연세에 비해 평균적으로 피부가 다들 좋으시니······.”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단목지와 청여홍이 단숨에 찻잔을 비우더니 거의 동시에 찻잔을 다시 내밀었다.

“하 공자, 한 잔 더 주시겠어요?”

“나도 부탁해요.”

그 직후에는 유은무가 하조혁 쪽으로 빈 잔을 내밀며 외쳤다.

“저도! 저도 이번에는 그 차로 주세요!”

“저도······.”

세상에, 송유하까지 저러고 있다.

그나마 그동안 저 차를 몇 차례 마셔 본 포연월만이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참고로 포연월도 처음 저 차를 마실 때는 눈이 돌아가서 죽통에 들어 있는 차 한 통을 혼자 다 마셨었다.

다들, 또래 여인들과 비교해도 매우 깨끗하고 고운 피부들인데도 저런 반응들이다. 미용에 대한 여인들의 끝없는 갈망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광경이다.

한 잔을 더 받아 든 청여홍이 하조혁에게 물었다.

“장복해야 한다구요?”

“예. 하루 한두 잔꼴로 꾸준히 마시는 게 아무래도······.”

“하 공자와 공 소저의 거처로 찾아가면 매일 마실 수 있나요?”

“예. 이 정도 대접해 드리는 것이야 뭐······.”

하조혁이 대꾸하자마자 단목지와 유은무, 송유하가 거의 동시에 말했다.

“저도 갈게요.”

“저도.”

그러자 옆에 있던 공은림이 난감함 깃든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 여러분 모두에게 매일 한두 잔씩 대접하다 보면 약재가 금방 소진될 것 같기는 해요. 저희가 약재들을 많이 갖고 온 건 아니라서요. 물론 약재가 있는 한은 계속 대접해 드릴 거지만······.”

그러자마자 청여홍이 물었다.

“이 차에 들어가는 약재들, 혹여 시중의 약재상에서는 구하기가 어렵나요?”

“본 곡에서는 직접 조달해서 쓰긴 했지만, 시중의 약재상에서도 구할 수 있는 약재들이에요.”

공은림의 대꾸를 들은 청여홍의 입가에 미소가 담겼다.

청여홍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 차에 들어가는 약재들의 목록, 적어 주기만 해요. 설령 여기에 있는 여자들이 매일 벌컥벌컥 마신다고 해도, 그 약재들만큼은 결코 떨어지는 일이 없게 할 테니까.”

“두 가지 약재 정도는 좀 비쌀 거예요. 벌컥벌컥 드실 필요까지는 없지만, 어쨌든 여러분이 하루 두 잔씩만 드신다고 해도 약재값이 적게 들어가지는 않을 텐데······.”

공은림이 염려 섞인 표정으로 대꾸하자 청여홍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건 걱정하지 말아요.”

공은림은 아직 청여홍의 정체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에 약간 의아해하는 표정이었지만, 다른 여인들의 입은 귀에 걸리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다들 금세 친해질 것 같다.

* * *

다음 날 오전.

여느 때처럼 멀찍이 떨어져서 아이들의 수련을 지켜보고 있는데 유은무가 찾아왔다.

“송 오라버니, 송 오라버니! 헥, 헥, 헥······.”

매우 빠르게 신법을 펼치며 다가온 터라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뭐가 그렇게 급해? 큰일이라도 났어?”

내가 묻자 유은무가 호흡을 마저 고르더니 말했다.

“통합 잠룡대전 첫날의 결과가 나왔어요. 세가에서 보내준 전서를 받아 보고 오는 길이에요.”

첫날의 결과라면 삼십이강의 결과다.

동부지맹의 출전자들 모두와 일정 이상의 친분이 있는 만큼 급격하게 관심이 갔다.

“오! 어떻게 됐어?”

“우리 지맹에서는 다섯 명이 십육강에 진출했대요!”

“오오오!”

작년에는 네 명이 십육강에 진출했었다.

당시에 우리 교관들은 그것만으로도 매우 좋아했었다. 반타작이 어디냐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온 만큼, 교관들이 얼마나 좋아하고 있을지가 눈에 선하다.

참고로 작년에 인솔 교관이었던 황염기와 양소열은 이번에도 인솔 교관으로서 장호산을 따라갔다. 양소열 밑으로 막내 교관이 추가되었다고 들었으니 양소열도 올해에는 통합 잠룡대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곧바로 유은무에게 물었다.

“장 매는?”

유은무가 주먹을 쥐어 보이며 대꾸했다.

“올라갔대요.”

“오오오오!”

역시 장우혜다.

잠시 기쁨을 나누고 나자 유은무가 말했다.

“참고로 삼십이강 탈락자는 우문직 선배님하고 단목홍신 선배님하고 사옥연 소저예요.”

세 사람은 동부 예선 성적이 오 위 이하였기에, 타 지맹 예선에서 사강 안에 들었던 관도들과 붙었을 것이다.

당연히 버거웠을 수밖에 없다.

세 사람과 같은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십육강에 올라간 장우혜 쪽이 대단한 거다. 장우혜는 비교적 대진운이 잘 풀렸을 가능성이 크다.

“우문 공자와 단목홍신 공자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었겠지. 그래도 단체전이 남았으니까. 게다가 그 두 사람은 내년을 노려볼 수도 있고.”

우문직은 오 년 차이니 내년에도 기회가 있으며, 단목홍신은 나와 같은 사 년 차인 만큼 기회가 두 번 더 있다.

“그래도 사옥연 소저가 벌써 탈락한 건 좀 아쉽네. 올라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봤는데.”

사옥연은 올해 육 년 차다.

이번에 지역 예선에서 소충광한테 패하기는 했지만 사옥연도 만만치 않은 실력자다. 지역 예선 사강급은 된다. 그렇기에 대진운이 조금만 따라 줘서 적당한 상대를 만난다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었다. 그런데 탈락한 것이다.

“아, 사 소저의 상대는 제갈건 공자였다고 해요.”

“아······.”

아무리 사옥연이라도 제갈건을 이기기는 어렵다.

“제갈건 공자는 이번에 서부 예선을 이 위로 통과한 모양이에요.”

서부 예선의 일 위는 화산파의 선의림일 것이다.

기억하기로 작년에 사옥연의 삼십이강 상대가 바로 선의림이었다.

작년이나 올해나, 대진운이 너무 안 따라줬다고 하겠다.

“혹시 장 매의 상대가 누구였는지도 알아?”

“당연하죠. 통합 잠룡대전 관련 소식은 글자를 작게 해도 좋으니 최대한 자세히 적어 보내라고 했거든요. 우혜의 상대는 단리세가의 단리중 공자였다고 해요. 남부 예선에서 사 위였대요.”

“아······!”

단리중은 작년에 남부지맹의 예비 명단으로 통합 잠룡대전에 참가했었다. 당연히 얼굴도 기억한다. 작년에 삼 년 차였으니 올해는 사 년 차일 것이다.

남부지맹은 작년에 당효광을 포함해서 육 년 차들이 많았다. 그들이 모두 졸업한 만큼 올해는 작년보다 전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컸었다.

그렇기에 단리중이 올해 남부 예선에서 사강 안에 들었다 해도 그렇게까지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을 것이다.

장우혜는 사옥연과 달리 대진운이 매우 좋았다고 하겠다.

유은무에게 바로 물었다.

“무공 연원은?”

“그것도 안 드러난 모양이에요. 한동안 회피와 방어에만 치중하다가 한순간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고 해요. 철비정술을 적절히 사용하며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는 식으로.”

철비정이라고는 해도 대회용이니 안전성을 위해 목재로 제작된 형태였을 것이다.

“오호.”

“아마도 장우혜 그 여시 같은 게 작년에 송 오라버니가 썼던 작전을 따라 한 것 같아요. 작년에 송 오라버니도 첫 경기에서 계속 피하기만 하다가 한순간을 노렸던 거잖아요.”

내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유은무가 말했다.

“어쨌든 우혜 땜에 본맹이 떠들썩한가 봐요. 이 년 차가 통합 잠룡대전의 진출권을 따내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 심지어는 십육강에 진출하기까지 했으니까요. 이 년 차가 통합 잠룡대전의 십육강에 진출한 건 매우 오랜만의 일이라고 해요. 찬 오라버니 이후로 처음일 거라고······.”

남궁찬은 삼 년 차에 준우승을 차지했다고 했었다. 그러니 이 년 차 때도 십육강쯤에는 충분히 진출했을 법하다.

본인이 세웠던 기록을 어린 누이가 똑같이 이루었으니 남궁찬도 매우 좋아할 것 같다.

어쨌거나 단목강, 강하령, 소충광, 주경명, 장우혜가 십육강에 올라간 만큼, 내일의 결과도 매우 기대된다.

참고로 통합 잠룡대전은 대진 체계상 십육강까지는 같은 지맹의 관도들끼리 붙을 일이 없다.

“내일도 소식 부탁해, 유 매.”

“그럼요! 빠르고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 송 오라버니한테 제일 먼저 대령할게요!”

유은무가 양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귀엽다.

* * *

다음 날 오전에도 유은무가 헥헥거리며 달려왔다.

“송 오라버니, 송 오라버니!”

표정을 보니 심상치가 않다.

“설마······!”

내가 그렇게 반응하자 유은무가 의미를 알아듣고는 대꾸했다.

“맞아요! 그 설마예요!”

“허어!”

“우혜 완전 대박이죠? 그쵸?”

놀라서 말이 안 나올 정도라, 나는 빠르게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유은무가 말했다.

“십육강 상대가 신창양가의 양벽종 공자였대요. 양벽종 공자는 올해 서부 예선에서 삼 위였구요. 거의 한 식경(30분)에 가까운 대결 끝에 우혜가 승리했대요!”

양벽종은 작년에도 통합 잠룡대전에 참가했었다. 작년에는 오 년 차였으니 올해 육 년 차일 것이다.

그는 작년에 삼십이강에서 모용리에게 패해 탈락한 바 있다. 한데 올해는 십육강에서 장우혜에게 패해 탈락한 것이다. 이 년 연속으로 천재 소녀들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한데 그쯤이면 아마도 장 매의 무공 연원이······.”

“네.”

역시 그쯤 되면 무공 연원을 들키지 않고 승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금 본맹은 온통 우혜 얘기로 가득한가 봐요. 정확히 말하면 남궁세가의 늦둥이 금지옥엽인 남궁설 얘기로.”

“정체 한번 강렬하게도 드러냈네.”

나는 초창기부터 두 소녀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극소수의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장우혜의 정체가 만천하에 알려졌다고 하니 감회가 깊다.

유은무에게 물었다.

“이러면 유 매의 정체도 드러날 수밖에 없겠네?”

“그렇겠죠. 남궁설과 선우린이 어린 시절부터 친했다는 건 세가들에는 제법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까요. 저는 작년에 우혜랑 같이 입관해서 지금까지 쭉 함께해 온 만큼 아마도 다들 어렵지 않게 유추해내겠죠.”

유은무가 말을 이었다.

“제 잠룡관 생활이 좀 귀찮아지는 건 상관없는데, 친우들이 우리 때문에 귀찮은 일들을 겪게 될까 봐 그게 좀 염려돼요. 우리 둘과 연결 좀 시켜달라는 식으로 친우들을 귀찮게 할 수 있는 거니까요.”

“다들 그 정도는 이해할 거야. 알잖아.”

“그건 그렇죠.”

유은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친우들 몇 명은 좀 놀라겠네요. 지난 합숙을 계기로 우리의 정체를 이미 눈치챘던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당장 송 언니나 청 언니만 해도 여전히 눈치를 못 챈 모양이라서······.”

단목강은 그전부터 두 소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길초량, 소충광, 우문직 등은 합숙 때 전투를 치르는 중에 알아챘을 것이다.

저 앞에 있는 포연월과 원추엽만 해도 눈치채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 송유하와 청여홍의 경우에는 여전히 눈치채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송유하와 청여홍은 무공에 대한 견식이 짧기에, 장우혜와 유은무가 설령 눈앞에서 각자의 가전 무공을 펼친다 해도 연원을 못 알아볼 수밖에 없다.

송유하도 송유하지만 청여홍의 반응이 어떨지가 궁금하다.

상계는 인맥을 매우 중요시하는 만큼 청여홍은 아마도 경악할 것이다.

좋은 동생들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들이 실제로는 무림맹 집법당주의 장손녀와, 천하제일세가의 금지옥엽이었던 거니까.

청여홍은 특히 두 소녀와 절친한 관계이기도 하다.

연주상단은 거의 계 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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