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253
유은무가 말했다.
“그런데 우혜의 도전도 팔강까지일 것 같아요. 상대가 너무 강해서······.”
어차피 팔강쯤 되면 강자들만 남기에 어렵지 않은 상대가 없다. 한데 말투를 보니 특히 강자인 모양이다.
“누군데?”
“선의림 공자요.”
“아······.”
아무리 장우혜가 천재 소녀라 해도 상대가 선의림이면 이길 가능성이 없다. 몇 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나 현시점에서는 그렇다.
안타까워할 일이 아닌 만큼 유은무도 딱히 아쉬워하는 기색이 아니다. 이 년 차가 첫 출전에 팔강에까지 진출했으면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성과다.
유은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어쩌다가 우혜 얘기부터 한 거긴 한데, 대단한 건 우혜뿐만이 아니에요. 우혜 포함, 우리 동부지맹에서 팔강에 진출한 사람이 네 명이에요!”
“허······!”
이 또한 놀랄 일이다.
작년에는 세 명이 팔강에 진출했었다. 그 정도도 대단한 성과였다. 한데 올해에는 네 명이나 진출했다니.
이건 어마어마한 성과다.
교관들뿐만 아니라 동부지맹의 관련자들 전체가 환호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된 거야?”
“조장님, 하령 언니, 소충광 선배님, 우혜. 이렇게 네 명이 팔강에 진출한 거죠.”
십육강에 올랐던 인원들 중에서 주경명만 탈락한 모양이다.
“하령 언니도, 소충광 선배님도, 접전 끝에 각각 승리하고 팔강에 합류한 모양이에요. 조장님은 모용리 소저를 상대로 무난하게 승리를 거두고 팔강에 진출하신 것 같구요.”
하필이면 상대가 단목강이었다니, 모용리는 장우혜와 달리 대진운이 너무 안 좋았다고 하겠다.
“주경명 공자는 십육강에서 황보충 공자에게 패해서 탈락한 거구요.”
상대가 황보충이었다면 주경명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후에 물었다.
“그럼 팔강 대진은 어떻게 돼?”
“일 경기는 황보충 공자 대 소충광 선배님, 이 경기는 하령 언니 대 조장님, 삼 경기는 악미조 소저 대 제갈건 공자, 사 경기는 선의림 공자 대 우혜예요.”
팔강에 오른 관도들의 면면을 보니 두 가지가 인상적이다.
첫째는 여관도들의 선전이다.
작년에는 팔강에 여관도들이 한 명도 없었다. 한데 이번에는 세 명이나 이름을 올린 것이다.
둘째는 남부지맹의 부진이다.
각 지맹별 구성이 동부지맹 네 명, 서부지맹 두 명, 북부지맹 두 명이다. 남부지맹은 한 명도 진출하지 못한 것이다.
요 근래가 남부지맹 잠룡관이 다소 약세인 시기인 듯하다.
일 경기인 황보충과 소충광의 대결은 박빙으로 예상된다. 두 명 모두를 잘 아는 입장에서 그래도 황보충 쪽의 승리 가능성이 약간 더 높지 않을까 싶다.
이 경기인 강하령과 단목강의 대결은 동부지맹 관도들 간의 대결인데, 결과가 너무 빤하다. 강하령도 충분히 빼어난 실력이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삼 경기인 악미조와 제갈건의 대결은 역시 제갈건 쪽으로 승부의 추가 많이 기운다.
사 경기는 이미 얘기가 나왔듯 선의림이 이길 것이다.
아마도 사강 대진은 황보충 대 단목강, 제갈건 대 선의림으로 완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 *
다음 날 오전에도 공터에서 수련을 이어갔다.
이쯤 되니 공은림과 하조혁도 신법인 쾌류표의 기본 틀 정도는 잡힌 상태다.
두 사람 다 성취 속도가 빨랐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자질 덕분이다.
허죽신은 제자들 중 자질이 가장 빼어난 두 명을 내게 보내겠다고 했었는데, 며칠간 지켜보니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청선곡의 다른 제자들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두 아이는 단약만 제조하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자질들이다.
둘째는 공력 덕분이다.
공력이 많은 게 확실히 성취 속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같은 초보라도 공력이 별로 없으면 수련하다가 운기조식으로 공력을 채우는 시간이 잦다. 초보 때는 내공 운용의 효율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심하면 수련하는 시간보다 운기하는 시간이 더 길기도 하다.
한데 이 두 사람은 공력이 많다 보니 내공 운용의 효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운기로 허비하는 시간이 적었다.
그렇다 보니 가르치는 입장과 배우는 입장 모두 흐름이 끊기지 않은 채로 더 집중할 수 있어, 교습의 효율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전 교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유은무가 찾아왔다.
한데 면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즉, 유은무가 아니라 선우린의 얼굴로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 매······, 그 모습은······.”
작년 이맘때 봤던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상의 미녀가 내 앞에 서 있다.
예쁘다.
작년보다 더 예뻐진 것 같다.
“헤헷.”
웃으니까 주변이 다 환해지는 느낌이다.
유은무가 말했다.
“아침부터 거처 앞에 여관도들 여럿이 서성거리고 있더라구요. 수군거리는 소리들을 들어 보니 제 본명이 많이 언급되고 있었어요. 그렇다는 건 우리 잠룡관에도 소문이 이미 퍼질 대로 퍼졌다는 뜻이잖아요. 더는 감추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에 면구도 벗어버린 거예요.”
이해가 되었기에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 후에 물었다.
“거처 벗어나면서 귀찮은 상황을 겪지는 않았어?”
“대부분 같은 거주 구역을 쓰는 신임계 반의 여관도들이었는데, 지금껏 내내 본체만체하던 소저들이 오늘은 매우 친절하게 인사들을 건네더라구요. 얘기 좀 나누고 싶다면서······. 이런 상황을 예상은 했었는데 직접 겪어 보니 상당히 당황스럽네요.”
나도 겪어 본 상황이기에 저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정 불편하면 교관님들에게라도 말씀드려.”
“너무 많이 불편하면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적당히 버티고 있어도 어차피 설아가 돌아와서 알아서 정리해 줄 거예요.”
하긴 그 장우혜라면 그런 상황들 정도는 과감하게 정리할 것이다. 그런 때 한 번씩 드러나는 장우혜의 성격은 보통이 아니니까.
어쨌거나 정체를 드러낸 김에 유은무도 이제부터는 확실히 선우린이 될 건가 보다. 어제까지와 달리 장우혜를 ‘설아’라고 부른 것만 봐도 느낄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터는 나도 이제 유은무, 장우혜라는 이름 대신 선우린, 남궁설이라는 이름을 써야 할 텐데, 한동안은 적응하느라 어색할 것 같다.
선우린이 말했다.
“사강 진출자가 결정됐어요. 결과는 어제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예요.”
황보충, 단목강, 제갈건, 선의림이 사강에 진출했다는 뜻이다.
북부지맹 한 명, 동부지맹 한 명, 서부지맹 두 명이다.
사강 진출 결과만 놓고 보면 동부지맹의 입장에서는 작년보다 약간 아쉬울 수 있다. 작년에는 나와 단목강 두 명이 사강에 진출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쯤 되면 통합 잠룡대전의 개인전 결과는 모두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사강의 첫 시합은 단목강이 이길 것이고, 서부지맹 관도들 간의 대결인 두 번째 시합에서는 선의림이 이길 것이다.
결국 결승전은 단목강과 선의림의 대결이 될 텐데, 선의림도 절정에 오른 게 아닌 이상 결승전은 단목강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단목강도 애초에 이러한 빤한 결과를 예상했기에 출전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고.
“설아도 팔강전은 면구를 벗고 출전했다고 해요. 어차피 무공 연원이 밝혀진 만큼 더 이상 감추지 않고 남궁설의 모습으로 임한 거죠.”
“관중석의 반응, 볼만 했겠네.”
“네. 설아가 그 모습으로 비무대에 올라간 순간부터 난리가 났다나 봐요. 그럴 수밖에 없겠죠. 그 유명한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인 데다가 예쁘기까지 하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선우린이 말했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설아, 혼신의 힘을 다 쏟아부은 모양이에요. 상대였던 선의림 공자가 서너 차례 수세에 몰리기도 했대요. 그래서인지 시합이 끝나고 나서 관중들이 한동안 계속해서 설아의 이름을 연호했다고 해요. 선의림 공자도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고 하구요.”
내년 같은 거 생각 안 하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하더니, 당시의 각오처럼 제대로 한 모양이다.
애초에 남궁설은 개인전에만 참가하고 단체전은 참가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삼십이강에서 패한 관도들과 예비 명단 관도들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을 테니, 그들에게 기회를 양보하겠다는 의미였다.
그 말은 바꿔 말해 본인이 개인전에서 결코 아쉬움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들어보니 후회 없이 잘 싸운 것 같다.
“팔강이 끝난 후에도 본맹이 온통 설아 얘기인 모양이에요.”
당연히 그럴 것이다.
얘깃거리가 얼마나 많겠는가.
휴식 시간이 되자 포연월, 원추엽, 공은림, 하조혁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다가오며 선우린의 모습을 확인한 네 아이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공은림과 하조혁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눈치였고, 포연월은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은 모습이었으며, 원추엽은 놀람 가득한 표정이었다.
선우린이 장난기 어린 미소를 보이며 원추엽에게 말했다.
“뭐야, 원무뚝. 귀신이라도 봤어?”
“귀신보다는······, 선녀겠죠.”
“후훗, 선녀라니. 원무뚝도 제법인걸?”
“평소에 단목지 선배나 송유하 선배 같은 분들을 가까이서 접하며 살았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못했다면 솔직히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놀라고 있었을 거예요.”
그 말에 선우린이 생긋 미소를 지어 보이자 이번에는 포연월이 말했다.
“저도 유 언니와 장 언니의 정체에 대해서는 진즉에 눈치챘더랬죠. 원래의 두 분이 엄청난 미인이라는 소문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직접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예쁘시네요.”
참고로 포연월도 면구 안에 잠룡오화급 미소녀의 용모를 감추고 있는 애다.
선우린이 민망한 듯 미소를 보이자 포연월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제부터는 유 언니, 장 선배가 아니라 선우 언니, 남궁 선배라고 해야겠네요.”
그러자 공은림이 말했다.
“그런데 이게 지금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분이 유은무 소저시라는 건 알겠어요. 목소리도 그 목소리시니까. 한데 다른 말씀들은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강호 견식이 짧아서······.”
그 말에 원추엽이 대꾸했다.
“강호 견식이 짧아도 들으면 바로 아실 것이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유은무 선배의 원래 이름은 선우린으로, 선우세가주이시자 무림맹의 집법당주이신 자천성 선우훤 대협의 장손녀인 것이오.”
공은림과 하조혁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자, 자천성······.”
“서, 서, 선우훤 대협의······.”
강호 견식이 짧아도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기에 저렇듯 놀라는 것이다.
선우린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요. 그간에는 사정이 좀 있어서 정체를 감춘 채로 생활하고 있었어요.”
공은림이 손사래를 치며 대꾸했다.
“미안하다뇨. 그런 거로 저희한테 사과하실 필요는······.”
“오, 오히려 영광입니다. 자천성 대협의 손녀셨다니······.”
하조혁이 그렇게 말을 보태자 공은림도 빠르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표정들을 보아하니 진심으로 영광으로 여기고 있다.
이 강호에서 선우훤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멀리에서 두 개의 인영이 빠르게 신법을 펼치며 다가왔다.
청여홍과 송유하였다.
다가온 두 사람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선우린을 바라볼 뿐,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선우린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서 와요, 언니들.”
그제야 청여홍과 송유하가 차례로 반응했다.
“소, 소문이 정말이었구나······.”
“세상에······.”
여전히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정상 정체를 감추고 잠룡관에 들어왔던 거예요. 미안해요, 언니들.”
선우린이 말을 마치자마자 송유하와 청여홍이 양손을 빠르게 저었다.
“아냐, 아냐. 우리한테 불편을 끼친 것도 없는데 네가 왜 사과를 하고 있어. 우리는 그저······, 너무 놀랐을 뿐이야.”
송유하의 말에 청여홍도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린이 미소를 지어 보이자 청여홍이 말했다.
“여전히 이게 현실 같지가 않아. 은무랑 우혜가 그 유명한 선우린 소저에 남궁설 소저라니······.”
확실히 송유하와 청여홍 중에서는 청여홍이 더 많이 놀란 모습이다.
이후에는 선우린이 청여홍과 송유하를 데리고 사라졌고, 우리 쪽은 하던 수련을 계속했다.
* * *
다음 날에는 공은림과 하조혁을 실내 연무장으로 불렀다.
둘 다 쾌류표의 기본 틀이 잡힌 만큼, 이쯤에서 주 무공인 암기술 교육을 시작해도 될 것 같아서였다.
실내 연무장에는 암기술 교육용 표적들 스물네 개가 이곳저곳에 어지럽게 세워져 있는 상태다.
표적은 길이가 각각 다른 작대기 위에 목재 구체가 달린 형태로, 작대기의 하단을 바닥에 꽂아 세워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애들이 오기 전에 내가 미리 꽂아놓은 것들이다.
드디어 주 무공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두 아이들의 표정에서도 나름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지금부터 시범을 보여 쟤들에게 열의를 불어넣을 계획이다.
암기술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차야 앞으로 배우는 과정에서도 더 큰 동기부여가 될 테니까.
“일전에도 말했듯 너희들은 암기술을 배우게 될 것이고, 여러 종류의 암기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관련해서 설명할 게 많은데, 그전에 일단 너희들이 배우게 될 암기술이 어떤 느낌인지 시범을 보여줄까 한다.”
이후에 나는 주머니에서 쇠구슬 세 개를 꺼내어 보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보다시피 이건 쇠구슬이다. 손가락으로 튕겨내는 방식으로 쓰지. 그러한 기술을 강탄술이라고 한다. 자, 저기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돌들이 보이지?”
“네.”
선반 위에는 주먹만 한 돌 세 개가 놓여 있는데, 물론 내가 미리 준비해 놓은 것들이다.
거리는 오 장쯤이다.
“최대한 천천히 날릴 테니 잘 봐.”
말을 마친 후 오른손 손가락을 튕겼다.
틱!
그리고 천천히 날아간 쇠구슬이 중앙의 돌에 닿은 순간.
파악!
주먹만 한 돌이 터져 나가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두 아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 건 당연했다.
“방금 전에는 천천히 날렸으니 쇠구슬 날아가는 궤적이 어느 정도는 보였을 거야. 이번에는 빠르게 날릴 텐데, 궤적을 보기는 어려울 테니 그냥 좌우의 돌들을 보고 있어.”
“네.”
아이들이 대꾸했고, 나는 곧장 양손의 손가락을 튕겨냈다.
두 개의 쇠구슬이 남아 있는 두 개의 돌을 향해 동시에 날아갔다.
푹! 파아앗!
두 개의 돌에서 각각 다른 소리가 났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하나는 돌을 관통하고, 하나는 돌을 거의 가루처럼 박살 내며 뿌연 먼지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눈을 부릅뜨며 놀란 음성들을 토해냈다.
“헉······!”
“우와······!”
“궁금하면 가까이 가서 확인해 봐도 좋아.”
내 말이 끝나자마자 두 아이들이 빠르게 선반 쪽으로 다가갔다. 그 후 남아 있는 하나의 돌을 확인하더니 눈을 더 크게 떴다.
쇠구슬이 깨끗하게 돌을 관통한 모습을 보고 저러는 것이다.
“강탄술은 투척하는 방식이 아니라 튕겨내는 방식이기에 다른 암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릴 수가 있다. 쇠구슬인 만큼 위력도 강력한데, 특성상 한 손으로 하나씩밖에 못 날린다는 단점이 있지. 너희가 보고 있듯, 내공을 담는 방식에 따라 관통력을 높일 수도 있고, 파쇄력을 높일 수도 있다.”
“와아아······!”
“강탄술은 암기술 중에서도 난도가 높다. 그렇기에 나중에 배우게 될 거야.”
이후에는 몸에 차고 있던 가죽 띠에서 소비도들을 빼 들었다.
한 손에 세 개씩, 양손에 도합 여섯 개다.
“이번에는 소비도인데, 이런 식으로 몸의 곳곳에 가죽 띠를 착용하여 수십 개를 지니고 다닐 수 있다. 일단 시범을 보일 테니 잘 보도록.”
말을 마치고는 암기술 교육용 표적들을 향해 달렸다.
한순간 양손을 털어내자 쥐고 있던 소비도 여섯 개가 표적들을 향해 날아갔고, 그러자마자 나는 전방으로 높게 도약하며 또다시 여섯 개의 소비도를 털어냈다.
그 직후 정점에 이르렀을 때 또다시 여섯 개의 소비도를 털어냈고, 이후에 하강하는 도중에도 여섯 개의 소비도를 털어냈다.
아이들이 잘 볼 수 있게끔 되도록 느리게 시범을 보였는데, 허공에서의 동작만큼은 최대한 화려하게 했다.
나는 오늘 새하얀 백의를 입고 있는데, 이 또한 이 순간에 더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입은 것이다.
착!
착지할 때도 적당히 느낌을 살려주는 걸 잊지 않았다.
이후에 천천히 신형을 돌렸는데, 아이들이 나를 보며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
혼이 쏙 빠진 모습들이다.
내 의도가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궁금하면 확인들 해 봐.”
그러자 아이들이 빠르게 표적들 사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우와!”
“우와아!”
표적 하나에 소비도 하나씩, 그것도 다 정중앙에 박혀 있는 상태다.
그러니 저렇듯 놀랄 수밖에.
공은림이 내게 물었다.
“저, 저희도 나중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겁니까?”
“당연하지.”
그러자마자 공은림과 하조혁이 내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저도 열심히 배울 것입니다!”
의지들이 가득 느껴지고 있다.
이 정도면 앞으로 검법, 도법, 창법, 권법 따위에 어설프게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